소개팅 전 주고 받은 문자에 홀딱 깬 소개팅남, 이유는? 문자의 형태나 연락의 형태가 그 남자의 모든 모습을 대변하는 건 아니다
바로 엊그제가 20대였는데, 이젠 20대가 아닌 30대입니다. 으허허어어어어엉- (아직 생일이 지나진 않았으니 20대인가?) 시간 참 빠르기도 합니다. -.-
지난 해, 20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이번 크리스마스는 절대 외롭게 보내지 않으리라 다짐하던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20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에 딱 맞춰서 소개팅을 한다는 말에 친구들끼리 '화이팅!'을 외치며 응원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하다 그 날 소개팅이 어땠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아, 나 그 날 소개팅 취소해서 나가지도 않았어."
"엥? 왜?"
이번 소개팅에선 꼭 멋진 남자친구를 만들겠다던 친구.
그런데 소개팅남과 소개팅 장소를 정하고, 시간을 정하던 중에 소개팅을 취소했다고 하더군요. 대체 왜?
"뭐가? 왜?"
소개팅을 하루 앞두고 소개팅남과 문자를 주고 받다가 그가 보낸 문자에 홀딱 깼다고 합니다. 문자 내용은...
[저도 아무때나 상관없어여~~]
[그럼 그때 볼까여? ^ㅡ^/]
정확히는 소개팅남의 내용이 문제가 아닌 문자로 드러난 소개팅남의 말투와 각양각색의 이모티콘 때문이더군요. '~여'와 '~영'으로 끝맺음 하는 10대도 아닌, 20대도 아닌, 30대 의 소개팅남 문자에 홀딱 깬 모양입니다.
저도 친구에게 소개팅남의 문자 내용을 듣다 보니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가벼운 사람일 거라는 추측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되더군요.
"아, 응. 나도 자꾸… 너 이야기 듣고 나니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상상하게 되네."
요즘은 소개팅을 하더라도 주선자가 함께 나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서로가 약속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다 보니 소개팅 전 상대방과 연락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상대가 어떤 사람일지 문자나 통화로 가늠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개팅 전 나이에 맞지 않는 문자로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져 소개팅을 취소했던 친구.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숨겨진 반전이 있을지. 그래도 다음엔 꼭 나가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친구들끼리 그저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며, 더 좋은 인연이 있을거라며 다독였습니다. 그렇게 그 날, 친구들과 나눴던 이야기는 잊혀지는 듯 했습니다.
...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종종 과거에 있었던 이런 저런 일을 많이 회상하곤 합니다. 그러다 남자친구가 연애 초기, 제가 보낸 문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내가? 왜?"
"문자에 이모티콘이 하나도 없었잖아."
"이모티콘?"
"웃는 표시(^^)도 없고, 물결표시(~)도 없고. 웃음소리(ㅋㅋ or ㅎㅎ)도 없고"
"아... 처음엔 내가 그랬어?"
희미해진 기억이지만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연애 초기, 그 당시엔 충분히 내가 그럴 만도 하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은 많이 덜해진 편이지만 일종의 강박증처럼 친구들에게 간단한 메일을 보내거나 문자를 보낼 때도 맞춤법이 틀린 건 없는지 꼭 확인하고 보내곤 했습니다. 긴가 민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꼭 검색을 한 뒤, 짚고 넘어가야 했으니 말이죠.
당시엔 오타나 맞춤법이 틀리거나 정렬이 맞지 않으면 이상하게 신경쓰여 했던 것 같습니다. 뭐, 핑계를 대자면, 회사 업무가 꼼꼼함을 요하는 직종에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원래 성격이 무뚝뚝한데다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그랬구나. 근데, 나 이젠 이모티콘 잘 쓰는데. ^^ 물결표시도~ 잘~ 쓰고~"
"응. 맞아. 많이 바꼈지."
남자친구 말대로 연애 초기, 제가 보낸 문자 내용이나 형태엔 조금도 이상한 점이 없었습니다. 철저하게 맞춤법을 지키고 있었고 할 말은 똑부러지게 전달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그런데 정작 중요한 마음이나 감성은 조금도 전달되지 않았더군요.
화난 게 아니었는데... 엄청 기뻤는데...
싫어한 게 아니었는데... 엄청 좋아했는데...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친구 소개팅남의 문자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한 게 생각나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남녀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만남인데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고, 일종의 '정석'만을 따르려 했던 건 아니었나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 때, 너가 소개팅남의 문자를 보고 '이 남자, 딱딱하지 않고 다정다감하게 문자 보내주니 좋다. 적어도 무뚝뚝한 남자는 아닐 것 같다. 자상한 남자일 것 같기도 하다. 만나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소개팅을 나갔더라면 말야. 어떻게 됐을까?
'지금은 연애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는 내 편!" 연인 사이, 내 편의 의미는? (10) | 2012.03.12 |
---|---|
자비로운 여자친구가 질투의 화신이 된 이유 (5) | 2012.03.05 |
어장관리녀, 그녀를 나쁜 여자라 부르는 이유 (10) | 2012.02.23 |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 (20) | 2012.02.21 |
발렌타인데이, 남자친구와 보낸 특별한 요리 데이트 VIPS No.1 스테이크 클래스 (21) | 2012.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