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즐거운 추석 연휴입니다. +_+ 뒹굴 거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기쁨에 환호성 한 번 질러주고! 꺅!!! 월요일은 덩그러니 검정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지만 회사에서 공식 휴무일로 지정해서 쉬게 되었어요. 으흐흐흐흐. 굳이 이런 이야기는 할 필요 없는데 괜히 기분이 좋아 끄적였습니다.
어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요즘 개콘에서 나오는 말에 비유하자면 모태솔로, 줄곧 솔로로 생활 하고 있는 친구인데요. 18년 지기 친구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함께 나왔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이성에 눈을 떠 친구와 함께 지나가는 괜찮은 남자를 보고서는 속으로 '멋있다' 를 외치며 키득키득 거리곤 했었습니다. 그러다 제게 남자친구가 생기고 시간이 흘러 어느새 스물여덟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네요. 스물일곱이 넘어서면서 솔직히 제 나이가 헷갈립니다. -_- 이런...
제가 이렇게 알콩달콩 연애를 하는 사이, 이 친구는 소개팅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한 듯 합니다. 길을 가다가 대시를 받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도 통 남자친구 소식이 들리지 않아, 이 친구를 보며 이렇게 예쁘고, 날씬하고, 센스있고 똑똑한데 왜 남자친구가 안생길까? 였습니다. 이 친구 눈이 높은 걸까? 라며 말이죠.
"엥? 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딱히 할 말도 없고. 차라리 나보다 한참 위인 어른들이 훨씬 편해."
"우와. 신기하다. 나랑 반대네. 난 오히려 내 또래 친구들과 대화하는게 더 편한데."
"정말?
둘 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나이가 많건 적건 겉으로 내색 없이 잘 이야기 나누고 행동하는 편이지만 정작 속내를 까놓고 이야기를 해 보니 전 또래 이성친구들을 오히려 편하게 여기는 반면, 이 친구는 또래 이성 친구들에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막막해 진다며 부모님 뻘의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편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실제 어떠한 활동 모임에 참석해서도 나이차가 많이 나는 오빠들이나 이미 결혼하고 조카뻘의 딸이 있는 남성분들과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른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좋은 평을 받고, 며느리 삼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소개팅을 해 주지만 번번히 결과는 꽝.
"엥? 저게 무슨 미소야? 그냥 실실거리며 쪼개는 거지."
직장생활을 하건, 학교생활을 하건, 주위를 둘러 보면 꼭 타인의 매력을 콕콕 짚어 너무나도 잘 이야기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어느 사람을 만나도 상대방의 매력을 쉽게 캐치하는 스타일인거죠. 하지만 반대로 타인의 매력을 쉽게 캐치하지 못하는 스타일도 있습니다.
모두가 저 사람의 싱글거리는 미소가 참 매력적이라고 이야기 할 때도 누군가는 저게 무슨 매력이냐며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흔히들 이런 사람을 보고 "넌 보는 눈이 너무 높아! 보는 눈 좀 낮춰!" 라고 이야기 하지만 오히려 보는 눈이 높다기 보다 상대방의 매력을 쉽게 받아 들이지 못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다른 이가 매력이라 느끼는 부분은 본인은 매력이라 느끼지 못하는거죠.
마찬가지로 친구에게 "넌 외모는 상당히 여성스러운데 이야기 나누다 보면 털털한 매력이 있어" 라고 이야기를 해줬음에도 "내게 매력이 없나 봐. 그래서 남자가 안생기나봐." 라고 이야기 하는 친구.
사람마다 개인의 개성이 있고, 매력이 있기 마련인데 자기 자신에게도 자신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좀 더 자신감 있게 행동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20대 후반이 되고 나니 주위에서 소개팅을 시켜 달라는 말을 들을 때면 솔직히 부담을 느끼곤 합니다. 상대방에게 맞는 이성을 소개시켜 줘야 하는데 하아- 20대 후반이 되고 나니 괜찮다 싶은 남자나 여자는 모두 짝이 있으니 말입니다. ㅠ_ㅠ
그런데 정작 괜찮은 사람이 눈에 띄어 '너 소개팅 하지 않을래?' 라고 제안을 하면 번번히 거절을 하는 솔로가 있는가 하면 '나 소개팅 좀 시켜줘!' 라는 말을 듣고 소개팅을 시켜주기 위해 날짜를 잡으면 번번히 '다음에!' 혹은 다른 급한 사정을 이유로 취소하는 솔로도 있습니다.
"아, 안돼. 이번이 황금 연휴잖아. 쭉 집에서 푹 쉬어줘야지."
"왜 자꾸 미뤄. 이 밥팅아!"
소개팅을 해서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막상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가 나오거나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까봐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라는 친구. 이 친구에겐 남들이 연애를 하며 입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 연애를 거부하는 것처럼, 소개팅을 하며 입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 소개팅을 거부하는 것이더군요.
blind date, 아픈 기억이 가득한 그녀
또한 제 친구는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 혹은 어떠한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본인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빨리 생기게 해 줘!"
"근데 솔로인 이유를 너가 너무 잘 알잖아. 너 은근 솔로를 즐기는 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구!"
정작 솔로이면서 본인 스스로가 솔로인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친구. 알고 있는 그 이유를 조금만 깨부셔도 훨씬 나을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이렇게 꽁꽁 숨겨두고 있는 그녀의 매력을 어느 누군가는. 분명 먼저 알아 봐 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그런 것이니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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