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해지는 주말 오후.
왠지 모르게 급 먹고 싶어지는 교촌치킨.
교촌치킨의 핫오리지날을 좋아하기에 배달 주문을 했다.
상냥하게 전화를 받던 아주머니에 반해.
배달원이 오자마자 기겁하고 말았다.
“아. 짜증나네.”
처음 얼굴을 보자 마자 내뱉는 황당한 이 말.
나이가 많아 봤자, 20대 초반일 것 같다. 적어도 나보다는 한참 어려 보이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쪽 귀에는 이어폰을 여전히 꽂은 채, 연신 내뱉는 “아, 짜증나” 라는 말은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유인즉, 아마도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시츄) 가 뛰쳐 나가 그 옆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고 짜증이 난 거라고 나름 추측하고 있다. 나 또한 당황하여 얼른 돈을 내밀고 치킨을 받고자 했다.
결제해야 하는 금액은 13,000원. 하지만 현금이 천원권이 없어 20,000원을 낼 수 밖에 없었다. 퉁명한 표정으로 “1,000원짜리 없어요?” 라고 묻는데 없다고 말하자, 개인 지갑을 열어 천원권 지폐로 7장을 거슬러 주며 여전히 “아, 오늘 짜증나네.” 라고 말했다.
그렇게 배달원을 보내고 치킨을 받아 들고 먹는 내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안방에 계셨던 어머니께서 무슨 일인데 그렇게 오래 대화를 하냐고 물으시는데, “천원 짜리가 없어서 만원권으로 지불하니까 좀 그랬나봐.” 라고만 전했다.
좀처럼 삭히지 않는 이 찝찝함과 불쾌함.
교촌 치킨 홈페이지로 들어가니 고객의 소리라는 게시판이 있어 해당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우선, 그 자리에서 배달원에게 태도가 그게 뭐냐며 소리칠 수도 있었지만, 일단 배달원은 나의 집을 알고 있는 상황이고, 난 그 배달원에 대한 정보라곤 교촌치킨의 배달원이라는 것 밖에 아는 것이 없다.
그 이유로, 후에 이 배달원이 어떠한 앙심을 품고 나쁜 짓을 할지도 알 수 없는 일. 그에 대한 불안감으로 그가 “짜증나네” 혹은 어떠한 욕설을 하더라도 움츠려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빨리 돈을 주고, 치킨을 받고 내보내는 일 밖에는.
나날이 음식 업종이 다양해 지고 그에 대한 서비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득,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각 업종별 서비스가 중요해지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데 비해 ‘배달’이라는 것에 대한 서비스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되었다.
정작 고객의 집을 방문하여 이루어지는 이 ‘배달’이라는 부분에 대한 서비스는 어떠한가.
여자이기에. 집에 누군가를 들여다 보내는 행위부터 시작하여, 그 배달원이 들어와 나에게 어떠한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과연 정정당당하게 맞설 용기가 난 있는가.
그는 나의 집 주소를 알고 나의 전화번호를 안다. 실로 카운터전표(배달용)이라고하여 주문코드, 표시번호(전화번호), 주문일자(시간), 단골이름(전화번호 뒷4자리), 주소까지 상세히 명시되어 있다.
난 그 배달원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가.
그는 알지만, 나는 모른다.
그 점으로 인해 배달원은 그저 자신의 일인 이 음식만 전달하고 돈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고객이 어떠한 불만을 제기하든, 혹은 불만을 가지고 있건 알 바 없다. 그건 자신의 본업 외의 일이라 여기기 때문에.
이야기를 살짝 바꾸자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가전 업체의 수리를 위해 집안을 방문하는 분들이나 인터넷 설치 및 TV유선설치를 위해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잠깐 방문을 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옷(옷에 명찰처럼 이름이 새겨져 있기도 하며), 명찰, 그들이 수리를 마친 후 돌아가면서 남기는 명함을 통해서도 그들의 기본적인 정보는 인지할 수 있다.
사후 그들의 서비스에 대해 어떠했는지도 고객은 평가 할 수 있다. (보통 전화로 많이 이루어진다.)
길어봤자, 5분 남짓 될만한 배달원.
짧다면 짧은 시간인 그 시간 동안 그 배달원이 고객에게 어떠한 인상을 주고 다녀갔는지에 대해 해당 음식점에선 알까? (어차피 알 필요 없다. 음식점은 맛으로 승부하니까. 라고 답한다면 이 질문은 아무 의미 없는 질문이겠지)
각 음식점에 대한 배달원의 자세, 배달원이 행하는 행동 하나에도 고객은 상당히 불쾌한 기분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더라도 그 참맛을 음미하기도 전에 그 음식점에 대한 비판을 일삼을 것이다. (지금 내가 그러하다)
반대로 기분 좋게 배달하는 배달원의 모습을 보고 접하게 되는 음식은 그 참맛보다 더 웃음이 가미되어 더 맛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맛있는 치킨을 기다리며 흥을 돋구고 있다가, 한 배달원으로 인해 온갖 흥이 다 깨지고 불쾌한 기분으로 치킨을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오늘 하루, 그 배달원의 말을 빌려 말한다.
“짜증난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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