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ome
  2. 나를 말하다/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
  3. 교촌치킨 배달원 "짜증난다"

교촌치킨 배달원 "짜증난다"


나른해지는 주말 오후.

왠지 모르게 급 먹고 싶어지는 교촌치킨.

 



교촌치킨의 핫오리지날을 좋아하기에 배달 주문을 했다.

상냥하게 전화를 받던 아주머니에 반해.

 

배달원이 오자마자 기겁하고 말았다.

 

. 짜증나네.”

 

처음 얼굴을 보자 마자 내뱉는 황당한 이 말.

나이가 많아 봤자, 20대 초반일 것 같다. 적어도 나보다는 한참 어려 보이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쪽 귀에는 이어폰을 여전히 꽂은 채, 연신 내뱉는 , 짜증나라는 말은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유인즉, 아마도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시츄) 가 뛰쳐 나가 그 옆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고 짜증이 난 거라고 나름 추측하고 있다. 나 또한 당황하여 얼른 돈을 내밀고 치킨을 받고자 했다.

 

결제해야 하는 금액은 13,000. 하지만 현금이 천원권이 없어 20,000원을 낼 수 밖에 없었다. 퉁명한 표정으로 “1,000원짜리 없어요?” 라고 묻는데 없다고 말하자, 개인 지갑을 열어 천원권 지폐로 7장을 거슬러 주며 여전히 , 오늘 짜증나네.” 라고 말했다.

 



그렇게 배달원을 보내고 치킨을 받아 들고 먹는 내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안방에 계셨던 어머니께서 무슨 일인데 그렇게 오래 대화를 하냐고 물으시는데, “천원 짜리가 없어서 만원권으로 지불하니까 좀 그랬나봐.” 라고만 전했다.

 

좀처럼 삭히지 않는 이 찝찝함과 불쾌함. 

교촌 치킨 홈페이지로 들어가니 고객의 소리라는 게시판이 있어 해당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우선, 그 자리에서 배달원에게 태도가 그게 뭐냐며 소리칠 수도 있었지만, 일단 배달원은 나의 집을 알고 있는 상황이고, 난 그 배달원에 대한 정보라곤 교촌치킨의 배달원이라는 것 밖에 아는 것이 없다.

 

그 이유로, 후에 이 배달원이 어떠한 앙심을 품고 나쁜 짓을 할지도 알 수 없는 일. 그에 대한 불안감으로 그가 짜증나네혹은 어떠한 욕설을 하더라도 움츠려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빨리 돈을 주고, 치킨을 받고 내보내는 일 밖에는.

나날이 음식 업종이 다양해 지고 그에 대한 서비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득,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각 업종별 서비스가 중요해지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데 비해 배달이라는 것에 대한 서비스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되었다.

정작 고객의 집을 방문하여 이루어지는 이 배달이라는 부분에 대한 서비스는 어떠한가.

 

여자이기에. 집에 누군가를 들여다 보내는 행위부터 시작하여, 그 배달원이 들어와 나에게 어떠한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과연 정정당당하게 맞설 용기가 난 있는가.

그는 나의 집 주소를 알고 나의 전화번호를 안다. 실로 카운터전표(배달용)이라고하여 주문코드, 표시번호(전화번호), 주문일자(시간), 단골이름(전화번호 뒷4자리), 주소까지 상세히 명시되어 있다.

 

난 그 배달원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가.

 

그는 알지만, 나는 모른다.

 

그 점으로 인해 배달원은 그저 자신의 일인 이 음식만 전달하고 돈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고객이 어떠한 불만을 제기하든, 혹은 불만을 가지고 있건 알 바 없다. 그건 자신의 본업 외의 일이라 여기기 때문에.

 

이야기를 살짝 바꾸자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가전 업체의 수리를 위해 집안을 방문하는 분들이나 인터넷 설치 및 TV유선설치를 위해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잠깐 방문을 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옷(옷에 명찰처럼 이름이 새겨져 있기도 하며), 명찰, 그들이 수리를 마친 후 돌아가면서 남기는 명함을 통해서도 그들의 기본적인 정보는 인지할 수 있다.

사후 그들의 서비스에 대해 어떠했는지도 고객은 평가 할 수 있다. (보통 전화로 많이 이루어진다.)

 

길어봤자, 5분 남짓 될만한 배달원.

짧다면 짧은 시간인 그 시간 동안 그 배달원이 고객에게 어떠한 인상을 주고 다녀갔는지에 대해 해당 음식점에선 알까? (어차피 알 필요 없다. 음식점은 맛으로 승부하니까. 라고 답한다면 이 질문은 아무 의미 없는 질문이겠지)

 

각 음식점에 대한 배달원의 자세, 배달원이 행하는 행동 하나에도 고객은 상당히 불쾌한 기분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더라도 그 참맛을 음미하기도 전에 그 음식점에 대한 비판을 일삼을 것이다. (지금 내가 그러하다)

반대로 기분 좋게 배달하는 배달원의 모습을 보고 접하게 되는 음식은 그 참맛보다 더 웃음이 가미되어 더 맛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맛있는 치킨을 기다리며 흥을 돋구고 있다가, 한 배달원으로 인해 온갖 흥이 다 깨지고 불쾌한 기분으로 치킨을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오늘 하루, 그 배달원의 말을 빌려 말한다.

짜증난다

 

하하하.

SNS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카카오톡
페이스북
X(트위터)

최근 글버섯공주세계정복
추천하는 글버섯공주세계정복
최근글
인기글
이모티콘창 닫기
울음
안녕
감사
당황
피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