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 알지? 글쎄. 길을 가다가 봤는데 어떤 여자애랑 지나가는 거야”
“근데? A군 여자친구가 있었던가?”
“A군 여자친구 생겼나 봐”
“예뻐?”
“그냥 뭐 그래. 보통 정도? 가슴은 큰 것 같더라.”
“우와- (능력 좋다)”
20대 후반의 또래 남자 아이들끼리의 이야기. 가만히 듣고 있으면서 마음속으로 내가 되물을 거라 예상했던 부분이 100%의 싱크로율을 자랑해서 너무 놀랬다. 특히, 여기서 주요 포인트는 “예뻐?” 되겠다.
곧이어 A군이 도착을 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A군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때, 그 여자, 너 여자친구 맞지?”
“응. 맞아.”
“몇 살이야?”
“나보다 10살 아래니까…”
“우와- (능력 좋다)”
다시금 탄성이 터져 나오는데, 그 분위기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곧이어 잠깐 자리를 비웠던 남자친구가 착석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남자친구가 있는 자리에서 그 말이 나왔다면 남자친구의 반응이 어땠을지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같이 '우와-' 하며 탄성을 내질렀을까?
(만약 그랬담, 나한테 주겄어-)
여자의 외모, 그리고 나이.
“예뻐? 몇 살이야?” 이 질문 한 방에 A군의 지금까지의 능력지수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오로라가 A군을 감싸기 시작한다.)
"에이- 뭐 대단한 일도 아니고" 라고 대답하는 A군의 입가에는 의기양양한 미소가 가득하다.
젊고 예쁜 여자와 만났다는 것으로 이 정도의 오로라를 발휘할 정도라니. 실로 결혼까지 골인하면 그 오로라는 상당하겠;;;;;;;;;;
실로, 직장 내 술자리에서도 그런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B군이 이번에 결혼한다고 들었는데.”
“맞습니다. 들어보니 12살 연하라고 하더군요.”
“그래? 오. B군 능력 좋네.”
이제는 그런 농담이 익숙하지만, 철부지일 때는 그런 말이 낯설게 느껴졌고, 왜 나이차 많게 결혼 하면 능력이 좋다고 말하는 건지도 좀처럼 파악이 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에야 나 또한 덩달아 능력 좋네- 라는 농담을 거리낌 없이 받아 들일 수 있지만 말이다.
(남자가 여자에게도 할 수 있는 말이고, 여자가 남자에게도 할 수 있는 그저 웃어 넘길 수 있는 농담이라 생각한다)
돌아오던 길, 남자친구에게 장난 반, 진심 반(응?)으로 말을 내뱉었다.
“오빠 능력 좋다”
“왜?”
“나처럼 예쁘고 착하고 지혜로운 여자친구 만나서”
“하하. 응. 맞아. 나 능력 좋아.”
남자친구와 나의 나이차이는. 1살 차이. 정확히는 3개월 차이다.
(앞서 이야기 했던 연상연하 커플의 큰 폭의 나이차와는 전혀 무관한)
왠지, 그 자리에서 남자친구의 또래 친구들이 능력 좋다는 말이 오가는 것을 들으니 비록 그 자리에서 남자친구에게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자리를 벗어나 남자친구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었다.
오빠가 최고야- 내 남자친구가 최고야- 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모르겠다.
문득, 나의 말 한마디로 사랑하는 사람의 기분도 즐겁게 하고, 나의 기분도 좋아지는 그런 말을 더욱 많이 하고 싶은 요즘이다.
(음… 결론은? 아… 그냥… 가을 타나봐-)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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