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무뚝뚝이 뚝뚝 떨어지는 스타일이었던 것 만큼이나 남자친구 또한 초반엔 무뚝뚝함이 뚝뚝 떨어지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너나 할 것 없이 한 사람이 애교를 부리기 시작하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애교를 부리곤 합니다. 물론, 저와 단 둘이 있을 때만 보여주는 애교죠. 남자친구나 제 지인이 있는 자리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행동합니다. 흥. 이럴 때 보면 여자만 여우 어쩌구 할게 아니에요. 남자도 여우입니다. 하하. 농담이구요.
연애 초반엔 '말' 외에는 할 줄 모르던(정말 입으로 내뱉는 '말'만 하는 무뚝뚝한) 남자친구가 언젠가 함께 손을 잡고 걸어 가던 중, 자연스레 콧노래를 흥얼거리더군요.
그렇게 흥얼거리며 부르던 남자친구의 콧노래가 귓가에 속삭여 불러줄 수 있는 무반주 생노래로 이어지고, 나중엔 가수 패러디를 보여주겠다며 가수 흉내를 내며 노래를 부르다 댄스가수를 따라 춤을 보여주기도 하며 나중엔 개인기라고 하며 이것저것 보여주기까지. 남자친구가 정말 편하게 제게 애교를 보여주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정말 2년 정도는 걸린 것 같아요. +_+ 요즘엔 자연스레 남자친구가 제가 하는 애교를 따라 하기도 하고, 반대로 남자친구가 하는 애교를 제가 따라 하기도 합니다. 정말 평범한 일상 속 대화 자체가 애교가 되어 "꼬기 먹자~" "그래. 꼬기 먹자. 꼬기!" 라며 말이죠.
남자친구가 '금붕어! 뻐끔뻐끔!' 이라고 외치면 제가 입 안 가득 공기를 불어 넣어 빵빵한 볼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런 유치한 둘만의 암호로 놀게 된 건지 도통 감이 오지 않습니다. -_-;;;)
하지만!
남자친구의 입장에서 여자친구에게 귀여워 보이는 것도 좋지만, 그 마음보다는 남자답게 듬직한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하기 때문에 남자가 여자 앞에서 애교를 보여준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남자친구에게 제 블로그 방명록에 남겨주신 님과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연히 남자친구가 한 행동이 제 눈엔 애교로 보여져서 애교를 자주 보고 싶다며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아, 그래? 귀여워?"
"응. 귀여워. 오빠가 애교 부리는 거 자주 보고 싶다!"
저의 이 말에 남자친구가 센스있게! 예쁘게! 돌려서(응?) 대답해 주더군요.
"음, 근데 아무래도 난 남자잖아. 너한테 귀엽게 보이고 싶기 보다는 더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 이 마음 뭔지 알겠지?"
아마 이 상황에서 저의 이 말에 남자친구가 '무슨 애교 부리는 걸 보고 싶다고 그러냐?' 와 같은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면 방명록에 남겨주신 님처럼 이 말 한마디로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었겠죠.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싸움으로 번질 수도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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