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역에 있는, 지하철 역에서 계단을 내려가려다 너무 예쁘게 물들어 있는 단풍나무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였음에도) 넋을 잃을만하죠?
“아, 진짜 예쁘다.”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나무만 바라보고 계단에 발을 딛는 순간!
계단에 떨어져 있던 낙엽을 밟으면서 미끌어져 계단에서 그대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쿵. 쿵. 쿵. 쿵. 쿵…
얼마나 내려왔을까요.
정말 어찌 보면 코믹하다 싶을 만큼 굴러 내려왔습니다. 문제는. 썰매를 타듯이 (다리를 앞쪽으로쭉 뻗은 상태에서 엉덩이만 ‘쿵쿵’ 거리며)미끄러져 내려온 게 아니라, 무릎을 꿇어 앉은 자세에서 그대로 ‘쿵쿵쿵’ 떨어져 내려왔다는 거죠. 떨어지면서도 주위의 소리와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악”
“아구- 어떡해.”
“어머머-“
“저 사람 봐.”
아- 창피하다-
멈춰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손도 발도,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쓸 수가 없더군요. 무릎이 까지고 발목도 아프고 온몸이 찌릿찌릿.
걷기 조차 힘들만큼 너무 아픈데 하나, 아무렇지 않게 벌떡 일어나 둘, 최대한 표정은 아무렇지 않게, 약간의 웃음을 머금은 채로 셋, 도도하게 정면만을 바라보고 넷, 사뿐사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걸어 왔습니다. 지하철 역 계단이 꽤 길었는데 계단의 반 이상을 그렇게 굴러 내려왔더군요.
곧장 남자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해주니 너무 웃기다고 배를 잡고 웃는데 왜 그리 얄밉던지.
“난 죽는 줄 알았다구!”
순간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이어 어떠한 순간에서건 방심해선 안되겠다- 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하철 역 계단 입구부터 가방에서 카드지갑(교통카드가 들어 있으니)을 꺼내기 바빠집니다. 계단을 내려가며 가방 안에 시선을 응시하고 있거나 폰을 꺼내 문자 보내기에 여념이 없는 때도 있었습니다.
이 한번의 일을 겪고 나서는 절대 계단을 내려갈 때 다른 짓을 하지 않습니다. 조심조심 계단 내려가기에 여념이 없죠.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이 몇 일 전의 사건이 저에겐 꽤나 산뜻한 충격입니다. 일상 속 방심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에서도 조심조심.
여러분,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절대 딴 짓 하지 맙시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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