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남친을 향한 2년간의 기다림, 그러나!

전 연애를 하면서 단 한번도 군대에 남자친구를 보낸 경험이 없습니다. +_+ 지금 제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남자친구 또한 군대에 다녀온 후, 만났으니 말이죠.

"내가 군대 가기 전에 널 만났다면 어땠을까? 네가 과연 2년 동안 날 기다려 줬을까?"
"흐흐. 아마 못 기다렸을걸?"
"헉! 역시!"
"에이, 농담이야! 지금도 1주일 동안 못 본다고 생각해도 아찔한데 2년을 어떻게 기다리지? 정말 엉엉 울어버릴거야!"

남자친구의 질문에 아마 못 기다렸을 거라고 농담삼아 대답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분명 드러내지 못한 속마음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좋아하고, 이렇게 사랑하는데 어떻게 기다리지 않을 수가 있겠냐고 말이죠. 또한 똑 부러지게 대답할 수 없는 이유는 감히 그 상황을 지금은 상상 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아찔하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군대에 보낸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친구. 2년 가까이 한결 같은 마음으로 남자친구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여자친구.

대학생 시절, 곁에서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 세우곤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가장 가까운 절친 중 남자친구가 전역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하며 기다린 친구가 있습니다.

'남자친구 생겨서 좋겠다!' 라는 주위의 부러움을 받은지 3개월 남짓 지나 군대에 간 남자친구로 인해 친구는 1주일 정도를 거의 눈물로 지새는 듯 했습니다. 솔직히 저나 가까운 친구들 눈 앞에서 우는 것을 본 것만 1주일 남짓이고, 아마 저나 친구들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운 시간까지 꼽으면 1주일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군대에 갈 남자친구를 위해 이것저것 꼼꼼하게 준비하고 챙겨주는가 싶더니, 곧 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위해 곰신카페에 가입해서는 요긴하고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고 남자친구를 위해 편지며 선물 공세를 하더군요.

출처 : 고무신카페 : cafe.naver.com/komusincafe

솔직히 군대에 보낸 남자친구가 없는 저의 입장에서는 그저 그 친구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더군요. 군대에 보낸 남자친구를 둔 여자친구의 마음을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구요.  

이 친구에겐 알파문고와 같은 대형 문구점에 가서 각종 다양한 펜과 종이를 사는 게 취미가 되어 버린지 오래였습니다.
"이 색이 예뻐? 아님, 이 색이 예뻐? 남자친구는 파란색을 좋아하긴 하는데..."
편지지를 매번 사서 보내는 것도 별로였던지, 직접 종이를 이것저것 사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만들어 편지지를 뚝딱뚝딱 만드는가 하면 색색깔의 펜으로 알록달록 편지를 쓰곤 했습니다. '축복받은 펜' 이라며 자기 암시를 거는가 하면 그 펜으로 학업생활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커피숍에 들어가 홀로 앉아 운치 있게 이런저런 편지를 쓰기도 하고 책을 읽고 좋은 구절이 있으면 틈틈이 편지에 써주기도 하며 말이죠.

또한 남자친구에게 더 예뻐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2년 동안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더니 정말 나날이 예뻐지는 친구를 볼 수 있었습니다. (피부도 나날이 고와지더군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주위 남자들의 접근 또한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흔들림 없는 그 친구가 너무나도 대단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힘들면 그냥 지금 너에게 손 내미는 그 사람에게로 가! 외로움도 많이 타는 애가... 힘들지 않아?"
라며 오히려 주위 친구들이 곰신으로 힘들게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그냥 다가오는 더 괜찮은 남자의 손을 잡으라고 설득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친구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더군요. 그러다 가끔 남자친구가 휴가를 받아 나오게 될 때면,
'나 때문에 힘들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라고 이야기 하는 남자친구를 두고도 묵묵히 안아만 줄 뿐 그에 대한 상응하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덩달아 '미안해' 라고 말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조차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 그 이유를 물으니 오히려 그 말로 인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은 남자친구일거라며 어떠한
이유에서건 '미안해' 라는 말을 먼저 꺼내는 순간, 군대에 묶여 있는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헤어짐에 대한 암시로 받아 들이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이렇게 서로를 아껴주고 위해주던 둘도 없는 커플. 해피엔딩으로 결론이 나면 좋겠지만, 현실은 또 다르더군요.
그렇게 지고지순하게 기다린 제 친구는 전역한 남자친구에게 버림을 받았습니다. -_-;;

전역하니 돌변한 남자친구

2년을 기다려 준 여자친구가 부담스럽다며, 미안하지만 이제 더 많은 여자를 만나보고 싶다던 충격적인 발언을 끝으로. 두 사람은 헤어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얼마나 충격을 먹었는지 모릅니다. 후덜덜.

"어떻게 고무신 거꾸로 신는 게 아니라 군화를 거꾸로 신을 수가 있냐?"

전역 후에도 그 커플이 오래오래 잘 사귀었다면 이 포스팅이 보다 더 알콩달콩 포스팅이 될 수 있을텐데 안타깝게도 말이죠. ㅠ_ㅠ

그럼에도 제가 이 사연을 포스팅 하는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보통 "아, 여자가 안됐다. 그렇게 남자를 2년간 기다렸는데 버림 받다니..." 와 같은 말을 하게 될 텐데 이 여자친구의 주위 어느 누구도 그런 말을 내뱉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남자 참 안됐다. 그렇게 2년간 기다려 준 멋진 여자친구를 버리다니..." 와 같은 말이 더 많이 들렸습니다.

왜일까요? 이 친구는 2년간 단순히 남자만 바라 보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습니다.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쓴다며 산 여러 색깔의 펜과 종이, 노트로 편지를 쓰기도 하고 또 그 펜과 노트로 더 신나게 학업에 임했고 그렇게 학업 성적을 관리한 덕분에 오히려 남자친구가 군대 가기 전 보다 더 높은 학점으로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더 예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을 하며 자신의 외면과 내면을 가꾸는데 힘을 썼습니다. 2년간, 자신의 외면과 내면을 가꾸며 남자친구를 기다린 거죠.
그리고 실제 그런 모습을 가까이에서 봐오던 주위 선배나 후배들이 전역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접하자 마자 주위에 정말 괜찮은 사람이 있다며 서로 소개팅을 시켜 주겠다고 하더군요. 정말 누가 봐도 괜찮은 여자! 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증한 셈이라고나 할까요.

"사람은 항상 떨어져 있을 때 그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것 같아. 남자친구가 군에 가 있는 동안 남자친구의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깨달았어. 뭐 결국, 이렇게 헤어지게 됐지만 아쉽지 않아. 2년 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공들였던 사랑에 실패 했지만 나와의 싸움에서는 이겨 봤으니 앞으로 어떤 새로운 사랑이나 힘든 일이 오더라도 더 멋지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분명 많이 힘들고 속이 상할텐데도 괜찮다고, 2년간 지키고자 했던 사랑에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2년간 주위 유혹과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이겼다며 앞으로 어떤 새로운 사랑이 오거나 다른 일을 겪어도 더 잘해낼 자신이 있다던 그 친구의 말에 무척이나 감동을 받았습니다.

군대 간 남자친구를 두고 '이 사랑이 과연 지속될까? 2년 후에도 지금과 같을까?' 라며 당장 닥치지도 않은 상황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망설이기 보다 이 친구처럼 지금 당장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택하고 행동하는 것. 그 친구를 통해 배울만한 점은 그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경험이 없어 그 친구가 기다린 2년간의 시간을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절대 쉽지 않은 기다림이고 이 친구가 말한대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길고 지루한 싸움 속에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가꿀 수 있는 사람. 정말 멋지지 않나요? :)

+ 덧) 6개월 정도 지나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왔었다고 합니다. 보고 싶다고, 후회한다고,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이죠. 어쩌겠어요. 이미 열차는 떠났는데... 

독한 장모님보다 지혜로운 아내가 무서운 이유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여 연애를 하고, 그 사랑이 이어져 결혼까지 무사히 골인하기까지! 솔직히 연애를 하고 결혼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 속에서의 힘듦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와닿지 않습니다. 결혼준비를 하며 '이래서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라고 하는구나-' 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고 하죠.  

사회생활을 하며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친구들. 오랜만에 서로의 생활에 바빠 마주할 수 없었는데 힘겹게 모두가 모인 술자리, 처음으로 또래 남자 아이가 우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본 것 같습니다.

 

"야, 너 왜 그래?"
"술에 취했지? 하하."

 

모두가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이런 저런 농담을 던져 보기도 했지만 정말 닭똥처럼 뚝뚝 떨어지는 남자의 눈물에 남자동기들도, 여자동기들도 어찌할 수가 없더군요.

 

"나 이 결혼 포기할까봐."
"에이, 왜 그래?"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

 

"성병진단서를 떼오게"

자네가 우리 딸 아이를 만나기 전, 얼마나 많은 여자를 만나고 다녔는지 가늠할 수 없지 않은가? 영업직이라 들었네. 접대 자리 전혀 나가 보지 않았을리도 없고. 요즘 각종 성병도 성행하고 있다고 하니 보건소에 가면 저렴하게 진단서를 뗄 수 있으니 성병진단서를 떼오게.

 

"보험 수혜자는 내 이름으로 하겠네"

내 딸 아이 보험을 내가 이 아이 낳자마자 줄곧 넣어둔 게 있는데, 수혜자는 내 딸과 자네가 결혼하기 전, 내 명의로 변경하겠네. 지정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수혜자는 자네가 될 것 아닌가? 이에 대해 이의있는가?

 

"부동산은 반드시 공동명의로 하게"

혹여 자네와 내 딸이 이혼하고 나서라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특히, 거금이 들어간 부동산은 반드시 공동명의로 하는게 좋을 듯 하네. 이혼 안할거라는 말은 하지 말게. 사람일은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채무관계를 확실히 하게"

자네가 직장생활 번듯하게 잘 하고 있다는 건 익히 들었네만 자네 쪽 채무관계에 대해 확인할 길이 없으니 채무관계 좀 확실히 공개 해 줬으면 하네. 공증까지 받아오면 더 없이 좋고. 공증하는 비용도 영업사원이니 잘 알겠지만 얼마 들지 않아.

 

"내 딸 아이가 가져가는 차도 고려해야 되지 않겠나?"

얼마전 자네 차량 처분했다고 들었네. 새로 차 구입할 생각말고, 내 딸 아이에게 SM5 차량이 있는 걸 쓰게. 신혼인데 굳이 차 2대 있어 봤자 유지비만 많이 들어. 그리고 내 딸 아이 차 가져가게 되면 그 금액만큼은 감액해줘야 되지 않겠나?  중고가로 1400 중반에서 1500 초반 선대의 시세를 형성 하고 있다고 하니 자네 쪽에서도 이를 감안해서 결혼자금 준비해 주게. 

 

솔직히 제가 들은 이야기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여기까지네요. 고이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어머니의 마음도 이해가 가면서도 남자 입장에서는 질릴만도 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러면서 전 마음 속으로 하나 하나 기억해 두고 있었습니다. 푸하핫)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다 맞는 말씀이신데 말이죠. 다만, 문제는 아무리 결혼이 집안 대 집안의 만남이라지만 위의 사항을 남자친구가 아내가 될 여자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곧 장모님이 될 분에게 통보받다시피 들어야 했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혹, 뭐 그런 일로 남자가 울고 그러냐-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 그가 안고 가야 할 문제는 단순히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양가 집안의 어른의 입장을 고려하고 행동해야 했기에 그에 따른 스트레스 또한 한 몫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술자리가 끝날 때쯤 되어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결혼한 선배가 "야, 너 와이프 될 사람 좀 오라고 해 봐!" 라며 상당히 늦은 시각, 갑작스레 그의 여자친구를 불렀습니다. 오죽하면 이 아이가 힘들다고 울겠냐며 아내 될 사람은 뭘 하는거냐며 한 소리 하겠다며 큰 소리 뻥뻥 치며 불렀는데 말이죠.

어수선한 술자리에서 너무나도 단아한 정장 차림의 여자분이 들어오더군요.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 드리죠? 결혼 전에 제가 먼저 정식 자리 만들어서 인사드렸어야 되는데. 죄송해요. 술 많이 드셨어요?" 라며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내더니 보온병에서 꿀물을 꺼내 모두에게 한 잔, 한 잔, 건네는 모습에서 모두 깜짝 놀랬습니다.

 

출처 : 유리팬카페(http://cafe.naver.com/yurigenial/11694)

                 보온병을 들고 있는 소녀시대 유리, 이러고보니 천사가 따로 없구나!!!

너무나도 다소곳한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폐를 끼쳐 너무 죄송하다며 남자친구에게 술도 약한데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면 어떡하냐며, 속은 괜찮냐고 물으며 먼저 "요즘 우리 어머니 때문에 많이 힘들지? 미안해. 너무 미안해." 라고 이야기 하는 모습에서 어느 누구도 그 여자친구를 향해 한 마디 할 수 없었습니다.

독한 장모님이건, 아니건, 분명한 사실 하나는 그 여자친구는 정말 지혜롭다는 겁니다. '우리 어머니가 뭐 틀린 말씀하셨냐?' 라며 자신의 어머니 입장에 서서 이야기 했거나 '넌 왜 고작 그런 일로 여러 사람 앞에 쪽팔리게 울고 그러냐?''그 늦은 시각, 술자리에 날 왜 부르냐?'와 같은 행동을 했더라면 분명 이 결혼은 성사되지 못했겠죠.

그 늦은 시각, 소 황당할 수 있는 술자리에서도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단아한 모습으로 찾아와서 연신 그의 친구들에게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남자친구에게도 우리 어머니 때문에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모두가 엄지를 치켜 세웠습니다. 우리는 그녀의 꿀물 한 잔에 넘어간걸까요? 그녀의 지혜로움에 넘어간걸까요? 당시, 결혼한 선배의 마지막 말이 우리가 하고픈 말을 대신해 주더군요.

"야, 사내 녀석이! 이렇게 좋은 아내를 얻으려면 그 정도는 참아야지!"

 

+ 덧붙임) 독한 장모님으로 힘들다던 그의 투정 조차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 버린 그녀의 지혜로움에 절로 탄성이 나오더군요. 결혼식에서 더할 나위 없이 큰 축복을 받으며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답니다. "그 때 독한 장모님 때문에 이 결혼 포기했다면 평생 후회할 뻔 했다"고 이야기하는 남자 동기의 말을 들으니, 정말 독한 장모님보다 지혜로운 아내가 훨씬 무서운 것 같습니다. ^^ (저도 지혜로운 여자가 되겠어요! 이 악물기!)

평소엔 똑순이, 남자친구 앞에선 어리버리

집안에서 맏이로 커 오면서 늘 '책임감'과 '독립심' 이라는 무게에 눌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뭔가를 하나 결정하고 행동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하고 행동했던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는 그런 저를 향해 의외로 '상당히 꼼꼼하다' 라는 이야기와 함께 '똑부러진다' '리더십 있다' 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순식간에 자기자랑 하고 있는 듯한 이 기분은 뭐죠? +_+ 뭐, 제가 하고픈 말의 요는 이 것이 아니니, 참아 주세요.)

그런 말을 또 많이 듣다 보니 더 의식적으로 꼼꼼하게, 흐트러짐 없이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학급 반장을 도맡아 하게 되었고 성인이 되어 지금 5년 째 맡아 하고 있는 제 업무도 가만 보면 그런 저의 성격이나 지금까지의 생활과 맞닿아 있는 듯 합니다.

@홍대에 위치한 GOEN

어딘가로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낯선 길을 거닐게 되면 늘 제가 먼저 여행지 정보를 입수하고 낯선 길에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것도 저의 역할이었고, "뭘 할까?" 라며 서로에게 묻는 친구들 사이에서 의견을 수렴해 최종결정을 하는 것도 저의 역할이었습니다.

이렇게 나름 꼼꼼하고 나름 똑똑하게 행동한다고 하는 저인데도 유독 한 사람 앞에만 서면 그런 제 모습이 사라지는 듯 합니다. (그 유일한 한 사람이 누군지는 말 안해도 잘 아실 것 같은데 말이죠)

'지혜로운 여자'가 이상형이었다며 절 보며 '넌 지혜로워. 현명해.' 라고 이야기 해 주는 남자친구가 무척이나 고맙습니다만, 제 스스로가 생각할 때는 너무 민망하기 짝이 없다 싶을 만큼 남자친구 앞에서는 어리버리 소녀가 되어 버리는 듯 합니다. 지혜롭기는 무슨, 현명하기는 무슨, 완전 어리버리 -_-

결정적인 해프닝 중 하나가 이사 준비를 하며 이사할 집을 못찾아 어리버리하게 헤매는 아주 황당한 상황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집 주소는 알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큰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골목으로 돌아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야 하는데 제가 집을 눈 앞에 두고 길을 못찾아 한참 헤매고 있었습니다.

"어떡해? 나 여기가 다 거기 같아. 너무 길이 다 비슷비슷해. 오빠랑 같이 왔을 땐 분명 알 것 같았는데."
"침착해. 주위를 둘러봐. 뭐가 보여?"

이사할 집을 당시 함께 알아봐 주었던 남자친구가 통화를 하며 당시의 위치를 떠올리며 길 안내를 해 준 덕분에 무사히 이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평소 같으면 처음 가는 길이라도 곧잘 방향 감각을 곤두세워 어느 쪽으로 가야 다시 돌아가는 길인지 알 수 있었는데 남자친구와 함께 가게 되면 늘 남자친구의 손에 붙들려 길을 쫓아 가게 되더군요.

몰랐습니다. 유독, 남자친구 앞에서 어리버리해 지는지.

친구가 그 이유를 알려 주더군요.


"평소 너가 우리와 함께 다닐 때는, 너가 항상 앞장 서서 길을 안내 하곤 했잖아. 서로 수다 떠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너가 먼저 여기라며 알려 주기도 하고. 그런데, 너가 우리보다 길눈이 밝아서 우리보다 먼저 길을 찾고, 너가 우리보다 리더십이 좋아서 우리를 이끌어 안내했다기 보다는, 우리가 너와 함께 있을 때는 너에게 참 많이 의지하는 것 같아. 우리가 이렇게 생각 없이 이야기 나누고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우리가 미리 길을 알아보고 이것저것 찾아보지 않아도 너가 분명 우리를 잘 이끌어 데리고 갈 거라는 걸 아니까, 안심했다고나 할까?"
"아, 그런가?"
"아마 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다닐 때는 책임감과 네가 이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늘 앞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거겠지. 하지만, 네가 남자친구와 있을 때는 우리가 널 향해 느꼈던 것처럼 네가 남자친구를 그만큼 많이 의지하고 믿기 때문에 그런 짐을 잠시 놓아둔다고나 할까?"

집안의 한 가장으로, 맏이로, 반에서는 반장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제 위치 자체가 후배들 사이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쉽사리 내려놓지 못했던 책임감과 리더십을 남자친구를 만날 때는 내려놓기 때문에 더 어리버리해 진다는 친구의 그 말이 정말 와닿더군요.

상대방에게 흐뜨러짐을 보여선 안된다, 상대방에게 헛점이나 약점을 보여선 안된다…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까지 상대방에게 흐뜨러짐 없이, 헛점 없이, 약점을 숨겨 행동해야 한다고 잠재적으로 학습받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어찌보면 참 다행이기도 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요. :)

+덧) 결혼을 하면, 든든한 내 편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던 선배 언니의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추가 덧!) 아마 이 포스팅을 보실 때 쯤, 전 KTX 열차 안에 있을 듯 하네요. ^^ 1박 2일로 부산에 놀러 간답니다. 휴가를 맞아 기분 전환하고 올게요. 재미난 에피소드가 생기면 잔뜩 안고 올게요. 댓글이 늦어 지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