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이면서 재미있었던 강철의 연금술사(鋼の錬金術師) :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

솔직히 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뭔가 좀 야시시하면서(응?) 오타쿠적인 느낌이 많았기 때문이죠. 헌데, 제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취 생활을 하면서 TV가 없어 컴퓨터로 다운로드 받아 볼 수 있었던 유일한 해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가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지게 된 것 같네요.

미야자키하야오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제겐 상큼한 충격이었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붉은 돼지' 등등 말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언제봐도 멋있는 하울님! +_+ 두근두근. ㅎㅎ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지만, 미야자키하야오의 작품을 먼저 접하기 전에 알게 된 애니메이션이 하나 있습니다.

전혀 일본어를 따로 배우지 않았는데도 기본적인 일어 회화를 가능케 해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번 흥미를 붙여서 보게 되니 일본어가 들리더군요;) 기본적인 일상 회화 수준으로 일본어를 듣고 말할 수는 있으나 일본어를 보고 읽거나 쓰지는 못합니다. (츄르르-)

하가레노렌킨추츠시, 바로 강철의 연금술사입니다.

기존 만화로도 나와 있는 작품이었는데 만화책으로는 먼저 접하지 못하고 전,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접했습니다. 만화책 버전과 애니메이션 버전이 다소 스토리를 다르게 이어가기 때문에; 쿨럭; 개인적으로 스토리를 떠나 그림체로 보자면 전 만화책보다는 애니메이션이 더 끌립니다. +_+ 

만화책 버전

애니메이션을 보면서도 초반엔 그저 그렇게 넘어가더니 어느 순간 완전히 몰입이 되면서 그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 지더군요. 스토리 전개 부분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순차적 구성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지루하지 않은 구성인데다 각 인물 별 캐릭터가 너무나도 분명하게 살아 있어 눈 여겨 보게 되었습니다.
스토리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주인공인 '강철의 연금술사' 에드워드 엘릭과 그의 동생 알폰스 엘릭이 잃어버린 몸을 되찾기 위해 현자의 돌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애니메이션을 보기 전엔, "뜬금없이 왠 잃어버린 몸?" 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주인공인 에드워드와 알폰스가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안타깝게 잃고, 죽은 어머니를 되살리기 위해 연금술을 이용해 어머니를 되살리려 합니다. 뛰어난 연금술사였던 아버지의 아들이라 그런지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연금술을 익힌데다 무려 인체연성을 하려 한 거죠.

연성진

잠깐, 연금술이 뭐길래?

전 이 애니메이션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연금술이라는 것은 현존하지 않고 불가능하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치부해 버렸었는데 왠지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니 괜히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 이 말도 안되는 상상력~) 여기서 말하는 연금술은 연금술사가 물체를 '이해' 하고 그것을 '분해' 한 다음 '재구성' 하는 것을 말합니다. 질량 보존의 법칙이나 등가교환의 법칙을 새삼 떠오르게 하더군요.

과거 실제 연금술을 이용해 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부단이 노력했다고 하던데, 수은이나 황을 합한다고 해서 금이 나올 리가; 쿨럭;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근대 과학의 토대가 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이러한 연금술이 가능하다면 깨진 그릇도 바로 그 자리에서 '펑!' 하여 원래 그릇대로 되돌릴 수 있고, 연금술을 이용해 바로 물(H2O)을 분해하여 수소 폭탄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횡단보도에서 치한을 만나면 바로 옆에 있는 신호등을 날카로운 기구로 변형하여 겁을 줄 수도 있는 거죠. 원자를 재구성하여 원하는 물질을 바로 얻어 낼 수 있을 지도…

에드워드는 그러한 연금술을 이용해 인체를 이루는 원소를 준비하여 어머니를 되살리기 위해 인체 연성을 합니다. 인체의 구성원소인 산소, 수소, 탄소, 질소, 인, 칼슘 등을 이용해서 말입니다.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를 연금술을 이용하여 만들어 낸다고 하여 그 사람이 그대로 다시 돌아올까요?

등가교환의 법칙,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애니메이션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맴도는 이 한마디가 상당한 위력이 있는 듯 합니다. 이 등가교환의 법칙이 정말 맞는 건지, 아닌지는 애니메이션 안에서 또 다른 반전으로 다가와 또 다른 의미를 던져 줍니다.

에드와 알폰스의 형제애도 눈물겨운데다 어머니를 향한, 가족을 향한 그 마음이 느껴져 울…울기도 했습니다.

단순 재미를 넘어 감동이 있고, 교훈이 있는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_+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꼭 보세요!
아, 그나저나 에드가 너무 귀엽잖아! +_+


만화를 그리고 있던 나에게 "오타쿠 같애"

남자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남자친구의 스케줄러에 오목판을 발견하곤 (전 오목판이라 표현합니다. 칸칸이 구획 되어져 오목하고 놀기에 딱 좋죠) 펜을 하나씩 잡고 그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판을 해도 왜 그리 길기만 한지.

이상하다. 분명 오목은 먼저 시작한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는데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오목을 하다 1:1로 서로 비겨 재미없다며 또 다른 재미꺼리를 찾다 펜을 들고 만화를 그렸습니다. 어렸을 땐 참 많이 그렸는데 말이죠.

강철의 연금술사에 등장하는 주인공 '에드'를 모티브로 그렸었죠



한참 동안을 쓱쓱 그리고 있는데 남자친구가 심심했는지 갑자기 펜을 빼앗아 들고는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그리지 말라고 합니다.

오타쿠 같애!”
?”
그만 그려! 난 오타쿠 싫어

뭐야아- 만화 그리면 다 오타쿠야? 말도 안돼! 치사하다!”


뻔히 눈에 보이는 남자친구의 심술이 왜 그렇게 귀엽기만 한지. 한편으론, 정말 내가 펜을 들고 만화 그리는 모습이 그렇게 보이는걸까- 싶기도 했고 속상했습니다.

문자가 와서 문자를 보니 멀티메일을 보내왔더군요. 첨부된 사진 속엔 제가 그려 놓은 미완성 만화 옆에 또 다른 비슷하게 생긴 여자가 있더군요.

이게 뭐지?’

잠시 멈칫하다 이내 뻥 하고 웃어버렸습니다. 인턴 외부 교육 있다며 교육 받으러 가선 쉬는 시간이라고 하더니 그 시간 동안 이 만화를 옆에 따라 그리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곤 어제 만나 본인이 그렸다며 이미 컬러메일로 봤던 그 그림을 실제 보여주더군요. 제가 그린 그림()과 남자친구가 그린 그림() 입니다.

보이시나요? 니꺼(거만), 내꺼(청순)

제가 그린 그림은 여자 아이가 거만하게 생겼는데 남자친구가 그린 그림은 본인 스스로 청순하게 생겼다며 이렇게 써 두었더군요. 

"오타쿠 같애!" 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신경쓰였었는데 말이죠.
이유를 들으니 남자친구는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웃으며 장난치고 놀고 싶은데 제가 펜을 들고 그림 그리는데만 집중하고 있으니 미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내지른 말이 저 말이라고 하더군요.
(자칫 오해할 뻔 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이런 소소한 추억이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는 것 같아 무척 즐겁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