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 결혼한 남자의 멋짐폭발!

남자는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 

부제 -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책임감에 대해 - 내 여자를 부모님께 소개하고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


남자는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


"남자는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거든."

 

제가 첫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가까이에 계셨던. 당시 부장님이셨던 그 분은. 대기업의 이사 자리를 거쳐, 지금은 상무. 등기임원으로 CFO 자리를 꿰차고 계시는 그야 말로 제가 존경하는 분입니다.

 

우리 상무님 쵝오!!!


뭐, 상무님 자랑하려고 그런 건 아니고. 과거 제 연애 포스팅에도 여러 번 소개 되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500원을 1년여간 꾸준히 저금통에 모아 그걸 뭐에 쓰나- 싶었는데, 결혼기념일에 맞춰 와이프에게 선물을 사주는 모습에 멋지다! 는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개인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술자리에서는 이런 저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도 많은 것 같아요. (라고 나름 자신을 설득하는 중-)

 

남자는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


멀게만 느껴지는 상무님과 함께 하는 자리에선 특히,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연세가 있으시기 때문에 세대 차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죠. 하하하.

 

한참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술 안주거리로 씹히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상무님이 하신 "남자는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거든." 이 말씀 한마디에 구석에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후배가 손뼉을 짝! 치며 급 공감을 하더군요.

 

"맞습니다. 상무님. 제가 그래서 어른이 되었어요."
"헐…! 에이, 뭘 그리…"
"아니. 진짜에요. 아부성 발언이 아니라."

 

결혼을 해서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는 후배. 사실, 그 후배를 가까이에서 본 저도 그 후배의 결혼 전과 후를 비교하면, 한가지는 확실히 다른 것을 알겠더군요. 일이 조금 힘들면 "대충 일하다 때려 치울 거야!" 혹은 "사표 내면 되지 뭐! 라며 까짓 꺼!" 라는 조금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힘겨워 하더니 결혼을 하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히 일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도 그 책임감이 결혼에서 비롯된 걸까- 싶기도 했고요.

 


한 때 제 머릿속엔 '결혼하고 싶다' 또는 '결혼하기 싫다' 라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면서 복잡- 복잡- 하곤 했는데요. 정작 단 한번도 결혼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생각하지 못한 듯 합니다.

 

상무님의 술자리에서 말씀해 주신 남자는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는 말씀을 들으며 새삼 결혼에 골인하기 까지 (더하건, 덜하건)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래는 상무님의 말씀입니다.

 

남자는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

 

"사랑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 그 여자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애를 쓰지. 그게 전부냐? 아니지. 그 여자의 부모님 앞에서 또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내 나름의 방법으로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내가 부모님 앞에 가서 '나 저 여자 얻고 싶어. 여자 부모님 좀 설득해줘.' 칭얼거리며 떼 쓴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 오로지 나의 노력으로 여자 부모님 앞에 가서 무릎 꿇고 어떻게 그녀를 책임질 것인지 설득하고, 또 결혼 준비 과정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여자와 부모 사이에서 의견이 다르면 그걸 조율 하고 또 설득하고 타협을 하고. 그러는 모든 과정이 어른이 되는 과정인 거야."

 

"그렇게 오롯이 고백에서부터 결혼까지 성사시킨다고 해도 그게 끝이냐? 아니지. 또 결혼을 하고 나서도 그녀와 함께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지. 책임감을 가지고. 그 책임감의 무게란 어마어마하거든. 그러면서 어른이 되는 거야."

 

상무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새삼 '결혼한 남자'가 위대해 보이는 건 왜일까요? (응? 결론이 뭐냐?)

 

게임에 빠진 남자친구를 위한 현실적 해결책

"뭐야. 또 게임 해?"
"아냐. 내가 무슨 게임을 했다고 그래."
"아닌가? 게임 하는 것 같았는데."
"하하. 나 순간 우리가 영상 통화하는 줄 알았어."
"뭐야. 그 말은? 게임하고 있었다는 말이네?"

남자친구와 이런 대화를 주고 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전 회사원이었고 남자친구가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었던 때죠.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기에도 빠듯한 시기에 게임에 빠져 지내는 듯 한 남자친구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왜 만나냐는 이야기까지 오갈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남자친구를 전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자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방도를 찾다 접하게 된 테트리스. 거의 중독되다시피 밤낮이 뒤바뀐 채 생활해 보기도 했고, 더군다나 당시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던 터라 말릴 누군가도 없었죠. 그랬던 제가 어느 순간, 게임에 손을 놓아 버렸습니다. 누군가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 스스로 다른 것에 몰입하면서 놓아 버린 거죠.

그런 한때의 제 모습을 꼭 닮은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조바심 났는지 모릅니다. 뻔하죠. 내가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 못한 것이 안타까워 아들을 향해 "공부 열심히 해!" 라고 닥달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유사하다고나 할까요? -_-;; 끙- 그렇게 연애 초기, 남자친구를 보며 불안해 했습니다.

"에이, 난 그래도 중독은 아니야. 그냥 스트레스 푸는 건데 뭐. 그리고 이렇게 게임하는 거 돈도 돼."

함께 만났을 때 가끔 PC방 가는 것도 스트레스였지만, 그보다 함께 있지 않을 때 이 시각 쯤 게임을 하고 있겠지- 하는 묘한 경계심이 저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10년 이상 태운 담배를 한 순간에 끊어버린 차장님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부서원 어느 누구도 담배 태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당연히 모두가 금연자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건네니 애초 흡연을 하시다가 금연을 하신 것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부서원 15명 중 어느 누구도 담배를 태우지 않으니까 너무 신기해요."
"아냐. 부장님도 그렇고, 과장님이나 차장님도 원래 담배 태우셨는데 끊으신 거야. 완전 골초였는데."
"헉!"

솔직히 10년 이상 피워 온 담배를 한 순간에 끊기란 정말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터라 도대체 어떤 계기로 금연을 결심하게 된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과장님은 결혼하시면서 아내가 담배 냄새를 너무 싫어해서 끊으셨어."
"차장님은요?"
"차장님은 결혼하고도 담배를 태우셨는데 아기 가졌다는 소식 듣고서 아내랑 아기 때문에 그 날 바로 끊으셨어."
"헉!"
"독하지? 담배 끊는 거 정말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러게요. 정말 독하신 분들! 하하"

담배를 태우면서 담배가 자신의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몰라서 피우는 것이 아니라 뻔히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끊어 낼 수 없는 그 유혹을 이겨내야만 금연 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이겨내셨다고 하니 정말 대단해 보이더군요.

뜬금없이 게임 이야기 하다가 왜 담배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책임감은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솔직히 사람이 몇 년간 습관처럼 해 온 행동을 한번에 변화시키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응? 3년전 쯤이었나?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게임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기도 했었습니다. ㅠ_ㅠ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한결 같았지만 사랑만으로 이 사람을 믿고 따르기에는 미래가 너무 불투명해 보여서 말이죠.

이런 저런 당장의 조건은 다 뒤로 한 채, 그 사람에 대한 성실함이 보여야 이 사람을 믿고 함께 같은 미래를 꿈꾸고 그려 나갈 텐데 그 성실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되거나 혹은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다고 마음 먹고 남자친구에게 하지 말아야 할 이별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날 사랑하는 남자친구라면, 내가 믿고 있는 남자친구라면 분명 내가 왜 끝내 이별을 이야기 하는지 알 것이라는 마지막 희망에 기댄 채 말이죠. 그런 제가 남자친구와 극적으로 다시 만나 지금까지 만남을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남자친구가 변했기 때문이죠.
앞서 이야기한 담배를 10년 이상 태우시다가 결혼으로, 그리고 아이를 위해 담배를 끊으신 과장님이나 차장님처럼 남자친구가 어느 순간, 아끼고 아꼈던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를 처분하고 본인의 전공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고 곧이어 취업 준비를 하더군요.

솔직히 게임이나 도박, 술, 담배 등. 이 모든 것들이 과하면 독이 된다는 것을 몰라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꾸만 끌려 다니기 때문인데요. 주위에서 아무리 하지 말라고 소리쳐 봤자, 당사자에겐 들릴 리가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말이죠.

남자친구가 저를 향한 마음 마저 져버렸다면 사람이 바뀌길 기대하기 보다는 그 땐 정말 놓아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게임에 푹 빠진 남자친구를 위한 현실적 해결책

남자친구가 언제 게임을 했었냐는 듯 취업 준비를 하고, 막상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이전과 다른 눈빛을 보였습니다. 먼저 급여명세서를 보여주기도 했고 (남자친구가 건네준 급여명세서를 보고 엉엉 운 사연) 앞으로 어떻게 어떻게 하자- 와 같은 말을 먼저 하기도 했습니다.

"나랑 넌 먹성이 참 좋은 것 같아. 그치?"
"뭐야.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 말을 왜 해."
"아니. 그냥. 음. 우리 결혼해서 너랑 나 닮은 우리 애기도 엄청 잘 먹을 거 아냐."
"그야. 그렇겠지?"
"돈 열심히 벌어야겠는데? 너랑 우리 애기 먹여 살리려면."

밥 먹다 말고 내뱉은 남자친구의 뜬금없는 말이 처음엔 마냥 황당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짠하기도 하고 안아 주고 싶어지더군요.  

1) 미래를 함께 계획하기

게임 하는 남자친구로 인해 속상해 하고 있다면 계속적으로 함께 미래지향적인 뭔가를 함께 그려 나가고 함께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함께 영어학원을 다닌다거나 다양한 외부 교육에 함께 참여 해 보는 거죠. 저 같은 경우에는 교보문고를 비롯한 각종 유명 서적의 저자 강연회(특히, 자기계발서적의 저자 강연회)를 남자친구와 다녔습니다. "내가 이 책 진짜 좋아해! 강연회 꼭 듣고 싶어!" 라는 핑계로 남자친구 손을 이끌고 다녔지만, 한켠으로는 솔직히 남자친구의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2) 함께 할 수 있는  또 다른 취미를 만들어 공유하기

전 요리를 엄청 못합니다. 아니, 못한다고 표현 하기에도 민망해 질 정도로 제대로 된 요리를 한 적 조차 없습니다. 그런 저를 위해 남자친구가 제안한 것이 "함께 요리 학원 다니자" 라는 것이었는데요. 알아보면 저렴한 요리학원도 많고 국가 비용으로 무료로 다닐 수 있는 요리 학원도 많아 함께 하기 좋더군요.
남자친구가 '게임' 외에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취미를 부각시켜 함께 즐기는 것이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의 볼링도 게임 못지 않게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서 수시로 다른 취미를 붙일 수 있도록 볼링장에 함께 자주 가곤 했습니다.

3) 일방적 약속이 아닌, 쌍방 약속 지키기

한 친구는 "차라리 남자친구가 게임에 빠졌으면 좋겠다"는 막말을 내뱉기에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나 했더니 지나칠 정도로 남자친구가 담배와 술에 빠져 지낸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의 불만은 저와는 약간 달랐지만 어찌 보면 같은 이유였습니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저야 남자친구의 성실함의 문제를 이유로 내세웠다면 이 친구는 남자친구의 건강을 이유로 내세웠죠. 오래오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데 내 나이 60살에 남자친구가 건강이 나빠지면 어떡하냐면서 말이죠.

그래서 이 친구가 결정한 것은 '다이어트 VS 금연' 이더군요. '일주일에 몇 kg 감량할게' VS '일주일에 몇 가피씩 줄일게' 마찬가지로 게임을 단번에 끊는 것이 어렵다면 솔직하게 하나의 룰을 만들어 서로가 맞춰 나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사랑하는 상대방에 대한 당신의 믿음은 어느 정도인가요?

그러고 보면 어떤 이는 '여자'에 빠져 바람둥이가 된 남자친구로 고민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게임'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혹은 '술이나 담배'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일 수 있겠더군요. 반대로 여자도 마찬가지겠죠? '명품'에 빠진 여자친구나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여자친구, '욕설'을 습관처럼 내뱉는 여자친구. 등.

사람이 뭔가에 빠진다는 것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참 무서운 일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그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본인이 그 상황을 모른 채 마냥 빠져 있다면 제3자의 시각에서 봤을 땐 걱정이 되고 조바심이 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지금은 줄곧 게임하는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니,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솔직히 남자라면,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드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정도가 어느 정도이냐의 차이인데 사랑하는 이를 져버릴 정도로 빠져든다면 솔직히 냉정하게 '칼 같이 헤어지세요' 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고 믿는 마음만큼은 앞으로도 한결 같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단지 게임으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해 걱정이 되는 것이라면 '게임 절대 하지마! 게임 하는 것 보기 싫어!' 와 같은 명령조의 발언이나 경고성 멘트를 날리기 보다 현 상황보다는 미래를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주제의 이야기를 던지며
'우린 잘 될 거야! 잘 할 거야!' 와 같은 긍정적인 발언으로 힘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소엔 똑순이, 남자친구 앞에선 어리버리

집안에서 맏이로 커 오면서 늘 '책임감'과 '독립심' 이라는 무게에 눌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뭔가를 하나 결정하고 행동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하고 행동했던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는 그런 저를 향해 의외로 '상당히 꼼꼼하다' 라는 이야기와 함께 '똑부러진다' '리더십 있다' 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순식간에 자기자랑 하고 있는 듯한 이 기분은 뭐죠? +_+ 뭐, 제가 하고픈 말의 요는 이 것이 아니니, 참아 주세요.)

그런 말을 또 많이 듣다 보니 더 의식적으로 꼼꼼하게, 흐트러짐 없이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학급 반장을 도맡아 하게 되었고 성인이 되어 지금 5년 째 맡아 하고 있는 제 업무도 가만 보면 그런 저의 성격이나 지금까지의 생활과 맞닿아 있는 듯 합니다.

@홍대에 위치한 GOEN

어딘가로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낯선 길을 거닐게 되면 늘 제가 먼저 여행지 정보를 입수하고 낯선 길에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것도 저의 역할이었고, "뭘 할까?" 라며 서로에게 묻는 친구들 사이에서 의견을 수렴해 최종결정을 하는 것도 저의 역할이었습니다.

이렇게 나름 꼼꼼하고 나름 똑똑하게 행동한다고 하는 저인데도 유독 한 사람 앞에만 서면 그런 제 모습이 사라지는 듯 합니다. (그 유일한 한 사람이 누군지는 말 안해도 잘 아실 것 같은데 말이죠)

'지혜로운 여자'가 이상형이었다며 절 보며 '넌 지혜로워. 현명해.' 라고 이야기 해 주는 남자친구가 무척이나 고맙습니다만, 제 스스로가 생각할 때는 너무 민망하기 짝이 없다 싶을 만큼 남자친구 앞에서는 어리버리 소녀가 되어 버리는 듯 합니다. 지혜롭기는 무슨, 현명하기는 무슨, 완전 어리버리 -_-

결정적인 해프닝 중 하나가 이사 준비를 하며 이사할 집을 못찾아 어리버리하게 헤매는 아주 황당한 상황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집 주소는 알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큰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골목으로 돌아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야 하는데 제가 집을 눈 앞에 두고 길을 못찾아 한참 헤매고 있었습니다.

"어떡해? 나 여기가 다 거기 같아. 너무 길이 다 비슷비슷해. 오빠랑 같이 왔을 땐 분명 알 것 같았는데."
"침착해. 주위를 둘러봐. 뭐가 보여?"

이사할 집을 당시 함께 알아봐 주었던 남자친구가 통화를 하며 당시의 위치를 떠올리며 길 안내를 해 준 덕분에 무사히 이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평소 같으면 처음 가는 길이라도 곧잘 방향 감각을 곤두세워 어느 쪽으로 가야 다시 돌아가는 길인지 알 수 있었는데 남자친구와 함께 가게 되면 늘 남자친구의 손에 붙들려 길을 쫓아 가게 되더군요.

몰랐습니다. 유독, 남자친구 앞에서 어리버리해 지는지.

친구가 그 이유를 알려 주더군요.


"평소 너가 우리와 함께 다닐 때는, 너가 항상 앞장 서서 길을 안내 하곤 했잖아. 서로 수다 떠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너가 먼저 여기라며 알려 주기도 하고. 그런데, 너가 우리보다 길눈이 밝아서 우리보다 먼저 길을 찾고, 너가 우리보다 리더십이 좋아서 우리를 이끌어 안내했다기 보다는, 우리가 너와 함께 있을 때는 너에게 참 많이 의지하는 것 같아. 우리가 이렇게 생각 없이 이야기 나누고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우리가 미리 길을 알아보고 이것저것 찾아보지 않아도 너가 분명 우리를 잘 이끌어 데리고 갈 거라는 걸 아니까, 안심했다고나 할까?"
"아, 그런가?"
"아마 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다닐 때는 책임감과 네가 이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늘 앞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거겠지. 하지만, 네가 남자친구와 있을 때는 우리가 널 향해 느꼈던 것처럼 네가 남자친구를 그만큼 많이 의지하고 믿기 때문에 그런 짐을 잠시 놓아둔다고나 할까?"

집안의 한 가장으로, 맏이로, 반에서는 반장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제 위치 자체가 후배들 사이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쉽사리 내려놓지 못했던 책임감과 리더십을 남자친구를 만날 때는 내려놓기 때문에 더 어리버리해 진다는 친구의 그 말이 정말 와닿더군요.

상대방에게 흐뜨러짐을 보여선 안된다, 상대방에게 헛점이나 약점을 보여선 안된다…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까지 상대방에게 흐뜨러짐 없이, 헛점 없이, 약점을 숨겨 행동해야 한다고 잠재적으로 학습받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어찌보면 참 다행이기도 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요. :)

+덧) 결혼을 하면, 든든한 내 편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던 선배 언니의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추가 덧!) 아마 이 포스팅을 보실 때 쯤, 전 KTX 열차 안에 있을 듯 하네요. ^^ 1박 2일로 부산에 놀러 간답니다. 휴가를 맞아 기분 전환하고 올게요. 재미난 에피소드가 생기면 잔뜩 안고 올게요. 댓글이 늦어 지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