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첫 남자를 증오하는 이유를 들어보니

우선 이 글을  쓸까 말까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끄적이게 됐습니다. 왠지 살짝 19금 소재인 것 같기도 하고, 왠지 상당히 멋쩍은 글이 될 것 같기도 해서 말이죠.
그래도!!! 도~저~언!!! (개콘 버전)

"어떻게 복수하지?"

좀처럼 헤어진 남자친구에 대한 마음을 잡지 못하고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누구나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지고 난 후면 한쪽에선 미련과 아쉬움이 밀려 오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지만 좀처럼 '복수' 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증오라는 마음을 안고서 6개월 넘게 그를 놓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왜 그렇게 복수에 목을 메는 거야? 다른 것도 아니고, 바람 나서 떠난 남자잖아. 복수 꿈꾸지 말고 그냥 홀가분하게 보내."
"정말 뭐가 그렇게 널 힘들게 하는 거야? 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난… 솔직히 모르겠어."
"뭘?"
"나랑 결혼 할 줄 알았거든"
"뭐, 한번쯤은 연인 사이에 사랑이 깊어지면 결혼 생각도 하게 되니까. 근데 그게 왜?"
"날 사랑한다고 했었어. 우리 빨리 결혼하자면서, 그래서 하룻밤을 같이 보낸 건데…"

당연히 본인과 결혼할 줄 알았기에 그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 했다는 친구.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를 한 그 남자를 믿었기에 그렇게 했다는 친구.

사랑하던 남자가 바람 나서 이 친구를 떠난 것이기에 그런 그를 향해 '못된 놈' 이라며 욕하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를 한 때 사랑해서 그와 함께 한 잠자리 마저 증오하고 미워하면서, 그 사람에 대한 증오가 자신의 몸에 대한 증오로 바뀌어 버린 것처럼 느껴져 더욱 안쓰러웠습니다.

"넌?"
"뭐가?"
"넌 사랑한 거 아니었어? 넌 사랑해서 함께 하룻밤 보낸 것 아니었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지금은 다른 사람이랑 또 히히덕 거리고 있을텐데. 정말 난 그 사람이 나랑 결혼할 줄 알았어."

무엇보다 첫경험, 순결을 그 남자에게 줬다는 것이 너무나도 분하고 목이 메인다는 친구. 

혼전순결을 지켜야 하느냐, 지키지 않아도 되느냐에 대한 가치관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혼전순결을 하건, 하지 않건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며 다만, 그 선택을 함에 있어 '상대방의 감정(언제나 변할 수 있는)' 이나 '결혼(결혼식장을 들어서기 직전까지도,직후에도 어찌될 지 알 수 없는 것이 결혼)' 과 같은 불확실한 것에 의존하여 결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이미 선택한 그 결정에 대해 아쉬워하며 후회해 봤자 지나간 과거이며 돌이킬 수 없는데 그 과거에 얽매이며 '왜 내가 그 남자와 하룻밤을 함께 했을까' 라는 풀리지 않는 과제를 떠안을 필요는 없다는거죠.

애초 그러한 불확실한 것에 의존하지 않고 보다 확실한 것. 자신의 결정에 후회하지 않을만한 것을 잣대로 결정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방(그 남자)이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가 되어 결정했더라면 어땠을까.

차라리, 그랬더라면 비록 나쁘게 헤어졌지만 "그래도 그 땐 그 남자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그때의 나의 선택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그 남자는 용서할 수 없다." 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그냥 전 이 친구가 그 남자가 죽일놈이고 나쁜놈이라며 다시는 그런 남자 안만날거라고 욕했으면 합니다. '왜 하룻밤을 그 남자와 함께 했을까. 내가 바보였지. 복수할거야.' 라는 말 보다는 말이죠.


이병헌의 전 여자친구인 권씨와 이 친구가 살짝 오버랩되어 비쳐진 건, 아마도 '결혼 할 줄 알고' 라는 그 한마디 때문인 듯 합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으로만 봤을 땐, 솔직히 권씨가 이해가되지 않습니다.) 

남녀 간의 만남이라는 것이 어느 누구도 그 지속성을 확언할 수 없습니다. 오늘 떨어지면 못살 것 같다던 연인도 내일이면 헤어지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니 말입니다.

'그 사람을 사랑해서' 가 아닌, '그 사람과 결혼 할 것 같아서' 하룻밤을 함께 했다는 그녀의 말이 더욱 애달픕니다. 
(정말 솔직한 속마음은 '정신차려! 이 친구야!' 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드라마가 현실이 되었던,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날

제 자신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감성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달려라 하니' 만화를 보며 함께 울었던 기억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저의 이런 풍부한 감성은 아버지를 닮은 걸까요? 드라마나 영화를 보게 되면 슬픈 멜로물을 극히 꺼려 합니다. 이유가 그런 것이 우느라 바쁘기 때문이죠. =.=


모두가 무섭게 본 영화 '장화홍련' 또한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오면서 '엉엉' 우는 제게 그렇게 무서웠냐며 묻는 친구를 보며 뭐라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장화, 홍련
감독 김지운 (2003 / 한국)
출연 염정아, 김갑수, 임수정,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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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사이의 뭔가 미묘한 아픔이 제게 전이되었다고나 할까요? 지나치게 감수성이 짙은 듯 하여 조금이라도 '울 것 같은데-' 싶으면 눈을 가려 버립니다. 잠시 장화홍련의 이야기를 빗대어 저의 이야기를 하자면, 당시 새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었던 터라 영화가 영화처럼 느껴지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분이시지만, 당시엔 제가 무척이나 증오(증오라는 표현이 맞을 만큼, 그토록 싫어했습니다)했던 분이시기도 하죠. 제 생애 최저의 몸무게를 기록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감사한 분이기도 하구요. 중학생 시절, 도시락을 가져가야 하는데 항상 멸치와 김치만을 싸주시고 어린 동생과 제가 학교에서 마치고 돌아와 집으로 가려고 하면 항상 밤 늦은 시각까지 공장일을 시키시곤 했죠. 그리곤 시험기간이라 학교를 마치고 공장일을 하지 않고 집으로 가려 하면 "운동도 할 겸 걸어서 집으로 가라" 라고 하시던 그 분이 그야말로 신데렐라 동화 속 등장하는 계모가 아닌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친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부터가 저와 동생에겐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Walt Disney Studios D23 Expo - Day 1

저주라는 표현이 맞을 만큼, 그 분을 미워하고 또 미워했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를 통해 들은 "돌아가셨다" 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죠. 정말 드라마나 영화 줄거리처럼 갑작스레 돌아가셨습니다. 그것도 한낮에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로 말이죠.

Mother of Alex Dimitriades Buried In Sydney

새어머니는 이미 아버지와 재혼하기 전, 전 남편과 사별하였는데 그 사이에 아들이 있었죠. 저보다 4살 위인. 할머니 손에 커 온 그 아들을 장례식장에서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혀 예상 밖의 어머니의 죽음이었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을지도 모릅니다.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와 제 동생 그리고 저를 향해 쏘아보는 그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그는 '너희들 때문이야' 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정작 동생과 저는 '저 분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많이 희생 했는데…' 라고 외치고 있었는데 말이죠. 마지막 순간까지 그 아들과 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절대 이해할 수 없던 입장 차이. 그리고 이젠 돌아가신 새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도 한 때 그토록 미워했던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묻어 나오지 않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요?

South Africa, Johannesburg: Float with you
South Africa, Johannesburg: Float with you by kool_skatkat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먼저 이 세상을 떠난 그 분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그 분이 떠나고 나니 알겠습니다. 미워하고 증오하는 게 얼마나 아무 의미 없는 것인지. 막상 그토록 증오하던 사람이 이 세상에 없고 나니, 왜 그토록 미워했을까? 어차피 한번 살다 갈 인생. 이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마지막 일거라 생각지 못하고 떠난 그 분 또한 저 못지 않은 후회를 하진 않을까- 새삼 궁금해 집니다.

왕성한 사춘기 시절이었던10대, 그리고 20대 초반까지 일어났던 이 드라마 같은 일은 제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웬만큼 힘든 일이 있어도 이 당시의 일만큼 힘들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충분히 견뎌냅니다) 제 자신과 가족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듯 합니다.

서로의 성격 차로 인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이 세상을 떠나신 새 어머니. 어린 나이에 인생을 다 안다고 감히 말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인생은 미워하는 마음 보다는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안고 살아가기에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듭니다.

더불어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참고 견뎌내면 또 다른 역전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드라마처럼 펼쳐졌던 한 때의 그 일들은 지금은 하나의 추억으로 담아두며 소소한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너무 힘들어요' '학교 생활하기 너무 힘들어요' '취직이 안되니 걱정이야' '세상에 나만 홀로 버려진 것 같아'

지금은 당장 힘들지라도 괜찮아요. 또 다른 역전의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죠. ^ㅡ^

 

+덧붙임)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한 때의 이야기. 조금이나마 지금 힘들어 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