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편해서 좋다는 말이 상처가 될 수 있는 이유

"너가 편해서 너무 좋아."


한 때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싫어했던 말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은 이전만큼 싫어하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썩 좋아하는 말은 아닌데 말이죠. 헌데 의외로 많은 남자분들이 이와 같은 말을 여자분들에게 자주 하는 듯 합니다.


"남자친구와 커피숍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는데 나한테 '너가 편해서 좋아' 라고 말하는거 있지?"

"아, 그래?"

"그냥 편하다는 말인걸까? 아님, 내가 여자로 느껴지기 보다는 가족처럼 느껴진다는 걸까? 기분 참 별로네."

"그 기분 알 것 같다. 너가 왜 그러는지..."


연애 초기, 연애차 3개월에 접어드는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들은 "너가 편해서 좋다" 라는 표현에 속이 상한다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편해서 좋다는 말이 상처가 될 수 있는 이유너랑 있으면 참 편해! 쏘-쿨-

침대 위 이 남자, 정말 편안해 보이는군요 / @Elizaveta Galitckaia / 셔터스톡


솔직히 저 또한 남자친구에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눈치 없는 남자친구, 무려 연애 한 지 한 달만에 그 이야기를 꺼내 마음 속으로 씩씩 거리곤 했는데 말이죠.


연애 초기, "나 어디가 좋아?" 라는 질문에 "예쁘고, 똑똑하고, 착하고..." 라며 과한 칭찬으로 절 기분 좋게 하는 듯 하더니 마지막, "그래도 역시 너무 편해서 좋아." 라는 말에 들떴던 마음이  확 가라앉아 버렸었죠. 


"난 너가 편해" 라는 말, 물론 여자쪽에서 관심없어 하는 남자가 그런 말을 하면 '뭐, 그런가보지' 라며 웃어 넘길 수 있지만 여자쪽에서 관심있어 하는 남자가 그런 말을 하면 자칫 그 의미를 왜곡하여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편해' 가 아닌, '난 너와 함께 있어도 떨리지 않아. 난 너가 여자로 느껴지지 않아.' 라는 의미로 해석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여자로 보이고 싶은데내가 여자로 보이지 않아? 흐규흐규

내가 여자로 안느껴져? / @Mohannad Al-nahlawi / 셔터스톡


연애 초기 "너가 너무 편해"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악물고, '두고봐. 내가 긴장감을 배로 안겨주지' 라는 괜한 생각을 하며 평소 잘 하지 않던, 저와 어울리지 않는 화장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나가서는 매우 도도한 척(어울리지도 않는) 하며 그의 앞에서 말을 아끼곤 했습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기분이 안좋아?"

"아니..."

"근데, 갑자기 왜 그렇게 말이 없어?"

"아니, 뭐..."


한참동안을 그렇게 남자친구에게 긴장감을 안겨 주기 위해 애를 썼는데 말이죠. 


'이래도 내가 편해? 이래도?' 


결국, 눈치 없는 남자친구, 제가 왜 그러는지 영문도 모른 채 무슨 일이냐며 거듭 묻는 통에 제가 제 풀에 꺾여 도도 모드를 접고 다시 이전처럼 수다쟁이 아가씨로 돌아왔지만 말이죠. 


장기간 연애를 하면서 듣게 되는 '너가 너무 편해서 좋다' 라는 말은 있는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 들이기 충분하지만(남자친구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기 충분한 연애 기간이기 때문에) 아직 연애 초기, 혹은 본격적인 연애 시작 전 단계인 상태에서 듣는 '너가 편해서 좋다' 라는 말은 자칫 여자의 입장에서는 '내가 여자로 느껴지기 보다는 여동생이나 누나처럼 그저 편한 가족으로 느껴진다는건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직 남자를 향해 설레임을 갖고 있는 여자 입장에선 다소 억울할 수도 있는거죠. (확실히 남자보다 여자의 설레임이 한 발 늦고 조금 더 천천히 진행되는 듯 합니다)


여자 입장에선 남자의 표현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듯 하고, 남자 입장에선 여자의 감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듯 합니다.


편하다는 말보다는 떨린다는 말을두근두근

당신, 아직도 날 보면 두근거리나요? / @SewCream / 셔터스톡


+덧붙임) 버섯의 솔직한 속마음 : 

머리로는 이렇게 잘 이해하고 있지만 결혼한 신랑에게 조차 더 예뻐 보이고 싶고, 떨림과 설렘을 줄 수 있는 여자로 보이고 싶어요. '편해서 좋아' 라는 말은 결혼하고 나서도 최대한~ 늦게~ 듣고 싶은 말이에요.


남자친구가 껌 씹는 모습을 보며 든 생각

한동안 회사일이 바빠 밤늦게 퇴근을 하고 야식을 먹다 보니 몸이 힘들고 무거워 진 듯한 느낌이 부쩍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집까지 거리만 2시간 남짓. 출퇴근 하는 데만 어마어마한 시간을 소비하는데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회사 갈 준비를 하는데, 날이 갈수록 오히려 일어나기가 힘들어지더군요. 익숙해 지니 몸이 적응할 만도 한데 말이죠.

여차저차하여 체질개선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3일간 절식기간을 갖게 되었는데요. 한약 외에는 일체 먹지 않았답니다. ㅠ_ㅠ 으허허어엉.

저의 3일간의 절식을 저 못지 않게 힘겨워 하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남자친구입니다. 회사를 다니고 있어 주로 평일 저녁에 데이트를 하는 저희 커플에겐 데이트를 하며 저녁을 함께 먹는 것이 즐거움 중의 큰 즐거움이기도 했는데 말이죠.

"오빠, 어쩌지? 나 오늘도 저녁 못 먹는데… 집에서 저녁 먹고 나와!"
"응. 밥 빨리 먹고 나갈게."

약속 장소로 먼저 가 기다리고 있으니 멀찌감치서 부랴부랴 걸어 오는 남자친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멀리서도 보이는 남자친구의 오물오물 껌 씹는 모습.

'평소엔 껌을 잘 씹지 않는데 껌을 씹고 있네.'

평소엔 껌을 씹지 않는데 껌을 씹으며 등장한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며 문득 건들건들거리며 시비를 거는 건방진 깡패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김희철 트위터 중 '깡패놀이'


가죽 재킷까지 입고 있으니 더 그럴싸해서 혼자 '피식' 웃고 있었습니다.

"배고프지? 껌이라도 줄까? 껌도 안되려나?"
"아냐. 괜찮아. 근데, 오빠가 껌 씹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네."
"아, 그런가? 부랴부랴 나오느라 양치질을 못했거든."
"응?"
"입에서 냄새 날까 봐."

함께 데이트를 하며 고추와 마늘을 왕창 먹어도 서로의 입 냄새를 걱정하지 않는 사이이건만 새삼스레 왜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걸까 싶었습니다. 오히려 '호-' 하며 입 냄새로 장난을 치기도 하는 편안한 사이인데 말이죠. 물론, 연애 초기에는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기도 했었지만…

이미 편안한 사이인데 새삼스레 신경을 쓰는 것 같아 그 이유를 물어 보았습니다.

이유를 들어 보니 제가 3일째 절식을 하고 있는 터라 혹여 저에게 음식 냄새가 나서 힘들어할까 봐 걱정이 되어 오는 길에 껌을 샀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정말 '헉' 하고 놀랬습니다. 정말 별 것 아닌 것인데 이렇게 생각하고 배려한다는 사실에 말이죠.

그런데 전 그런 남자친구의 속마음도 모른 채, '왜 새삼스레 껌을 씹으면서 오는 거야.' 라고 생각했으니 말이죠.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서로 익숙하기 때문에 놀라울 것도 없다고 생각했건만 종종 깜짝 놀라곤 합니다.

식당에 가면 늘 먼저 수저를 놓고 챙겨주는 모습, 음식이 나오면 먼저 챙겨주고 먹여주는 모습에도 충분히 익숙해져 있는 터라 감동이 덜하고 때론 너무 익숙해서 그러한 남자친구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에 섬세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새삼 더 큰 감동을 느끼는 듯 합니다. 잊고 있었다가 다시금 '맞아. 남자친구가 이렇게나 배려심이 많고 자상한 사람이지.' 라며 말이죠.

익숙해 지면서 당연해 지고, 당연해 지다 보니 감동이 덜해지는. 남자친구를 볼 때마다 연애하는 법을 배우는 듯 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고 당연해 지는 것을 다른 형태로 보여줘 그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니 말이죠.

현명하게 사랑하는 방법은 사랑을 줬다 빼앗거나 밀고 당기며 상대방을 애달프게 아는 것이 아닌, 밑도 끝도 없이 퍼줘서 상대방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게끔 하는 것도 아닌, 자신이 품은 사랑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되 그 이상의 감동으로 상대방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끔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상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자연히 그만큼 보답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