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사는 자취방에 몰래 들어온 범인, 알고보니

 

어제 기사 중 이런 기사가 떴습니다.

'열쇠 반납 안하고' 이사 온 여대생 성폭행


원룸에 세 들어 살던 남학생이 열쇠를 반납하지 않았다가 수개월 뒤 찾아가 새로 이사 온 여대생을 성폭행한 사건인데요. 이 기사를 보고 '헉!' 하기도 했지만 8년 전, 원룸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겪었던 황당한 일이 생각나더라고요.

 

예쁜 집에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로망


지방에서 대학생활을 위해 서울에 올라와 기숙사 생활을 할 때까지만 해도 온 세상이 너무나도 예뻐 보이고 좋아 보였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3명의 각기 다른 친구들과 한 방에서 어울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까르르 웃는 재미도 있었고, 시험기간이면 모두가 함께 열을 올리며 학업에 열중하기도 했으니 말이죠.

 

그러다 조금씩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로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혼자 살면 어떨까?'

 

여자 혼자 객지에 나와 혼자 사는 건 위험하다고 신신당부하셨던 아버지의 말씀이 조금씩 흐릿해져 갈 때쯤, 큰 마음 먹고 자취하겠다고 기숙사를 나왔습니다. 괜찮은 원룸을 얻어 어렸을 때부터 꿈꾸곤 했던 소소한 인테리어의 변화를 주며 이렇게 저렇게 꾸며 보기도 하고 친구들을 불러 함께 파티를 하기도 했습니다.

네. 이 때까지만 해도 참 좋았는데 말이죠.

 

세상에서 귀신 보다 무서운 건 사람


그러다 언제부턴가 제 방에 미세한 변화가 있음을 감지했습니다. 분명 보일러를 끄고 나갔는데 보일러가 켜져 있기도 하고, 신발을 잘 정리해 놓고 나갔는데 누군가가 건드린 것 마냥 어긋나 있는 모습에 '혹시…'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뭐. 집에 귀신이 사는 것도 아니고... -_-^

 

조금은 무서운 생각이 들어 근처에 살고 있던 선배 언니를 불러 함께 보낸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설 연휴를 맞아 고향에 1주일 가량 내려가 지냈습니다. 고향에 내려가기 전, 현관문을 비롯한 창문 단속도 꼭꼭 하고 말이죠. 그렇게 1주일간 고향에서 지내다가 룰루랄라- 거리며 돌아와 집 현관문을 열쇠로 열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가 집 안에 있다는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도둑이나 강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에 있던 선배 언니와 그 선배 언니의 남자친구까지 불렀습니다. 경찰을 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멈칫하고 있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고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원룸의 주인집 아저씨더군요.

너무 당황해서 입 밖으로 말은 나오지 않고 
'왜 제 집에서 나오세요?' 라는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 보니 "설 연휴기간 동안 보일러를 끄고 가면 동파될 수도 있기 때문에 확인하러 온 건데..." 라는 짧은 대답을 하고선 유유히 사라지는 주인집 아저씨.

선배 언니도, 그 언니의 남자친구도 아직 도착 전이라 혼자서 그 상황에 뭐라 대응하지 못하고 "아, 네." 라는 짧은 대답만 하고 멀뚱멀뚱 서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종종 동파 우려의 이유로, 혹은 보일러 관리 상의 이유로, 여름엔 억수 같은 비로 물이 새진 않는지 확인하는 거라며 제가 집에 없을 때, 제 집을 들락날락 하더군요. 아버지뻘의 윗사람에게 함부로 구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과 '에이, 설마…' 라는 생각에 별 의심 없이 지냈습니다.

 

학생이다 보니 당시 5만원 상당의 열쇠 교체 비용이 아까워 그냥 두려 했는데 오히려 그 금액 아끼려다 더 큰 변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현관 열쇠를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집 주인에게 열쇠 교체를 하려고 하니 그 교체 비용의 반을 부담해 달라고 하자 멀쩡한 열쇠를 왜 교체하냐고 화를 내시더니, 그럼 관리 차원에서 본인도 열쇠 사본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 교체하거든 열쇠 사본을 하나 달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엄연히 보증금을 걸고 월세 계약을 하고서 살고 있는데 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 -_-;;

차마 "이 집을 들락날락하는 아저씨 때문에 현관 열쇠를 교체 하려는 거잖아요!" 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끙끙 거리다, 이웃집 건물에 있는 한 친구로부터
원룸집 주인 아저씨에 대한 이상한 소문(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을 들었습니다. 사람이 없는 사이에 집을 들어와 옷장을 뒤지거나 빨래를 널어 놓으면 널어 놓은 옷을 건드리고 간다는 것이었는데요. (이건 뭐 속옷도둑도 아니고 속옷 만지기 도둑인가? -_-;)

이상한 소문까지 듣고 나니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 계약 기간이 만료 되기 전에 그 원룸을 나왔습니다.

 

여자 혼자 자취할 땐, '예쁜 집'보다는 '안전한 집'


아직까지도 전, 과연 집주인이라는 이유로 원룸에 세 들어 사는 여대생의 집을 마음대로 들어와도 되는 건지(그러고 보면 집주인이 열쇠 사본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참 찝찝), 열쇠를 교체하더라도 집주인에게 사본 열쇠를 줘야 되는 건지 그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막연히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로망에 부풀어 시작했던 자취생활. 시작은 예쁘고 좋아 보였을지 모르나, 여대 인근에서 흉흉한 사건 소식이 들리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그 원룸집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도 자취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일이 늦게 끝나 밤 늦은 시각 혼자 집으로 돌아오다 술에 취한 아저씨를 만나 달밤에 뜀박질을 하기도 했고요. 덜덜.

자취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는 "에이, 여자 혼자 사는게 뭐가 위험하다는 거야?" 라며 큰소리 뻥뻥 치곤 했습니다. 혼자 살 집에 대한 로망에 사로잡혀 오로지 집 내부만 보고 넓고 예쁜 집을 찾기에 심혈을 기울였었고요.

지금은 자취생활을 청산하였지만, 3년간의 자취생활을 통해 조그만 것에도 더 주의를 기울이고 꼼꼼하게 따져보는 습관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 난 세입자니까 조용히 찌그러져 지내야지.' ㅠ_ㅠ가 아니라 당당히 요구할 것은 요구하기도 하고, 궁금한 것은 확인하기도 하며 말이죠.
 
부득이하게 여자분 혼자 자취생활을 하는 것이라면, 꼭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보고 시작했으면 합니다. 한때의 저처럼 혼자 사는 로망에 사로잡혀 안전을 무시하진 마시고요. ㅠ_ㅠ

# 애초 집을 알아볼 땐 어른이나 덩치 큰 누군가와 동행을!
# 반지하나 지하층, 1층과 같은 낮은층 보다는 높은 층을!
# 외진 곳 보다는 사람 인적이 많은 길가로 집 알아보기!
# 방범창, CCTV 설치 여부 확인! 이사 후엔, 보조잠금장치설치하기! >> 마트에서 사면 만원 미만임
# 우편물 관리 철저하게! >> 연휴기간 이용, 장기간 집을 비울 땐 특히
# 의외로 가까운 인물이 범인인 경우도 있으니 항상 주의를!


주절이 주절이... 이야기가 길어진 듯 하네요.

+ 덧) 자취생활하는 그녀들을 위한 중요한 팁 알고 계시면 추가 댓글 달아주세요. ^^
앗! 오늘은 즐거운 금요일! 오호호호홍!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6개월간의 폐인생활, 그 종지부를 찍은 이유

대학교 3학년이 되면서부터 부쩍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일종의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수단으로 6개월 정도를 폐인처럼 생활하였습니다. 가끔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주절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상대편에서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여대 나오셨다면서요?" (여대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그럼, 혹시 남자 형제 있으세요?" (없는데…)
"주변에 게임 잘하는 친구분이 많으신가 봐요?" (아닌데…)
"남자친구와 함께 게임 하세요?" (남자친구 없는데…)

그렇게 3학년 2학기 무렵에는 친구나 선배, 후배 할 것 없이 게임에 퐁당 빠져서는 '밥 같이 먹자' 라는 말에도 아랑곳 없이 게임에만 빠져 있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의 그 기간을 돌이켜 보면 게임 외에는 크게 자리 한 것이 무엇인가- 좀처럼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푹 빠져 지낸 게임 중의 하나가 스타크래프트와 테트리스, 와우였죠.


TV를 켜면 밥을 먹으면서 스타크래프트 모 게임 채널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눈 여겨 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날을 새는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이러한 생활이 가능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당시의 제 모습을 부모님이나 가족 누군가가 봤다면 정말 헉! 했을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았다면 당장 뜯어 말렸겠죠.)

그럼, 1,2학년 때는?

수업시간 외의 공강시간을 활용하여 학교 가까이에 위치한 분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저녁에는 과외를, 주말에는 인턴활동을 하며 학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가 주였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동아리,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었구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도 학비 마련을 위해 성적관리 또한 철저하게 했습니다. 매 학기 장학금을 타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럼, 3학년이 되면서 왜 이렇게 바뀐 걸까요? 1, 2학년 때까지는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3학년이 되면서 자취생활을 하며 홀로 지내다 보니 그간 저도 모르게 잠재되어 있던 어떤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풀 대상을 찾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필, 간간히 즐겼던 하나의 놀이었던 게임이 나중엔 주객전도가 되어 게임이 주가 되고 나머지 생활이 부가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죠.

혼자 자취를 하면서 밤 늦은 시각에도 인기척 없는 원룸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거리다 빠져들 뭔가가 필요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날 그냥 내버려둬!"


하필 왜 게임에 빠졌는지도 의문이기도 하네요. 하루, 이틀, 3일 연속 그렇게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수업 시간에도 번번히 지각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너 졸업하고 취직해야 되는데 뭐 하는 거니? 너 갑자기 왜 그렇게 변한 거니?" 라는 따끔한 선배 언니의 충고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컴퓨터를 켜고 게임에 더욱 빠져들기만 했죠. 만약, 그대로 게임에 빠진 채로 지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 마저 듭니다.

간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닌, 생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활의 중심이 되어버렸던 게임. 그렇게 중독이라면 중독이라 할 수 있는 게임폐인이 되어 지내던 중,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첫사랑에 빠지게 된 거죠. 게임에 빠져 지내면서도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는 눈이 크게 떠지나 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말입니다) 그렇게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그를 보며 나와 닮은 점이 많다고 느끼면서도 뭔가 한없이 존경하게 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던 중.

"배고프다"
"야식으로 뭐 좀 챙겨 먹어."
"몇 시지?"
"음, 9시 정도?"
"그럼 먹으면 안돼."
"왜?"
"다음날 일찍 일어나려면 허기진 상태로 잠들어야 일찍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도서관에 가서 공부해야 하는데 지금 야식을 먹으면 배부름으로 인해 일찍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있어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더군요. 게임에 빠져 낮과 밤이 뒤바뀐 채 생활하는 저와는 너무나도 다른, 하지만 게임을 하고 놀이를 즐기고 그런 소소한 취향까지 비슷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저와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놀이나 게임을 하면서도 자기절제력이 상당한데다 생각을 많이 한다는 점이었죠. 즉흥적이고 다소 충동적인 저와는 달리 말이죠.

포켓볼을 치더라도 이런 저런 구도를 생각하고 지금 당장 치는 것만을 보지 말고, 다음에 칠 것까지 생각하고, 그게 가능하다면 그 다음 것까지 생각해 보라는 그 말이 마치 저에게 인생에 있어서의 살아 가는 법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지금 당장 즐기고, 놀기에 바빠 게임에만 푹 빠져 안일하게 자기관리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자 정말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그렇게 저의 6개월간의 폐인생활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4살 위였던 남자친구는 상당히 어른스러웠고, 생각이 깊었습니다. 첫사랑은 첫사랑일뿐… 끝내 좋지 않게 헤어지긴 했지만 말이에요. (덕분에 지금 더 좋은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는지도)

그래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6개월 그 이상의 게임폐인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게임의 중독성, 겪어 봤기에 잘 압니다. 그리고 '하지마'라는 한마디의 말보다 눈으로 직접 그간 폐인생활을 했던 자신을 버릴 만큼의 큰 자극이 되는 인물을 보게 되는 순간 눈이 떠졌다는 겁니다.

게임으로 폐인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이 걱정이라며 노심초사하는 직장 상사분이 계시더군요. 그럴 때마다 "안돼" "인터넷 끊는다" 라는 말을 하셨다고 하네요.


문득, 제가 폐인생활을 했던 때가 떠올라 끄적여 봤습니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반전에 반전이 거듭하는 듯 합니다. 지금 당장은 폐인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일지라도 또 모르죠. 스스로 어느 순간, 자연스레 눈이 뜨여지면 더 큰 세상을 보게 될지… (또는 게임개발자가 될지도… )

너무 앞뒤 없이 길게 말하긴 했지만, 글쎄요...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 정도로 요약해 볼까요? (응....???)

*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