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쓰러움이 많은 그녀, 용기내 헌팅한 사연

쑥쓰러움이 많은 그녀, 용기내 헌팅한 사연

퇴근길, 밀리는 지하철 안에서 늘 그래왔듯이 거의 구겨지다시피 떠밀려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몇몇 분들은 타야 하는 시점에 제대로 타기도 전에 문이 닫혀 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였고, 내려야 하는 시점에 사람들에 휩싸여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나이가 많으신 한 아주머니가 꽤 무거워 보이는 짐을 들고 타시는데 '문이 닫힙니다' 라는 지하철 안내 방송과 동시에 갑작스레 문이 닫혀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뻔 했습니다.

'도와드려야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저의 생각보다 더 한 발 앞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남자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도와 드려야 될 것 같은데' '도와드릴까?' 하는 동안, 남자분은 이미 실천으로 옮기고 있더군요 – 멋있다아!) 아주머니의 팔목을 강하게 본인 쪽으로 끌어 당겨 자칫 문에 끼여 다칠 뻔 했는데 무사히 지하철 안으로 탑승하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짐을 번쩍 들어 웃으며 아주머니께 말을 건네더군요.


"괜찮으세요?"
"어머, 학생, 고마워."
"지하철이 좀 갑작스럽게 문을 닫아 버리네요."
"학생은 괜찮아? 아구, 고마워."


연신 고맙다고 남자분을 향해 인사하는 아주머니와 괜찮다고 머쓱해 하는 남자분. 상당히 예의바르게 아주머니를 챙기고 걱정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야, 멋있다."
"조용히 해. 들리겠어."
"어떡해. 내 이상형이야."
"머야. 너 이상형은 키 크고 덩치 큰 남자잖아. 너보다 키가 작은데?"
"아냐. 이 순간부터 나의 이상형은 바뀌었어. 외모가 좋으면 뭐해. 사람이 좋아야지."


쑥쓰러움이 많은 그녀, 용기내 헌팅한 사연


실로 저와 제 친구만 느낀 것이 아닌가 봅니다. 순간, 흘깃거리는 다른 여자분들의 눈빛과 함께 소곤거리는 것이 들렸으니 말이죠. 이런 저런 이상형을 읊어 내려가던 친구가 이 사건 하나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걸 보니 역시, 이상형은 그저 이상형일 뿐인가 봅니다.

"키? 외모? 그런 거 다 필요 없어. 나 저런 사람, 한 사람 듬직하게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과연?"
"아냐. 봐봐. 지금 보니 얼굴도 잘생긴 것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 저런 매너라면…"


이미 친구의 눈에는 뭔가가 씌인 듯 했습니다. 평소 장동건을 보고도 잘생겼다는 말을 하지 않던 친구가, 그 남자를 향해 잘생겼다고 말을 하다니… 그리고 연신 그 남자분을 향해 흘깃거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친구를 보고 있으니 괜히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군요.


"너 그렇게 좋으면 헌팅이라도 시도해 보지 그러니?"
"악!"


전 그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친구가 실제 행동으로 옮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우리 지금 내리자."
"응?"


순간, 지하철이 문이 열리면서 잽싸게 그 남자분에게 명함을 건네며 내리더군요. 지하철 헌팅은 처음이라며 연신 얼굴이 붉게 달아 올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친구. 평소엔 얌전하고 소극적인 친구인데 그 한 장면을 목격한 이후 갑자기 말이 많아 지더니 헌팅까지 해 버린 이 친구를 보고 있자니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목격한 것만 같아 기분이 묘하더군요.


쑥쓰러움이 많은 그녀, 용기내 헌팅한 사연


오늘 출근길 아침,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쑥쓰러움이 많은 그녀, 용기내 헌팅한 사연


자신의 명함을 건넨 거라 생각했는데 하필 저녁 식사를 하고 받은 쿠폰을 함께 넣어두는 바람에 자신의 명함이 아닌, 그 식당 쿠폰을 준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의 용기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걸까요? (설마 아무리 급해도 식당 쿠폰을 줬을까- 싶기도)

* 어제 교대역에서 헌팅 당하신 분을 찾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연애 한 번 해 보지 않은 친구가 이렇게 큰 용기를 내어 다가가려 했다는 것이 무척 놀랍습니다. 보통 지하철 헌팅이라하면, 외모에 홀릭하여 외모를 보고 헌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친구는 정반대로 "외모가 아닌 행동과 매너"를 보고 헌팅을 시도했다는 것이 조금 새롭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금 느끼는 것은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 그 상황과 노력이 맞아 떨어지면 사랑은 언제든 시작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의 이상형이 '나보다 강한 남자'였던 이유

 

어렸을 때부터 마음 속 깊숙이 칼을 품고 다녔다. 누구든 나에게 화살을 쏘려 한다면 내가 그 전에 품고 있던 칼을 내밀겠다는 생각으로.

 

누군가 나에게 아픔을 주면 상대에게 몇 배의 고통을 주어야 한다고. 그렇게 해야 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 어린 나이에 다소 감내하기 어려운 여러 일을 겪으며 스스로를 그렇게 만들어 갔던 것 같다.

 


10대의 나이에 어느 누군가 시킨 것이 아님에도 인생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라며 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20대가 되어서도.

이상형이 '강한 사람'이었던 이유


서로의 살 길이 바쁘다 보니 길을 가다 낯선 이와 어깨를 부딪힐 수도 있고, 어쩌다 보니 의도치 않게 상대가 나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엔 소소한 그런 것들 조차 용납할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 늘 마음 속엔 독기를 품고 있었고, 얼굴엔 살기를 품고 있었다.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살아가기 바빴기에.

 

그리고 20대 초반, 처음으로 내 마음을 두드린 상대방과 연애를 하면서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계산하고 끊임없이 평가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나의 기준, 나의 잣대에 맞춰 있었다. 나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놓은 것만큼, 상대방에게도 똑같이 엄격한 잣대를 놓고서 판단했다.

 

"너 나 좋아하지? 그런데 왜 나한테 맞추지 않는 거니?"

 

내가 좋다는 상대에게 나의 호불호에 맞춰 줄 것을 요구했다. 상대가 날 좋아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일방적 억지를 부리는 연애의 결말은 뻔하디 뻔하다. 
 

"이젠 정말 나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자존심도 세고, 이런 저런 따지는 것도 많고 까다로운 나의 성격을 함께 맞출 사람은 아마도 나보다 더 강한 사람이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하자는 대로 하는 남자 보다는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는 남자가 좋은 것 같아."
"나쁜 남자 스타일? 네가 아니라고 해도 확 밀어붙일 수 있는?"
"음. 그렇게 되는 건가? 아무튼 나보다 강한 사람."

 

'나보다 강한 사람'

 


어째서인지 이상형이 '나보다 강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내가 고집이 세기에 나의 고집을 꺾어 줄 수 있는 더 억센 남자를 원했고. 내가 욕심이 많기에 나만큼이나 욕심이 많은 남자를 원했다. 그 땐, 그런 남자가 나와 잘 어울리는 남자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6년 넘게 연애하고 있는, 결혼을 약속한 지금의 내 남자친구는 내가 그리 외쳤던 '강한 사람'과는 완전 상반되어 보인다.

 

"내 남자친구 어때? 멋있지?"
"버섯, 그새 이상형이 바뀐 거야? 네가 어렸을 적 그렇게 이야기 하던 '강한 남자'는 아닌 것 같아. 부드럽고 순해 보여. 이야기 들어 보니 자상한 것 같고."
"그렇지?"

 

6년만에 만난 친구들은 어렸을 적부터 내가 그렇게 이야기 하던 이상형과 다른 남자친구를 보곤 의아해 했다.

지금의 남자친구를 장기간 만나면서도 친구들만큼이나 나도, 어째서 이상형과 상반된 듯한 지금의 남자친구를 이토록 사랑하게 된 건지 궁금증을 풀지 못했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 VS 가장 약한 사람


늦은 시각, 지하철역엔 제정신이라 하기 힘들 정도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욕을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보곤 한다. 혹여 저 사람이 나에게 해를 끼치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무서운 마음에 남자친구의 곁으로 더 가까이 붙어 섰다.

 

"왜? 무서워?"
"응. 저런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
"술에 취해서 욕하는 사람이 무서워?"
"응. 술에 취하지 않았는데도 욕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도 많아. 오빤 안 무서워?"
"하하. 바보.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사람이야."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남자친구에겐 '가장 약한 사람'이란다.

무서운 것이 많은 사람일 수록, 약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겉으로 더 강해 보이려 하고, 무서워 보이려 한다고. 진짜 무섭고 강한 사람은 굳이 그렇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그 이유를 들으니 어째서인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궁금증을 해결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때, 살아가기 힘들어 독기와 살기를 품었던 나는 나 스스로가 참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남자친구 말대로 무서운게 많아 겉으로 강한 척 했을 뿐 실상 약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난 나보다 강한 사람을 이상형으로 그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게 남자친구는 강한 사람이다. 내 이상형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사람이다.

'강한 사람'. 겉모습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속이 깊고 강한 사람.

책을 통해, TV를 비롯한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삶에 대한 자세를 배우고 몰랐던 바를 깨닫곤 한다. 난 남자친구와의 연애를 통해서도 그런 배움을 얻곤 한다. 

하루 하루 남자친구에게 감사하게 된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깨닫고 있으니 말이다.

키가 작아 고민인 남자 VS 키가 커 고민인 여자

지금의 남자친구와 저의 키는 8cm 정도 차이가 납니다. 평소 운동화를 즐겨 신다 보니 남자친구와 마주보고 서 있으면 자꾸만 남자친구 가슴팍으로 안기고 싶은 충동이 마구마구 일어납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것이 남자친구의 넓은 가슴이 아주 그냥. (응?)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말이죠. +_+;

운동화나 편한 단화를 신은 날이면 남자친구 앞에서 왜 그리 총총거리며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지 모릅니다. (그야 신발이 운동화라 편하니까, 응?)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평소 운동화나 단화보다는 구두를 더 자주 신게 되는데요. 구두를 신을 때면 남자친구와 눈높이가 비슷해져 단화나 운동화를 신었을 때보다 자연스레 몸을 움츠려 들고 조심하게 되더군요.

정작 남자친구는 제가 구두를 신건, 단화를 신건 한결 같은데 말이죠. 제가 이렇게 움츠려 드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잊고 싶은 옛 추억 때문에 말이죠.

어렸을 때부터 이상형! 김건모!

어렸을 때부터 "이상형이 누구야?" 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어김없이 "김건모!" 를 외치곤 했습니다. 탁월한 노래실력과 더불어 작은 키지만 뭔가 야무진 듯한 그의 모습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말이죠. +_+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김건모를 외쳤었는데 그 대답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한결 같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야?"
"김건모!"
"김건모? 가수 김건모?"
"응!"
"왜?"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했어. 노래도 잘하고 뭔가 똑 부러지고 야무질 것 같은 그 느낌이 좋아서."

초등학생 때부터 그렇게 나름 제가 그려 왔던 이상형이라면 이상형입니다. +_+
그러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나간 미팅 자리에서 저보다 키가 작고 까무잡잡한, 하지만 내뱉는 말 하나에도 예의있고 성실해 보이는 남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캬! 이상형을 만난거죠!

어렸을 땐 생각지 못했던 남자의 키에 대한 생각

그렇게 미팅으로 만난 그는 저보다 키가 작았기 때문에 나름 그를 향한 배려라 생각하고 높은 굽은 일체 신지 않고 오로지 단화나 운동화 위주를 신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입장에선 저의 이러한 행동이 배려로 느껴지기 보다는 오히려 탐탁지 않았나 봅니다.

"역시 넌 나보다 키가 커서…"

"넌 왜 구두 안 신어?"

"그래. 넌 키가 커서 좋겠다."

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상황이 아님에도 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나름 자신은 키에 대해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드러내기 위해서인지 키를 농담 소재로 삼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던졌지만 오히려 그런 그의 모습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를 모르겠더군요.

심지어 제가 그보다 키가 큰 게 미안해해야 할 일처럼 느껴져 그 앞에선 소심대마왕이라 할만큼 소심해 지고 위축되었습니다.  

언제부턴가 '키는 적어도 나보다 컸으면 좋겠어. 솔직히 난 상관없긴 한데...' 라는 저의 바람은 마지막 순간까지 키 때문에 애태울 수 밖에 없었던 예전의 아픈 추억 때문이기도 합니다. 

난 괜찮은데… 상대방이 괜찮을까?

"소개팅 시켜줘! 소개팅!"
"아, 그러고 보니 진짜 성실하고 성격 괜찮은 사람이 있긴 한데, 너보다 키가 작아. 괜찮아?"
"난 상관없는데 남자 쪽에서 좋아할까?"

175라는 큰 키로 모델 활동을 하고 있는 이 친구의 최대 고민은 다름 아닌 키였습니다. 그리고 막상 정말 괜찮은 남자여서 소개해 주려고 하니 또 남자 쪽에서 제게 다시 묻더군요. "남자인 내가 네 친구보다 키가 작은데 정말 괜찮을까?" 라고 말이죠. 

서로가 키는 상관없다고 하면서도 상대방이 좋아할까? 예의상 한 말이 아니라 정말 괜찮은걸까? 라는 고민을 거듭하며 소개팅 날짜를 미루고 미루다 얼마전 소개팅을 가졌습니다.

두 사람 모두 등산을 좋아하고 활달한 성격이라 잘 맞을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소개팅에서도 서로가 잘 통했던 모양입니다. 

키가 어느 정도 이상이 아니면 루저라는 발언으로 한 때 이슈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정말 다시 생각해 봐도 당시의 그 발언만큼 한심한 발언이 있을까 싶습니다. 사람을 키 하나의 잣대를 두고서 루저이니 위너니 구분 짓는다는게 말이죠.

남자는 남자 나름 대로 "내가 키 큰 여자한테 대쉬하면 좀 그렇지?" 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여자는 여자 나름 대로 "남자는 자기보다 키 큰 여자 별로라고 생각하지?"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보곤 했습니다. 서로는 괜찮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있어 외모가 부수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지언정 근원적인 이유가 되진 않을텐데 말이죠. 


결국, 겉으로 드러나는 키가 크건 작건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만큼 자신을 상대방의 마음의 눈높이에 맞춰 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머리로 그린 이상형 VS 마음에 와닿는 이상형

난 그 남자에게 관심 없었어. 정말… 조금도!

소개팅에서 만난 그는 나의 이상형이 아니었어. 키도 나보다 작았고, 얼굴도 못생겼고, 딱히 끌리는 매력도 없는 것 같았어. 최대한 빨리 식사를 하고 일어서고만 싶었어. 그런데 이 남자 만나기로 한 장소에 만나자 마자 하는 말이 자기는 오늘따라 한정식이 너무 먹고 싶은데 괜챦냐고 묻는 거야. 하- 첫인상도 별로인데 하는 말투도 별로다 싶었어.


그리고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데 왜 그렇게 실실 웃는 건지. 바보처럼 보이기도 했어. 너무 베시시 웃는 거야. 남자가! 남자답지 못하게!

너 내 이상형 알지? 완전 남자다운 스타일! 남자는 좀 과묵하고 무뚝뚝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식사를 끝내고 나니 화장실 간다고 먼저 일어서더라. 그러더니 화장실 갔다가 돌아오면서 밥 값은 자기가 계산을 했다면서 껌을 건네는 거야. 그리곤 밥은 자기가 샀으니 비싼 커피를 사 달라는 거지. 너무 황당했어. 그렇지 않아도 내가 커피숍 가자고 하려고 했는데 먼저 불쑥 커피를 사 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 모습이 참… 그것도 콕 집어서 비싼 커피라니! 남자가 여자에게 이렇게 뻔뻔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왜 그런 마음 있잖아. 그렇지 않아도 해 주려고 했는데, 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니까 어이없어서 더 해 주기 싫어지는 마음. 어이가 없었어. 근처 커피숍이 있는지 주위를 둘러 보는데 별다방이며 콩다방이며 여러 군데가 있길래, 도대체 이 사람이 말하는 비싼 커피는 어딜 가야 되는 건가 싶어서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자기가 봐둔 커피숍이 있대. 그러더니 자기만 따라오라는 거야.

이런 뻔뻔한 남자가 다 있나 싶어서 그래-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려니 하면서 따라 갔어. 그런데 왠 걸- 커피숍이 아닌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거야. 그러더니 자기는 이 곳 커피를 제일 좋아한다며 커피 하나를 집더라.

그 남자. 첫 인상 부터 꽝이었고 소개팅 하는 내내 별로였어. 정말 난 관심 없었어. 외모도 나의 이상형이 아니었고 그렇게 자기 멋대로인 남자는 정말 별로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런 그가 지금 내 곁에 있어. 신기하지? 정말 나의 이상형과 거리가 먼 남자였던 데다 말투나 행동도 내가 꿈꾸던 남자와는 정반대의 스타일이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정말 그렇더라. 사람 마음이라는 게 늘 머리로 생각하고 그려왔던 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거. 이상형은 어디까지나 이상형일 뿐이라는 거. 난 너의 말에 공감할 수 없었는데, 막상 사람을 좋아하고 마음에 품게 되니까 뭔지 알 것 같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라는 말.



요즘 따라 결혼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개팅으로 만나 3년 간 연애 끝에 결혼하는 친구의 메일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친구들끼리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늘 누구보다 확고한 이상형을 읊조리던 친구였는데 이상형과 정 반대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니 말입니다.

이 친구가 보내온 청첩장과 함께 편지의 마지막 당부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의 과거 이상형은 잊어 달라는… 지금 자신에게 이상형은 곧 결혼할 자신의 신랑이라고 말이죠.

친구들이나 제가 청첩장 속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고 놀랄 걸 예상했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그리던 이상형과 지금의 남자친구 또한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외모에 있어서는 '쌍꺼풀을 가진 큰 눈을 가진 남자'가 제 이상형이었고, 성격에 있어서도 제가 고집이 세다 보니 이런 저의 센 고집을 꺾을 수 있는 더 강한 남자, 터프한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남자친구를 5년간 함께 하면서 이미 익숙해 질대로 익숙해진 남자친구의 얼굴이건만, 외꺼풀의 남자친구의 눈을 보고 '매력적이다'를 되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집 센 저를 더 강한 성격으로 꺾는 것이 아닌, 배려와 이해로 저를 꺾어 버립니다.

이상형과 거리가 먼 남자친구였건만, 어느새 지금의 남자친구가 이상형이 되어 있네요. 역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인가 봅니다.

여러분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가요? ^^

+ 덧)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억지로 상대방의 이상형에 맞춰 나가려 노력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하여 자신을 상대방의 이상형으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네요. :)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손해? 정말 그럴까?

"너 나이가 몇 개인데, 빨리 장가 가야지."
"아, 왜 그러세요. 저도 가고 싶죠. 당연히."
"근데 뭐가 문제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가죠."

회식 자리에서 마흔이 다 되어 가는 한 총각 차장님에게 시선이 모두 꽂혔습니다. 타이르는 것 같기도 하고, 혼내는 것 같기도 한 묘한 어투의 부장님의 말씀 때문에 말이죠.

"어이, 김차장. 사랑, 그거 어려운 거 아니다."

한 잔 하셔서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르신 두 분을 보며 괜히 키득키득 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랑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하는 부장님의 말씀에 냉큼 내뱉은 차장님의 씁쓸한 대답이 분위기를 더욱 묘하게 만들었습니다.

"에이, 서로 사랑해야 결혼을 하죠. 근데 그렇게 서로 사랑하기가 어디 쉽나요? 제가 호감 가지면 상대방은 퇴짜를 놓던데요 뭐.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고백하는 사람이 항상 손해 보는거에요."

좀 전까지만 해도 키득거리며 웃고 있다가 갑작스레 시무룩한 표정으로 저렇게 말씀하시니 분위기가 살짝 우울한 기운이 감돌며 가라 앉아 버렸습니다. 사랑은 결코 어려운 게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부장님과 사랑은 쉽지 않다고 이야기 하는 차장님 사이의 묘한 신경전. 과연 결론은 어떻게 날지 두둥! 잠시 정적이 흐르는 듯 하더니 부장님이 저를 향해 뜬금없이 물으셨습니다.

"버섯씨는 누가 먼저 사랑했나? 남자친구? 버섯씨?"
"남자친구요."
"처음부터 남자친구와 서로 사랑했나?"
"에이. 그건 아니죠."
"지금은 누가 더 많이 사랑하나?"
"글쎄요. 서로 자기가 더 많이 사랑한다고 우기곤 하는데… 지금은 제가 조금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선 이내 제 옆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직장 동료에게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누가 먼저 사랑했느냐고 말이죠. 처음엔 이런 질문을 왜 하는 건가- 사랑이 쉽다, 어렵다의 갈림길에서 딱히 정답을 낼 수 없으니 말을 돌리려고 그러시는 건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 직장 동료들과 결혼을 한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Q. 누가 먼저 사랑했나? 누가 먼저 고백했나? 
 
그렇게 여러 사람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으면서 한 가지 묘한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질문에서부터 이미 낚이는 기분이 들지만, 동시에 사랑한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군가가 한 사람이 먼저 사랑한다는거죠. 남자나 여자 쪽에서 먼저 호감을 가진 사람이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베풀고 노력을 했고, 나중에서야 그 사람의 마음을 받아 들이면서 서로가 사랑하게 되는 것 말입니다. 
결국, 처음부터 서로 눈이 맞아 '뿅' 하고 사랑한 것이 아니라 한 쪽에서 시작된 호감이 결국 서로의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차장님은 자신이 한 여자를 사랑한다 하더라도 그 여자도 동시에 자신을 사랑할 확률이 낮으니 사랑은 어렵다고 표현했고, 부장님은 그런 서로가 동시에 눈이 맞아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네가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사랑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데도 왜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으려는 거냐고 되물으시는 것이었죠.

"안타깝게도 네가 꿈꾸는 그런 사랑은, 만화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준비, 땅! 해서 달려가 처음부터 정 한가운데에서 딱 만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아쉽게도 현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괜찮지 않나? 서로가 맞춰 나가면 되니까. 때로는 왼쪽으로 쏠릴 수도 있는 거고, 때론 오른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는 거고.

근데 넌 네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가 알아서 너에게로 와주길 바라는 거잖아. 넌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이라도 하면 얼마나 좋아. 손짓 해서 안 오면 한 번 불러 보고, 한 번 불러도 안되면 두 세 번씩 불러 보기도 하고. 그래도 뒤돌아 있으면 네가 가서 손을 내밀어."

드라마나 만화 속 주인공처럼 딱 보자 마자 서로의 눈에서 스파클이 튀면서 사랑에 푹 빠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을 이야기를 하시면서 분명 길거리에 가는 수많은 연인들은 분명 어느 한쪽의 분명한 노력이 있었기에 이루어진 것일 거라는 말을 하시더군요.

"어떻게 하면 서로 사랑할 수 있지? 어떻게 하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짝꿍을 만날 수 있지?"

한 때, 연애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그러한 질문을 제 마음 속에 되내이곤 했었는데 이 날, 부장님의 '리얼 실시간 설문조사'로 인해 호기심이 조금 풀린 것 같습니다. 마흔을 훌쩍 넘기신 부장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회식 분위기를 더욱 불타오르게 한 것 같습니다.

보통 20대나 30대가 주로 사랑에 대한 이런 저러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40년 이상을 살아오며 경험에서 묻어 나오는 부장님의 구수한 사랑이야기가 더욱 깊이 있게 느껴졌습니다. 
 
모두가 서로 첫눈에 뿅! 하고 사랑에 빠지는 드라마 같은 사랑도 실제 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어느 한쪽에서 그 사랑을 먼저 감지하고 노력하여 서로의 사랑으로 키우는 경우가 더 많다는 말씀. 뭔가 뻔한 것 같으면서도 놓치고 있었던 진실인 것 같습니다.


"버섯씨는 남자친구에게 감사해야 해. 먼저 센스있게 사랑을 감지하고 버섯씨한테 손내밀어 준 거잖아. 먼저 손 안내밀었으면 어쩔 뻔 했어. 멋지게 먼저 손내밀어준 남자친구한테 감사하라구. 하하."

+덧붙임) 부장님의 '손내밀다' 라는 표현처럼 '남자친구가 먼저 절 사랑해 줬어요' 보다 '남자친구가 먼저 손내밀어 줬어요' 라는 표현이 훨씬 더 아름답네요. :)

 

호감 느낀 소개팅녀에게 연락을 끊은 이유

"누나, 나도 이제 조만간 연애 모드 돌입한다."
"무슨 말이야? 소개팅 성공한 거야?"
"응. 진짜 예뻐."
"뭐야. 예쁘기만 해?"
"아니. 진짜 마음에 들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 후배 녀석이 연애 모드 돌입한다며 엄포를 놓았습니다. '지금은 연애중' 이라는 제 블로그의 카테고리가 마음에 든다며 '지금은 소개팅중' 에서 본인도 '지금은 연애중' 카테고리를 신설할 것이라는 말을 장난 삼아 하더군요. (블로그도 하지 않으면서 -_-;;)

자신이 원하는 이성 스타일이 워낙 확고하다 보니 이 후배에게 맞는 소개팅 자리를 마련해 주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후배가 다른 사람을 통해 받은 소개팅 자리에서 너무나도 자신이 원하던 스타일의 여성을 만나고선 기분이 '업' 되어 자랑을 하더군요.

지금 한참 서로 호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잘 나누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미리 축하한다며 이야기를 해줬었는데 돌연, 그런 후배가 더 이상 소개팅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여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렇게 좋다고 하더니만…

"네가 원하는 스타일이라며? 뭐가 문제야? 성격이 이상해?"
"역시 사람은…"
"왜?"

쑥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행동하는 그녀의 첫 모습이 정말 예뻤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에 이어 세 번째 만남에서 시작된 술자리였습니다. 처음엔 후배가 '술자리'가 문제였다고 하여 여자의 술버릇이 좀 나빴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면서 과거의 연애사를 자연스레 나누게 되었는데, 문제는…

좀 전까지만 해도 다소곳하고 예뻐 보이기만 하던 이 여성분이 입에 차마 담기 어려운 욕설을 뒤섞어 가며 이전에 만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1시간 가량을 열변을 토하더라는 겁니다.

"아. 나 완전 식겁했어."
"얼마나 심한 욕을 섞어 가면서 했길래. 하하."
"아니. 일부러 따로 '욕'을 검색하고 왔나 봐. 제일 심한 욕으로."

처음 만났을 때와 사뭇 다른 세 번째 만남 속의 그녀의 모습. 처음엔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 과거의 남자를 들추면서 그렇게 욕을 하는 '실수'를 한 거라 생각했는데 그 다음의 만남에서 조차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연스레 과거의 남자 이야기를 꺼내며 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 그 뒤로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군요.

"여자는 알까? 왜 너가 연락 하지 않는지."
"글쎄. 몰라. 모르겠지. 모르니까 자꾸 연락하는 거겠지."
"확실히 말해줘. 물론, 너의 입장도 그렇지만 갑자기 연락을 하다가 연락을 끊으니 여자 입장에서도 황당할 것 같은데?"
"난 진짜 과거의 남자에 대해 그렇게 욕하는 여자 정말 별로라고 생각해."
"근데 네가 과거의 그 남자도 아닌데 왜 그렇게 흥분해?"
"하나를 보면 열을 알지"

별 탈 없이 좋은 만남을 이어갈 줄 알았던 두 사람은 그렇게 인연의 끊을 놓았습니다. 

후배에게 이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의 남자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것도(물론, 욕설이기에 더욱 문제가 된 것이겠지만) 새롭게 인연을 이어갈 남자에게는 결코 좋게 와닿지 않는다는 걸요. 

여자 쪽에선 이미 서로를 믿고 인연을 이어갈 사이라 확신하고 그런 좋지 않은 과거사도 나누고 싶어 이야기 한 것 같기도 합니다. 남자가 여자편에 서서 "난 그와 달라." 라는 말이라도 해 주길 바란걸까요? 

뭐 어찌되었건, 두 사람은 다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겠죠.
서로 호감이 있었던 사이였는데 한 순간 이렇게 또 어긋나 버리네요. 인연을 만들고 이어간다는 것,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내가 꿈꾸던 이상형, 막상 그 이상형을 만나 보니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남자친구와 제가 처음 만나 첫 데이트를 즐길 당시, 단 한번도 연애 해 본 적 없다고 했던 남자친구. 문득, 그 때가 떠오르네요. 당시에는 제가 남자친구에게 높임말을 사용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기도 하고 당시의 그 모습이 애틋하기도 하네요.

"에이- 거짓말. 진짜? 한번도 연애 해 본 적 없어요?"
"진짜야- 왜 못믿는거지?"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을 받아서 였을까요? 혼자 사뭇 이상형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었습니다. 뒤돌아 가는 여자의 손목을 끌어 당기며 뒤돌아 키스하는 장면을 보며 "꺅-"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넌 그냥 나만 믿고 따라와" 라는 자신감에 가득 찬 남자의 모습을 보며 '그래! 저거거든!' 을 외치기도 했습니다. 
자상한 남자도 좋지만 계획성 있고 자신감에 가득찬 남자다운 남자를 선호했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 항상 맏이로 책임감 있게, 리더십 있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을 받아서라고나 할까요. 누군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척척-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이라고나 할까요. 학생일 때부터 어떠한 일을 처리함에 있어 타의 혹은 자의로 항상 리더의 역할을 맡아 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연애에 있어서 만큼은 적어도 꼭! 저보다 더 리더십 있고 책임감 강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약속도 잘 지켰으면 좋겠어, 시간관념도 분명했으면 좋겠어. 불라불라... 추가 희망사항까지 끄적이며 이상형을 그려 나가다간 그 끝을 알 수가 없죠)


"뭐 드시고 싶으세요?" "어디가 좋을까요?" 라는 배려심 깊은 어투의 다정다감한 질문도 좋지만, 그보다는 "혹시, 고기 좋아하나요? 어디에 위치한 어느 식당이 굉장히 맛있는데 같이 가실래요?" 라는 질문을 더 좋아합니다.

마찬가지로 "오늘은 뭐하고 놀지?" "뭐 갈만 한 곳 없어?" 라는 질문보다는 "인터넷으로 보다 보니 어디 좋다고 하더라. 오늘 거기 가보지 않을래?" 라는 질문을 더 좋아하죠. 
그렇게 제가 선호했던 자신감있고 책임감이 강해 보이는 그리고 주도적으로 먼저 저를 이끄는 이상형의 남자친구를 만났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두둥! 이런 변덕이 또 있을까요.
이젠 또 그 행동이 너무 선수 같아서 싫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맴돌았습니다. (분명 선수야- 선수가 아니고서야;)

너무나도 매너있게 행동하던 남자친구를 보며 내심 '선수 아니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전은 잘 몰라도 이론만큼은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저 였으니 말이죠. 처음엔 '하는 행동을 보니 딱 선수네-' 라며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첫 데이트가 끝나갈 즈음, 고해성사라도 하듯 데이트가 처음이라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그래도 나름 미리 준비해서 잘 하려고 한건데 미안하다고 말하는 남자친구를 보고서야 '아차!' 싶더군요. 
혼자 열심히 데이트 계획을 짜고 준비한 남자친구에게 '선수'라며 치부해 버렸던 제 모습이 새삼 부끄러워지더군요. 

늘 집안의 가장이니까- 내가 이 집안의 맏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누군가가 결코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제 자신이 만든 책임감과 압박감으로 힘에 겨워 했었습니다. 헌데, 막상 제가 그리는 이상형이 그 무거운 책임감과 리더십을 가진 남자라니... 뭔가 아이러니 하죠?

"난 괜찮아. 난 잘 할 수 있어. 난 강하니까." 라는 생각 뒤에 가려진 어느 한켠에서는 "하지만, 가끔은 목놓아 울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제 모습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그런 제게 있어 지금의 남자친구는 따뜻한 쉼터가 된 듯 합니다. 

더불어 제게 있어 꼭 한가지! 결혼을 해서도(연애를 하면서도)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마음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집안의 가장으로 무거운 어깨에 힘겨워 했던 제 모습과 그 마음가짐입니다.

그 누군가의 강요도 아니고, 제 자신이 만들어 놓은 그 책임감과 압박감으로 힘에 겨워 했던 것 처럼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그 마음이 무척 컸으니 말이죠)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분명 그 책임감과 압박감이 자연스레 제 남자친구, 남편에게 고스란이 전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로 연애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점점 결혼 적령기가 다가옴에 따라 남자친구의 어깨가 무거워 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마치, 아버지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언젠가 사업에 실패하고 많이 힘겨워 하셨을 즈음, 두 딸을 붙들고 미안하다며 눈물을 떨구시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분명 아버지가 저희에게 미안해 해야 할 분명한 이유는 없었는데도,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만들어낸 미안함이었겠지요. 그리고 모든 아버지의 마음이 그렇겠지요.

요즘도 가끔씩 "지금은 내가 부족하지만..." "내가 언젠가는..." "내가 책임지고 끝까지..." 라는 표현을 하는 남자 친구입니다.


"역시 우리 오빠가 최고야" "우리 언젠가는" "우리 책임지고 서로 끝까지" 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이런 표현을 쓴다고 하여 크게 바뀌는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남자니까-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 내가 가장이니까-' 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조금은 덜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함께 그 책임감을 나눠 가진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 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정말 그러네요.

제가 꿈꾸던 이상형은 결국, 저보다 리더십 강한 사람, 책임감 강한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무거운, 힘겨운 부분을 보듬어 주고 감싸 줄 수 있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여러분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가요?

거듭된 사랑의 실패, 사랑의 모범답안은 없는걸까?

Chris & Jessica Engagement - Falling
Chris & Jessica Engagement - Falling by Auzigog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20대 중반까지는 정말 사랑 밖에 난 몰라- 라는 식의 불꽃 튀는 사랑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막상 20대 후반, 이제 30대 진입을 눈 앞에 둔 지금은 좀 더 신중하게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연애를 생각하게 됩니다. 결코, ‘결혼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죠.

아무리 난 결혼 안 할거니까 상관없어를 외친다 할지라도 말이죠. (말뿐일지 어떨지 알 수 없기에)

저 사람 봐- 잘 생겼다- 우와-“

큰 키와 출중한 외모에 한 순간 눈을 빼앗겨 그 사람이 한동안 공부에도 제대로 집중을 못하며 마음 조려 하는 때도 있었죠. 철없던 사춘기 때 길을 가다가도 멋진 외모에 눈을 빼앗겨 버스를 놓쳤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하. 그렇게 철 없던 때는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냐는 질문에 잘생긴 남자- 혹은 잘생긴 모 연예인- 을 외쳤었죠.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이런 어려운 문제도 거뜬하게 풀 수 있지? 이 사람 도대체 못하는 게 뭘까?”
능력도 있으니 자연스레 돈이 따라오는구나

비상한 머리와 뛰어난 능력. 거기다 그 능력에 맞는 재력.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냐는 질문에 외모는 다소 평범하더라도 돈 좀 있는 남자- 능력이 있는 남자- 를 외쳤습니다.

요즘은? 제 바로 옆자리에 앉아 계시는 차장님을 보며 모범답을 찾곤 합니다. 한번 보실래요?

- 아빠가 금방 갈게- 나두 사랑해= 빡빡한 업무 중에도 아이에게 전화가 올 때면 멋진 아빠
와이프가 지금까지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서 이번 휴가엔 와이프가 가고 싶어 했던 곳으로 여행 다녀 오려구= 결혼 한 지 12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변함 없는 아내 사랑
먹기 싫습니다= 바에서 한 여성분이 다가 오셔서 안주를 입에 넣어 주려 하자 하는 말


빡빡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힘들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집(아내, 아이)에서 전화가 올 때면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죠. 더불어 바에 가서 회식을 하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한 여성분이 반가움의 표시로 안주를 손으로 집어 입으로 넣어주려 하자 단호하게 싫습니다의사 표현 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야말로 차장님의 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다른 남자분들은 그저 허허 웃으며 받아 드셨는데 말이죠.

그 여성분이 옆자리에 앉으려 하자 아예 자리를 비켜 앉으시는 모습도 보여주셨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결혼을 하지 않은, 아직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직장 동료들은 모두 그 분을 보고 정말 멋있다며 저런 분과 만나 결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가정적인 남자. 한결 같은 남자. 믿음을 주는 남자. 저의 이상형입니다.

지금 제가 꿈꾸는 이 이상형이 만들어지기까지에는
하나의 이상형을 꿈꾸고 그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사람을 만나 사랑하다가 안타깝게 헤어져서 실망하게 되고 상처 받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자연스레 이상형이 바뀌어진 듯 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팅 경험은 많으나 연애 경험은 없어, 본인을 천연기념물로 자칭하는 친구가 묻곤 합니다.
 

너의 이상형이 왜 그냥 그래? 난 돈 많고, 능력 좋고, 잘 생겼고, 착한 남자 만날거야.”
. 그런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면 좋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우선 순위를 정하라면?”
글쎄- . 일단 그래도 키는 나보다 커야 되는데. 돈도 나보다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거봐- 아직 모르겠지? 아무래도 이상형은 연애를 하면서 다듬어 지고, 바뀌는 것 같애.”
. 그러네
나도 지금은 가정적인 남자, 한결 같은 남자, 믿음을 주는 남자가 이상형이고 지금 그러한 이상형을 만나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랑이 혹시라도 깨어진다면 또 이상형이 바뀔지도 몰라.”
이상형이 계속 바뀌는 거네
그러게


철 없던 때부터 시작되어온 저의 간략한 이상형 히스토리입니다. 
 

  

지금, 당신의 이상형은 어떠한가요?

+) 덧붙임.

혹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으로 인해 슬퍼하고 있거나 외로워 하고 있다면 이야기 해 주고 싶어요. 

당신에게 곧 찾아올 사랑은, 또 다른 당신의 이상형으로, 훨씬 더 좋은, 훨씬 더 당신에게 꼭 맞는 짝으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