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 느낀 소개팅녀에게 연락을 끊은 이유

"누나, 나도 이제 조만간 연애 모드 돌입한다."
"무슨 말이야? 소개팅 성공한 거야?"
"응. 진짜 예뻐."
"뭐야. 예쁘기만 해?"
"아니. 진짜 마음에 들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 후배 녀석이 연애 모드 돌입한다며 엄포를 놓았습니다. '지금은 연애중' 이라는 제 블로그의 카테고리가 마음에 든다며 '지금은 소개팅중' 에서 본인도 '지금은 연애중' 카테고리를 신설할 것이라는 말을 장난 삼아 하더군요. (블로그도 하지 않으면서 -_-;;)

자신이 원하는 이성 스타일이 워낙 확고하다 보니 이 후배에게 맞는 소개팅 자리를 마련해 주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후배가 다른 사람을 통해 받은 소개팅 자리에서 너무나도 자신이 원하던 스타일의 여성을 만나고선 기분이 '업' 되어 자랑을 하더군요.

지금 한참 서로 호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잘 나누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미리 축하한다며 이야기를 해줬었는데 돌연, 그런 후배가 더 이상 소개팅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여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렇게 좋다고 하더니만…

"네가 원하는 스타일이라며? 뭐가 문제야? 성격이 이상해?"
"역시 사람은…"
"왜?"

쑥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행동하는 그녀의 첫 모습이 정말 예뻤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에 이어 세 번째 만남에서 시작된 술자리였습니다. 처음엔 후배가 '술자리'가 문제였다고 하여 여자의 술버릇이 좀 나빴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면서 과거의 연애사를 자연스레 나누게 되었는데, 문제는…

좀 전까지만 해도 다소곳하고 예뻐 보이기만 하던 이 여성분이 입에 차마 담기 어려운 욕설을 뒤섞어 가며 이전에 만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1시간 가량을 열변을 토하더라는 겁니다.

"아. 나 완전 식겁했어."
"얼마나 심한 욕을 섞어 가면서 했길래. 하하."
"아니. 일부러 따로 '욕'을 검색하고 왔나 봐. 제일 심한 욕으로."

처음 만났을 때와 사뭇 다른 세 번째 만남 속의 그녀의 모습. 처음엔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 과거의 남자를 들추면서 그렇게 욕을 하는 '실수'를 한 거라 생각했는데 그 다음의 만남에서 조차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연스레 과거의 남자 이야기를 꺼내며 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 그 뒤로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군요.

"여자는 알까? 왜 너가 연락 하지 않는지."
"글쎄. 몰라. 모르겠지. 모르니까 자꾸 연락하는 거겠지."
"확실히 말해줘. 물론, 너의 입장도 그렇지만 갑자기 연락을 하다가 연락을 끊으니 여자 입장에서도 황당할 것 같은데?"
"난 진짜 과거의 남자에 대해 그렇게 욕하는 여자 정말 별로라고 생각해."
"근데 네가 과거의 그 남자도 아닌데 왜 그렇게 흥분해?"
"하나를 보면 열을 알지"

별 탈 없이 좋은 만남을 이어갈 줄 알았던 두 사람은 그렇게 인연의 끊을 놓았습니다. 

후배에게 이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의 남자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것도(물론, 욕설이기에 더욱 문제가 된 것이겠지만) 새롭게 인연을 이어갈 남자에게는 결코 좋게 와닿지 않는다는 걸요. 

여자 쪽에선 이미 서로를 믿고 인연을 이어갈 사이라 확신하고 그런 좋지 않은 과거사도 나누고 싶어 이야기 한 것 같기도 합니다. 남자가 여자편에 서서 "난 그와 달라." 라는 말이라도 해 주길 바란걸까요? 

뭐 어찌되었건, 두 사람은 다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겠죠.
서로 호감이 있었던 사이였는데 한 순간 이렇게 또 어긋나 버리네요. 인연을 만들고 이어간다는 것,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오가는 욕설, 과연 누구를 위한 욕설인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마주하지만, 언제부턴가 제가 원하든 원치 않든 접하게 되는 불편한 소리를 많이 듣게 됩니다. 솔직히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주로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귀에 항상 이어폰을 꽂고 있다 보니 말이죠 – 귀에 는 좋지 않을텐데;;) 어제는 모처럼 이어폰을 빼고 주위를 돌아보니 갑자기 귀가 확 뚫린 사람처럼 주위 소리가 잘 들리더군요.

아, 여기서 불편한 소리라 함은 욕설이라고나 할까요. 분명 그들은 저를 향해 내뱉는 욕이 아닙니다. 하지만 길을 가다가 혹은 버스 안에서 지하철에서 주고 받는 대화 속에 오가는 욕설이 좋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어제 집으로 가던 길,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제가 접한 불편한 말입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얼마나 많이 듣나요? ^^;

"너 그 X이랑 사귀려고 그러는 거 아냐?"
"야, 내가 미쳤냐? 내가 걔랑 왜 사겨"
"하하. XX 두고 보자. 한 달도 안 가서 만날걸."
"그 XX랑 그 X이랑도 사겼었잖아."
"누구누구?"

대충 대화는 이러합니다만, 제가 최대한 거르고 걸러 -_-;;; 포스팅 할 수준으로 수정해서 올립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남학생의 대화인데요.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통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이 자식들이!!!"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이런 대화를 하는 것을 잠자코 보고 계시던 40대로 보이는 남성분이 "이 XX들은 여기가 자기네들 안방인줄 아냐? XX 입 다물어! 시끄러워!" 날카롭게 소리치시며 주의를 줬습니다만, 전 왜 그 상황에서 웃음이 나왔을까요? 주의를 받는 학생들도, 주의를 주는 어른도. 뭔가 닮은 것 같아 웃음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 이어 버스로 환승을 하고 집으로 가던 중엔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그런지 차가 막히자, 운전기사 아저씨께서 "아, 이런 날은 진짜!" 라고 외치시더니 운전대를 두드리며 혼잣말로 욕설을 마구 내뱉으셨습니다. 꽉 막힌 차도에서 운전대를 잡고 몇 분을 지체하며 서 있는 상황인지라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욕을 내뱉은 것 같은데, 운전석 바로 뒷자리 노인석엔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도 앉아 계셨고, 학생들도 많이 타고 있었는데 괜히 제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솔직히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욕설을 쉽게 접하곤 합니다. 제 생각엔 하나의 습관처럼 되어 버려서 본인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내뱉는 듯 합니다. 당사자는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주위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들리기에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러한 욕설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죠.

평소엔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제가 하는 것에만 집중 하다 보니 주위를 돌아보지 못했습니다만 저를 외부와 차단하고 있었던 이어폰을 귀에서 멀리하고 나니 들리는 불편한 소리들… 오랜만에 귓가에 들리던 음악을 멀리하고 세상의 소리를 들었는데 반가워야 할 세상의 소리가 썩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집으로 돌아오던 길,

'이어폰을 다시 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묘하게 씁쓸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 덧) 비록 제게 직접 하는 욕설은 아니지만, 뭐 나름 욕을 많이 들었으니 저도 오래 살겠죠. (응? 결론이 뭐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