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남친을 지인에게 소개하지 않은 이유

20대 후반이 되면서 또래 친구들이나 가까운 선배 언니들로부터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하는 듯 합니다. 20대 초반엔 '연애'에 관한 이야기가 주였는데 말이죠. 괜히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네요. +_+

전 남자친구와 연애 한지 5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연애 초반 2년 가까이 사귀면서 한번도 주위 지인에게 소개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남자친구와 연애 하는 것 자체를 숨긴 건 아닙니다. 다만, 제 가족이나 지인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소개의 자리를 갖지 않았습니다.

그럼, 제가 남자친구를 지인에게 2년 가까이 소개하지 않은 이유는 왜일까요?

나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기에

개인적으로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 연애를 하고 이별을 경험하며 느낀 점이 많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다가 그 좋아하는 감정이 시드는 것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가 그 믿음이 깨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믿음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남자친구를 만나고 연애를 시작하면서 주위 지인들에게 연애를 하고 있음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꺼려 했습니다. 남자친구와 소개팅이나 미팅으로 사귄 사이가 아니다 보니 연애를 시작하기 전부터 남자친구에 대한 일반적인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애를 하기 전 제가 알고 있는 모습은 '남자친구'의 모습으로서가 아닌, 그저 '아는 오빠'의 모습이었습니다. 연애를 하면서 보여질 남자친구로서의 모습은 충분히 바뀔 수 있고 서로 연애를 하면서 그 감정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1년 여간은 주위에 소개하는 것을 자제하고 서로를 알아가는데 깊이를 더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서로를 잘 알고 난 뒤에, 가까운 지인에게 소개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말이죠. 어쩌면 그저 좋아하는 감정만으로 열정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닌 결혼까지 생각해야 할 20대 중반이라는 나이 때문에, 연애 뿐만 아니라 이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져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괜찮은 남자라는 확신이 들면 그때 소개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남자친구는 뭐해?" "남자친구 집이 어디야?"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면서 그 연애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남자친구의 다양한 모습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 이런 모습도 있구나.' '의외로 섬세하네.' 라며 말이죠.

당시 상황을 이야기 하자면, 전 직장인이었고 남자친구는 학생이었습니다. 전 직장생활 3년 차인데, 저보다 한 살 위인 남자친구가 졸업을 위한 마지막 학기를 채우고 있었죠.

남자친구와 알콩달콩 연애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남자친구는 뭐해?" "남자친구 집이 어디야?" 라는 질문입니다. "남자친구와 잘 지내?" "남자친구와 어떻게 만났어?" 라는 질문을 더 많이 받고 싶었고, 더 많이 듣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솔직히 남자친구가 상처 받을까 봐 그게 겁이 났습니다. 그리고 실제 처음으로 소개했던 절친한 선배 언니에게 혹독한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머, 아직 학생이세요?"
"전공이 뭐예요?"
"졸업은 언제 하는데요?"
"취직 준비 잘 하고 있으세요? 요즘 취직 힘들다던데"
"여자친구가 직장인이라 부담스럽지 않으세요?"
"어느 쪽으로 준비하고 계세요?"

워낙 친언니와 다름 없는 선배 언니였던 터라 아무래도 남자친구 입장보다는 제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니 남자친구에게 좀 더 분발하라고, 자극을 주기 위해서 그러한 질문을 했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그렇게 막상 그 자리를 갖고 나서 남자친구는 선배언니의 말대로 중압감을 많이 느꼈던 모양입니다. 제게 거듭 미안하다고 말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그럼 지금은?

그럼 2년이 지나, 5년째가 되는 지금은 어떨까요? 2년 전과 달리 전 제 사랑에 보다 뚜렷한 확신을 가지고 있고, 지금 제 남자친구가 평생 함께할 동반자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남자친구도 저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같은 길을 꿈꾸고 있습니다. 2년 전과 바뀐 것이라면, 남자친구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저와 같은 직장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바라보는 우리 둘의 연애 조건에 대한 관심은 끝나지 않은 듯 합니다. 

여전히 주위에서는 우리 둘의 '사랑' 보다는 '조건'에 관심이 많은 듯 합니다. 가까운 가족부터 가까운 지인, 처음 만나는 사람들까지... 학생일 때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직장인이 되고 나니 '직장이 어디냐?' '연봉이 얼마냐?' 와 같은 질문으로 여전히 '사람 됨됨이나 성격'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현실적 조건'을 먼저 묻고 이야기 합니다.

물론, 그 분들은 저를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에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주는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런 질문과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5년간 애틋하게 키워 온 제 사랑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더 당당하고 싶고, 더 분명해지고 싶습니다. 제 사랑에 대해서 말이죠.

+ 덧) 언젠가 제가 그들처럼 결혼 하고 나니 그들의 말이 옳았다며 무릎을 탁 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여전히 현실적 조건(돈)보다 사람이,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건... 음, 그들의 말대로 정말 헛된 욕심일까요?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이런 저런 소식을 듣게 됩니다. "정말? 진짜? 헉! 설마!" 하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는 상황부터 시작하여 "대단하다! 멋져!" 라고 절로 박수 치게 되는 상황까지 말이죠.

저처럼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 그리고 병원에서 연구직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들, 교사, 공무원인 친구들, 국회의원 비서로 있는 친구에 이르기까지… 친구들은 각자 선택한 길에 서서 접하게 되는 '사랑'과 '결혼' 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곤 합니다.

한번에 다 소개하긴 힘들 것 같고, 대기업 관리직에 속해 있는 한 친구를 통해 들은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우리 회사 영업부장님이 영업사원들 이끌고 오렌지 오픈했다고 다녀오셨어."
"그게 무슨 말이야? 오렌지?"
"새로 오픈한 안마시술소래."
"헐! 거길 왜 가?"
"고객 접대용. 미리 괜찮은지 아닌지 파악해야 된다고 영업사원들 이끌고 나간 거지. 솔직히 부장님이 먼저 가자고 하는데 어느 누가 가기 싫다고 내빼겠어?"
"고객 접대? 접대를 그런 곳에서 해?"
"뭘 새삼스레 놀래고 그래? 알면서."
"룸은 알지만, 안마시술소까지? 후덜덜인걸?"
"나도 처음엔 몰랐어. 나도 오렌지가 뭔지 너무 궁금해서 따로 동기한테 물어봤지."

부장이 선도하여 영업사원들을 이끌고 안마방으로?! 이런 이야기를 접하게 될 때면 온몸이 쭈뼛거리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무섭지 않아? 결혼한 내 남편도 예외가 아니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친구 말대로 결혼해서 내 남편이 그런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과 함께 아찔해 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또 반대로 남자 입장에서는 내 아내가 그런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야기도 접하다 보니 '결혼'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어? 이게 뭐예요?"
"수정이가 붙여 준거"
"어머나! 너무 귀여운데요?"

회사에서 지급해준 1주일도 되지 않은 새 스마트폰에 요술공주 샐리, 리본, 반짝이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해서 차장님께 여쭤보니 딸 아이가 붙여 줬다며 예쁘지 않냐고 보여주는 마흔이 훌쩍 넘은 차장님의 모습에 절로 미소를 머금게 되더군요.
컴퓨터 바탕화면이며 화면보호기 마저 예쁜 딸아이의 사진과 아내의 사진으로 설정해 두고 말이죠.

이전엔 연말 회식으로 홍대에 위치한 한 바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도 차장님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섹시한 차림의 바 여종업원이 다가와 "초콜릿 드세요"라며 살랑거리는 눈빛과 함께 건네는 초콜릿을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남자 직원들이 여종업원이 멋쩍을거라며 덥썩 덥썩 받아 먹는데 그 와중에 딱 잘라 "초콜릿 싫어합니다." 라고 거절하고선, 여종업원이 앉을 자리가 없어 그 좁은 소파 사이로 슬금슬금 옆자리에 앉으려 하자 '벌떡' 일어나 창가에 걸터 앉으시는 모습에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정말 멋진 분이다!' 를 외쳤습니다.

"와이프와 애기가 친정에 가 있다네요. 아, 난 오늘부터 진정한 휴가다! 금요일이니까 오늘 한 잔 해야죠?"
"아, 난 오늘 집에 일찍 가려구요. 내일부터 애기가 방학인데 같이 놀러 가기로 했거든요. 짐도 같이 싸야 되고."

와이프와 애기가 친정에 가 있다고 진정한 휴가라며 '올레!'를 외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애기가 방학이라 모처럼 가족끼리 여행가기로 했다며 싱글벙글 웃으시는 분도 있습니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신혼처럼 아내를 사랑하고, 딸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볼 때면 '결혼하고 싶다' 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500원짜리만 1년 동안 매일매일 빨간 돼지저금통에 넣어 와이프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며 자식에게 매일 매일 500원을 저축하면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멋진 선물을 해 줄 수 있단다- 라며 저축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시던 멋진 아빠도 있구요. 그야말로 멋진 남편이자, 멋진 아빠죠!  

어째서인지 요즘 드라마만 보더라도 결혼 후, 10년만 지나도 아니, 5년만 지나도 사랑이 식고, 가족애가 시들해 지는 것처럼 표현되고 주위 이야기를 들어도 좋은 이야기 보다 나쁜 이야기를 자주 접하다 보니 '결혼'에 대한 나쁜 생각을 더 많이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좋을 때는 굳이 이야기 할 필요가 없죠. 사람은 좋았던 기억보다 지금 당장 나쁜 상황을 먼저 떠올리고 이야기 하게 되니 말입니다)

결혼에 대한 좋은 이야기보다 나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다 보니 결혼 하기도 전에 '결혼'은 하면 후회하는 건가봐- 라는 생각마저 갖게 되는 듯 합니다. 막상 주위를 둘러 보면 너무나 알콩달콩 예쁘게 사랑하고 있고 10년이 넘어도 20년이 넘어도 여전히 감히 침범할 수 없는 단단한 사랑을 보여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말이죠.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해' 가 아닌. '너, 결혼 하지 않으면 후회할걸~?' 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덧) 자자, 결혼하셔서 알콩달콩 예쁘게 사랑하시는 분들, 댓글 많이 많이 달아 주세요. '결혼하니 너무 좋아요!' 라고 말이죠. (이랬는데 또 후회한다는 댓글이 많으면 어떡해 ㅠ_ㅠ 으허헝...)

"우리 헤어지자" 헤어지자는 말이 과연 나쁘기만 한걸까?


남자친구와 3년 가까이 만나 오며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온 것만은 아닙니다. 서로 다투는 일도 많았고, 서로 으러렁 거리며 못잡아 먹어 안달인 때도 많았으니 말입니다.

연애하며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 = 헤어지자

수많은 연애지침서를 보다 보면 하나 같이 금지어 처럼 여기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헤어지자"

이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이미 연애의 '연'자를 깨닫기도 전 연애의 경험이 있는 친구를 통해, 연애지침서를 통해서도 지겹도록 보았습니다.

3년간 함께 해 온 남자친구에게 1년여 정도 만나온 시점에 이 말을 내뱉었습니다. 절대 장난스러운 말이 아니었고, 오랫동안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어렵게 내뱉은 진심어린 제 본심이기도 했습니다.

연애지침서를 통해 습득한 이론과 실전은 너무나도 다른 듯 합니다.

사랑하지 않기에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데 현실과 이상의 너무나도 크나큰 장벽에 부딪혀 힘들어 하다 견디지 못하고 내뱉은 말이었죠.

제가 아주 능력이 뛰어나서 안정적인 수입이 평생 보장되거나 재벌집 딸이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사랑으로 현실을 극복하기엔 그 한계가 엄연히 있더군요.

제 남자친구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저를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위해줍니다.
모두가 아니라고 다그치고 화를 내더라도 끝까지 제 편에 서 줄 것 같은, 너무나도 믿음직한 남자친구입니다.

하지만, 1년전 제게 힘들었던 부분은 그의 성격이나 그의 모습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오랜 습관이 문제였습니다.

당시 직장생활 2년차의 저와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의 입장이었던 남자친구. 졸업을 앞두고 이제 졸업준비와 취직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각까지 그 압박감으로 잠을 깊이 있게 못들고 그러다 보니 늦은 시각까지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 서로의 큰 마찰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오후 1시가 다 되어 갈 때 즈음, 느즈막히 일어나 점심을 먹고 뒤늦게 지각하며 학교로 가 수업을 받고 집으로 와서는 다시 게임에 매달린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오죽하면 "남자친구로는 100점일지 모르지만, 남편감으로는 -100점이야" 라는 말까지 내뱉었습니다.

"오늘은 8시에 약속이 있어서"
"내일도 7시에 약속이 있거든"

만날 땐 한없이 다정한데, 만나기 전엔 거듭해서 약속이 있다고 말하는 말에 이상하게 생각되어 알고 봤더니 파티 사냥 약속이더군요. (저도 리니지를 하고, 스타, 와우 등 온라인 게임을 하기에 그 중독성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현재만 생각하지 말고 미래까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같은 꿈을 꾸고 싶다고 당장 바꾸는 건 힘들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천천히 줄여 나가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그럴게- 미안해" 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번번히 밤낮이 바뀐 생활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런 똑같은 상황이 거듭되자 저도 그 한계를 느꼈나 봅니다.

보편화된 사이트를 통해 게임 때문에 헤어졌다는 글을 보기도 했고, 결혼해도 변함없을 거라는 선배언니의 말도 저에겐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서로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어?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겪어오거나 봐왔던 헤어짐은 이제 너가 싫어졌어- 혹은 나 다른 사람 생겼어- 의 경우였기에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건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막상 제가 그 상황에 부딪히게 되니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20대 초반, 어른들의 말씀을 빌려 말하자면,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연애도 많이 해보고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괜찮은지 많이 경험 해 보렴-"
그렇게 20대 초반, 아니 20대 중반까지라도. 
그런 이유나 구실이 있었다면 "그래- 연애만 하자-" 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20대 후반 이미 연애가 자칫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는 때에 "괜찮아- 사랑하니까-" 라는 이유로 게임 중독처럼 게임에 빠져 지내는 남자친구를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고 만나기엔 위험 부담이 컸다고나 할까요. 
 
오죽하면 어렵게 상담하고자 꺼낸 제 이야기를 듣고선 양다리를 걸치라는 말도 들어보기도 했고, 따로 몰래 소개팅을 나가보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두고 말이죠.

항상 만나면 밝고 경쾌하기만 했던 우리 둘.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헤어지자고 말이죠.

평소 제가 화를 내고 싫다고 표현하더라도 장난스럽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넘기던 남자친구가 그 상황에서는 이전과 다르게 고개를 숙이고 이야기를 잘 못하더군요. 그동안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해 왔지만 막상 헤어짐 앞에서는 서로가 어색해 지고 '서로에 대해 잘 몰랐구나-' 라는 생각이 더 많아졌습니다.


연애 하면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 "헤어지자-" 
하지만, 남자친구와 저에겐 다시금 서로의 소중함을 상기시켜준 말인 듯 합니다. 

제가 말하는 헤어지자는 말은 자존심을 꼿꼿하게 세우며 이 말만 내뱉고 서로 등돌리고 냅다 달려 버리는 그런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려놓는 마음으로 허심탄회하게 헤어짐까지 생각하게 된 정확한 이유를 이야기 하고 왜 그 이유가 자신에게 힘이 드는지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서로가 각자 살아온 길이 너무나도 다른데, 갑작스런 저의 요구가 남자친구에게도 힘이 들었을 테고, 저 또한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커 왔던지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남자친구가 이해가 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평소 항상 유쾌하고 발랄했던 우리 사이였기에 헤어지자- 는 말 한마디는 웃음기를 싹 뺀 채, 사뭇 진지하게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소 일상 속의 이야기(누구누구가 그랬대- 오늘 회사에서 이런 일 있었어-와 같은 이야기)만 나누다가 그 날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를만큼 서로의 어렸을 적 이야기부터 지금까지 자라온 과정, 그리고 가장 기뻤던 일부터 가장 슬펐던 일까지. 서로의 진짜 속 깊은 사연을 나눴습니다. 
 

어항 속 물고기처럼. 자신이 봐 오던 것만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항상 걸어왔던 그 길만 옳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서로의 살아온 길을 나누는 것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연애를 하는 동안 해서는 안되는 말이라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절박한 상황 속 변화를 불러오기에는 충분한 말인 듯 합니다.

그 이후, 자주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고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3년이라는 시간도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지만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은 듯 합니다.

좋아하는 감정은 3초 이내에라도 생겨날 수 있는 불꽃 같은 감정이지만, 서로를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마음은 서로 함께한 시간에 비례하는 것(10년을 만나도 하루만에 헤어지는 것이 사랑인지라)이 아니라 서로 얼마나 잘 아는지에 대한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을 하더라도 분명 언젠가 "그 사람을 못믿겠어" " 성격 차이로 같이 못살겠습니다" 라는 말로 끝나버릴테니 말입니다.

그 사람을 못믿는 이유는 그만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여전히 잘 모르기 때문이고, 성격 차이로 같이 못사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서로의 살아온 방식과 살아온 길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서로의 살아온 길과 방식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에 헤어지는 것이겠죠. 
 
+ 덧붙임)
옆집의 누구가 그랬대- 오늘 회사에서 이런 일 있었어- 오늘 축구경기 정말 안타깝게 졌어- 와 같은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도 좋지만, 서로의 살아온 길이나 습관,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못한 자신의 속내와 같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진다면 결코 쉽게 헤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저 뿐인걸까요? ^^;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선배언니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며


남자친구와 2년 6개월간 만나오며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소개를 한 적이 없습니다.
왠지 정말 결혼할 날짜라도 잡혀진 상태가 아니라면 아는 이에게 공개해서는 안될 것만 같은. 묘한 기분에 홀로 사로 잡힌 채 말이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전 어떠한 꺼림직한 기분이 어째서 드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솔직히, 네-

숨기고 싶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전 만났던 남자친구는 높은 학벌에 부유한 집안과 준수한 외모로 일찍이 여러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었던데다 저도 냉큼 누군가에게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와 사뭇 반대되는 지금의 남자친구가 부끄러워서 그러냐구요? 아니요- 단호히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위의 시선으로 인해 상처 받을 남자친구가 걱정스러웠죠.
제 눈엔 지금의 제 남자친구는 어떤 남자보다 가장 멋지고, 사랑스러운 남자친구이거든요.   

며칠 전, 절친한 선배 언니에게 연락이 와서는 도대체 너의 남자친구는 언제 보여줄꺼냐며 어떤 사람인지 한번 직접 만나서 봐주겠다는 선배 언니의 말에 쭈뼛쭈뼛해 하며 갑작스레 남자친구를 바로 불러 내어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레 불려 나온 남자친구는 상당히 불편해 하고 어색해 했습니다.

더불어 선배언니의 직설적인 발언은 연달아 남자친구의 어깨를 주눅들게 만들었습니다.

"결혼 준비 할 때 되지 않았나요? 취직은 아직인가요?"
"결혼 자금은 얼마 정도 생각하고 계신가요?"

선배 언니는 친동생과 같은 저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남자친구를 마치 부모님의 입장이 되어 평가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면접을 보고 있는 듯한 남자친구의 굳어져 있는 모습도, 저를 걱정하는 듯한 눈빛으로 이리저리 남자친구를 보고 있는 선배 언니의 모습도, 그 사이에 앉아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연애는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결혼은 아니라는 선배 언니의 말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아직 전 어린가 봅니다. 스물일곱이라는 지금의 나이에도, 아직 결혼은 너무나도 먼 이야기이며 현실적으로 들려 오지 않습니다.

정말 가족 앞에서 인사를 드리게 될 때의 분위기는 어떨지 괜히 떨려 오기만 합니다.

연애, 그리고 결혼...

연애하다 자연스럽게 결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선배 언니와 함께 한 그 인사자리는 왠지 모르게 이상 속에서도 현실이 존재하는, 그렇게 결혼은 어려운 것이구나- 싶습니다.

사랑, 그 아름다운 한 단어가 연애를 거쳐 결혼으로 이어지기까지... 이상이 현실이 되기까지.
그 길은 너무나도 냉정하고 힘이 든가 봅니다.

사랑하는 남자친구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지 않게, 잘 보듬어 주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