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관리녀, 그녀를 ‘나쁜 여자’라 부르는 이유

 

포스팅 제목을 '나쁜 여자'라 쓰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정작 쓰고 싶은 표현은 나쁜 여자가 아닌 나쁜 X인데 말이죠. (네. 모두가 상상하는 그 한 단어 맞습니다- 끙)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 불편함이나 미안함 없이 거절하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저 또한 그러합니다. 누군가 그런 대단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쫓아가 그 비법을 전수받고 싶은 심정입니다. 깔끔하게 거절하면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말이죠. 세상에 그런 거절 방법이 있을까요? 누구나 부탁을 하거나 제안을 했을 때 상대방이 거절하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기분이 상하는 건 사실입니다.

 

거절이 어려운 이유 역시, 어렵게 부탁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한번쯤 생각해 보기 때문에 거절이 더욱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녀 관계에서도 거절이 어려워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 경우를 쉽게 보곤 합니다. 어떤 이 눈에는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할 테고, 또 어떤 이의 눈에는 '어장관리하는 나쁜X'로 보기도 할 겁니다.

 

오늘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렇게 보면 '거절을 잘 못하는 우유부단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이고 또 저렇게 보면 '어장관리하는 나쁜 여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돈이 남아 돌아? 어떻게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할 수가 있어?"
"주위에서 다 뜯어 말려도 '그 앤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애가 아니야.'라며 도통 우리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

 

생일 선물이라며 명품가방을 준비하는 한 남자.




이미 몇 개월 전, 헤어진 그녀를 위한 생일선물입니다. 헤어진 연인을 위한 생일선물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누구나 헤어지고 나서도 좋은 친구관계나 직장동료로 남아 서로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도 하니 말이죠.

문제는 그녀의 생일선물을 준비하는 그의 마음이죠. (몇 백만원의 명품가방을 구입하는)

 

'그녀와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녀는 날 아직 사랑해.'
'그녀는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여자들과 달라.'

 

왜 그렇게도 그녀에 대한 마음이 큰가 했더니 헤어지는 순간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그 후로도 이별이 무색하게 잦은 연락을 하는 그녀의 행동 때문이더군요. 문득 궁금해 졌습니다. 아니, 그럼 대체 왜 헤어진 거야?

 

단절이 두려워 거절을 못하는 관계 = 계산적인 관계

 

사랑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런 거니 이해해 달라며 헤어진 그녀. 그러고선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그녀. -_-;; 대체 그녀가 이해해 달라는 여의치 않다는 그 상황이 뭔지. 옆에서 봤을 땐 그저 어장관리를 하며 그녀에게 이득이 되는 것만 뜯어내는 속물녀로 느껴지지 않는데 말이죠. 단칼에 헤어짐을 고하지 못하고, 절대 잊지 못할 거라는 둥, 사랑한다는 둥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단절이 두려워서겠죠. 단절이 두려워 거절을 못하는 관계는 그저 지극히 계산적인 관계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안해. 오빠와 함께한 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거야. 사랑해."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는 그에게 헛된 희망과 여운을 남겨 주었습니다.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나쁜 애 아니야."
"그럼 무슨 이유에서 오빠한테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해?"
"착해서 그래. 너무 착해서. 나쁜 말 못하는 애거든."
"아, 그렇게 착해서 명품 가방 사달라고 귀띔해 줬구나. -_-"

 

그의 눈엔 여전히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녀인가 봅니다.

 

나쁜 이별이 될지라도 나쁜 X은 되지 말자 

 

솔직히 여자건, 남자건 공통 사항인 것 같습니다.

이별을 통보해 보기도, 이별을 통보 받은 적도 있지만 여지를 남긴다는 것이 이별을 통보 받는 입장에선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더군요. 특히,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선 잠적해 버리면 그 동안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에선 기대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좀처럼 결론을 알 수 없는 장황한 설명만 계속 늘어 놓는다면? 이게 이별을 한 건지, 만 건지, 애매모호한 이별선언;;;

 

이별을 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예의가 오해가 없도록 거절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거절'은 '단절'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한번 보고 안녕~ 할 사람은 아니니 말이죠. 하지만 연인 관계에 있어서의 '이별'은 '암묵적 단절'이라 생각하고 오래 뜸 들이지 않고 과감하고 똑 부러지게 거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착한 여자' '착한 남자'가 되어 그(녀)에게 애매모호한 행동으로 혼란을 주는 것보다는 말이죠.

+ 덧) 아, '지금은 연애중' 달달한 카테고리에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니 뭔가 참 씁쓸합니다. 이왕이면 이별을 고할 일도, 이별을 통보 받을 일도 없었으면 좋겠지만 말입니다;;;

 

어장관리 당한 그 남자 그리고 그 여자

'호의'와 '호감'의 미묘한 경계선.

저 또한 그 경계선을 오가며 많은 착각을 하였고, 그로 인해 많이 울기도 했고 많이 아파하기도 했습니다.


호의(好意) : 친절한 마음씨. 또는 좋게 생각하여 주는 마음.
호감(好感) : 좋게 여기는 감정.

"남자친구 없어?"
"네? 아, 네."
"빨리 남자친구 만들어야지. 네가 몇 살인데, 지금 너 나이 결코 적은 나이 아니다."
"그쵸. 근데 오빠는 왜 여자친구 안 만들어요?"
"안 만드는 게 아니라 못 만드는 거지 뭐."
"아…"
"너한테 대시하는 남자 없어?"
"뭐. 조금 있죠. 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아닌 것 같은데? 뭐. 에잇. 기분이다. 심심하면 연락해. 언제든지. 내가 만나줄게."


"야, 첫 만남부터가 이상한데?"
"어장관리 하는 거 딱 표가 나네. 뭐."
"만나자도 아니고, 만나줄게는 뭐야."


첫 만남부터 "심심할 때 연락해. 언제든지 만나줄게." 라는 멘트가 이미 범상치 않음을 모두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런데 그렇게 만난지 한 달이 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사귀자' 혹은 '좋아한다' 라는 어떠한 표현이 없다 보니 더더욱 친구의 입장에선 '어장관리'라는 확신이 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있던 저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 또한 어장관리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더군요.

"만나지마. 남자가 진짜 여자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남자야. 그 선배, 그렇게 안봤는데 정말 깬다. 어장관리라니..."
"그치? 아, 정말 왜 어장관리 하는 남자만 내 주위에 이렇게 많은거야."


꽤나 예쁘게 생긴 이 친구는 좀처럼 자신의 주위에 괜찮은 남자가 없다며, 하소연 하곤 했습니다. 주위 친구들도 모두 이 친구에게 좀처럼 멋진 남자가 등장하지 않는 것이 궁금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유독 번번히 이 친구의 표현대로 '어장관리남'만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 듯 했습니다. 

"요즘 혜영이랑도 연락하고 지내니?"
"요즘 혜영이 완전 신났잖아요. 남자친구랑 데이트 하느라 바쁜 것 같던데."
"아, 드디어 남자친구 생겼구나."
"왜요?"
"나 혜영이 한 때 좋아했었잖아."
"엥?"


혜영이를 좋아했다는 이 남자. 그리고 제 친구(혜영이)에게 오히려 본인이 어장관리 당했다고 말하는 이 남자. 어찌된 영문일까요? (서로가 상대방에게 어장관리 당했다고 말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꽤나 예쁘게 생겨 누가 봐도 남자친구가 있을 것 같은 외모의 혜영이. 하지만 그 외모가 오히려 남자에겐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 올 수도 있나 봅니다. 그렇다 보니 자신 있게 좋아한다고 이야기할 용기도 없고, 좋아한다고 이야기 했다가 바람 맞을까봐 두렵기도 해서 최대한 쿨한 척(관심 없는 척)하며 간접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심심할 때 연락해' 라는 표현이었다고 하네요. 헌데 또 혜영이는 그 이야기를 듣고 곧잘 연락하고 같이 식사를 하곤 했다고 합니다.
그랬겠죠. 혜영이도 그 선배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죠.

선배의 말에 따르면 자신을 보고 잘 웃어 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있어 하며 잘 들어주기도 하여 그렇게 좋게 잘 만남을 이어가는 듯 했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연락을 딱 끊어 버리더라는거죠. (그녀가 '어장관리'라고 확신한 순간이었겠죠)



호의를 호감으로 둔갑시킨 채, 어장관리를 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호감을 애써 숨기기 위해 호의로 둔갑시켜 표현하다 되려 상대방이 어장관리로 받아들여 이처럼 어긋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로에게 어장관리 당했다고 생각하는 그 남자, 그리고 그 여자. 만약, 두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이 먼저 용기내어 손을 내밀었다면 지금 두 사람은 연인 사이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미안. 너가 오해 했나 본데, 내가 너에게 손을 내민건 그저 '호의'였을 뿐이야. '호감'이 아니라구."

어장관리남, 혹은 어장관리녀의 마지막 단골 멘트죠.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땐 설사 그런 어장관리의 최후의 멘트를 듣게 되더라도 단순한 '호의'냐 나를 향한'호감'이냐- 어장관리냐 아니냐- 를 맞닥뜨려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표현할 수 있을 때 표현하지 못해 놓치고 나서 뒤늦게 후회하는 것보다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