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헤어지자" 헤어지자는 말이 과연 나쁘기만 한걸까?


남자친구와 3년 가까이 만나 오며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온 것만은 아닙니다. 서로 다투는 일도 많았고, 서로 으러렁 거리며 못잡아 먹어 안달인 때도 많았으니 말입니다.

연애하며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 = 헤어지자

수많은 연애지침서를 보다 보면 하나 같이 금지어 처럼 여기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헤어지자"

이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이미 연애의 '연'자를 깨닫기도 전 연애의 경험이 있는 친구를 통해, 연애지침서를 통해서도 지겹도록 보았습니다.

3년간 함께 해 온 남자친구에게 1년여 정도 만나온 시점에 이 말을 내뱉었습니다. 절대 장난스러운 말이 아니었고, 오랫동안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어렵게 내뱉은 진심어린 제 본심이기도 했습니다.

연애지침서를 통해 습득한 이론과 실전은 너무나도 다른 듯 합니다.

사랑하지 않기에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데 현실과 이상의 너무나도 크나큰 장벽에 부딪혀 힘들어 하다 견디지 못하고 내뱉은 말이었죠.

제가 아주 능력이 뛰어나서 안정적인 수입이 평생 보장되거나 재벌집 딸이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사랑으로 현실을 극복하기엔 그 한계가 엄연히 있더군요.

제 남자친구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저를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위해줍니다.
모두가 아니라고 다그치고 화를 내더라도 끝까지 제 편에 서 줄 것 같은, 너무나도 믿음직한 남자친구입니다.

하지만, 1년전 제게 힘들었던 부분은 그의 성격이나 그의 모습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오랜 습관이 문제였습니다.

당시 직장생활 2년차의 저와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의 입장이었던 남자친구. 졸업을 앞두고 이제 졸업준비와 취직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각까지 그 압박감으로 잠을 깊이 있게 못들고 그러다 보니 늦은 시각까지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 서로의 큰 마찰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오후 1시가 다 되어 갈 때 즈음, 느즈막히 일어나 점심을 먹고 뒤늦게 지각하며 학교로 가 수업을 받고 집으로 와서는 다시 게임에 매달린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오죽하면 "남자친구로는 100점일지 모르지만, 남편감으로는 -100점이야" 라는 말까지 내뱉었습니다.

"오늘은 8시에 약속이 있어서"
"내일도 7시에 약속이 있거든"

만날 땐 한없이 다정한데, 만나기 전엔 거듭해서 약속이 있다고 말하는 말에 이상하게 생각되어 알고 봤더니 파티 사냥 약속이더군요. (저도 리니지를 하고, 스타, 와우 등 온라인 게임을 하기에 그 중독성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현재만 생각하지 말고 미래까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같은 꿈을 꾸고 싶다고 당장 바꾸는 건 힘들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천천히 줄여 나가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그럴게- 미안해" 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번번히 밤낮이 바뀐 생활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런 똑같은 상황이 거듭되자 저도 그 한계를 느꼈나 봅니다.

보편화된 사이트를 통해 게임 때문에 헤어졌다는 글을 보기도 했고, 결혼해도 변함없을 거라는 선배언니의 말도 저에겐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서로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어?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겪어오거나 봐왔던 헤어짐은 이제 너가 싫어졌어- 혹은 나 다른 사람 생겼어- 의 경우였기에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건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막상 제가 그 상황에 부딪히게 되니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20대 초반, 어른들의 말씀을 빌려 말하자면,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연애도 많이 해보고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괜찮은지 많이 경험 해 보렴-"
그렇게 20대 초반, 아니 20대 중반까지라도. 
그런 이유나 구실이 있었다면 "그래- 연애만 하자-" 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20대 후반 이미 연애가 자칫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는 때에 "괜찮아- 사랑하니까-" 라는 이유로 게임 중독처럼 게임에 빠져 지내는 남자친구를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고 만나기엔 위험 부담이 컸다고나 할까요. 
 
오죽하면 어렵게 상담하고자 꺼낸 제 이야기를 듣고선 양다리를 걸치라는 말도 들어보기도 했고, 따로 몰래 소개팅을 나가보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두고 말이죠.

항상 만나면 밝고 경쾌하기만 했던 우리 둘.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헤어지자고 말이죠.

평소 제가 화를 내고 싫다고 표현하더라도 장난스럽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넘기던 남자친구가 그 상황에서는 이전과 다르게 고개를 숙이고 이야기를 잘 못하더군요. 그동안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해 왔지만 막상 헤어짐 앞에서는 서로가 어색해 지고 '서로에 대해 잘 몰랐구나-' 라는 생각이 더 많아졌습니다.


연애 하면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 "헤어지자-" 
하지만, 남자친구와 저에겐 다시금 서로의 소중함을 상기시켜준 말인 듯 합니다. 

제가 말하는 헤어지자는 말은 자존심을 꼿꼿하게 세우며 이 말만 내뱉고 서로 등돌리고 냅다 달려 버리는 그런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려놓는 마음으로 허심탄회하게 헤어짐까지 생각하게 된 정확한 이유를 이야기 하고 왜 그 이유가 자신에게 힘이 드는지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서로가 각자 살아온 길이 너무나도 다른데, 갑작스런 저의 요구가 남자친구에게도 힘이 들었을 테고, 저 또한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커 왔던지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남자친구가 이해가 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평소 항상 유쾌하고 발랄했던 우리 사이였기에 헤어지자- 는 말 한마디는 웃음기를 싹 뺀 채, 사뭇 진지하게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소 일상 속의 이야기(누구누구가 그랬대- 오늘 회사에서 이런 일 있었어-와 같은 이야기)만 나누다가 그 날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를만큼 서로의 어렸을 적 이야기부터 지금까지 자라온 과정, 그리고 가장 기뻤던 일부터 가장 슬펐던 일까지. 서로의 진짜 속 깊은 사연을 나눴습니다. 
 

어항 속 물고기처럼. 자신이 봐 오던 것만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항상 걸어왔던 그 길만 옳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서로의 살아온 길을 나누는 것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연애를 하는 동안 해서는 안되는 말이라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절박한 상황 속 변화를 불러오기에는 충분한 말인 듯 합니다.

그 이후, 자주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고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3년이라는 시간도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지만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은 듯 합니다.

좋아하는 감정은 3초 이내에라도 생겨날 수 있는 불꽃 같은 감정이지만, 서로를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마음은 서로 함께한 시간에 비례하는 것(10년을 만나도 하루만에 헤어지는 것이 사랑인지라)이 아니라 서로 얼마나 잘 아는지에 대한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을 하더라도 분명 언젠가 "그 사람을 못믿겠어" " 성격 차이로 같이 못살겠습니다" 라는 말로 끝나버릴테니 말입니다.

그 사람을 못믿는 이유는 그만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여전히 잘 모르기 때문이고, 성격 차이로 같이 못사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서로의 살아온 방식과 살아온 길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서로의 살아온 길과 방식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에 헤어지는 것이겠죠. 
 
+ 덧붙임)
옆집의 누구가 그랬대- 오늘 회사에서 이런 일 있었어- 오늘 축구경기 정말 안타깝게 졌어- 와 같은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도 좋지만, 서로의 살아온 길이나 습관,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못한 자신의 속내와 같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진다면 결코 쉽게 헤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저 뿐인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