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다던 첫사랑, 그리고 그 후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다던 첫사랑


"넌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
"아니. 내가 왜?"
"난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어."
"그래?"


20대 초반, 일찍이 현실적이었던 나에게 그가 던진 질문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리다니… 하지만 나와 달리, '목숨을 버릴 수 있다.' 는 그의 단호한 대답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다는 용기에 감탄한 것이 아니라, '난 농담으로라도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감탄을 한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의 그러한 대답은 여자를 현혹하기 위한 달달한 멘트에 불과하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그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고 말 했지만, '사랑'을 위해서가 아니라 '연애'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멘트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것이었다.
 

당장의 연애를 위해서라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어!



그럼 그렇지. 말만 그럴싸하게 하는 사람이라니... 

실제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사람은 그런 말을 그리 쉽게 내뱉지 못할 거라 생각하며 첫사랑이자, 첫 연애상대였던 그를 머리속과 마음속에서 지웠다.

남자의 바람은 본능이다? 아니다?


어린 두 자식을 두고도 바람이 난 아버지의 영향을 받다 보니 제 아무리 멋지고 성실한 남자라 하더라도 '남자에게 바람둥이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깊게 자리 잡혀 있었다. 그런 내게 다시금 '남자의 바람은 본능이야!' 라는 결론을 내버릴 수 밖에 없었던 첫사랑의 아픈 기억.   

"너도 결국 바람 피울거잖아!"


 

이후에도 상대 이성을 만나다 보면 '신뢰' 이전에 '불신'이 먼저 싹텄다. 

"너도 남자잖아. 어차피 나랑 만나다가 다른 여자가 눈에 띄면 바람 피울거잖아."
"만약 바람 피우게 된다면, 제발 나한테 들키기 전에 먼저 말해줄래?"

신뢰가 없는 만남이 오래 갈 리 없는 것은 당연지사. 
거기다 신뢰가 없다 못해 툭하면 비아냥으로 이어지기도 했으니 상대방 또한 그런 나의 모습에 질릴 법도 하다.
 

연애를 위한 연애가 아닌, 진짜 사랑을 하자


이상하게도 지금의 남자친구는 당시 나의 그런 모습에 질려하기는 커녕 그런 말을 하는 내게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나를 다그쳤다.

"맞아. 남자 본능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본능 따라 살면 그게 사람이야? 동물이지? 넌 당장 배고프다고 길거리 가게에 들어가서 음식 훔치니? 난 아닌데... "

남자가 여러 여자를 욕심내고 바람을 피우는 것에 대해 본능이다, 아니다의 여부를 떠나 본능이건 아니건 그렇게 살면 그게 사람이냐고, 그게 옳은 행동이냐고 되묻는 남자친구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대답은 뻔하니 말이다. 

그러다 오빠는 연애를 많이 해 보지 않아서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거라며 괜한 주절이를 늘어 놓았다. 그런 내게 다시금 남자친구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해주었다.   

"연애를 많이 해 본 사람은 연애에 있어선 분명 선수일지 모르지. 그런데 연애를 많이 해봤다고 사랑을 많이 해 본 걸까? 연애만 하며 살래? 차라리 난 단 한번이라도 진심 어린 사랑 한번 하고 말래.
난 지금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하고 있는 건데. 넌 그렇지 않아?" 

남자친구의 '연애'가 아닌 '사랑'을 하고 있다는 말. '연애'를 위해 날 만나는 것이 아닌, '사랑'하기 때문에 만나는 것이라는 말.  

맞다.
그간 난 '연애' 타령만 하고 있었다. '사랑'이 싹터야 '연애'가 되는 건데, '연애'에 목적을 둔 '연애'를 하고 있었던 거다. 

남자친구의 '우리, 연애를 위한 연애가 아닌 사랑을 하자.'는 말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결 같이 지켜오고 있다. 아마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남자는 다 그렇지 뭐.' 라는 편견에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한 채, '연애'를 위한 '연애'만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외로워 죽겠으니 누구든 빨리 붙잡고 연애를 해야 겠다는 친구. 남자는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돈 있는 남자면 아무나와 결혼해도 상관없다는 친구.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내가 발끈해선 "아냐! 사랑을 해야 된다니까!" 라는 말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니 '사랑'이 아닌, '연애' 타령만 하던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새삼 내 삶과 내 남자친구에게 감사 인사를 하게 된다. 내 평생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던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에 말이다.

연인 사이 "미안해"의 또 다른 표현

"오늘 고기 먹을까?" VS "뽀뽀! 뽀뽀!"

남자친구와 각기 살아온 길이 다르니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해 그 부분으로 종종 싸우곤 했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아, 그래도 말은 바로 해야겠죠.

솔직히 서로 이해하고 감싸줬다기 보다 초기엔 일방적인 남자친구의 양보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온 것 같기도 합니다. (응?)

"있잖아. 솔직히 난 똥고집이어서 오빠가 잘못하건 내가 잘못하건 무슨 이유로 다투건간에 아마 내가 먼저 사과 하는 일은 정말 정말 드물거야."
"헐."
"그니까 만약에~ 만약에~ 이 다음에 또 심하게 다투게 되면 그땐 오빠가 먼저 사과해 주면 안돼? 난 똥고집이니까. 마음 넓은 오빠가 양보 좀 해주라. 응? 응? 응?"

서로 지독하게 싸우곤 했는데 제가 툭까놓고 말한 "난 똥고집이야" 라는 말로 인해 상황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남자친구의 "미안해"의 다른 표현 : "고기 먹을래?"

"에이. 기분 풀어."
"치이."
"오늘 고기 어때?"
"고기?"
"응. 고기."
"히히히"

남자친구의 핸드폰엔 제 번호가 '쉬운 아이'라고 저장되어 있습니다. 정말 모르는 이가 그 의미를 모르고 보게 되면 오해할 법도 하죠. 그런데 남자친구가 저를 '쉬운 아이'로 칭한 이유는 다름 아닌 고기 하나에 금방 마음을 풀어 버리기 때문인데요.

"걱정이네. 우리 버섯. 누가 고기 사준다고 하면 나 버리고 따라가는 거 아니야?"
"하하. 그럴 일은 없어. 난 오빠표 고기만 좋아해."

남자친구도 알고, 저도 알고 있는 사실 하나. 

고기가 뭐길래... 고기야 남자친구가 사주지 않아도 고기 사 먹을 돈은 저도 있습니다. 뭐야, 고기 하나에 기분을 풀다니... 가 아니라, 남자친구가 보내준 신호에 맞춰 호응해 주는 것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Becase of you...

좀처럼 빈틈 없어 보이는 똑부러진 모습의 여자친구도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다툰 상황에서 조차 똑부러지게 논리적으로 다가서려는 여자친구 보다는 남자친구가 보내오는 신호를 눈치 채고 아무렇지 않게 웃어 버리는 빈틈도 필요할 듯 합니다.

나(여자친구)의 "미안해"의 다른 표현 : "뽀뽀! 뽀뽀!"

"우리 오빠, 뽀뽀! 뽀뽀!"
"치"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은 듯한 상황에서도 저의 '뽀뽀' 라는 한 마디에 씨익 웃으며 뽀뽀해 주는 남자친구의 모습은 무척이나 멋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제가 택한 '미안해'의 또다른 표현이 되어 버린 '뽀뽀'

평소 애교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애교 가득한 표정으로 '뽀뽀'를 외치면 언제 우리가 다퉜냐는 듯 덩달아 '뽀뽀'를 외치며 안아줄 땐 무척이나 기분이 좋더군요.

요즘 주말마다 즐겨보고 있는 '시크릿 가든' 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 연애에 악역은 없다- 라는 것인데요.

사랑하는 사이,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여자 입장에서도 그 기분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남자 입장에 서서 보더라도 그 기분이 충분히 이해가 되니 말입니다. 그 부분을 시크릿 가든에서 잘 표현한 것 같아 공감하며 보곤 합니다. 현실 속에서도 일방적인 나쁜 남자, 나쁜 여자가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그저 상황에 따라 감정이 바뀌는 그저 사랑에 빠진 남자와 여자가 있을 뿐이니 말입니다.   

에피소드 : 빨리 화해하고 싶었던 순간

친구가 싱글즈라는 공연을 본 적이 있는지 묻는데 잊고 있었던 한켠의 추억이 새록 떠올랐습니다. 분명 VIP석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그 공연을 봤음에도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싱글즈 공연 봤어?"
"응. 봤어."
"무슨 내용이었어?"
"기억이 안나."
"엥? 왜 기억이 안나?"
"남자친구와 같이 봤거든."
"남자친구와 보면 기억이 안나?"
"아니. 그게 아니라, 남자친구와 말다툼하고 봤거든."
"헐. 크크크."

미리 공연 시작 몇 일 전, VIP석을 예매하고 찾은 공연장. 남자친구와 잔뜩 들 뜬 마음으로 티켓팅한 공연이건만 그 공연을 보면서 웃을수도 박수치지도 소리지를 수도 없었습니다. 바로 공연에 입장하기 직전 정말 소소한 이유로 남자친구와 다퉜기 때문이죠. 


공연 직전 남자친구와 다퉜다는 이유로 환불하기에도 취소하기에도 애매한 상황. '흥'하고 뒤돌아 '쌩' 하고 가기엔 VIP공연이라 더욱 놓치기 아쉬워 공연장 안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공연을 보는 내내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공연을 보면서도 다투고선 함께 공연장에 들어와 옆에 앉아 있는 남자친구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공연장을 나오면서도 전 남자친구의 반응을 살피느라 힐끗 거리고 있었는데 남자친구의 '배고프지? 저녁 먹을까?' 하는 쿨한 한 마디에 언제 싸웠냐는 듯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며 결국,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나 솔직히 공연 보면서 박수치고 싶었는데 참았어. 깔깔 거리며 웃고 싶었는데 그것도 참았어."
"하하."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화해할 줄 알았으면 진작 화해할걸. 공연 재밌게 볼 수 있었는데!"
"몰랐어? 난 우리 화해할 줄 진작 알고 있었는데."
"뭐야. 그럼 오빤 집중해서 재미있게 본 거야?"
"응. 난 재밌게 봤어."
"아, 이거 정말 억울한데? 나한테 말해주지."
"뭘?"
"우리 빨리 화해할 것 같으니까 공연 재미있게 보자고."

바람을 피웠다거나 큰 배신을 했다면 모를까 그런 이유로 헤어질 것이 아니고서야 사랑하는 연인 사이, 혹 다투게 되더라도 빨리 푸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인 사이, 다투고 난 후엔 서로에게 사과하는 '미안해'가 최종 정답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꼭 곧바로 정답을 향해 달려갈 필요는 없습니다.

'미안해'의 다른 표현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스을쩍 신호를 보내는 법을 알고 서로가 그 신호를 받을 줄 안다면 아무리 서로가 마음이 토라져 다투게 되더라도 싸움이 곧 이별로 이어지는 극한 상황이 쉽게 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부모님의 이혼이 내게 남긴 과제

"제발 이혼하지 마세요. 제발."

한 온라인 포탈사이트에 펑펑 울면서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가 이제 막 중학생이 되었던 시점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혼하면 안될 것 같지만, 이런 아내와 더 이상 살 수 없을 듯 합니다. 각자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대충 이러한 내용이었는데요. 꽤나 긴 내용이었는데 그런 류의 글을 검색해서 읽고는 일일이 이혼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댓글을 달고 있었습니다.

그런 류의 글을 검색하게 된 계기는 제 나이 열 세 살이라는 나이에 부모님의 이혼이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고 헤어질 당시, 저를 앉혀 놓고 말씀하셨던 "아직 네가 어려서 부모님의 이혼에 대해 어떻게 받아 들일지 걱정이지만 엄마와 아빠는 성격이 맞지 않아 헤어지려 한다" 라는 이유가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아서이기도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좀처럼 납득되지 않는 그 이유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 상처가 너무 커서 한참 동안을 끙끙거리며 아파했습니다.

'왜 당신들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자식의 입장은 조금도 헤아리지 않나요? 당장 당신들의 아픔을 벗어나고자 평생 지울 수 없는 아픔을 자식에게 떠넘기려는 건가요?' 마음 속으로 여러 번 외치고 외치며 그저 끔찍한 악몽이길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어서 이 악몽에서 벗어나길 기도했습니다.

후에 아버지의 바람이 부모님의 헤어짐에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명절을 맞아 일가 친척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서 "남자친구 생기지 않았어? 남자 많이 만나보고 결혼해야지." 라고 묻는 어른의 질문에 큰 소리로 비아냥 거리며 이야기 했습니다. 정말 무례하게 말입니다.

"남자친구는 무슨. 내가 결혼하는지 두고 보세요. 어차피 이혼할거 죽어도 결혼 따위 안 할 테니까!"

지금은 성인이 되어 몸이 커진 만큼 머리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열 네살 당시엔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이 앞서 있었고 헤어지는 부모님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왜 자식을 두고 이혼하냐며 악을 썼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그저 각자의 삶을 살아가길 희망하는 한 남자와 한 여자로 받아 들인다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세상엔 거짓사랑만 존재한다던 저의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천일을 얼마 앞둔 시점, 다시 한번 더 선전포고('이래도 나 만날래?')라도 하듯 제가 자라온 과정을 모두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아버지의 바람으로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사실과 아버지가 재혼한 사실, 그리고 그 재혼한 가정에 새 어머니와 함께 살다 뜻밖의 사고로 새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까지. 그리고 지금은 친 어머니를 모시고 내가 가장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까지. 이런 구구절절한 사연을 모두 읊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예상했던 반응과 달리 천일이 되던 날, 꽃바구니와 함께 '민감한 부분의 이야기일지라도 어렵고 힘든 이야기일지라도 함께 나누고 그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자며 고맙다'고 보내온 남자친구의 카드를 보고선 펑펑 울었습니다. 가족 마저도 서로를 배신하는데 피 하나 섞이지 않은 남이 어떻게 사랑을 운운할 수 있냐던 저의 생각을 남자친구는 완전히 뒤엎어 버렸습니다. 정확히 그때부터 사랑에 대한 '악한' 편견이 깨진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블로그를 개설하게 된 계기가 바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고 나서 이전과는 다른 이 행복한 감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였습니다. 부정적이기만 했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꿔 주었고, 그로 인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듯 합니다.

한 때는 자식을 두고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미워했던 아버지, 같은 여자로서 안타깝기만 했던 어머니, 이제 더 이상 한 자리에 모셔두고 부모님이라 부를 수 없다는 점이 여전히 속상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이 멋진 사랑을 할 수 있게 해주셨으니 말이죠.

부모님의 이혼이 제게 남긴 과제는 '이래도 사랑을 믿겠느냐?' 입니다.
그 과제의 대답으로 세상엔 진실한 사랑은 없다고 외쳤던 제가 지금은 진실한 사랑이 있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사랑에 아파서 울기도 하고, 주저 앉기도 하고 하겠지만 분명 진실한 사랑은 있다고 말입니다.

+ 덧) 오늘은 오랜만에 굉장히 가라앉는 포스팅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솔직한 이야기도 해 보고 싶었던터라 끄적여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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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합니다.

 

바람둥이인 줄 알았던 남자친구, 알고 보니

연애를 하며 한번쯤 의심하게 되는 "혹시, 이 사람 바람둥이 아니야?"

지금의 제 남자친구를 만나 첫 데이트를 할 당시 솔직히 제 머릿속에는 온통 '선수 같은데?' 라는 생각이 물음표가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미리 영화 예매를 하고 근처 어느 식당에 뭐가 맛있는지도 친절하게 알려 주며 능숙하게 메뉴 괜찮은지 물어보고 샤방 미소를 날려주니 말입니다. '첫 연애라더니... 첫 데이트라더니... 거짓말!'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가 보통 일반적인 어색해 하는 남자의 경우,

"뭐 좋아하세요?"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아, 그럼 뭘 먹지… 뭘 먹을까요?"
"아…"
"저기, 그럼 한식, 중식, 일식, 아, 이탈리아 음식도 좋아하세요? 하나 골라 보세요."
"네? 아, 네..."

이렇게 고민하는 데만 15분 이상을 가만히 서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헌데 제가 늘 꿈꿔왔던 자상하면서 주도적인 스타일을 막상 마주하고 나니 '여자를 많이 만나봤군' 으로 자연스레 생각이 이어지더군요.

"아, 여기 근처엔 어디가 무슨 메뉴로 괜찮다고 하더라 구요. 이 음식 좋아하세요?"
"아, 네. 좋아해요."
"그럼, 그쪽으로 갈까요?"

늘 친구들을 만날 때면 제가 주도하고 끌어가는 스타일이었던 터라 연애를 하게 된다면 이젠 내가 좀 끌려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그런 남자를 마주하고 나니 선수인가, 바람둥이인가, 의심부터 품게 되니;;; 헙;

저녁을 먹고 나서도 예매된 영화를 보기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은 상황.

가까운 찻집에 들어가서도 첫 데이트인지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해 지더군요.

소개팅이나 미팅으로 만난 사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에서 자연스레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사귄 사이라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땐 이런 저런 말도 많이 하고 시끄럽게 떠들며 서로 이야기 하겠다고 재잘거렸지만 막상 단 둘, 데이트라 명하고 만나니 갑자기 어색해 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남자친구가 심리테스트를 해 주겠다며 종이 한 장을 가방에서 꺼내더군요.

"영화 시간까지 30분 정도 남았잖아. 혹시라도 영봐 보기 전까지 시간 애매해지면 뭐할까 고민하다가 심리테스트 챙겨왔어."
"우와."

겉으로는 '우와!' 를 외치고 속으로는 '선수 같애!' 를 연신 외쳤습니다.

여자 심리를 꿰뚫고 있는 듯 술술 내뱉는 말이며 미리 미리 뭔가를 준비하고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말입니다.

막상 제가 꿈꾸던 주도적이고 이끌어주는 멋진 이상형의 남자를 만난 것 같기도 한데 자꾸만 선수처럼 느껴지고 바람둥이일 것 같은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첫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친구에게 수다스럽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름 난 지금 콩깍지가 씌인 상태인 것 같아서 명확하게 판단할 줄 모르니까 친구들에게 물어보자- 라는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물어본 것이었습니다만, 이전 글(친구 따라 강남 가듯 친구 따라 연애하기?) 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연애는 친구가 하는 것이 아닌 제가 하는 것이기에 참고만 하는 것이 좋죠.

"정말 선수인걸까?"
"응. 아무래도 선수 같아. 너한테 그렇게 말도 조리 있게 잘하고. 매너있게 했다고 하니."
"헉! 정말?"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많은 맛집을 미리 알고 있겠어? 이미 여러 여자 만나봤으니까 그렇게 잘 아는거지."
"그런가..."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데이트를 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주변 맛집을 먼저 알아두고 첫 데이트인지라 설렘을 안고 이것저것 미리 준비한 것이더군요.

만약, 그때 주위 친구들의 말을 듣고 '바람둥이야' '선수야' 라고 단정지어 그를 향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면 5년간 알콩달콩 예쁜 사랑을 하고 있는 남자친구가 지금 제 곁에 없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해 지는데요? ^^

그 사람이 바람둥이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심적인 증거만으로 '이러이러하니까 바람둥이 같아' 라고 단정 짓는 것은 적어도 예쁜 사랑을 지속하는데 있어서 장애물인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예쁜 사랑을 제 발로  뻥 차버릴 뻔 했네요.


"남자친구랑 워터파크에 갔더니 다른 노출 심한 예쁜 여자만 골라서 보는 것 같아. 치! 언제는 항상 나만 본다고 하더니."
"하하. 남자가 예쁜 여자를 보는 건 본능이야. 그런 본능은 정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 그냥 저절로 눈이 가는 거거든. 일종의 아이쇼핑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정말 네가 남자친구에게 한 소리 해야 하는 상황은 길을 가다 예쁜 여자를 힐끗 본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본능을 이성으로 제압하고 이겨내지 못하고 널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날 때 해야지.
바람? 솔직히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걸. 대부분의 남자가 바람 피울 줄 몰라서 바람 안 피우는 줄 아냐?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기 싫으니까 그 마음으로, 욕구를 이겨내는 거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이 남자는 바람 안피울거야', 혹은 '이 남자는 바람 피울거야' 라고 쉽게 단정 짓지마."

전 애인과 연락하던 여자친구, 결국엔

"나와 다투기만 하면 전 애인한테 자꾸 연락을 하는 거야. 만나는 것 같기도 하고."
"미쳤어. 난 절대 이해 못해. 절대 용서 못해."
"왜? 다퉈서 전 애인한테 연락한 거잖아. 욱하는 마음에 실수한 걸 수도 있어."
"나 같음 헤어졌을 거야."
"내가 힘들어. 헤어진다고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파."

제 개인적인 연애관으로는 절대 받아 들이지 못할 행동이었던 터라 전 애인과 연락하는 이런 여자친구를 어떡하냐고 묻는 남자 선배에게 좋은 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는 저와 달리, 함께 그 자리에 있던 동기는 사랑하면 한 번 정도는 용서해 주는 거라며, 다퉈서 욱하는 마음에 그런 실수를 범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특히, 그 선배는 그 여자와 결혼까지 염두하고 만나는 사이였던 터라 더욱 그런 여자친구를 놓아주기 힘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소개팅으로 알게 된 그 여자는 중학교 선생님이면서 나름 부유한 집안에 꽤나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로 사진으로만 봐도 상당히 예쁘더군요. 성격도 애교가 많고 상냥하다고 하니 뭐, 헤어진다고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는 선배의 말에 뭐라 더 이상 말을 덧붙이기 힘들더군요.

그게 7년 전쯤의 일이었습니다. 

"음, 그러고 보니 요즘엔 그 선배 모임에서 보기 힘드네."
"몰랐어? 유학 갔잖아."
"결혼한다더니 여자친구랑 같이?"
"아니."

그러다 친구를 통해 그 선배의 근황을 들었는데 너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잘 사귀고 있었는데 그 선배와 그 여자가 갑작스레 헤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리곤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자는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차라리 여기까지만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뭐 갑자기 돈 많은 남자라도 만나서 결혼한 거야?"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럼? 왜 갑자기 선배와 헤어지자 마자 다른 남자와 결혼해?"
"그 결혼한 남자가 이전 남자친구래."
"헐."
"더 최악인 건…"

뭐? 임신? 임신? 임신? 임신? 임신?! -_-

정말 최악의 여자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갑작스레 헤어지게 된 이유가 바로 그 여자친구가 임신을 해서 헤어진 거라고 하더군요. 지금 남자친구가 있고, 지금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는 상태에서 이전 남자와?
임신?
설마, 설마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기겁했는지 모릅니다.

지금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전 애인 사이에서의 임신? -_-

무슨 불륜 드라마 찍는 것도 아니고.
같은 여자지만 정말 '최악의 여자구나'라는 생각을 거듭했습니다. 뭐 결혼만 안했다 뿐이지, 결혼한 상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정말 드라마 속에서나 쉽게 접하는 최악의 불륜 드라마가 됐을 법도 한데 말이죠.

제가 보수적인건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지금 애인이 있는 상태라면 어떠한 이유에서건 이전 애인과 연락하거나 만나는 건 아니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무리 정당한 이유라며 내세워 봤자 그건 '이유'가 아니라, 그저 '핑계'일 뿐일지도 모르죠.


+ 덧) 이전 사귀던 남자와의 결혼사실은 건너 건너 알게 된다 하더라도 임신사실까지는 어떻게 알게 된 건지 궁금했는데, 상황파악이 덜 된 여자친구의 같은 학교 선생님을 통해 '임신 축하드려요'라는 연락을 받아서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_-;; 이 무슨 황당한;

친구에게 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좀처럼 그 여자가 이해가 되지 않아 발끈하며 열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