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데이트 비용으로 더 이상 다투지 않는 이유

이전 제가 쓴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연애 초기, 남자친구가 학생이었고 제가 직장인인지라 데이트 비용 부분에 있어 상당 부분 제가 부담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아직 학생이니 돈을 벌고 있는 내가 부담하는 게 맞긴 하지.' 라는 생각으로 데이트 비용을 상당부분 부담해 왔으나 얼마 가지 않아 데이트 비용으로 인한 싸움이 잦아 졌습니다. 으허엉.

돈이 뭐길래!

남자친구가 뒤늦게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면서 더 이상 데이트 비용 문제로 다투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데이트 비용은 별개의 문제더군요. 

연애초기, 계산하지 않으려고 해도 계산하게 되는 심리

'어? 분명히 어제 내가 밥 샀는데. 또 나보고 사라고?'
'뭐야? 난 2만 5천원이나 식사값을 지불했는데 고작 후식으로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사주겠다고?'
'내가 10만원짜리 생일선물 해 줬으니까 남자친구가 적어도 10만원 이상의 생일선물을 해 주겠지?'

저희 커플은 주로 데이트 비용 대부분이 식대였습니다. 만나면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보더라도 팝콘에 콜라는 꼭 챙겨 들고 가는.

생일이면 생일이라서 좋은 곳에 가야 하고, 기념일이면 기념일이라서 좋은 곳에, 발렌타인,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로즈데이, 뭔놈의 기념일은 이리도 많은지.

그게 필수 코스가 아님에도 늘 그게 정해진 룰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어느 누군가의 지갑이 열릴 때면 늘 계산하기 바빴습니다. 이번엔 내가 낼 차례인지, 남자친구가 낼 차례인지. 이번엔 내가 얼마를 냈으니 다음 번엔 남자친구가 얼마를 써야 하는지. 

그 뿐인가요? 

연애 초기엔 왜 그리도 주위의 반응과 주의의 말에 귀기울였는지.

"역시,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야 돼. 김밥천국? 20대 후반에 그게 말이 돼?"

흥. 20대 후반은 김밥천국 가면 안 되는 건가? -_-?

주위의 사람들까지 합세해 '생일인데 식사는 근사한 곳에서 먹었겠네? 어디서 먹었어?' '크리스마스엔 남자친구가 뭐 해줬어?' 와 같이 돈과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면 더욱 상대적인 비교가 되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게 되더군요.

"에게? 겨우? 다음 생일엔 명품 가방 하나 사달라고 해. 유진이 알지? 유진이 남자친구는 똥 가방 사줬대."

흥. 똥 가방은 무슨...! 다른 커플이 했다고 똑같이 따라 해야 하나? -_-?

다른 커플의 이야기에 부러움과 시기심, 더불어 괜한 반발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데이트 비용으로 남자친구와 다투게 될 때면 더더욱 말이죠. 데이트 비용으로 인한 고충은 저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남자친구도 남자친구 나름의 고민이었으니 말이죠.

데이트 비용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다 

연애 초기까지만 해도 정확하게 남자친구가 데이트 비용으로 얼마를 부담했는지, 제가 얼마를 부담했는지 마지막 자릿수부터 숫자까지 정확하게 맞출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데이트 비용에서부터 1주일, 한달까지 말이죠. 물론 개인적으로 가계부를 쓰고 있었기에 기억을 잘 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굳이 고의로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지갑이 열릴 때마다 치밀하게 계산을 하게 되더군요. '지난 번엔 내가 얼마만큼 데이트 비용을 썼고, 이번엔 남자친구가 얼마만큼 써야 똔똔(とんとん)이 된다=같아진다' 라며 말이죠. (이렇게 공부 했으면 저 여기에 있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연애 초기엔 선물 하나를 받아도, 선물 하나를 줘도 '얼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칼 같이 계산하던 제가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서 남자친구를 충분히 알게 되고 믿음이 깊어지면서 더 이상 '준 것'과 '받은 것'에 대한 계산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럴만도 한 것이 데이트 비용 부담 횟수만으로도 충분히 남자친구가 더 많이 부담하는 것 같은데 몇 번의 데이트 비용을 제가 부담할 때면 항상 "미안해. 고마워." 라는 인사를 하더군요.  

그런 남자친구 때문에 먼저 "이거 너무 비싸! 저거 먹자!"를 외치기도 했고 할인쿠폰이나 이벤트 정보를 먼저 검색해 쿠폰을 출력해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연애 초기엔 데이트 비용을 누가 더 부담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으르렁거리며 다투었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연스레 데이트 비용을 얼마나 더 아끼느냐에 초점이 맞춰지는 듯 합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으로 연애를 했고, 연애를 하며 상대가 나와 미래까지 꿈꿀 수 있는 사람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제가 더 이상 데이트 비용을 고민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지금의 남자친구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고 같은 미래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제가 10만원을 쓰건, 남자친구가 10만원을 쓰건 이제는 각자의 돈이 아니라 서로가 아껴야 할 돈이라는 생각을 가지니 말이죠. '내가 얼만큼 했으니 상대는 얼마만큼 해 주겠지-' 라는 생각이 아닌, '우리 각자가 열심히 번 돈이니까 같이 아끼자-' 라는 생각.

데이트 비용을 네가 쓰는 데이트 비용, 내가 쓰는 데이트 비용이 아닌 우리가 함께 줄여야 할 비용이라는 생각을 가질 때, 비로소 데이트 비용으로 고민하지 않게 되는 듯 합니다.

+덧) 그런 의미에서 제일 좋은 데이트 비용 절약법은 결혼! (응? 결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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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합니다.

연인 사이, 얼마나 자주 만나야 할까?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면서 주위 지인을 통해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5년 연애라… 지겹지 않냐?"

그럼 오히려 제가 역으로 물어보곤 합니다. "5년 이상 연애 하면 지겨워요? 왜요?" 라고 말이죠. 그리고 또 자주 받는 질문이 "어제 봤는데 오늘 또 봐?" 라는 질문입니다.

거의 매일 같이 만나는 우리 커플.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땐, "하루하루 만나는 게 고욕이겠다. 데이트 비용은 또 남자친구가 다 부담하는 거 아니냐? 남자친구 허리 휘겠다. 그렇게 매일 만나면 권태기 더 빨리 온다더라." 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해 주죠. (그건 네 생각이고!) 

문제는 "어제 보고, 오늘 보고 그럼 거의 매일 같이 보는 거네? 지겹겠다." 로 결론 지을 것이 아니라, 오늘 만나고 내일 만나더라도 함께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어떻게 보냈느냐는 것입니다.

우린 거의 매일 같이 만나는 커플, BUT 30분!

"남자친구와 얼마나 자주 만나?" 라고 누군가가 물으면 "거의 이틀에 한번 정도 만나요." 라고 대답하죠. 반면에 "남자친구와 주로 언제 데이트 해?" 라고 물으면 "주말에 데이트를 해요." 라고 대답을 합니다.

남자친구와 전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자주 보는 편이지만 막상 남자친구와 주중에 함께 보내는 시간은 30분 내외 인 듯 합니다. 그것도 집으로 가는 지하철 환승구간에서 잠깐 내려서 말이죠. 늘 짧은 만남으로 인해 아쉬워하며 헤어지지만 '우리에겐 주말이 있어!' 라며 '이번 주말엔 뭐할까? 어딜 가 볼까? 이번에 영화 개봉한 게 뭐 있지?' 라는 대화를 주고 받곤 합니다.

나름 진짜 데이트는 토요일인데, 주중에 잠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 환승 구간에서 만나는 거죠. 진짜 데이트(토요일)를 위해 애피타이저 정도의 입맛을 돋우는 맛보기를 한다고나 할까요? (제가 써놓고 표현 참 적절하다며 박수치고 있습니다 -_-;; 쩝.)

짧다면 짧은 30분인데, 그 사이 저희 커플이 하는 것은 굉장히 많습니다. 주말에 뭘 할지 데이트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혹시 무슨 고민은 없는지, 심지어 배고프지 않냐며 지하철 내에 있는 자판기를 이용해 음료수나 간식을 사먹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하루 데이트 비용 천원에서 이천원 사이. +_+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그 허기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멀리서 빼빼로를 흔들고 서 있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면 흡사 구세주와 같습니다. 그런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고 좀 전까지만 해도 없던 다리 힘이 솟아나 달려가곤 합니다.
종종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제가 토라지는 것 같으면 그새
"흐응- 빼빼로 먹기 싫구나?" 라고 이야기 하는 남자친구를 가장 무서워합니다. (전 먹을 것에 약합니다. 퍽;)

때로는 빼빼로, 때로는 바나나우유, 때로는 씨리얼, 때로는 바나나. 편의점에서 천원 내어 사 먹을 수 있는 것임에도 남자친구가 건네주면 그 느낌이 확연히 다릅니다. 저녁을 먹지 않고 바로 운동을 가는 저를 위한 남자친구의 특별식이기도 하죠.  
남들이 봤을 땐, "고작 천원짜리 간식 하나에 왜 그리 벌벌 거리느냐? 네가 네 돈 주고 사 먹으면 되잖아." 라고 이야기 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제 나름의 남자친구를 향한 애교라고 하면 믿으실지 모르겠네요. 

얼마나 자주 만나는 게 좋은 걸까?

물론, 연애 초기에는 주말 데이트는 물론이며 주중에도 퇴근 후, 4시간 이상씩을 함께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럼, 왜 매일 데이트를 하면서도 30분 데이트로 정한 걸까요? 정확히는 30분으로 딱 정해서 만나는게 아닙니다. 서로 적당히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전 운동을 하러 가는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남자친구는 스터디 가는 시간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주중 데이트는 30분으로 맞춰 지더군요.

남자친구를 알기 전부터,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기 전부터 전 매일 매일 꾸준히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의 5년 이상을 꾸준히 수영을 해 왔고 출근 전, 새벽에 수영을 하러 가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회사를 마치고 나서라도 꼭 챙겨 나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로가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고 저 또한 그 의견에 공감하며 그렇게 좋아하던 수영을 포기하고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는 시간에 좀 더 할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남자친구를 만나 데이트를 하면서 초기에는 상당히 즐겁고 애틋하고 좋기만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좋아하는 상당 부분(취미)을 포기했다는 생각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고, 남자친구 또한 막상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퇴근 후,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업무처럼 데이트 또한 하나의 업무가 된 것 마냥 몰려 오는 피곤함을 느끼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금전적인 문제와 아무리 색다른 데이트 코스를 구상한다 해도 자연스레 반복되는 데이트 코스의 한계, 퇴근 후, 몰려오는 피곤함으로 인해 서로의 관계를 되려 힘겹게 만들더군요. 

자주 만나면 금전적인 문제와 피곤함으로 인해 다투게 되었고, 또 자주 만나지 않으면 왠지 모를 거리감이 생겨 서로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런 과도기를 거쳐 지금의 평일 지하철 데이트를 즐기고 좀 더 이해하는 관계를 쌓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전 퇴근 후,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남자친구와 얼굴 도장을 찍고 운동을 하러 갑니다. 헬스와 GX를 등록해 제가 좋아하는 최신 유행곡에 맞춰 댄스를 배우기도 하고 헬스를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답니다. 
남자친구 또한 저와 30분 가량의 짧은 지하철 데이트를 한 후, 업무 관련 전공 스터디 활동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설사 데이트를 하기로 한 토요일에 다른 일이 있어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싸울 소지가 전혀 없죠. 토요일만 날이 아니니 말이죠.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싸울 이유도, 자주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싸울 이유도, 데이트 비용으로 싸울 이유도 없어진거죠. 자주 만나지만 데이트 비용은 줄어 들었고, 오히려 30분 남짓의 애틋한 만남으로 오히려 서로 토요일만 기다리며 더 보고 싶어 안달이니 말입니다.

"저 커플은 매일 같이 만나고, 매일 같이 연락해. 그런데 또 저 커플은 주중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한데다 연락도 뜸해. 그런데도 사이가 좋네? 도대체 하루에 몇 번 정도 연락하고 얼마나 자주 만나는게 정답일까?"

다른 커플을 통해 정답을 얻으려 하지 마세요. (저희 커플을 통해서도 정답을 얻으려 하지 마세요. 어디까지나 참고만!)
가장 좋은 정답이 바로 옆에 있잖아요.

"난 자주 만나는게 좋아. 자주 만나지 않으면 왠지 눈에서 멀어지면서 자연스레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만 같거든. 근데, 남자친구는 주중에 한 번. 아님, 2주에 한 번 만나길 바래. 날 별로 좋아하지 않나 봐. 이해가 안돼."
"이야기는 해 봤어?"
"뭘? 이걸 말하라구? 아, 자존심 상하게... 자주 만나자고 여자인 내가 어떻게 말해?"
"자주 만나자고 이야기를 하라는게 아니라 이유를 들어 보라구. 난 나중에야 알았어. 왜 남자친구가 자주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 했는지. 데이트 비용이 문제일 수도 있고, 주중 퇴근 후 데이트가 힘겨워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까."

남자친구(여자친구)와 함께 대화를 통해 조율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우리 커플 또한 다른 커플을 통해 정답을 찾으려 했지만, 역시 제일 좋은 정답은 서로의 관계를 힘들게 하는 부분을 터넣고 이야기 하고 조율하는 것이 최고이더군요. :)

+덧) 오늘도 전 퇴근 후 남자친구와 얼굴 도장 찍은 후, 마돈나 춤을 배우러 갑니다. 마돈나~돈나~ :)

연인 사이, 남녀 역할 구분이 꼭 필요할까?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 연애를 하면서 지금껏 제가 알고 있던 연애, 들어 왔던 연애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남자친구가 한 번은 회사 점심 시간을 이용해 잠깐 밖으로 나와 보라고 하더니 직접 싸온 도시락이며 과일을 내미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큰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직접 깎고 싸고 준비해 온 그 모습이 너무나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남자친구가 싸온 도시락을 보고선 '남자는 보통 이런 거 하는 거 싫어할텐데-' 라는 저의 말에 대해서도 '응.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 근데 너한테는 마구마구 해 주고 싶은데?' 라며 활짝 웃어주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던 때도 한 두번이 아닙니다. 

남자친구의 그런 모습을 보고선 정말 사랑하는 사이에는 남자 역할, 여자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서로가 더 잘 하는 것을 하며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면 되는 건데 말이죠.

그렇게 지금의 남자친구 덕분에 그 동안 갖고 있던 다소 일방적이었던 '연애'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서로' '함께' 하는 것이 '연애'라고 말이죠.

답답이 하나. 누가 고기를 굽건 그게 왜?

 "고기 굽는 건 남자친구를 시켜야죠. 왜 버섯 선배가 구워요?"
"왜 내가 굽냐구요? 남자친구보다 제가 고기를 더 잘 굽거든요."
"힘들잖아요. 여자들 고기 굽는 거 싫어하던데 집게 집느라 손에 힘도 들어가고 고기 냄새와 연기 때문에 힘들어서. 이런건 남자친구가 알아서 좀 해줘야 되는데 말이에요."
"저 이래 뵈도 고깃집에서 알바한 사람이에요. 고기 하나는 기차게 잘 굽거든요."
"흐음."
"전 고기를 굽고, 남자친구는 먼저 구워진 고기를 쌈을 싸서 제 입에 넣어주고. 그게 얼마나 행복한데요. 그저 잘 하는 사람이 하는 거지. 남녀 구분 하는 게 무슨 소용?"
"아…"

회식 자리에서 고기가 나오자 마자 먼저 재빠르게 집게를 집어 들고 고기를 구워 내자 옆에서 보고 있던 직장 후배가 고기를 굽는 것을 보아하니 평소 고기를 남자친구가 구워주지 않나 보네요- 라는 말로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요. 남자친구를 만나 데이트를 하며 고기를 먹게 되면 고기는 제가 굽는다는 말에 상당히 놀래며 손에 힘이 들어가고 냄새가 몸에 배인다는 둥 그러한 이유로 남녀 역할을 구분지어 이야기 하더군요. 사랑하는 사이에 남녀 역할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저 서로가 더 잘 하는 것을 맡아서 하며 배려하고 맞춰 주는 것이 연애인데 말이죠.

답답이 둘. 가방의 속사정을 오지랖님이 알까?
"남자가 가오가 있죠. 어떻게 여자 가방을 들고 서 있어요?"
"가오가 무슨 뜻인 줄은 알고 하는 말이지?"
"일본어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건 알아요. 뭐 자존심, 이런 뜻?"
"응. 잘 아네. 똥!폼! 허세 잡는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지."
"똥폼? 에이. 암튼, 남자가 여자 가방 든 모습 보면 좀 웃기지 않아요?"
"내 남자친구도 내가 말하지 않아도 종종 먼저 내 가방 들어 주는데? 그럼 내 남자친구도 그렇게 보이겠네?"
"아, 진짜요? 아니. 남자가 여자 가방을 왜 들어줘요?"
"남자가 여자 가방을 왜 들어 주냐구? 여자 가방이어서 들어주고 안 들어 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방이 무거워 보이니까 먼저 들어 주는 거지. 그리고 다른 한손으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어가는 거지. 근데 그게 그렇게 우습게 보여?"

일단, 무엇보다 왜 제3자가 그저 우연히 목격한 커플의 가방을 들어주는 모습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지에 대해서가 의문입니다. (오지랖 짱! 혹은 시각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악영향이라도 끼친걸까요? +_+) 오히려 지하철에서 진한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에 대해 비난을 가한다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니 손가락질하는 것이 맞지만 단순히 남자가 여자를 위한 배려심으로 가방을 들어주는 모습조차 겉으로 드러나는 여자 가방이라는 이유로 '가오 떨어지네' 라는 표현을 쓰며 말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우습더군요. 실상 그 가방이 얼마나 무거워서 들어주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고 말이죠.

"어휴, 가방이 왜 이렇게 무거워. 이리 줘." 라며 제 손에 들려 있는 가방을 냉큼 가져가 드는 배려심 많은 남자친구이건만, 혹 이를 보고 누군가가 그 속사정도 모른채 손가락질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왜 제 3자가 이런 모습의 커플을 보고 '꼴불견이다' '남자가 우스워 보인다' 라고 이야기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답답이 셋. 데이트를 하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밥 먹을 때, 차 마실 때 자기 것 딱딱 더치페이로 반반씩 부담하면 될 것을 뭐가 그리 고민인 걸까? 커플 끼리 데이트 비용 때문에 고민하는 애들 보면 참 한심해 보여."
"데이트 할 때마다 현금 가지고 다니면서 10원 단위까지 맞춰 가며 더치페이를 하라고?"
"응. 그럼 문제될 게 없지."
"아니. 그보다 하루 내가 사면 다음에 네가 사고. 그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매번 계산할 때 마다 동전 꺼내며 계산하면 좀 그렇잖아."
"그러니까 바보라는 거야. 야. 만날 때마다 동전까지 꺼내가며 계산하면 절대 데이트 비용 고민 안한다니까. '다음에 사' 라고 이야기 해서 다음에 안 사면 어떡하려구?"
"저기 있잖아. 그렇게 하면 데이트 비용 고민은 안 하게 될지 모르지만, 매번 그러면 늘어나는 10원짜리 동전만큼이나 심각하게 이 만남을 지속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 같은데?"

옆에서 두 사람의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너무 웃겨서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커플 데이트를 할 때 자기의 것은 자기가 내는 칼 같은 더치페이를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죠.

솔직히 커플끼리 데이트 비용은 누가 부담을 하건 어떻게 내건 커플 서로가 필요에 따라 이야기를 해서 맞춰 나가면 되는 것이지, 그걸 굳이 칼 같이 하루하루 10원까지 맞춰가며 계산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더군요.
"오늘은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한 턱 쏠게!" "오늘 월급 탔어. 오랜만에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라고 이야기 하는 때가 있을 수 있고, "오늘 꼬기 먹으러 가고 싶다. 오빠, 꼬기 사주면 안돼?" 라며 애교를 부리며 부탁할 수도 있는 것이 연인 사이인데 그런 것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10원까지 맞춰 가며 계산한다고 하니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더군요.

마치 개콘 두분토론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말이죠. 개콘 두분토론처럼 연애를 한다면 정말 답이 없을 것만 같습니다.

"쯧쯧. 이러니까 여자들은..."
"쯧쯧. 남자들은 이래서 안돼요..."


개콘 두분토론처럼 '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는 것도 아니고, '남자는 하늘이다' 라는 것도 이젠 더 이상 먹히지 않습니다. 남녀 사이에 여자가 남자보다 조금 더 힘든 일을 하면 어떻고, 남자가 여자 가방 하나 들어주면 어때요. 사랑하는 사이기에 해 줄 수 있는 거고, 하고 싶은 건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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