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의 절제된 질투가 사랑스러운 이유

남자친구의 폰에는 제가 남자친구에게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신비한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남자친구가 그 사진을 꺼내 보여줄 때면 이유불문, 남자친구를 향해 귀를 세우고, 눈을 반짝입니다. 도대체 무슨 사진이길래…?! 다름 아닌, 제가 찍힌 사진인데요.

전 평소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습니다. 음, 드라마라기 보다는 TV를 즐겨 보지 않습니다. 직장생활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11시가 훌쩍 넘어 있다 보니 자연스레 TV를 멀리하게 되더군요. (물론 월드컵은 챙겨 봅니다 J)

그렇게 오랜만에 TV를 보게 되면 TV광고 조차 재미있게 느껴진답니다. 혼자 광고 보고 '낄낄' 거리고 웃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는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죠.

남자친구와 저녁을 함께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 갔다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한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키도 크고 아주 훤칠한 남자분이 윗옷을 훌렁훌렁 벗는가 하면 잘생긴 남자가 그 한 사람도 아니고 여러 명이 등장해 저도 모르게 '저게 무슨 드라마지?' 라고 남자친구에게 물었습니다. '꽃미남이 왜 저렇게 많이 나올까' 라며 말이죠. 나중에서야 처음 보는 신인이라 여겼던 이 남자가 '이민호'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드라마인지 눈치 채셨나요? 당시 한창 방영되고 있었던 '꽃보다 남자' 였습니다.

'꺅!'

전 정말 몇 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TV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남자친구는 그 사이 폰을 꺼내 들어 드라마에 빠져 있는 제 모습을 여러 컷 찍었더군요. 저도 모르게 푹 빠져서 보고 있었나 봅니다.

"너어~! 딱 걸렸어."
"아니야. 아니, 일본판으로 나온 건 봤거든, 한국판이랑 어떤 차이가 있나 잠깐 비교해서 본거야."
"너, 내가 하는 말도 못들었지?"
"무슨 말?"

"거봐. 드라마에 잘생긴 남자가 나오니까 아주 푹 빠져서"
"아니라니까. 잘생기긴 누가 잘생겨? 내 눈엔 오빠가 제일 잘생겼어."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

남자친구. 할 말은 엄청 많은 듯 한데 그저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 라는 한마디로 압축시키곤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는 모습이 왜 그리 귀여워 보였는지 모릅니다. '남자니까' 라는 이유로 시샘하거나 질투 어린 말을 하는 것도 열 마디 할 것을 한 마디로 줄여 말하게 되는 심정을 어느 정도 알 것도 같았습니다. 그야말로 절제된 질투죠.

바보! 남자라서 질투하면 안되는게 어딨어~


만약, 그 상황에서 왜 내 말에 집중 못했냐는 둥,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둥, 그렇게 계속적으로 쏘아 붙였더라면 단순 질투심을 넘어(의처증?) 오히려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남자친구에겐 미안하지만 남자친구의 이런 절제된 질투가 담긴 말이 제게 설레임을 주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의도치 않게 질투심을 유발한 셈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잊혀지는 듯 하더니 이후, 이민호가 또 다시 등장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손예진과 함께 출연한 드라마인 '개인의 취향'이죠.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났나 봅니다.

"요즘 이민호 다시 나오더라?"
"아, 그래?"

남자친구가 그 다음 말을 내뱉기도 전에 남자친구가 너무 귀여워 보여서 피식 웃었습니다.

"좋아?"
"에이, 이민호 따위!!! 오빠가 훠얼씬 좋아."

'이민호 따위' 라는 과격한 표현에 냉큼 입가에 급 미소가 번지며 "진짜?" 라고 되묻는 남자친구가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습니다.

출처 : 이민호 페이스북


여러 사람들 앞에서는 무척이나 무뚝뚝하고 차분한 스타일인데, 저와 단 둘이 있으니 남자 배우 한 사람을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입을 삐죽거리며 애교 아닌 애교를 보여 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이전 그 일이 있은 후로, 남자친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남자배우가 '이민호' 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개인의 취향이 종영되면서 이민호는 TV드라마에서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다시 TV드라마에 모습을 보이면 남자친구와 또 이민호를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남자친구가 종종 내미는 그 사진 한 장 - TV 드라마 속 이민호를 보고 있는 제 모습을 찍은 사진 - 은 "나한테 집중해줘" 혹은 "지금 어딜 보고 있는 거야" 라는 무언의 압박 사진이죠.

남자친구는 제가 그 사진을 내밀 때마다 더 애교를 부리고 남자친구의 말에 집중하는 이유가 당시 TV드라마에 빠져 남자친구의 말에 집중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 그런거라 생각하겠지만, 실은 '조그만 질투심'을 보여준 남자친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더 애교를 부리며 남자친구에게 다가간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듯 합니다.
J

아, 이민호님. 미안해요...

'찢택연'으로 남자친구 질투심 유발하기, 그러나...

남자친구와 만난 지 3년이 훌쩍 넘어섰지만, 여전히 알콩달콩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나는 커플입니다. 어느 커플이나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커플이라면 그렇겠지만, 남 부럽지 않은 연애를 하고 있다고, 남 부럽지 않은 사랑을 하고 있다고 자부할 만큼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이 무척이나 큽니다.

"눈이 많이 오네. 꽤 근사한데?"
"응. 서울에 와서 눈 이렇게 많이 오는 거 처음 봐."
" 응. 보고 싶다."
"뭐야. 내가 보고 싶은 거야? 눈이 보고 싶다는 거야?"
"으이그. 너의 깊은 눈."
"꺄아아악-"

다소 닭살스러운 멘트도 다른이들이 하는 것을 들으면 닭살이지만, - 테러를 당할 위험도 있죠- 연애하고 있는 당사자 사이에서는 그저 두근거림의 여운이 지속될 뿐이죠.
폭설로 인해 교통대란이었던 어제.

 

남자친구와 만나 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다가. 들려오는 음악.

2PM의 Heartbeat 가 귓가에 들렸습니다. 자연스레 식사를 하며 뜬금없이 내뱉는 남자친구의 질문. 이미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척하면 척이다 보니 어떤 의도로 그러한 질문을 하는지도 대충 감이 옵니다.

"너, 찢택연 알아?" (설마, 네가 찢택연을 아는 건 아니겠지?)
"그럼. 알지." (이거 왜 이래. 나도 알아.)
"어떻게 알아? 검색해 봤어?" (네가 어떻게 찢택연을 알아?)

"궁금해- 궁금해-" 를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는 듯한 오물오물거리는 남자친구의 입술을 보니, 갑자기 약 올려주고 싶어졌습니다.

"그러엄- 요즘 짐승돌이 대세잖아. 검색해 봤지." (질투 좀 해봐)
"검색해 봤다구? 진짜?" (헐… 연예인 안좋아한다더니 뭐야…)
"딱 벌어진 어깨하며 남자답게 생겼잖아."
"솔직히 몸이 좋아서 그렇게 보이는 거지. 얼굴은 잘 생긴 건 아니야."

실은, 저는' 찢택연'이라는 단어도 우연히 회사 후배들을 통해 들어 접한 내용이었으며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도 몰랐습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려니 식은땀이 흐르더군요. 다만, 분명한 것은 상의를 탈의한 모습의 사진을 보고 직장 후배들이 '찢택연'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이죠. 저도 모르게 '찢택연'이라는 표현에 대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상의를 탈의한 모습을 찢택연이라고 부른다-" 라고 말이죠.

나이 스물일곱, 아니 이제 스물여덟이 된 제가 굳이 '찢택연'을 알 필요는 없잖아- 라며 제 자신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근데, 단어 표현이 웃기지 않아? 찢택연이 뭐야- 하하."
"음. 단어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 음. 찌찌가 보이니까… 음. 그걸 줄여서 찢택연이라고 한 거 같은데. 진짜 표현이 좀 그래"

갑자기 쏴해지는 분위기. 말하면서도 뭔가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남자친구가 갑자기 껄껄대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너 찢택연 의미 모르는구나?"

허걱. 찢택연이 왜 찢택연인지도 모른 채,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려니. 바보 같게도 깊이 들어가지 말았어야 되는데, 너무 깊이 들어갔습니다.
역시, 질투심 유도하는 것도 능숙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 괜히 뭣도 모르면서 질투심 유도하려고 한 게 딱 걸렸네요.

"난 너가 택연을 좋아해서 따로 검색해 본 줄 알았어."
"찢택연이 이거 아니었어? 하하; 검색을 따로 해 볼 리가 없잖아. 그저 2PM 노래가 좋은 거야. 택연 10명이 내 앞에 서 있어도 난 오빠만 볼거야. 하하"
"나도-나도-"

마치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는 남자친구가 한편으로는 귀엽고, 멋있더군요. 서로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왔음에도 조그만 것에 질투할 줄 아는 남자친구가 제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고맙습니다. 에이- 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예인으로 질투하고 그러냐-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 또한 남자친구 입에서 다른 여자연예인 이름이 나오기라도 할 때면 마음 한 켠에 꿍- 하게 담아두기도 합니다.

저의 솔직한 시샘이자 솔직한 질투죠.

남자의 질투, 남자의 입장에선 들키고 싶지 않은, 숨기고 싶은 비밀과도 같을지 모르지만 여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그의 소소한 질투마저 귀여워 보이고 오히려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하고 나서도,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한결 같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도 가끔은 저에게 질투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 남자였으면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덧붙임) 그 의미를 몰랐던 '찢택연' – 2PM의 멤버인 옥택연이 옷을 찢는 퍼포먼스를 보여 붙여진 거였군요. '찢다'에서 따온 '찢'- 저 변태 아닙니다. -_-;;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다시 생각해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