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가 방귀대장 뿡뿡이?!

"나 결국 말했어."
"뭘?"
"남자친구 방귀 뿡뿡… 트림 끄윽…"
"하하. 결국, 말했어? 싫다구?"
"응. 여자친구 앞에서 뭐 하는 짓이냐고. 그러지 좀 말라고 이야기 했지."
"헙,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했어? 그래서?"
"그래서 대판 싸웠지."
"헙…"

저와 연애 기간이 비슷한 친구가 남자친구와 방귀를 텄냐고 묻더군요. +_+ 정확히 표현하자면, 서로 연애 기간이 길어 지다 보니 자연스레 한 가족처럼 방귀도 어색함 없이 끼고 트림도 거리낌 없이 하는 그런 상황에 이르렀냐고 묻기에 아직 그런 사이는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줬었습니다.

헌데, 이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방귀 뀌지마, 트림 하지마, 코(정확히는 콧구멍)에 손대지 마, 등등을 하나하나 이야기 했다가 잔소리 하지 말라는 남자친구의 반응으로 인해 분위기가 다소 험악하게 바뀌면서 싸움으로 번졌다고 하더군요.

컥…

솔직히 사람인지라 방귀나 트림은 누구나 한 번 씩은 하잖아요? (표정들이 왜 그래요? +_+ 한번도 방귀 안 뀌는 사람들처럼…)

출처 : cafe.naver.com/inotia3/4786

상당히 멋쩍은 상황이지만, 실수로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라도 원치 않게 방귀를 끼게 되거나 트림을 하게 되는 상황에 놓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 상황을 어떻게 모면하느냐, 그리고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 들이냐가 포인트겠지만 말이죠.

전 남자친구와 첫 데이트 때, 영화관에 갔다가 마침 영화를 보기 전 먹었던 음식이 속을 자꾸 부글거리게 하는 바람에 영화를 보다가 화장실에 가는 상황이 연출 되기도 했습니다. 한참 영화가 중반을 치달으며 재미있어 지는 찰라, 부글거리는 속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을 뚫고 화장실로 황급히 향했었는데 말이죠.

"아, 오…오빠"
"응?"
"나, 화장실 좀…"
"아, 그래. 괜찮아? 같이 가 줄까?"
"아, 아냐. 괜찮아. 금방 다녀올게. 미안."

상당히 민망한 상황 속에 아무렇지 않게 같이 가줄까? 라는 말로 제가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 해 주는 남자친구가 무척이나 멋있어 보였습니다. 첫 데이트니 만큼 오히려 단답식으로 '그래' 혹은 '다녀와' 라고 이야기 했더라면 화장실을 가는 동안 제 머릿속엔 온갖 생각이 떠돌고 있었겠죠.

'아, 첫 데이트에 영화를 보다가 화장실이라니… 아휴, 민망해.' 라며 말이죠.

영화 상영 중에 화장실로 가서 다시 상영중인 영화관으로 들어가기란, 정말 너무나도 민망하더군요. 그 후, 장시간의 영화를 보게 될 경우엔 반드시 음식 조절과 영화관에서 마시는 음료수 양을 조절 하는 편입니다. 푸핫.

이야기가 산으로 갔군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러한 상황에서 이야기 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솔직히 연애 2년차쯤 됐을 때, 남자친구가 실수가 아닌 (가릴 수 있는 상황임에도 가리지 않는) 방귀를 제 앞에서 뀌는 것을 보고 경악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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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를 꼈다는 사실에 대해 경악 한 것이 아니라, 함께 데이트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보란 듯이 뀌는 모습에 경악한 거죠.

"악!"
"왜 그래? 생리 현상이야. 너도 방귀 뀌잖아."
"어? 이상하다. 내가 꿈꾸던 백마 탄 왕자님은 방귀 안 뀌는데"
"하하. 뭐? 내가 백마 탄 왕자야?"
"어? 난 오빠가 늘 내가 꿈속에 그리던 왕자님인 줄 알았는데, 흐음, 아니야?"
"하하"
"하긴, 솔직히 왕자님도 방귀 뀌고 그러겠지? 그래도 공주님 앞에선 안 할거야. 그치?"
"아… 하하. 알겠어. 알겠어. 무슨 말인지. 하하."

어이 없어 피식 웃는 남자친구.
남자친구는 이미 제가 '백마 탄 왕자' 라는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할 때부터 이미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의 뜻을 간파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전 남자친구에게 '우리 왕자님' 이라는 표현을 하는 때가 있습니다. 제 친구들이나 지인에게 소개하는 자리에 데려갈 때, 남자친구의 옷 매무새를 가다듬어 주며 "우리 왕자님이 최고야!" 라는 말을 해 줍니다.

남자친구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남자친구에게 한번 더 각인 시켜 주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왕자님처럼 멋지게 행동했으면 하는 제 개인적인 바람을 담아서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애칭으로 부르는 '왕자님'이 아닌, 평소엔 부르지 않는 이 '왕자님' 이라는 표현을 가끔씩 하는 것만으로 남자친구에게 제가 전달하고 싶은 바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거죠.

제 남자친구에게만 통하는 호칭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조금 낮아지더라도 상대방을 높이고, 정성껏 대하면 그만큼 상대방도 그 의미를 먼저 알아채고 그에 맞게 행동하며 저를 높여 주는 것 같습니다.

분명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면 이러한 의미가 더욱 더 잘 통할 거라 의심치 않구요.

백마 탄 왕자님, 따로 멀리서 찾을 필요 있나요?
말 한마디로 제 남자친구를 백마탄 왕자님으로 만들어 주면 되죠. :)

나의 사랑, 두 마음 앞에서 울다

남자친구와 함께 만나 데이트를 할 때면 각자의 집 중간 지점에서 만나 데이트를 합니다. 서로 직장인이고 다음날 출근을 하다 보니 평일에 만날 때면 서로가 집으로 돌아가기 좋도록 중간지점에서 만나 헤어지는 거죠. (연애 초기에는 남자친구가 집 앞까지 항상 데려다 주곤 했습니다.) 실로,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저한테 누군가가 남자친구를 매일 같이 집 앞에 데려다 주라고 한다면, (긁적긁적)...
요즘은 서로 집까지 가는 동안 통화를 합니다. 그렇게 만나고도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 와중에 종종 남자친구의 팔을 붙들고 "반만 데려다 주면 안돼?" 라고 내뱉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혼자 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서라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죠.

문득, 몇 년 전 연애 초기, 남자친구가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가 갑작스레 어머니를 마주한 일이 있었습니다. 본인 차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하철로 오가며 데려다 주던 남자친구. 그저 지하철로 데려다 주는 것만으로도 무척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넘치고 넘치는데,

"차라도 있으면 편하게 데려다 줄 텐데…" 라고 이야기 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괜히 마음이 시큰해져서는 살포시 안아주었습니다. 헌데, 그 모습을 드라마 속의 한 장면처럼 어머니와 동생이 뒤에서 목격한 거죠.

순간 온 몸이 빳빳하게 굳는 듯 했고, 표정은 이미 넋이 반은 나간 표정이었을 겁니다.


"왜 그래?"
"헉…"

연애의 '연'자도 모르고 남자의 '남'자도 모르며 공부 밖에 모르는 완전 어리버리 순진한 꼬맹이라고만 생각하셨을 터, 어머니가 받은 충격은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대로 아무런 말씀 없이 분명히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쌩 들어가시더군요.

왜 하필 그 많고 많은 모습 중, 이런 모습을 보여 주게 된 건지 속상하기도 했고 그래도 이제는 나도 연애하고 있어요, 라는 것을 밝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코 적은 나이도 아니니 말입니다.


문제는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의 반응이었습니다.

"뭐 하는 애냐?" "집이 어딘데?" "학생이냐?" "회사 어디 다니는데?" "설마 결혼하려고?"

머리로는 분명 어머니를 이해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어머니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할 때마다 어머니의 표정은 굳어지셨고, 전 제 나름대로 갑갑해져서는 속이 까맣게 타 들어 갔습니다.

힘들게 키운 딸, 보다 좋은 남자 만나서 고생하지 않고 시집 잘 보내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질문을 받을수록 제 사랑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랑으로 받아 들여지지 않고 현실적인 조건이라는 잣대 속에 판단된다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집 앞에서 이렇게 황당하게 마주하여 엉겁결에 남자친구와 어머니의 첫 대면이 된 것이 너무 속상했습니다. 좀 더 제대로 된 자리에서 마주보고 인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후에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와 집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본인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며 "돈 많이 벌어야지!" 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분명 기뻐해야 할 것 같은데 눈물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도 잘 알고,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위하는 남자친구의 마음도 너무나 잘 압니다.

사랑하는 딸 아이가 조금은 덜 고생했으면 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좀 더 아껴주고 싶은 마음.

두 마음 사이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문득, 그 때의 일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덕분에, 무척 울적한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ㅠ_ㅠ) 

이제는 그저 조용히 저의 연애를 지켜 보고 계시는 어머니. 그리고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남자친구.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두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