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가끔 멍 때리는 때가 있다.

 

때론 잡다한 생각에. 때론 심각하게 현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오늘도 그렇게 길을 걸으며 잠시 넋 놓고 있는데 누군가가 자꾸 나를 쳐다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 주위엔 아무도 없는데…

 

고개를 들어 보니.

 

허거걱.

 

넌 언제부터 날 쳐다 보고 있었던 것이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보고 있을지 모르니… -.-

 

우리 엄마, 알고 보니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개인적으로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입니다. 정말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말이죠. +_+ 어렸을 적, 비단뱀을 목에 걸고 함께 찍은 사진도 아직까지 보물1호처럼 아끼고 있기도 합니다.

저의 이런 동물 사랑은 아무래도 어머니를 닮았나 봅니다. 지난 일본으로 어머니와 함께 데이트를 다녀오겠다고 포스팅 했었는데요.

여행기는 천천히 공개하도록 하고 너무 신기하다 못해 조금은 놀라운 에피소드가 있어 그 이야기부터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일본 다카마츠와 나오시마를 여기 저기 둘러 보면서 유독 동물을 많이 접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어머니는 일본에 다녀오시면서 일본에 머무는 3일 동안 살아 있는 여러 동물을 직접 손으로 많이 만지고 안아 보신 것 같습니다.

길에서 만난 개나 길고양이는 물론이며 말과 심지어 연못 속에 있는 잉어까지 말이죠. 
 
일본의 예술의 섬이라 불리는 나오시마에 도착하여 길을 거닐다 보니 멀찌감치 길고양이가 보여 사진기를 꺼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길고양이의 색깔과는 좀 달라서 말이죠. "여기봐! 여기여기!"
사진을 찍을 생각 그 하나로 고양이를 열심히 불러 보았지만, 좀처럼 다가오지 않더군요.

멀뚱 멀뚱 바라 보기만...
그 와중에 어머니의 "이리 와 볼래?" 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쪼르르 어머니 곁으로 다가가는 고양이를 보고 순간 무척 놀랬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모두 "신기하다! 버섯 어머니가 부르니 오네!" 라고 이야기 했으니 말이죠.
배를 보이며 뒤집어 지는 건 기분 좋을 때 하는 행동 아닌가... -_-?
좋다는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어머니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냥 우연이려니... 하고 웃어 넘겼는데 말이죠.
골목 골목 왜 그리 고양이가 많던지... 어머니가 손길을 내밀면 그 손길을 응시하기도 했고 일명 눈키스라고 하나요? 고양이의 눈을 보고 깜빡 하는 인사도 하시더군요.
또 길을 가다 멀찍이 보이는 길고양이가 있어 농담 삼아 어머니에게 또 고양이를 불러 보라고 했습니다.
사진 좀 찍어 보자는 심보로 말이죠. 제가 부를 땐 꿈쩍도 않던 고양이가 어머니가 부르니 또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가는 모습에 '정말 엄마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인가-'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엄마, 여기 엄청 큰 잉어가 있어요!"
카가와현 리쓰린공원 내의 연못에서 정말 팔뚝만한 잉어를 보고 놀라 어머니를 황급히 불렀습니다. 어머니를 부르고선 전 사진 한 장이라도 더 남기고 싶어 열심히 셔터를 누르며 잉어 부르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잉어야! 여기 봐! 여기!" 여길 보라고 한들 볼 잉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말이죠. -_-;;
그 와중에 어머니가 연못 앞에 서서 나즈막히 내뱉는 "안녕? 이리 와봐"

좀 전 까지 사진기를 대고 찍던 제겐 관심도 가지지 않던 녀석들이 큰 입을 뻐끔 거리며 어머니를 향해 모여드는 모습에 무척이나 놀랬습니다.
"뭐지? 좀 전까지 저기 멀리 가 있었는데. 내가 부를 땐 오지도 않더니!" 어머니는 여러 마리의 잉어를 만지작 거리는 묘한 컷을 연출해 주셨습니다. 서로 자기를 만져 달라고 달려드는 애완견도 아니고 이건 뭐지? -_-??? 어머니는 살아 있는 잉어를 여러 마리 만졌다며 어린 아이 마냥 좋아하셨지만 이 쯤 되니 전 그 상황이 너무 신기하더군요.

고토히라 곤피라 신사에 가서도 말을 보고 "와! 말이다!" 라며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었는데, 역시나 좀처럼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제 자리에서 뱅뱅 뭐가 그리 바쁜지 제 자리에서 돌고만 있더군요. 
'움직이지 말고 제자리에 멈춰 서 있어야 사진을 더 멋지게 담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으로 셔터를 열심히 누르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또 나지막히 말에게 말을 건네셨습니다. 사람에게 말을 건네듯 소곤소곤.  
한참 말과 일상 속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듯 하더니 어머니의 "김치! 카메라 봐야지!" 한 마디에 카메라를 향해 웃음을 보이는 듯 한 말의 표정에 사진을 찍으며 얼마나 놀랬는지 모릅니다.

바로 좀 전까지 제가 셔터를 누를 때까지만 해도 제자리에서 뱅뱅 돌기만 했던 그 말이 말이죠; 끙-

어머니가 손을 높이 들어 올려 "여기, 여기!" 라고 외치니 그 손을 향해 머리를 치켜들어 손바닥에 코를 대더군요. "잘했어! 와- 잘한다!" 하는 어머니와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해서 코를 어머니의 손바닥에 가져다 대는 말의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며 봤습니다. '정말 엄마는 동물과 말이 통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죠.

특히, 어머니와 함께 나란히 찍은 말과 어머니의 사진은 가보로 두고두고 남겨둬야 할만큼 소장가치가 있을 듯 합니다. 어머니의 뒷편에서 카메라 렌즈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말의 표정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말이죠. +_+

"동물이라고 모를 것 같니? 다 알아. 이 사람이 날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아닌지... 하물며 사람 사이엔 오죽할까?"

어머니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는 확실히 판단할 방법이 없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적어도 동물을 보고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던 저보다, 혹은 단순히 동물을 보고 일방적으로 만지려 하고 보려고 했던 저보다는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대화를 나누려 했던 어머니의 마음이 동물에게 통했다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길고양이와 눈이 마주쳐 엉덩방아를 찧은 사연


컴퓨터를 정리하다 예전 사진 한 장이 눈에 띄더군요.

지금 봐도 새롭습니다.

 

아마도 4년 전쯤의 일인 듯 합니다.

문정동 인근에 자취를 하고 있던 때인데요. 떡볶이와 순대를 잔뜩 사 들고는 기분이 업 되어 흥얼흥얼거리며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저희 집 앞 조그만 화단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얌전하게 앉아 화단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있더군요. (문정동 로데오거리를 아시나요? 그 쪽 인근의 골목길이랍니다)

 


길고양이인데 그렇게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조심스럽게 다가갔죠.

 

(당시 한 친구가 길고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어떻게 길고양이가 피하지 않고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냐며, 놀라기도 했고 내심 어린 마음에 나도 길고양이와 사진 한번 찍어 보고 싶어- 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하하.)

 

보통 길에서 만나게 되는 길고양이는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금새 자리를 피하기 마련인데 이렇게나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폰을 꺼내어 촬영을 하는데도 피하질 않더군요.

 

- 귀엽다

 

. 그렇게 별 생각 없이 귀엽다를 외치고 있는 순간, 고양이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고양이가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조그만 소리가 들리더군요.

 

 

예상이 되나요?

 

…?!

 

그토록 귀엽다며 쳐다보고 있던 고양이의 입에는 생쥐 한 마리가 물려져 있었습니다. (덜덜덜)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있는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쭈그려 앉아 고양이를 보고 있다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생쥐를 입에 그대로 문 채, 저의 눈을 아무렇지 않게 마주보고는 보란 듯이 꼬리를 살랑살랑거리며 유유히 걸어가더군요.


한낮에 벌어진 일이다 보니 웃으며 친구들에게 쪼르르- 조잘조잘 이야기 하며 풀긴 했지만, 한밤중에 그런 장면을 봤다면 왠지 모를 으스스함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새삼 컴퓨터를 정리하다 이 사진 한 장을 보니 다시금 그때의 일이 떠올라 헛웃음이 나옵니다. 일상 속 예상치 못한 소소한 일들이 왜 그리도 재미난 건지 모르겠습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사람의 일이기에, 때론 무섭고, 때론 힘들고, 때론 즐거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도 활짝 웃으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근거리며 길을 거닐어 봐야겠습니다. ^^

이렇게 소소하게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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