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진 남자친구를 위한 현실적 해결책

"뭐야. 또 게임 해?"
"아냐. 내가 무슨 게임을 했다고 그래."
"아닌가? 게임 하는 것 같았는데."
"하하. 나 순간 우리가 영상 통화하는 줄 알았어."
"뭐야. 그 말은? 게임하고 있었다는 말이네?"

남자친구와 이런 대화를 주고 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전 회사원이었고 남자친구가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었던 때죠.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기에도 빠듯한 시기에 게임에 빠져 지내는 듯 한 남자친구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왜 만나냐는 이야기까지 오갈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남자친구를 전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자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방도를 찾다 접하게 된 테트리스. 거의 중독되다시피 밤낮이 뒤바뀐 채 생활해 보기도 했고, 더군다나 당시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던 터라 말릴 누군가도 없었죠. 그랬던 제가 어느 순간, 게임에 손을 놓아 버렸습니다. 누군가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 스스로 다른 것에 몰입하면서 놓아 버린 거죠.

그런 한때의 제 모습을 꼭 닮은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조바심 났는지 모릅니다. 뻔하죠. 내가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 못한 것이 안타까워 아들을 향해 "공부 열심히 해!" 라고 닥달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유사하다고나 할까요? -_-;; 끙- 그렇게 연애 초기, 남자친구를 보며 불안해 했습니다.

"에이, 난 그래도 중독은 아니야. 그냥 스트레스 푸는 건데 뭐. 그리고 이렇게 게임하는 거 돈도 돼."

함께 만났을 때 가끔 PC방 가는 것도 스트레스였지만, 그보다 함께 있지 않을 때 이 시각 쯤 게임을 하고 있겠지- 하는 묘한 경계심이 저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10년 이상 태운 담배를 한 순간에 끊어버린 차장님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부서원 어느 누구도 담배 태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당연히 모두가 금연자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건네니 애초 흡연을 하시다가 금연을 하신 것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부서원 15명 중 어느 누구도 담배를 태우지 않으니까 너무 신기해요."
"아냐. 부장님도 그렇고, 과장님이나 차장님도 원래 담배 태우셨는데 끊으신 거야. 완전 골초였는데."
"헉!"

솔직히 10년 이상 피워 온 담배를 한 순간에 끊기란 정말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터라 도대체 어떤 계기로 금연을 결심하게 된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과장님은 결혼하시면서 아내가 담배 냄새를 너무 싫어해서 끊으셨어."
"차장님은요?"
"차장님은 결혼하고도 담배를 태우셨는데 아기 가졌다는 소식 듣고서 아내랑 아기 때문에 그 날 바로 끊으셨어."
"헉!"
"독하지? 담배 끊는 거 정말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러게요. 정말 독하신 분들! 하하"

담배를 태우면서 담배가 자신의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몰라서 피우는 것이 아니라 뻔히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끊어 낼 수 없는 그 유혹을 이겨내야만 금연 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이겨내셨다고 하니 정말 대단해 보이더군요.

뜬금없이 게임 이야기 하다가 왜 담배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책임감은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솔직히 사람이 몇 년간 습관처럼 해 온 행동을 한번에 변화시키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응? 3년전 쯤이었나?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게임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기도 했었습니다. ㅠ_ㅠ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한결 같았지만 사랑만으로 이 사람을 믿고 따르기에는 미래가 너무 불투명해 보여서 말이죠.

이런 저런 당장의 조건은 다 뒤로 한 채, 그 사람에 대한 성실함이 보여야 이 사람을 믿고 함께 같은 미래를 꿈꾸고 그려 나갈 텐데 그 성실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되거나 혹은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다고 마음 먹고 남자친구에게 하지 말아야 할 이별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날 사랑하는 남자친구라면, 내가 믿고 있는 남자친구라면 분명 내가 왜 끝내 이별을 이야기 하는지 알 것이라는 마지막 희망에 기댄 채 말이죠. 그런 제가 남자친구와 극적으로 다시 만나 지금까지 만남을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남자친구가 변했기 때문이죠.
앞서 이야기한 담배를 10년 이상 태우시다가 결혼으로, 그리고 아이를 위해 담배를 끊으신 과장님이나 차장님처럼 남자친구가 어느 순간, 아끼고 아꼈던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를 처분하고 본인의 전공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고 곧이어 취업 준비를 하더군요.

솔직히 게임이나 도박, 술, 담배 등. 이 모든 것들이 과하면 독이 된다는 것을 몰라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꾸만 끌려 다니기 때문인데요. 주위에서 아무리 하지 말라고 소리쳐 봤자, 당사자에겐 들릴 리가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말이죠.

남자친구가 저를 향한 마음 마저 져버렸다면 사람이 바뀌길 기대하기 보다는 그 땐 정말 놓아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게임에 푹 빠진 남자친구를 위한 현실적 해결책

남자친구가 언제 게임을 했었냐는 듯 취업 준비를 하고, 막상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이전과 다른 눈빛을 보였습니다. 먼저 급여명세서를 보여주기도 했고 (남자친구가 건네준 급여명세서를 보고 엉엉 운 사연) 앞으로 어떻게 어떻게 하자- 와 같은 말을 먼저 하기도 했습니다.

"나랑 넌 먹성이 참 좋은 것 같아. 그치?"
"뭐야.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 말을 왜 해."
"아니. 그냥. 음. 우리 결혼해서 너랑 나 닮은 우리 애기도 엄청 잘 먹을 거 아냐."
"그야. 그렇겠지?"
"돈 열심히 벌어야겠는데? 너랑 우리 애기 먹여 살리려면."

밥 먹다 말고 내뱉은 남자친구의 뜬금없는 말이 처음엔 마냥 황당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짠하기도 하고 안아 주고 싶어지더군요.  

1) 미래를 함께 계획하기

게임 하는 남자친구로 인해 속상해 하고 있다면 계속적으로 함께 미래지향적인 뭔가를 함께 그려 나가고 함께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함께 영어학원을 다닌다거나 다양한 외부 교육에 함께 참여 해 보는 거죠. 저 같은 경우에는 교보문고를 비롯한 각종 유명 서적의 저자 강연회(특히, 자기계발서적의 저자 강연회)를 남자친구와 다녔습니다. "내가 이 책 진짜 좋아해! 강연회 꼭 듣고 싶어!" 라는 핑계로 남자친구 손을 이끌고 다녔지만, 한켠으로는 솔직히 남자친구의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2) 함께 할 수 있는  또 다른 취미를 만들어 공유하기

전 요리를 엄청 못합니다. 아니, 못한다고 표현 하기에도 민망해 질 정도로 제대로 된 요리를 한 적 조차 없습니다. 그런 저를 위해 남자친구가 제안한 것이 "함께 요리 학원 다니자" 라는 것이었는데요. 알아보면 저렴한 요리학원도 많고 국가 비용으로 무료로 다닐 수 있는 요리 학원도 많아 함께 하기 좋더군요.
남자친구가 '게임' 외에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취미를 부각시켜 함께 즐기는 것이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의 볼링도 게임 못지 않게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서 수시로 다른 취미를 붙일 수 있도록 볼링장에 함께 자주 가곤 했습니다.

3) 일방적 약속이 아닌, 쌍방 약속 지키기

한 친구는 "차라리 남자친구가 게임에 빠졌으면 좋겠다"는 막말을 내뱉기에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나 했더니 지나칠 정도로 남자친구가 담배와 술에 빠져 지낸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의 불만은 저와는 약간 달랐지만 어찌 보면 같은 이유였습니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저야 남자친구의 성실함의 문제를 이유로 내세웠다면 이 친구는 남자친구의 건강을 이유로 내세웠죠. 오래오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데 내 나이 60살에 남자친구가 건강이 나빠지면 어떡하냐면서 말이죠.

그래서 이 친구가 결정한 것은 '다이어트 VS 금연' 이더군요. '일주일에 몇 kg 감량할게' VS '일주일에 몇 가피씩 줄일게' 마찬가지로 게임을 단번에 끊는 것이 어렵다면 솔직하게 하나의 룰을 만들어 서로가 맞춰 나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사랑하는 상대방에 대한 당신의 믿음은 어느 정도인가요?

그러고 보면 어떤 이는 '여자'에 빠져 바람둥이가 된 남자친구로 고민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게임'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혹은 '술이나 담배'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일 수 있겠더군요. 반대로 여자도 마찬가지겠죠? '명품'에 빠진 여자친구나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여자친구, '욕설'을 습관처럼 내뱉는 여자친구. 등.

사람이 뭔가에 빠진다는 것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참 무서운 일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그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본인이 그 상황을 모른 채 마냥 빠져 있다면 제3자의 시각에서 봤을 땐 걱정이 되고 조바심이 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지금은 줄곧 게임하는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니,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솔직히 남자라면,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드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정도가 어느 정도이냐의 차이인데 사랑하는 이를 져버릴 정도로 빠져든다면 솔직히 냉정하게 '칼 같이 헤어지세요' 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고 믿는 마음만큼은 앞으로도 한결 같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단지 게임으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해 걱정이 되는 것이라면 '게임 절대 하지마! 게임 하는 것 보기 싫어!' 와 같은 명령조의 발언이나 경고성 멘트를 날리기 보다 현 상황보다는 미래를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주제의 이야기를 던지며
'우린 잘 될 거야! 잘 할 거야!' 와 같은 긍정적인 발언으로 힘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헤어져!” 한 때는 게임중독이었던 남자친구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멋있고 근사한 남자친구이지만, 한 때는 심각하게 헤어짐을 되내이고 고민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2년 전 그때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남자친구와 제 사이를 멀게 만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게임.

게임으로 인해 헤어짐을 결심했다는 주위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런 경우도 있구나' 라며 아주 먼 이야기처럼 여겼습니다. 하지만 연애 1년이 넘어서고, 2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서야 알게 된 남자친구의 게임 중독. 정말 게임에 혼을 빼놓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게임에 푹 빠져 지내던 남자친구였습니다.

함께 만나서 시간을 보내면서도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온라인 게임 상에서 만나는 게이머들과의 약속 시간으로 인해 조바심을 내며 안절부절 하는 것이더군요. 특정 한 게임에만 푹 빠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이 나올 때마다 그 게임을 꼭 해봐야 하고, 나중엔 데이트도 PC방에서 하기 일쑤였습니다.


처음엔 저도 게임을 좋아하는지라 함께 어울려 게임을 즐기기도 했지만 점차적으로 그 시간이 길어지고, 잦아 질수록 지쳐만 갔습니다. 게임으로 인해 헤어짐을 결심했던 친구들처럼, 저도 그러한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연애를 하면서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 하던 주위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헤어지자는 말을 여러 번 하기도 했었습니다. 게임만 아니라면 정말 좋은 남자친구이지만 그 게임 때문에 남자친구를 잃어야 한다는 생각에 절로 눈물이 나기도 하더군요.

"도저히 못견디겠어. 헤어져!"

난 그가 게임을 하든, 게임을 하지 않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적은 나이도 아니고 곧 서른을 앞둔 나이에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게임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으로 인해 폐인생활까지 해 본 적이 있던 터라 그 중독성을 알기에 더욱 속상했습니다. 쉽게 빠져 나오기 힘들다는 것도 너무 잘 알기에.

헤어짐을 고할 때마다 그때뿐이었던 남자친구. 포탈사이트를 통해 나와 유사한 경우 어떻게 대처했는지 찾아보기도 하고, 심지어 지식인이며 네이트며 여기저기 검색해 보기도 했습니다만, 정말 게임에 푹 빠진 남자친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더군요. (헤어지세요- 라는 답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PC방을 찾을 때면 전 옆에서 별 의미 없는(마땅히 할 게 없었거든요) 웹 서핑을 하는가 하면 게임을 하는 남자친구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며 타이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에 고정.

그러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블로그. 누군가의 추천도 아니고, 누군가의 강요도 아닌 그저 제 속을 털어 놓을 공간이 필요해서 '미니홈피'라는 공간 대신 택한 곳이 바로 '블로그'였습니다.

당시 미니홈피를 통해 이런 저런 사진과 일기를 쓰곤 했지만 '일촌'이라는 울타리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하나의 가식적인 공간이 되어 버린 듯한 기분이 들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동화 속 대나무 숲과 같은 공간으로 블로그를 찾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남자친구에게 화가 나면 그 억한 감정을 억누르며 블로그질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러면서 블로그의 재미를 알아 가다 보니 PC방에 먼저 가자고 남자친구에게 제안을 하기도 했고 남자친구가 옆에 있음에도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제가 블로깅에 빠져 있으니 뭘 하고 있기에 저리도 푹 빠져 있나 싶어 힐끗 거리며 보기도 하더군요.

솔직히 제가 이전과 달리 옆에 있는 남자친구는 보지도 않고 모니터만 응시하며 열심히 타이핑을 하고 있으니 뭐에 그렇게 빠져 있는지 궁금해 하며 흘깃거린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옆에서 다가와 보려고 하면 냉큼 블로그 창을 닫아 버렸고, 고의로 보여주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정말 보여주면 안 되는 어떤 것이 있었기에 그렇게 행동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극을 주기 위해 그렇게 행동 한 거죠.

본인이 게임을 하는 이유에 대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으로 합리화 하던 모습 조차 당시엔 너무나도 미웠습니다.

"너 나 몰래 뭐해?"
"뭐? 별 거 아니야."
"보여줘 봐."
"아니. 그냥 게임이랑 비슷한 거야."
"뭐가 비슷해? 말했잖아. 난 게임 하면서 돈 버는 거잖아."
"응~ 그래? 나도 이거 하면 게임으로 버는 돈 보다 더 벌 수 있어."
"거짓말"
"오빠도 빨리 게임 해. 캐릭 죽겠다. 그 캐릭 비싼 거잖아."

"아, 아, 어."

속에선 불이 난 것처럼 부글부글 거리고 속이 타 들어 갔지만 겉으로 전혀 내색하지 않으며 무덤덤하게 '당신이 뭘 하든 괜찮아요' 라는 자세로 일관하며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는 남자친구의 말에도 그냥 PC방에서 컵라면 먹자며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급기야 번번히 제가 먼저 PC방에 가자고 하고선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 한번 하지 않고 블로깅에 빠져 있는 (아니, 빠져 있는 척 하는) 저를 보고선 "다음부턴 절대 PC방에 오지 말자!" 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리고. 듣고 싶었던 한마디.

"나 이제 게임 안 할거니까 너도 그거 하지마!"

바로 2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백수이면서 게임에 푹 빠져 지내던 남자친구.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직장생활을 하며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너무너무 보기 좋은데 말이죠.

요즘도 가끔 PC방에 가곤 합니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중독 수준의 게임이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을 1시간 정도의 시간으로 즐긴다는 점이죠.


블로그가 뭔지 몰랐던 남자친구. 처음엔 숨기기에 급급해 하고 뭔가 열심히 타이핑 하는 것 같아서 옆에서 몰래 채팅 하는 줄 알았다고 하네요. 주위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게임 중독인 남자, 정말 최악인 남자다- 당장 헤어져라.' 하지만 번번히 헤어짐을 고하면서도 제 마음을 안타깝게 한 것은 그만큼 한번 뭔가에 몰입하면 깊게 빠지는 스타일이다 보니 그 집중력을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정말 멋진 남자가 될 것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게임 중독. 누군가의 강요나 타이름보다는 본인 스스로가 그것을 그만 두어야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에만 그만 둘 수 있는 마약과도 같은 것. 지금은 게임이 아닌,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로 나서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남자친구가 무척이나 든든해 보이는데 말이죠. 당시의 그러한 시기가 있었음을 주위 사람들은 알지를 못하니 '남자친구가 참 든든해 보인다. 멋있다' 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맞장구를 치면서도 '그런 시기를 잘 견뎌 냈기에 지금의 멋진 오빠가 있는 거야'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 만약, 답이 없는 '게임 중독'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헤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남자친구는? 그리고 나는?

6개월간의 폐인생활, 그 종지부를 찍은 이유

대학교 3학년이 되면서부터 부쩍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일종의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수단으로 6개월 정도를 폐인처럼 생활하였습니다. 가끔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주절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상대편에서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여대 나오셨다면서요?" (여대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그럼, 혹시 남자 형제 있으세요?" (없는데…)
"주변에 게임 잘하는 친구분이 많으신가 봐요?" (아닌데…)
"남자친구와 함께 게임 하세요?" (남자친구 없는데…)

그렇게 3학년 2학기 무렵에는 친구나 선배, 후배 할 것 없이 게임에 퐁당 빠져서는 '밥 같이 먹자' 라는 말에도 아랑곳 없이 게임에만 빠져 있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의 그 기간을 돌이켜 보면 게임 외에는 크게 자리 한 것이 무엇인가- 좀처럼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푹 빠져 지낸 게임 중의 하나가 스타크래프트와 테트리스, 와우였죠.


TV를 켜면 밥을 먹으면서 스타크래프트 모 게임 채널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눈 여겨 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날을 새는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이러한 생활이 가능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당시의 제 모습을 부모님이나 가족 누군가가 봤다면 정말 헉! 했을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았다면 당장 뜯어 말렸겠죠.)

그럼, 1,2학년 때는?

수업시간 외의 공강시간을 활용하여 학교 가까이에 위치한 분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저녁에는 과외를, 주말에는 인턴활동을 하며 학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가 주였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동아리,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었구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도 학비 마련을 위해 성적관리 또한 철저하게 했습니다. 매 학기 장학금을 타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럼, 3학년이 되면서 왜 이렇게 바뀐 걸까요? 1, 2학년 때까지는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3학년이 되면서 자취생활을 하며 홀로 지내다 보니 그간 저도 모르게 잠재되어 있던 어떤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풀 대상을 찾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필, 간간히 즐겼던 하나의 놀이었던 게임이 나중엔 주객전도가 되어 게임이 주가 되고 나머지 생활이 부가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죠.

혼자 자취를 하면서 밤 늦은 시각에도 인기척 없는 원룸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거리다 빠져들 뭔가가 필요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날 그냥 내버려둬!"


하필 왜 게임에 빠졌는지도 의문이기도 하네요. 하루, 이틀, 3일 연속 그렇게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수업 시간에도 번번히 지각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너 졸업하고 취직해야 되는데 뭐 하는 거니? 너 갑자기 왜 그렇게 변한 거니?" 라는 따끔한 선배 언니의 충고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컴퓨터를 켜고 게임에 더욱 빠져들기만 했죠. 만약, 그대로 게임에 빠진 채로 지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 마저 듭니다.

간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닌, 생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활의 중심이 되어버렸던 게임. 그렇게 중독이라면 중독이라 할 수 있는 게임폐인이 되어 지내던 중,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첫사랑에 빠지게 된 거죠. 게임에 빠져 지내면서도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는 눈이 크게 떠지나 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말입니다) 그렇게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그를 보며 나와 닮은 점이 많다고 느끼면서도 뭔가 한없이 존경하게 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던 중.

"배고프다"
"야식으로 뭐 좀 챙겨 먹어."
"몇 시지?"
"음, 9시 정도?"
"그럼 먹으면 안돼."
"왜?"
"다음날 일찍 일어나려면 허기진 상태로 잠들어야 일찍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도서관에 가서 공부해야 하는데 지금 야식을 먹으면 배부름으로 인해 일찍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있어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더군요. 게임에 빠져 낮과 밤이 뒤바뀐 채 생활하는 저와는 너무나도 다른, 하지만 게임을 하고 놀이를 즐기고 그런 소소한 취향까지 비슷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저와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놀이나 게임을 하면서도 자기절제력이 상당한데다 생각을 많이 한다는 점이었죠. 즉흥적이고 다소 충동적인 저와는 달리 말이죠.

포켓볼을 치더라도 이런 저런 구도를 생각하고 지금 당장 치는 것만을 보지 말고, 다음에 칠 것까지 생각하고, 그게 가능하다면 그 다음 것까지 생각해 보라는 그 말이 마치 저에게 인생에 있어서의 살아 가는 법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지금 당장 즐기고, 놀기에 바빠 게임에만 푹 빠져 안일하게 자기관리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자 정말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그렇게 저의 6개월간의 폐인생활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4살 위였던 남자친구는 상당히 어른스러웠고, 생각이 깊었습니다. 첫사랑은 첫사랑일뿐… 끝내 좋지 않게 헤어지긴 했지만 말이에요. (덕분에 지금 더 좋은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는지도)

그래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6개월 그 이상의 게임폐인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게임의 중독성, 겪어 봤기에 잘 압니다. 그리고 '하지마'라는 한마디의 말보다 눈으로 직접 그간 폐인생활을 했던 자신을 버릴 만큼의 큰 자극이 되는 인물을 보게 되는 순간 눈이 떠졌다는 겁니다.

게임으로 폐인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이 걱정이라며 노심초사하는 직장 상사분이 계시더군요. 그럴 때마다 "안돼" "인터넷 끊는다" 라는 말을 하셨다고 하네요.


문득, 제가 폐인생활을 했던 때가 떠올라 끄적여 봤습니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반전에 반전이 거듭하는 듯 합니다. 지금 당장은 폐인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일지라도 또 모르죠. 스스로 어느 순간, 자연스레 눈이 뜨여지면 더 큰 세상을 보게 될지… (또는 게임개발자가 될지도… )

너무 앞뒤 없이 길게 말하긴 했지만, 글쎄요...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 정도로 요약해 볼까요? (응....???)

*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