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한 배달원에게 놀란 이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한 배달원에게 놀란 이유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잃은 것이 있다면 사람에 대한 신뢰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학교 갓 입학한 신입생 대상으로 사기 치는 사람도 꽤 많아. 대학교 정문 근처에서 영어 교재 팔면서 대학생활 하는데 이거 꼭 필요하다고 사기 치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그 사기꾼도 문제지만 그런 사기에 낚이는 것 자체가 말이 안돼."
"어? 난데? 내 이야긴데? 내가 그런 사기 당했었는데?"

 

대학교로 인해 지방에서 서울로 처음 발을 디딘 어느 날, 영어 교재 사기 -_- (지금 생각해 보면 순진하다 못해 상당히 어리석었구나- 라는 생각을)를 당해 뒤늦게 서야 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하겠다는 둥 난리를 쳐서 겨우 원금을 회수 받은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되는 과정, 그렇게 조금씩 아-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대학교를 졸업해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아 뒤에선 욕할지언정 앞에선 방긋방긋 웃는 관계가 필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한 배달원에게 놀란 이유

 

서서히 그렇게 경계하는 법을 배워갔습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해코지를 한 것이 아님에도 일단 경계하기.

 

매주 수요일은 아파트 재활용품 수거하는 날. 퇴근 후, 늦은 밤 재활용품을 정리해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전주에 버렸어야 되는데 밀려 2주일 가량 쌓아두었던 각종 박스며 비닐, 플라스틱 등 양이 꽤나 많았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어느 남성분이 먼저 타고 있더군요. 배달원인 듯 했습니다.

 

늘 그렇듯 그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자연스레 거리를 두고 경계했습니다. 배달원의 대각선 뒤편에 섰는데 굳이 힐끗 쳐다보는 듯한 모습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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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땡!

 

1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배달원이 갑자기 제 앞으로 스윽 다가와 '헉' 했습니다.

 

뭐야- 뭐야- 뭐야-

 

"양이 많아서 혼자 옮기기엔 힘들어 보이는데 좀 들어 드릴게요."

 

이건 무슨 반전이지?

 

환하게 웃으면서 재활용 박스를 옮겨주시는 모습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기적이게도 순간적으로 '깜짝이야. 그냥 가던 길 가시지. 도와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타인을 돕기란 쉽지 않은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입장을 바꿔 과연 나라면?

아마 그냥 쌩- 모른 척 하고 내 갈 길을 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

 

늘 경계심을 품어 안고 살던 제게 배달원의 그 모습은 놀랍기도 하고 참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이 세상은 살벌하고 각박하다는 편견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해 주셨으니 말이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한 배달원에게 놀란 이유

 

저도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주위를 돌아봐야겠어요. 저로 인해 도움을 받는 어떤 이도 세상은 살벌해- 라는 편견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죠.

 

 

 

 

산악영화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사랑, 우정, 그리고 도전 - 노스페이스

남자친구와 함께 보게 된 영화. 영화 제목이 '노스페이스' 였던지라, 그저 아웃도어 브랜드가 앞서 떠올라 실소를 짓고 있었다.

"난 노스페이스."
"난 K2"
"음, 그럼 난..."

거기다 노스페이스가 다소 딱딱한 어투의 독일 영화라는 점과 아무래도 산악 영화이다 보니 산을 오르는 장면이 등장 할 텐데 이전 한 산악 영화에서 너무나도 어설픈 합성 장면으로 실망했던 터라 이번 영화도 그러한 실망스러운 장면이 등장하진 않을지 걱정스러웠다. 아니, 그저 그 모든 것을 떠나, '산악 영화' 라고 하면 '지루하다' 라는 생각이 앞서는 지라 별 기대 없이 본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어느 순간 깊게 몰입한 나를 볼 수 있었다. 노스페이스를 단순히 산악영화로 단정지어 표현하기엔 루이즈와 토니의 사랑, 토니와 에디의 우정이 너무나도 절절하다. 그리고 정상(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그 길을 모색하고 찾아 나서는 모습에서는 정말 전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음, 아무래도 남자친구와 함께 보다 보니, 루이즈와 토니의 사랑에 더욱 관심이 갔던 것이 사실이다. 루이즈와 토니는 과거 연인 사이였지만, 이미 루이즈에겐 새로운 연인(상사)이 있었고, 토니는 그러한 루이즈를 그저 덤덤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직장 상사이자, 새로운 연인

아이거 북벽 정복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아이거 북벽 아래 호텔에서 여유롭게 술을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쌍안경으로 아이거 북벽을 보는 루이즈와 루이즈의 상사.
그들과는 반대로 악천후 속에서도 힘겹게 아이거 북벽 정복에 나선 산악인들(이들 중 토니와 에디가 포함되어 있다).

초반엔 루이즈는 토니를 그저 '성공을 위한 구실'로 여기는 듯 했다. 토니가 북벽 정복에 가장 먼저 성공하면 자신이 그 무시무시하다는 아이거 정복 현장을 멋진 사진과 함께 취재 기사를 쓸 수 있으니 말이다. (토니가 과거의 연인이었다는 점에서 볼 때, 루이즈는 어느 기자보다 토니에 대해 자세한 기사거리를 내놓을 수 있을 테니)

하지만, 점차적으로 거세지는 눈보라와 눈사태 속에서 루이즈는 토니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미, 그토록 대단한 산악인인 토니와 앤디이건만, 그들을 따르던 윌리가 부상을 당하면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가장 찡했던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지막 장면이지 않나 싶다. 남자친구와 함께 보며 절로 남자친구 손을 꼭 잡게 되었다. (응?)

죽음의 산이라 불리는 아이거 북벽 초등정복에 나섰다가 동료를 구하기 위해 하산 하던 중 구조대의 실수로 고작 3m의 자일이 모자라 사랑하는 여자 루이즈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었다. "토니"를 외치며 애타게 힘을 내라고 하는 루이즈. 하지만, 이미 온 몸이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버린 토니. 해피엔딩일 줄 알았던 이 영화는 그렇게 슬프게 막을 내렸다.

실제 안타깝게 숨을 거둔 독일 산악인 토니 쿠르츠의 마지막 모습의 사진과 촬영 장면 사진을 보고선 정말 '헉' 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하다 싶을 만큼 훌륭하게 재현해 내지 않았나 싶다.

- 1936년 3m의 자일이 모자라 구조대가 보는 앞에서 죽은 토니 쿠르츠의 모습(위)
- 실제와 똑같이 재현한 독일 영화 <노스페이스>의 마지막 장면(아래)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다큐멘터리 리얼리즘을 살리고자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했다고 한다. 역시, 그래서 이렇게나 숨막히게 짜릿했구나...

<노스페이스>는 <클리프행어>나 <버티칼 리미트>같은 할리우드 산악 영화처럼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인공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보단 자연 그대로를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Northface 란? 북반구에서 산의 북쪽이 일반적으로 가장 춥고 얼음으로 뒤덮여 있으며 등산하기 가장 힘든 곳

기존 생각해 왔던 산악 영화에서 벗어나 너무나도 감동적이면서 벅찬 영화이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기에 더욱 그 의미가 깊이 새겨지는 듯 하다.

+ 덧)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강추! 산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왠지 산을 좋아하게 될 것만 같아요. 노스페이스는 6월 3일에 개봉된다고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