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왜?"
"지금까지 만난 남자만 세어 봐도 어마어마해."
"어마어마하다고? 만난 사람이 많다는 거야?"
"거의 1년에 10명꼴? 남자심리 하나는 정말 잘 안다고 그러던데. 모르는 거 있음 와서 물어보래."
"와." -_-
연애고수라는 말에 처음엔 '솔깃'했으나, 이내 만난 남자가 많다는 말과 1년에 10명 꼴이라는 말에 감동의 '와~'가 아닌 그저 '헐'을 대체한 '와~'라는 탄성이 나오더군요.
1년에 10명꼴이면, 만나는 기간이 상당히 짧았을 텐데 과연 상대 이성을 어느 정도까지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을까? 라는 궁금증과 혹 양다리, 문어다리를 펼치며 한번에 여러 사람을 사랑한 걸까? 라는 궁금증이 셈 솟았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가지면서 한 사람을 만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여러 명을 만나면서 자신의 시간을 가지려면 시간 배분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문득, 대학생이 되어 첫 소개팅을 했던 그 날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소개팅에 나온 한 남성분은 만나자 마자 얼굴만 딱 봐도 상대방 혈액형이 무엇인지 맞출 수 있다는 말로 호기심을 자극 시켰습니다.
"아, 그래요?"
"책 읽는 것 좋아하시죠?"
"네. 좋아하죠."
"주로 어떤 책 좋아하세요?"
"음, 전 주로…"
"아, 그러세요? 저랑 정말 비슷하시다! 성격은 어때요? 좀 소심한 편이죠?"
"음. 그런 편인 것 같아요."
상대방의 '혈액형을 맞춰 볼게요' 라는 제안이 계기가 되어 서로가 좋아하는 책이나 음악, 취미 활동을 한참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덩달아 상대방의 혈액형을 추측하게 되더군요. 그러다 날아온 결정타.
"아, 그래요?"
"O형은 다혈질이라… 하하하. 그 쪽은 A형이시죠?"
"네? 저요? 아뇨. O형인데요."
"아, 그래요? 정말이에요? 그럴 리가 없는데…"
순간 쏴해 지는 분위기. 얼굴만 봐도 혈액형을 맞출 수 있다더니, 혈액형만 알면 어떤 성향인지 알 수 있다더니… 되려 저에게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냐며 O형이 아니라 A형일거라던 그 사람과의 인연은 그 날이 끝이었습니다. -_-;;
남자를 1년에 10명꼴로 만나 남자심리에 있어서는 자신 있다던 그녀, 사회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본 터라 혈액형 별 성향은 다 파악하고 있다던 그.
남녀심리를 잘 안다고 해서 연애를 잘 할 수 있는 것도, 혈액형별 사람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고 해서 연애를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음…"
"너 또 예쁘게 보이려고 옷 얇게 입고 왔지? 그러면서 지금 속으로 '춥고 배고프고.' 이런 생각 하고 있지?"
"오! 어떻게 알았어?"
"자, 너 배고플 것 같아서 오다가 와플 샀어. 네가 좋아하는 치즈가 들어 있어. 이건 유자차. 감기 걸리면 안되니까. 으이그. 목도리라도 하고 오지 그랬어."
"오. 뭐야. 선수 같아."
"뭐야. 무슨 선수야. 이것 하나로."
"하하. 농담."
"아, 생각해 보니 나 선수 맞아. 너한테만."
"맞아."
'버섯' 하면 '척'이지만, '여자' 하면 아직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남자친구.
"오빠의 애칭은 이제부터 버섯전문가."
눈 앞에 있는 한 사람과 오롯이 마음이 통해야만 잘 할 수 있는 게 연애인데 의외로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남자를 많이 만나봤으니 연애를 잘한다. (만나본 남자가 눈 앞에 있는 그는 아니잖아요)
![]() |
지금은 연애중 - ![]() 하정미 지음/마음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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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저는 사람 혈액형은 봐도 잘 모르겟더라구요.ㅎ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저도 그래요. ^^
저는 B형인데.. 비형은 항상 안좋은게 ㅠ.ㅠ
문제는 유지하는 건 어렵다는 거죠. 안다는 것과 생활을 함께하는 건 엄연히 다르니까요.
1년에 10명 꼴...이라는게 과연 아는 것인가 의심스럽네요^^;
제 주변에도 비슷한 사람이 있는데, 짧은 패턴의 연애가 반복되면 상대방에게서 얻는 정보를 자신이 잘못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ㅎ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즐건날 되세요^^*
^^ 버섯공주님 책 잘 받았습니다...좀 읽어보고 책에 관련 포스팅 할께요..
감사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은 비가 오는....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잘 보고 갑니다.
그저 부럽네요. ㅋㅋㅋ
버섯공주님에게는 남친이 버섯전문가^^
맞아요^^
갯바위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고수는....한 남자에 순정품고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가며 허황된 이상이 아닌 실제하는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고 그안에서 행복을 만들어나갈줄 아는....지극히 평범해보이는 현실상의 실제하는 커플..부부......자신이 왜 고수인지도 모르는 그들이 진정한 고수이지...
1년에 10명...그 누구도 선택할줄 모르고 10명 누구에게도 진지하게 선택되지 못한 겉도는 청춘이야 말로 자신이 고수인줄 아는 진정한 하수라는 걸 알아야 함.....20대초반~중반까지나 잠깐 통할 마인드를 계속가져간다면...35, 40까지 계속 연애고수 But 솔로...로 겉돌고 있을건 불을 보듯 뻔한 일....실제로도 그런이들이 연애칼럼 쓰고 연애교본 내고.....어처구니 없는일....배워서 자신과 똑같이 되라고..쯔쯔쯔
아...주인장님얘기 절대 아니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