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온 남자친구의 황당문자, 이유를 알고나니

즐거운 추석 연휴,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어느덧, 오늘이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네요.

전 추석 특집 영화를 비롯해 각종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도 하고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일은 출근해야 하는 날이네요. ㅠ_ㅠ 이럴 땐 정말 시간이 빠릅니다. 끙;

어느덧 추석연휴 끝!


어제 가족과 함께 추석 음식을 만들고 있던 와중, 남자친구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넌 아프지 마."

 

평소 늘 "밥 먹었어?" 혹은 "뭐해?" 로 시작하던 남자친구의 문자이건만 뜬금없이 앞뒤 말 없이 아프지 말라는 문자가 오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아프지 마"


남자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추석 연휴, 명절 음식 만드느라 고생하겠구나 싶어 아프지 말라고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절이면 여자들이 명절 음식 만드느라, 차례상 준비하느라 분주해 지니 말이죠. '명절증후군'이라는 용어도 이제 더 이상 생소하지도 않습니다.

남자친구에게 조심하겠다고. 알겠다고. 고맙다고. 답장을 보내려던 찰라, 남자친구에게 또 연달아 문자가 왔습니다. 

 

"우울증도 조심해야 돼. 치매도."

 

엥? 우울증? ㅡ.ㅡ ...치매?! 날 뭘로 보고... 난 아직 젊어!

음식을 준비하느라 육체적으로 적지 않은 노동을 하는 셈이니 아프지 말라는 건 이해가 되지만 우울증과 치매를 조심하라는 건 대체 뭔 말이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 보았습니다. 

지금 온 가족이 요양원에 와 있다고 하더군요.

요양원에 할머니가 계신데 몸은 (육체적으로는) 건강하시지만 할머니의 치매로 인해 가족이 많이 힘들어 한다고 했습니다. 가장 힘들어하시는 분은 다름 아닌 할아버지이며, 그런 할아버지를 곁에서 보는 아버지도 힘들어 하시니 아들인 남자친구 입장에서도 무척 속상했나 봅니다.

과한 스트레스는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이 우울증이 심해지면 치매를 동반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솔직히 전 모두 별개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스트레스는 스트레스고, 우울증은 우울증이고, 치매는 치매인 줄;;;


치매는 무조건 '뇌혈관 질환'이라고만 생각했었거든요;;; 쿨럭;

지금까지 전 스트레스가 과하면 그것이 곧 우울증이 될 수 있고, 우울증이 심해지면 치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거죠. 

"스트레스 받으면 절대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꼭 풀어야 돼. 풀 수 없으면 나한테라도 말해."
평소 진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남자친구가 무슨 걱정거리 없냐. 스트레스 받는 건 없냐. 우울증 조심해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더군요.

흔히, 추석 연휴라고 하면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송편을 빚는 모습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그 또한 가족이 모두 건강할 때에 가능한 모습인 듯 합니다.  

 

"넌 절대 아프지 마."
"응. 건강이 최고인 것 같아. 오빠도 아프지 마."

 

남자친구가 "아프지 마." 라는 문자를 보낸 결정적 계기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씀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내가 너네 할머니의 마음을 일찍 헤아려 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다. 즐거워야 할 추석에 너희들을 이런 자리에 모이게 해서 미안하다. 너희들도 건강 잘 챙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