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연애중

'커플싸움은 노코멘트' 그 이유를 듣고 보니

사용자 버섯공주 2011. 9. 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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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요즘 넌 남자친구랑 잘 지내?"
"응.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어."
"그렇구나. 좋겠다. 난 오늘 또 남자친구랑 다퉜는데. 아, 생각할수록 속 터져! 진짜 헤어져야 할까 봐."

 

남자친구와 다퉈서 속상하다며 열을 내는 친구.

예전 같으면 다투게 된 정황을 쭉 듣고는 "그래! 네 말이 맞아! 남자친구가 그러는 건 좀 아니지!" 혹은 "응. 그건 남자가 잘못했네! 남자친구한테 연락 오기 전까지 절대 먼저 연락하지마!"라는 말을 쉽게 내뱉으며 함께 흥분했을 겁니다. 예전엔 그렇게 그녀의 편에 서서 이야기 하는 것이 그녀를 위로하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제는 그녀의 순간적인 말들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친구들 모두 귀를 열고 고개만 끄덕여 줍니다. '내일이면 언제 남자친구와 다퉜냐는 듯 웃으면서 올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죠. 

이처럼 연락을 자주 하는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그 날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다 보니 연인 사이의 다툼도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습니다.
 

연인 사이 다툼, 절친에게도 말하지 않는 이유 

 

'내가 그렇게 하니까 남자친구(여자친구)도 그렇게 하겠지.' 라는 추측이 얼마나 어리석은 건지 그땐 몰랐습니다. 제가 친구들과 어울려 '남자친구와 다툰 이야기'를 하며 울적한 기분을 달랬던 것처럼 남자친구도 그럴거라 생각했습니다.
 
몇 년전의 일이긴 하지만 그때의 일을 이야기 할까 합니다.

남자친구와 심하게 다투고 씩씩거리고 있던 와중, 남자친구의 절친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평소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 편인데다 용건이 있어도 제게 직접 전화하기 보다는 남자친구를 통해서 하던 편이라 제 입장에선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시켜서 전화를 하는걸까?' 혹은 '우리커플의 다툰 이야기를 듣고서 나에게 전화를 하는걸까?' 와 같은 생각이 스쳐가며 말이죠. 

 

"버섯, 오늘 뭐해?"
"왜?"
"뮤지컬 티켓이 생겼는데 우리 커플은 시간이 안돼서. 오늘 저녁에 다른 약속 없으면 웅이(남자친구)랑 보러 갈래? 웅이는 시간이 되는 것 같던데. 넌 괜찮아?"
"음… 혹시 웅이오빠가 시켰어?"
"아니. 갑자기 무슨 말이야? 너네 싸웠어?"
"아… 아니야."

 

평소 전화를 하지 않던 남자친구의 절친이 전화를 걸어 의심을 품었지만, 어찌되었건 그 뮤지컬이 계기가 되어 언제 싸웠냐는 듯 금새 풀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가득차 있었습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남자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음, 오빤 나랑 다투고 속상하면 친구들한테 이야기 안 해?"
"친구들한테? 뭘? 너랑 싸웠다고?"
"응. 나랑 다투고 속상하면 어떻게 풀어?"
"자랑도 아니고. 친구들한테 그런 걸 왜 말해."

 

자랑도 아니고 그런 걸 왜 말하냐는 남자친구의 대답에 뜨끔했습니다.

 

'헉! 난 싸운 거 친구들한테 말한 적 있는데…'

 

남자친구를 사랑하지만,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하거나 열폭하면(응?) 친구들을 만나 수다로 기분을 풀곤 했습니다. 때론 '남자친구 나빠! 남자친구 미워!'를 외치며 말이죠. 
 

수다를 떨며 기분을 풀자고!


남자친구는 싸운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긴가민가했습니다. 한참 지난 후, 그 때, 그 남자친구의 친구를 만나게 되어 슬쩍 물어보았습니다.

 

"오빠, 덕분에 그 때 뮤지컬 잘 봤어. 엄청 재미있었어."
"응. 다음에 또 티켓 생기면 줄게."
"그런데 말이야. 혹시 그 때, 우리 커플, 싸운 거 알고서 티켓 준거야?"
"아니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해야 하나."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와 다퉜다는 말은 딱히 하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면서도 평소답지 않게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고 짐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전화를 걸었을 때 당황한 제 반응이었다고 하더군요. -.- 
 

"나도 그렇지만, 웅이도 그런 이야기 하는 건 안좋아해. 여자친구랑 싸웠다고 이야기 해 봤자, 여자친구 험담 밖에 더 하겠어? 자기 여자친구 이름이 아무리 친한 친구들이라고 해도 오르내리는 걸 싫어하는거지. 남자는 자기 여자를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

남자친구의 친구에게서 그 말을 전해 듣고 나니 '참 남자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했던가요. 그의 주위 친구들을 보니 더 남자친구가 멋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으흐흥.

+ 덧)
"오빠친구들한테 6년 동안 만나면서 우리가 싸운 걸 단 한번도 말한적 없다는 거야?
"응."
"진짜? 대단하다. 난 친구들한테 말한 적 있는데..."
"뭐, 대단할 것 까지야... 뭐. 1년에 한 두 번 정도 싸우면 몰라도. 수십 번을 싸우는데 그걸 어떻게 다 말해?"
"헐!" -_-^

퍽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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