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솔직히 좀…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아니. 분위기가 너무 가라 앉은 것 같아서 분위기 띄워 보려고 그랬지. 선배가 너무 날 어려워 하는 것 같길래…"
예쁜 얼굴과 밝은 미소가 매우 매력적인 대학교 후배. (아, 저도 그런 풋풋한 때가 있었는데 말이죠. 응? 음… 어쨌건…)
이 후배는 같은 동아리 남자 선배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후배의 말에 따르면 아직 '사귀자' 사이는 아니지만 곧 '사귀자' 사이가 될 것 같은 관계라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듯 하나 혹여 고백했다가 동아리 내에서 어색한 사이가 될까 봐 선뜻 나서지 않고 있었나 봅니다.
그 와중에 선배에게 연락이 와 처음으로 단 둘만의 데이트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후배가 선배에게 들은 한 마디로 인해 무척이나 속상해 하더군요.
솔직히 제가 보기엔 후배도 후배이지만, 오히려 후배가 내뱉은 한마디로 인해 그 선배가 적잖이 당황을 한 것 같더군요.
상황은 이러합니다.
"아니. 뭐. 사귀어 봤다고 해 봤자 손가락으로 꼽지."
"에이, 많이 사귀어 본거네. 그럼 저런 곳도 많이 다녔겠네?"
"저런 곳?…"
남자 선배가 여자 후배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모텔. 순간 정적이 흐르고…
"…아, 응…" (쉬운 여자?!) 충격...
순간의 정적과 정색한 남자 선배의 표정. -_-
쏴아아아아아....
쏴아아아아아....
쏴아아아아아....
여자 후배의 입장에선 남자 선배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꽤 놀랬나 봅니다. 평소 길을 걸을 때도 여자 후배를 늘 안쪽에 서게끔 할 정도로 매너가 좋은데다 다소 엉뚱한 농담에도 늘 쾌활하게 웃어 넘겨 주던 선배. 그런 선배에게서 그런 쌩한 표정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반장 효과라고 해야 할까요? -.- 학창시절부터 반장을 도맡아 하고 동아리에서도 리더의 역할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는 물론이거니와 단 둘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분위기를 업 시켜야만 할 것 같다는 후배.
다소 말수가 적었던 선배와의 데이트에서도 그녀의 리더 기질은 숨길 수 없었습니다. 아무말 없이 나란히 걸어가는 조용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분위기를 전환해줄만한 이야기를 마구 꺼내다 보니 해선 안될 말까지 내뱉은 것이더군요.
잠시 자신의 리더 역할은 잊고 첫 데이트 인만큼 남자 선배가 이끄는 대로 이끌리는 것도 좋았을텐데 말이죠.
제가 처음 후배에게 이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제일 먼저 던진 질문이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였습니다. 예쁘장한 외모와 고급스럽고 여성스러운 모습이 같은 여자인 저 조차 샘이 날 정도인데 그런 후배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게 말이 너무 의아해서 말이죠.
아마도 남자 선배는 저만큼, 아니 저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쉬운 여자'와 '털털한 여자'는 한 끗 차이인 듯 합니다. 이 후배는 자신을 어려워 하는 선배를 위해 좀 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지만 선배의 입장에선 순간 자신이 알고 있던 그런 여자가 아닌 것 같아 놀랐을 겁니다.
만약 남자 선배가 그녀를 이성으로 생각지 않았다거나, 한번 가볍게 만는 사이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오히려 그런 농담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을지도 모릅니다. (바람둥이라면 더더욱!) 그런 점에서 오히려 '쉬운 여자'처럼 보일 수 있으니 '다음부턴 그런 말 하지마.' 라고 말하는 남자 선배가 괜찮아 보이기도 합니다.
남자의 뽀뽀 한번에 '아, 부끄러워!' 라고 얼굴을 붉히는 건, 정말 부끄러워서도 있지만, 그 이상의 선을 쉽게 넘어 오지 못하게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어이기도 합니다.
모텔을 보고 '모텔은 출장 온 사람들이 숙박 하는 곳 아니야?'라는 순진한 표정으로 보는 것과 당당히 '저런 곳에 몇 번이나 가 봤어? (난 몇 번 가봤는데…)' 가 주는 느낌은 확연히 다릅니다.
쉬운 여자로 보이려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듣는 이 입장에서는 말하는 이의 깊은 속 뜻까지 헤아리는 게 쉽지 않으니 말이죠.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야한 농담 하나도 마음대로 내뱉지 못하는 정숙한 여자를 요구하는 거냐고 따져도 그에 대해 딱히 반박할 순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대 남자 앞에서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털털함을 억지로 포장하여 보이려다 자칫 쉬운 여자로 보이는 것 보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분명 상대도 있는 그대로의 당신의 모습을 더 궁금해 할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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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배 괜찮네요. 가벼운 남자 같으면 기회다~ 싶어, 왜? 오늘 가볼까? 이렇게 나왔을텐데..
정말 그 후배를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보이는게 싫은걸보니.
맞아요 털털하게 보일려고 하면 꼭 쉽게 보는사람이 있기 마련이에요
에고 그럴땐 좀 많이 난감하드라고요^^
쿨한척하려다 핫한남자된사연이랑 비슷하네요 ㅠㅠ
ㅎㅎㅎㅎ에공...너무 속마음 들어내도 좋지 않지요.
잘 보고가요.
경계 선 지키기 생각보다 쉽지않아요~ ㅋ
털털한 것과 쉬운 것은 다르죠
근데 그게 구분이 안될까요?
아님 못하는 척 하는 것은 아닌지^^
저라도 좀 당황했을듯.... ^^;;
그래도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네요. ^^
반장효과 참 재밋네요 ㅎㅎ
그리고 후배분이 좀 당황하셨겠지만...
선배의 대처는 좋았던거 같네요..^^;;
저였으면...저렇게 멋지게 말했을까 싶네요 ㅎㅎ;;
'반장효과'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그래도 두 분 결혼하셨다니, 잘 되었네요.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우여곡절끝에 결혼해서 잘살고 있다니 그부분이 젤 맘에 드네요~~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제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자주 간다는 신호.. 그러니 언넝 가자는 신호.. 응?!!
매번 재밌는 글이네요... 오늘도 흥미롭게 봤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오호~ 결국 결혼까지 하셨군요. ㅋㅋ
잘 보고 갑니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가 가장 중요하죠..
정말 자신에게 없는 털털함을 포장하려다 된통 쉬운여자로 찍혀버렸군요..
그런데 어쨌든 지금 결혼해서 잘 살고 계시다니 다행이네요. ^^;
편안한 꿈 꾸세요 버섯공주님~!
좀 그냥 냅둬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쉬운 여자로 찍히면 큰일 나는 거였군요
남자분이그런소릴들어서 당황스러운건알겟는데그랬다고 쉬운여자로볼필요가있었는지....버섯공쥬님은 모텔이 출장오는사람들쉬러오는데가아니냐는식과 모텔이 그런곳이란걸알고 몇번가봤는건다르다고햇는데,
아니솔직히 나이가 스물넘도록모텔이먼지도모르는 여자가이상한거고
스물넘은여자가 몇번가봤다고해도 흉볼건아니지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