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초기, 남자친구집으로 인사 드리러 가지 않은 이유... 여자 심리
남자친구는 저와 연애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을 때부터 집으로 인사를 드리러 가자는 말을 여러 번 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한 대답은 "나 살 좀 빼고 가자." 혹은 "좀 더 예쁘게 단장하고 인사 드리고 싶어." 라는 조금은 얼토당토 않은 대답이었습니다.
물론, 일부 제 진심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솔직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당시 "아들이 어떤 여자친구 만나고 있는지 궁금하셔서 보자고 하시는 거야. 절대 어려운 자리 아니야." 라는 남자친구의 말은 귀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여자 입장에서 남자친구네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린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무리 그냥 편하게 인사 드리는 자리라고 해도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남자친구의 인품에 대해선 큰 의심이 없었지만 당시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자고 할 때엔 남자친구가 취직이 되지 않은 상태였던터라 걱정이 앞섰습니다.
한 번 인사를 드리게 되면 쭉 행사일마다 어른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함께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린다는 것은 결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염두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언젠간 이 남자와 결혼할거야- 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연애'만 하다가 '결혼'을 생각하려니 이런 저런 걱정이 쏟아졌습니다.
6개월이라는 연애 기간, 누군가에겐 긴 시간이라 느껴질테지만 제겐 짧게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거기다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었습니다. 말이 6개월이었지, 실제 데이트를 하며 만나는 건 퇴근 후, 하루 2~3시간 남짓이었으니 말이죠.
연애 기간이 길거나 짧은 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만난 기간 동안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이해했는지가 중요한 거죠.
남자친구가 어떤 남자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데, 남자친구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다? 남자친구를 이해하는데도 6개월이 부족했는데 그의 가족을 과연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어설프게 먼저 인사 드렸다가 마찰이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둘만 생각하고 둘만 바라보며 살 수 있다면 이런 저런 고민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기도 하지만, 결혼은 안타깝게도 결혼 당사자 입장만 고려하여 진행할 일은 결코 아니죠.
지금이야 누군가가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느냐고 물으면 정말 서로에 대해 이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라고 단언할 수 있지만, 당시엔 그렇게 대답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럴만도 한 것이 그 당시까지만 해도 서로의 자존심을 세우기 바빴고 그런만큼 싸울 일이 많았으니 말이죠.
"오빤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 우리집에 인사 온다고 생각해봐."
"그런가? 그냥 편하게 인사드리는 거잖아."
"음. 솔직히 편하게 마음 가지려고 해도 '어른들께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니 쉽진 않지."
남자친구에게 '어른에게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는 것을 여러번 설명하고 설득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냥 편하게 인사 드리는 것이라 하더라도 첫 인사인만큼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것, 성의를 표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죠.
남자친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 대수롭지 않은 듯한 남자친구의 행동이 제 입장에선 내심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첫 인사를 드리는 것이 좋을까 고민을 하다 천천히 전화나 선물로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남자친구네 집으로 전화를 걸어 인사를 드리기도 하고 남자친구의 부모님 생신에는 홍삼과 같은 선물을 챙겨 보내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선물을 고르거나 뭔가를 준비할 때에는 그 처음 시작부터 과정 끝까지 남자친구와 동행했습니다.
'나의 노력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과 좀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남자친구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고픈 마음'이 혼재되어 있었죠.
"하하. 그치? 그렇다니까. 은근 어른들께 인사드리는 거 어려워. (토닥토닥) 오빠도 나만큼만 해."
연애 초기,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가자는 남자친구를 설득하고 몇 년이나 지나서야 인사드리러 가게 되었네요.
연애는 두 사람만 생각하면 되지만, 결혼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도 많고 생각이 많아지는 듯 합니다. 그래도 분명,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제가 성의를 다한다면 그런만큼 남자친구도 제가 사랑하는 부모님께 예의를 다 하지 않을까 싶어요.
... 그렇겠죠? 그런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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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그럴 것 같아요.ㅎㅎㅎ
조심스럽지요. 인사드린다는 게...
잘 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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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아무래도 초기에는 조심스럽게 마련이지요....
근데 나이가 들면 얼른 얼른 인사드리러 가야 할 것 같다는.. ㅠ.ㅠ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나이가 들면... +_+
가을시작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연애초에 남친부모님 뵌 생각이 문득 드는데..
잘못된 행동이었다는걸 결혼후 ..새삼 느껴요..
남친의 강요에 못이겨..도살장에 끌려간는 소마냥..ㅋㅋ
억지로 인사드린 기억이 나네요,,
심적인 부담과 압박감이 상당했는데..
그런 제맘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끌려다닌 제가,,
지금..생각해보면..너무 싫고 못나 보이네요..
무엇보다 실망스러웠던건..남친 아버지의 옷차림..
파자마에 흰런닝셔츠..,,
........말도 안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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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강요에 의해 억지로 인사드리게 되면 아무래도 더 기분이 심란할 것 같네요. 에구. 거기다 옷차림도;; 기분이 좀 그러셨겠어요.
히히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직 저흰 백일도 안됐는데
남친이 벌써 부모님한테 말해놔서
곧 만납니다. ㅠㅠ
휴.. 많이 부담되는데... 부모님 모습에 실망할까봐 라기 보단
제모습에 실망하시거나 제가 잘 못할까봐 걱정됩니다.
제가 특히나 처음에 낯가리는 성격이라.. ㅠㅠ
남친은 그냥 편하게 생각하라고 하는데요... 걱정되고 부담스러운건
어느 여자나 마찬가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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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낯가리는 성격이라. ㅠ_ㅠ
Reply: 흐흐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실수 하시는 겁니다.
절대 결혼 약속 잡기 전엔,
인사드리지 않는 겁니다.
제 아는 친구가 연애를 3년 하면서, 그집 경조사에 다 따라다니면서 힘든 것도 봤고,
경조사마다 사진 다 찍혀있어서,
헤어진 다음에 곤란해 하는 것도 봤습니다.
정말 결혼할 남자가, 그 남자 집 경조사 사진에 자기가 결혼할 여자가 서 있다고 하면, 무슨 생각할까요?
남자란 동물은 그런 것에 아주 민감합니다.
이런 점들이 있었군요ㅋㅋ 재밌게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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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감사합니다.
서로와 배려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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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 감사합니다.
별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정말 인사는 늦게 늦게 가세요~ 저도 인사를 6개월이 채 안되서 드리고.. 4년 정도 만나다 이번에 헤어졌답니다.. 이것저것 아니라고해도 챙겨야 할것도 많고 전화도 자주 드려야 하고.. 저는 직장생활을 하고 일주일에 한번 쉬는데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지방에 계십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거에도 부담을 주시더군요.. 그런일이 자꾸 생기면서 남자친구랑도 멀어지게 되고 결혼 직전에 인사가세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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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헉. 에구. 결국 헤어지셨군요. ㅠㅠ
그렇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결혼할 만한 여자는 아니고 그냥 연애하는 건데, 평생 모르고 살 사람들하고 인사하기는 좀 그렇죠..
또 인사 한 번 했다고 여자네 가족행사마다 부른다면?
그냥 여자랑 헤어지고 싶을 듯.. 결혼하고도 얼마나 사위를 불러대겠어요?
잘난 남자 만난 여자는 왜 빨리 인사 안 시키지? 내가 창피한가? 나랑 결혼 안할 건가? 하면서 부모님께 하루빨리 인정받고 싶어하는 경우는 있더군요..
하지만, 결혼이 아닌 연애를 목적으로 하는 만남인데, 아직 다른 이성도 좀 만나보고 또 그 다른 이성과 결혼하면 과거 연애사는 숨겨야되는데, 얼굴을 그렇게 알려두면 행동반경도 좁아지고 불편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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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자나 남자나...
글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문화특성상 그런 것 같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사귀는 연인의 부모님과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헤어지면 그만이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러다 헤어지면..... 아무래도 쿨해지지 못하지요. 특히 인사드린 부모님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기라도 한다면...? 연애를 몇 번만 그렇게 하면 "정숙치 못한 여자"라고 소문이 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니 여자 입장에서는 인사드리러 가는 것이 꺼려질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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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말씀하신대로 문화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듯 하네요. 서양은 상당히 개방적이니 말이죠. ^^ 맞는 말씀이십니다.
코코조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결혼한 입장에서 연애할때 인사드리러 가는건 반대~~....
인사드리고 나면 명절, 각종 기념일 그냥 넘어가기 힘들껄요...그런거 챙기는건 결혼하고
나서 해도 충분한데..김장철에 여친 부르라고 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은근 들었음ㄱ-;;;
결혼 확실해 지면 상견례 전에 한번 인사드리러 가는 정도가 딱 좋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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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 결혼한 입장에서 말씀해 주시니 더 와닿네요.
조금 보수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어른들께 인사하는건 버섯공주님 말대로 어느정도
결혼을 염두에 둔다는 의미일텐데, 요즘 개방적인 신세대 아이들이나 부모들에게는
말 그대로 '여친', 또는 '남친' 으로 인사하고, 그러다가 또 헤어지고 다른 상대를
인사시키고, 이런 일도 흔하게 있는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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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헉. 맞아요. 아빠소님 말씀처럼 그럴 수 있겠네요;;;
김치맨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요즘 보면 연애 초기부터 별로 어렵지 않게 상대방 집에도 놀러가고 부모님과도 자연스레 지내더군요.
저도 처음엔 좀 의아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오히려 현명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 사이가 깊어지고 나서 처음 대면하게 되었는데 상대방의 가족에서 뭔가 문제거리를 발견한다면?
서로 정이 쌓여 헤어지기도 어렵고, 극복할 수 있겠지란 막연한 생각을 가지는 건 위험한 도박이죠.
상대방 하나만 보고 결혼했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로 파국을 맞는 부부들을 주위에서 심심찮게 보게 되니 미리미리 상대방의 가족까지 탐색(?)해놓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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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김치맨님처럼 생각할수도 있군요. ^^
그러게요. 초기에 벌컥 인사를 드리려고 하면 힘들겠죠 아마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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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무래도... 연애 초기면... 더 그렇죠. ^^
저는 반대로 가고 싶지만 가자는 말을 안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런 경우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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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헉! 정말 그렇겠네요.
인사하러가지마세요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애인의 형제자매(부모님 제외)랑 만났는데 연봉, 재산 물어보더라구요
첫만남에 ...
요즘 사람들은 예의라는 것을 모르는지 아니면 철면피인지 ...
뭐 덕분에 좋은 경험 했지만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헉; 첫만남에; ㅡ.ㅡ
벼링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결혼전에는 가지 말자는 쪽인데.....요즘 고부갈등 문제가 이혼까지 이어지도록 이슈잖아요..그래서 그전에 많이 찾아뵙고 알아가는게 낫다는 생각도 들어서요 ㅠ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결혼 결심이 확고히 서지 않는 이상, 무턱대고 이 사람이 좋으니까- 라는 이유로 인사드리는건 별로라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의 연애 가치관이 다르다 보니 생각이 다를테지만요. ^^
악몽이...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남친과 술을 과하게 마셔서 택시로 바래다준다 해서 탔는데
잠깐 졸다 내리라는 소리에 내린 곳이....
남친 어머니가 서 계신 대문 앞이더군요....
남친이 어머니에게 여친 데려가니 나오시도록 한 거라는데...
야밤에, 만취 가까운 상태에서 혀가 꼬여 어찌 인사 드리긴 했지만...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남친도 원망스러웠구요....
이어 그 어머님 말씀...
우리 같은 집에 시집올 수 있니?.....
하시는 데 저는 저 같은 만취녀 며느리로 받으실 생각 있으신가 대단히 궁금했음...
아무튼...지금은 헤어져 남친은 장가갔지만....
악몽은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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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헉; "우리 같은 집에 시집 올 수 있니?" 는 뭐에요?
우리 같은 집;;; 덜덜.
혀닝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의 경우는 반대인데요
100일 조금 넘어서 남친이
저희 집에 오고싶다고해서 쉬는날
인사드리러 왔었어요
저보다 연하이고 나이도 어린데
인사드리러 오는 용기와
저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모습,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모습에.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셔서
첫날 술 왕창 먹고 뻗었죠..
저같으면 못할일인데
대단하더라구요
저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것같아요.... ㅠㅠ
사랑마음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잘하셨어요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으면 다 그럴껍니다
단비야보고싶다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남잔데 여친부모님 뵈었다가...
여자친구가 부모님 반대에 흔들리면서
저에대한 믿음과 마음이 닫힌거 같더라구요..
결국 헤어졌지요...ㅠ
부담스러운 아닌자리라고 뵙자고..했는데
참 막상가서보니!!ㅠㅠ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