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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2등 당첨된 남자친구와 헤어진 그녀의 사연

· 댓글개 · 버섯공주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를 재학 중이던 대학생일 때까지만 해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취직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것이 참 간사한가 봅니다. 그렇게 취직이 되고, 직장생활에 익숙해 지다 보니 조그만 것에 불평, 불만을 쏟아 내는 가 하면, '대박'을 꿈꾸곤 하니 말입니다.

솔직히 
"로또 1등 당첨만 되면… 내가 이깟 회사!" 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한 때도 참 많습니다. 그만큼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당시의 초심을 지킨다는 것도 쉽지 않고, 로또 열풍에 예외 없이 가담하여 대박을 꿈꾸게 되니 말입니다.

참고로 전 한번도 로또에 당첨된 적이 없습니다. ㅡ.ㅡ

남자친구가 생일 선물로 건네준 로또가 운 좋게 당첨되어 5등에 딱 한번 당첨되어 본 적이 있고요. 아시겠지만, 5등 당첨 시, 당첨금은 5천원입니다. 으흐흐. -_-;;


그러던 지난 주말, 오랜만에 선배 언니와 통화를 하며 로또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요. 로또 한방의 단꿈을 이야기 하다 보니 언니가 다소 섬뜩한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그 언니의 아는 남자친구가 2등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당시, 2등 당첨금이 5천만원 상당이었다고 합니다.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당첨금이죠. (1등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5천만원은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던 그의 한해 연봉에 상당하는 금액이기도 합니다. 제 주위에는 4등 이상으로 당첨된 경우가 없어 그 소식이 무척이나 놀랍고 신기하더라고요.


"우와! 진짜 좋겠다!"
"뭐가 좋아? 덕분에 그 남자친구랑 내 친구 헤어졌잖아."
"엥? 왜요? 그 남자친구가 2등 당첨되었다고 헤어지자고 그런 거에요?"


1등에 당첨이 되어 훌쩍 떠났다- 는 이야기라면 모를까 2등에 당첨이 되어 떠났다-는 이야기인 줄 알고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고작 5천만원 때문에? 고작 자신의 한 해 연봉에 상당하는 금액 때문에?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보다 심각한 이야기더군요.

 

"그 친구가 1등에 올인 하는 바람에."
"1등에 올인? 그게 무슨 말이에요?"


평소 금요일 저녁 퇴근 길마다 재미 삼아 로또를 구입하곤 했다는 남자. 그런 남자가 2등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은 무척이나 깜짝 소식이었다고 합니다. 평소 엘리트라 불릴 정도로 똑똑하고 성실한 남자인데다 금융권에 종사하며 아쉽지 않을 만큼 돈을 모으고 있던 그에게 그런 행운이 왔으니 말이죠.  

주위 사람들은 농담 삼아 "너보다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행운이 가야 되는 거 아니야?" 라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솔직히 제가 남자친구에게 그런 말을 들어도 진실인지 아닌지 재차 확인할 것 같아요. 2등도 이런데, 1등은 오죽 할까요. (아, 어쩌면 1등은 당첨되어도 절대 당첨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것 같기도 -.-)

문제는 2등에 당첨된 그 남자의 다음 행동입니다. 2등에 당첨이 되고 난 후, 1등을 노린 폐인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죠. 그의 2등 대박은 이후, 단순 로또 1등 노리기 뿐만 아니라 기타 다양한 복권을 구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복권 전문 사이트를 통해 이것저것 마구 사들였나 봅니다. ㅡ.ㅡ

한번의 행운에 만족하지 못하고, '절대 이 행운은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다.' 라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한방에 올인을 한 거죠. 온라인을 통해 구입을 하면
실시간으로 당첨 발표를 하는 복권이 있나 봅니다. 구입하면 바로 몇 분 이내에 당첨 확인이 가능한 사이트 말이죠.

직장 내 업무 시간에 복권 사이트를 켜 놓고 업무를 하다가 걸리기도 여러 번. 여자친구와 데이트 약속을 잡고도 복권 사이트에 매달려 약속을 어기기를 여러 번. 복권 번호 분석해  알려준다는 카페에 가입, 적지 않은 금액을 내고 복권 당첨 번호를 받기도 여러 번.


그의 여자친구를 비롯한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사직하고 로또에 올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등의 단꿈에 젖어서 말이죠.

"어떤 이에겐 행운이 될 수 있는 기회이건만, 그 남자친구에겐 로또 2등의 대박이 불운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 한 번의 행운을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또 한번의 단꿈에 젖어 일상을 포기했으니 말이야." 
"로또 1등에 당첨되어 흥청망청 써서 탕진했다는 말은 들어봤는데... 로또 2등은 정말 의외네요. 참 행운인지, 불운인지..."


어떠한 기회가 누군가에겐 행운이 되기도, 누군가에게는 불운이 되기도...


비록 알 수 없는 미래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리고 꿈꿀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이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로또에 당첨된 남자의 여자친구도 분명 '불확실하고 막연한 로또 1등 당첨금'보다 있는 그대로의 '성실한 남자의 모습'을 더 기대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죠. 


+ 덧)
"그러니까 로또는 재미 삼아 하는 거야. 알지?"
"그럼!"
"이거야 원. 믿을 수가 있어야지."
"오빠 한 번 믿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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