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의 '잘난 척' 이 밉지 않은 이유

 

고향에서 서울에 올라와 대학생활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여전히 툭툭 튀어나오는 사투리는 숨길 수가 없나 봅니다.
 

"앗. 찹다!"
"하하하. 찹다? 찹다가 뭐야?"
"응? 왜? 음료가 찹다고… 찹잖아…"
"찹다가 뭐야. '차갑다' 해야지."
"아. '찹다'가 사투리야? '차갑다'만 되는 거야? '차갑다'의 축약어 아니고?"


남자친구가 건넨 음료수에 깜짝 놀라 내뱉은 '찹다' 라는 말에 남자친구가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좀처럼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저의 입장에선 약이 바짝 올랐는데, 알고 보니 제가 내뱉은 '찹다'가 사투리더군요. 아, 인정하기 싫지만... 사투리였어요. ㅠ_ㅠ

나름 10년 이상 서울 생활을 하면서 표준어 열심히 터득했다고 생각했는데 -_-;;;

'찹다' 라는 사투리를 접해 본 적 없는 남자친구의 깔깔거리는 반응에 곧바로 사투리라고 순응하기 싫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고 있던 폰으로 바로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서 말이죠.

검색결과, 노골적으로 경상도 방언이라 콕 집어 알려주더군요. 이럴 수가! -_-;;;



슬쩍 남자친구의 어깨를 보니 역시! 좀전보다 남자친구의 어깨가 올라가고 더 넓어진 것이 느껴집니다. 어떤 때는 어깨가 뒤로 확 젖혀지기도 해요. (뻥 보태서) 하하.
 

남자친구 어깨가 올라가는 이유


'남자친구 어깨가 올라가는 이유'라고 소제목을 붙이고 나니 웃기네요.

남자친구 입장에선 여자친구가 모르는 부분을 알려준다는 것이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가끔은 그렇게 저의 질문에 맞춰 대답을 하곤 어깨가 올라가고 기분이 업(UP)되는 남자친구의 반응이 좋아서 잘 아는 것도 모르는 척 확인하며 물어보기도 합니다.
 

"음, 여기에서 저쪽으로 가는 거 맞아?"
"응. 맞아. 거기서 어떻게 가느냐면…"
"아, 그렇구나. 우리 오빠 잘 안다!"
"응. 난 '척'하면 '척'이지."
"응. 맞아. 맞아."


지금은 남자친구가 하나하나 알려주는 설명에도 귀기울이고 호응을 잘 해주건만, 연애에 서툴기만 했던 과거엔 남자의 '잘난 척' 하는 반응에 인상을 찌푸리며 "어이쿠. 그래. 너 잘나셨어요." 라는 반응을 보이곤 했습니다. '그건 너만 알고 있는게 아니야. 나도 알고 있는 거야. 잘난 척 하지마.' 라는 생각이 커서 말이죠.

구구절절 '나 잘났소' 를 늘어 놓는 남자의 모습에 무척이나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자친구 앞에서 저렇게 잘난 척 하고 싶을까.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이 컸어요.

당시엔 저의 그런 생각이나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지 못했습니다.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고 나니 '예전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더군요. 그 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처럼 "맞아. 맞아." 라며 맞장구 치고 같이 좋아해도 좋았을 일을 두고, 너가 잘났니, 내가 잘났니, 시합을 했으니 말이죠.
 

"나 잘났소!"


예전엔 어른들이 말하는 '기가 센 여자'는 남자를 망칠 수도 있다... 라는 말에 동조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그 말이 어떤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진짜 '기가 센 여자'만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남자의 성향을 알고 충분히 맞춰 줄 수 있음에도 소소한 부분조차 여자가 남자를 못이겨 안달난 듯 으르렁 거리면 화를 부르고 싸움을 부른다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자친구의 '잘난 척'은 '나 잘났소'가 목적이 아니다


여자친구에게 새로운 것을 알려주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 알려주려고 하는 것.
그것을 두고 결코 '남자의 잘난 척'이라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선 말이죠.

내 여자이기에 뭔가 해 주고 싶다는 마음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더 맞습니다.

"여기서 내가 태어나고 자라서 완전 빠삭하게 잘 알아. 구석구석."
"예전엔 여기에 병원이 있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네."
"아, 그래?"
"예전엔 여기 땅값이 이 정도는 아니었어."
"아, 저기 냉면으로 엄청 유명한 맛 집이 있었거든."
"아, 냉면? 맛있겠다. 없어졌다니 아쉽네. 같이 가면 좋았을 텐데."
"응. 이전했을 것 같은데 내가 한번 알아볼게."

조그만 것이지만 여자친구를 위해 뭔가를 알려주고 해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기뻐하는데 거기에 굳이 찬물을 부울 필요는 없잖아요.

앞서 언급했던 '잘난 척 하지마!'를 연신 질렀던 상대방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습니다. 헤어질 당시엔 '그래. 잘난 척 하는 남자는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그 때, 그 사람은 잘난 척 한 것이 아니라 여자친구를 위해 좀 더 많이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더군요. 

사랑하는 남자친구의 어깨를 좀 더 올려 주는 것.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그의 말에 끄덕끄덕 동조하고 팔랑팔랑 귀기울여 주기만 하면 되는건데 말이죠.

저도 남자친구 어깨가 최대 어디까지 올라가나... 한번 신기록 달성해 보려고요.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