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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커플들이 하니까 우리 커플도 똑같이?

· 댓글개 · 버섯공주
"요즘 날씨도 따뜻하고 여의도 벚꽃축제 가기 딱 좋은 날씨네."
"응. 그러네."
"너 내일 볼 일 있어서 여의도 간다며? 끝나고 남자친구랑 꽃구경 하면 되겠네." 

요즘 날씨가 데이트 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런 날씨엔 꽃구경 하기 딱이죠. 여의도에 볼 일이 있어 여의도로 가게 되자, 친구가 볼 일 끝나면 남자친구를 여의도로 불러 데이트를 하라고 부추겼습니다. 저의 사정을 모르는 친구의 말에 겉으로는 그냥 씨익 웃어 넘겼지만...

그렇게 여의도로 향할 일이 있어 여의도로 향했다가 업무를 마친 후, 남자친구와 데이트 약속을 잡았습니다. 평일 퇴근 후, 남자친구와 함께 하는 데이트.

둘 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서로가 바쁘지만 그런 바쁜 와중에도 서로의 시간을 내어 주중에 만날 때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틈틈이 만나는 것 자체가 삶의 큰 활력소가 된다 고나 할까요? 거기다 종종 남자친구가 내뱉는 '고기 먹을래?' 한마디는 세상을 다 얻은 것 마냥 없던 애교가 마구 뿜어져 나오고 자연스레 샤방샤방한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꽃보다 고기! 우리 커플에겐 너무 어려운 꽃구경

많은 커플들이 여의도 벚꽃 축제를 만끽하고 있는 와중에 남자친구와 전 여의도에서 만나자 마자 곧장 마포로 향했습니다.

"마포 갈비가 유명하다고 하잖아. 한 번 가보자."

마포역에 내려 갈비집을 찾아 나서다 보니 대로변으로 늘어선 벚꽃이 눈에 확 띄더군요.

"이렇게도 벚꽃을 보는구나. 멀찍이서 보니 예쁘다! 가까이에서 보는 건 무서운데."

북적이는 여의도를 벗어나 인적이 드문 마포에서 접하는 벚꽃을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실은 제가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해 꽃을 마음 편히 즐기기 무리가 있다 보니 꽃구경을 뒤로 한 것이었답니다.

저도 몇 년 전에서야 알게 된 꽃가루 알레르기. 없다가 갑자기 생긴 알레르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알레르기가 생긴 이후, 화장한 봄 날씨에 예쁘게 활짝 핀 꽃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더군요. 꽃가루 알레르기인 저로 인해 남자친구도 덩달아 꽃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아쉽다. 내가 꽃가루 알레르기만 없으면 다른 커플들처럼 우리도 여의도 벚꽃축제 볼 텐데."
"대신 우린 고기축제 하잖아."

벚꽃 축제가 한창일 때면 남자친구에게 미안해 지는 이유. 6년간 연애를 하며, 다른 커플들은 한번쯤은 함께 했을 법한 벚꽃축제를 함께 즐기지 못했으니 말이죠.

고기 쌈 싸 주는 남자와 고기 굽는 여자 

마포갈비로 유명한 한 가게에 들어가 주문을 한 후, 늘 그래왔듯 고기를 제가 굽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고기가 익자 마자 남자친구는 고기를 싸서 제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고기를 먹으러 갈 때면 고기는 항상 제가 구웠고, 제가 고기를 굽는 동안엔 항상 남자친구가 쌈을 싸 주곤 했는데 6년째 남자친구를 만나오며 이를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대단하지 않아?"
"뭐가?"
"내가 너 만나면서 지금까지 항상 고기 싸줬잖아."
"에이,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나도 대단하지 않아?"
"뭐가?"
"오빠 만나면서 단 한번도 오빠에게 고기 굽게 한 적 없잖아. 기름이 튀고, 뜨거운데도 항상 내가 고기 구웠잖아."
"아, 정말 너한텐 말로 못이기겠어. 근데 내가 고기 구우려고 해도 너가 못굽게 했잖아."
"응. 왜냐면 솔직히 오빠가 구운 것 보다 내가 구운 게 더 맛있어."
"아...-_-"

대학생일 때 고기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보니 고기 굽는 건 정말 잘한다며 집게를 집어 든 것이 계기가 되어 그 이후로 줄곧 제가 고기를 굽습니다.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여자친구가 뜨거운 불판에 고기를 굽는 모습이 보기 불편했는지 제가 고기를 굽는 동안 제게 쌈을 싸서 먹여주더군요. 

'커플은 이래야 돼.' 라는 일반적인 시각에 맞춰 행동했다면,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남들이 어떠하니까 우리도 이러해야 한다' 라는 단정적인 시각에서만 벗어나도 커플 간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자친구가 고기 구워 주지 않아?"
"
어? 너네 커플은 고기를 여자인 너가 구워? 왜?"
"남자친구가 너에게 쌈을 싸준다고? 여자인 너가 싸주는게 아니라?"
"6년 동안 사겼는데 커플링이 없어? 남자친구한테 해 달라고 해."

여자가 뜨거운 화로에 고기를 굽고, 남자가 여자친구를 위해 고기 쌈을 싸서 건네는 것. 누가 뭘 하건, 어떠한 시각으로 보건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그 커플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커플이 벚꽃축제나 꽃구경을 갈 때 우리 커플은 최대한 꽃가루가 날리지 않는 곳으로 데이트 장소를 정합니다. 6년간 연애를 하며 커플링이 없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커플입니다. 오히려 "왜 커플링이 없어?" 라는 질문에 "왜 커플링이 꼭 있어야 돼?"라고 되묻습니다. (정말 저희 커플은 커플링이 없어요. +_+)

모두가 그렇게 하니 우리 커플도 이렇게 해야 돼, 혹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어, 그렇게 하면 안돼, 와 같은 시각으로 서로의 역할과 표현을 한정지어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면 이런 저런 제약에 부딪혀서 힘들어 지는 것 같습니다. 


남자친구와 장기간 연애를 하면서도 이토록 서로에게 여전히 새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서로에 대한 역할의 한계선을 긋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종종 예상치 못한 또다른 반전을 보여주곤 하니 말이죠. :)

다른 커플과 비교하는 순!간! 제명이 됐어요!


>> 오늘 글은 "버섯공주님 커플만 봐도 좋아보이고, 친구 커플 봐도 다들 좋아보이던데, 우리 커플은 왜 이럴까요." 라는 어느 한 분의 끄적임에 대한 덧붙임 글이었습니다. 친구따라 강남을 간다고는 하지만, 친구 커플 따라 강남가기엔 뭔가 좀 이~상~ 하~죠~?

"저 커플 강남 간대. 우리도 빨리 강남가자!" 라고 말하기 보다는 "우린 어디로 갈까?" 라고 말할 수 있는 센스 있는 커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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