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평소 회사 셔틀버스를 이용하는데 오늘은 퇴근 시간이 늦어져 모처럼 광역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정자세로 바짝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 앉지 않고 느슨하게 앉아 있다 보니 노곤하기도 하고 금새 졸리더군요. 그러다 어디쯤 왔는지 궁금하여 창 밖을 보려고 하니 버스 내 공기보다 실외 공기가 차갑다 보니 버스 창문에 희뿌옇게 김이 서려 바깥을 볼 수 없더군요.
그렇게 한참 창에 기대어 있자니 지나간 한 인연이 생각났습니다.
지방에서 서울에 홀로 올라와 자취생활을 하며 외로움을 굉장히 많이 느꼈습니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조그만 것에도 쉽게 상처 받고 소심해 지는 경향이 있었던 터라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면 창가에 기대어 창에 비친 제 얼굴을 보고 활짝 웃거나 속으로 '예쁘다' 혹은 '자랑스럽다'와 같은 최면을 걸곤 했습니다. (의외로 효과가 꽤 좋습니다 -_-;;)
그러다 이 날처럼 김이 서린 버스의 창문에 기대어 앉아 있다가 창문에 '힘내자!' 라는 문구를 썼는데, 마침 제가 그런 뻘짓(-_-)을 하는 것을 동아리 선배가 뒤에서 보고 있었더군요. 사실, 보고 있었다는 것도 전혀 몰랐는데 후에 이 선배가 이야기를 해 줘서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그 버스를 함께 탔다는 것도 신기한데다 제가 창에 그러한 글귀를 쓰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도 정말 특별한 인연이라며 강조를 하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 소개하고자 하는 사연은 제 생애 최초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은 헌팅 경험인데요. 이른 아침 출근길, 늘 같은 시각, 같은 지하철의 같은 구간을 이용하다 보니 한 달 가까이 자주 눈도장을 찍게 되었고 그러다 헌팅을 받게 되었는데요.
제가 언급한 두 인연의 공통점은 서로에 대해 잘 알기 전에, '호기심'과 '환상'을 바탕으로 한 만남이라는 점입니다. 어디까지나 오가며 얼굴만 몇 번 본 사이. 말도 나눠 보지 않은 사이였죠.
개인적으로 이러한 '호기심'이나' 환상'으로 시작된 인연은 절대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호기심'이나 '환상'으로 인연이 시작되어 그 환상이 영원히 깨지지 않거나 계속적으로 새로운 환상이 생긴다면 모를까, 언젠가 그 환상이 깨지는 순간, 그 인연도 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남자친구도 저에 대한 환상 아닌 환상을 가지고 있었더군요. 이미 1년 넘게 서로를 알아오다가 연애를 한 사이인데도 말이죠. 제 자신을 스스로 생각하기엔 세상사도 잘 알고 있고(세상의 때가 묻어 있고), 순진하기 보다는 알 것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남자친구 눈엔 제가 여전히 순수하고 밖에 홀로 내버려두면 큰 일 날 것 같은 어린 아이처럼 생각하고 있더군요.
"뭐가 안돼?"
"오빠가 나에게 갖고 있는 그 환상이 깨지면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환상 같은 건 깨지라고 있는 거야. 괜찮아. 넌 환상 그 이상의 매력을 갖고 있으니."
"환상 그 이상? 그 말, 참 멋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든 생각은 역시, 사람의 인연은 쉽게 단정지을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하고픈 오늘 포스팅의 요는 어느 커플이건, 어떤 인연이건, 그 시작은 어떠했을지 모르나 그 과정이나 결말은 그들이 어떻게 개척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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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은 환상일뿐이죠.
현실이 중요한 듯 합니다. 연애에서도...ㅎㅎ
잘 보고가요.
즐겁고 행복한 3월되세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노을님도 즐거운 3월 시작하세요! ^^
만나는 것은 인연이지만, 그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만나서 나서의 문제죠. ㅎㅎ
적당한 호기심과 환상을 지속해서 줄 수만 있다면 연애든 결혼생활이든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ㅜㅜ
행복한 삼일절 되시기 바랍니다~~~
잘보고갑니다 호기심과환상만으로 사랑이 완성되기는 힘든것같아요 ㅎ
좋은하루되세요
가장 어렵고 민감한 부분이죠..
상상하고 있는게 하나 둘 깨어질때의 대처..
가장 어려운거 같아요 ^^;
상담했던 그 여자분도 너무 주위 시선을 의식하며 살고있는겁니다. 지금 사랑하고
결과가 좋으면 됐지 어디서 만났건 무슨 상관일까요~ 심지어 나이트클럽에서 만났어도 떳떳하게 밝히는게 낫지 않나요?
저는 술집에서 만났슴다 ㅋㅋ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 멋있어요! ^^
정말 편안한 연애는 은근히 힘든것 같아요..
어짜피 사랑은 미래를 꿈꾸기에 어쩔수 없겠지만요..
현실이 어려울뿐이죠 ㅎㅎ
특정환경이나 여건에서 만나게 됨 저런 경우가 있죠.
오랜만에 들렀다 갑니당.^^
네...
환상은 금물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환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하겠군요 ㅎㅎㅎ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환상이 깨지기전에 현실을 직시한다면
좋은 결과일테니지만..
너무 환상에 젖어 있다면 ~ 결과는 뻔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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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호기심이나 환상이 연애에서 빼 놓을 수 없기는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닌데 말이죠...
즐거운 삼일절 되세요
환상은 결국엔 환상이죠^^;
환상에 사로잡혀서 결말이 틀어지는건, 어차피 안될 인연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나저나 꾸벅꾸벅 졸면서 이런 깊은(!?) 생각을 하시다니, 대단하신걸요!?
환상은 환상 일 뿐
미리 댕겨서 가지지만 않으면 덜하겠지요.
^^
ㅋㅋㅋㅋㅋㅋ 저 도마뱀 너무 귀여워서 한동안 빵! 터졌어요 !! 진짜 귀요미><
막 애들끼리도 그런거 얘기하다가 우연히 만나서 번호 주고받는거
얘기해본적 있단말에요. 근데 그게 헌팅이구나!용어만 몰랐지 알건 다 안다는ㅋ
막 로맨틱 하게만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는 쫌 그렇기도 할것 같네요..ㅎㄷㄷ
아아아아아가아가앙가아앙ㄱ맘 그래도 아직까진 환상을 가지고 싶어요 ㅠㅠ
환상이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되겠지만......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어떡해요 낼 입학이거든요
이제 진짜로 마지막인사일거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 왜 아직도 10시까지 잡아놓는지 모르겠고 자율학습을 그렇게나 시키는지도
모르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고딩생활 어떡해요???????????ㅠㅠㅠㅠㅠㅠㅠ
버섯언니도 못 보고 힘들기만 할거 같아요 꼭 ㅠㅠㅠㅠㅠㅠ
연애하는 것도 참 힘든 것 같아요
오랜만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예전엔 '연애'에 비해 '선'에 대해 안좋은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어쨌든 만남은 만남'이란 생각을 합니다.
결국엔 그게 그건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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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