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본 상반된 결혼 후의 모습

술자리에서 본 상반된 결혼 후의 모습

개인적으로 전 술을 마시지 못합니다. 정말 마시고 싶은데 마실 수가 없어요. ㅠ_ㅠ 흔히 말하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아 못 마신다'는 표현을 자주 쓰곤 하는데요. 멋쩍게 이런 말을 할 때면 정말 부어라 마셔라- 할 만큼 마셔보질 않아서 못 마시는 거라며 도전해 보라는 말도 종종 듣곤 합니다.

"버섯, 술이 얼마나 단 줄 알아? 마셔봐!"
"억! 이게 뭐가 달아! 쓰기만 한데!"
"네가 아직 인생의 쓴 맛을 못 봤구나?"
"그러게 말이야. 난 아직 인생보다 술이 더 써."

사회생활을 하며 술을 못 마신다는 사실이 꽤나 제 스스로를 위축되게 만들기도 하더군요. 그런 점에선 술 잘 마시는 분들 보면 한편으론 정말 부럽기도 합니다. 술을 마시진 못하지만 술에 대한 강요 없이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자리는 좋아한답니다. 특히, 제가 요즘 관심 있게 듣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기도 하거든요. +_+


"항상 밥만 먹고 살 순 없잖냐"


금요일 마다 회식 자리를 추진하고서 3차, 4차로 나이트를 찾는 남자. 미혼인줄 알았더니 기혼!


술자리에서 본 상반된 결혼 후의 모습


"저희야 외로운 기러기들이지만 집에서 사모님이 기다리실 텐데 저희와 이렇게 어울리셔도 괜찮습니까?"
"야, 항상 밥만 먹고 살 순 없잖냐. 뭘 그래."


친구가 두 상사의 대화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며 두 상사가 나눈 대화를 이야기 해 주더군요. 친구는 결혼한 남자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와도 되는 거냐며 발끈했지만 전 솔직히 처음에 이 말을 듣고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_-;; 순진한 건지 바보인 건지. (응?)


"어떻게 밥에 비유를 할 수가 있어?"


친구의 마지막 말을 듣고서야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외로운 기러기들'이라는 표현으로 당위성을 내세우는 것도 그랬지만, 집에서 어린 아기와 함께 남편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아내를 '밥'에 비유하다니…


동요를 부르던 직장 상사가 멋있어 보인 이유


부서 분위기 특성상 늦게까지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가 아닌 터라 술을 못하는 제겐 너무나도 다행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공식적인 연례 행사 외 부서 회식이나 급작스레 진행된 모임에서는 주로 식사를, 길어야 9시 전에 끝나는 회식인지라 "회식할까?" 라는 말에 좋아라 하며 쪼르르 달려 나가곤 합니다. 고기를 외치며 말이죠. (이노므 고기 타령 -_-)


"누구 전화길래 그렇게 웃으면서 받아요?"
"'아빠, 어디야? 빨리 와. 내가 쿠키 만들었어.' 라는데?"
"아, 민정이 전화였어요?"


회식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무척이나 다정다감하게 통화하시던 차장님. 평소 회사에서 볼 수 없는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계셔서 누군가 했더니 여섯 살인 딸 아이의 전화더군요.

갑자기 딸 아이가 요즘 유치원에서 배우고 있는 노래라며 들려 주시는데 덩달아 옆에 있던 과장님도 따라 부르시더군요. 왠지 같이 불러야만 할 것 같은데 저야 결혼도 하지 않은데다 아이가 없으니 그 동요를 알 턱도 없고; 따라 부르고 싶어도 따라 부를 수 없는. +_+;;

이 외에도 직장 동료들과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이런 저런 고충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회식 자리랍시고 여자직원을 먼저 보낸 후 3차, 4차로 나이트나 룸살롱을 외치는 분들과 확연하게 비교가 되더군요.

"거실 소파 등받이 부분 있잖아. 그 등받이 꼭대기에서부터 미끄럼을 타고 내려온다니까!"
"우리 애도 그래요!"
"어머, 우리 애도 그러던데."

"파워포인트보다 엑셀로 만드는 게 더 쉬워."

퇴근 시간이 되었는데도 뭔가를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신입 직원.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 엑셀로 작업하면 더 쉽다는 말을 건네는 이사님. 퇴근 하려고 자리에 일어섰다가 그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을 하길래 저렇게 두 분 모두 모니터가 뚫어질 듯 보고 있는 걸까 싶어 다가갔습니다.

'엥? 이게 뭐지? 평면도?'

18평대 남짓의 빌라에 신혼 집을 얻어 새 출발을 다짐하며 신혼 집에 들여야 하는 가구를 찾아 사이즈를 확인하고 이리저리 세로, 가로로 짜 맞춰 보기도 하며 고민을 하고 있더군요. 일명 가구배치도라고 하더군요.


술자리에서 본 상반된 결혼 후의 모습


집이 넓으면 어떤 가구건, 사이즈 고민 없이 배치 고민 없이 그저 디자인과 실용성만을 따져 구입을 할 테지만 한정된 공간에 효율적으로 가구를 배치해야 하다 보니 가구배치도를 만들어 이리저리 구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신입 직원이야 이제 막 사회생활을 하는 터라 가구배치도를 짜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지만 옆에서 '엑셀이 더 편해' 라고 말씀하시는 이사님의 모습이 다소 생소 했습니다.

저야 입사 후, 임원이 된 이사님의 모습만을 본 터라 (정작 그 자리까지 올라가는 과정은 보질 못했으니) 결혼 할 때부터 여유롭게 시작 했을 거라는 착각을 했다고나 할까요.

평소 집에 방이 100개라는 농담도 하시는 터라 회식 자리에서 궁금했던 질문을 했습니다.

"이사님도 가구 배치도 만든 적 있으세요?" 라고 조심스레 여쭤보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은 처음부터 돈 걱정 없이 결혼을 하고 집을 마련하는 것이겠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넉넉하게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 거라고 말씀하시며 본인도 그렇게 힘들게 시작을 했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술자리에서 본 상반된 결혼 후의 모습


"무엇보다 힘든 상황에서도 믿고 따라와 준 아내가 고마울 뿐이지."

묵묵히 이런 저런 힘든 상황에서도 믿고 따라와준 아내가 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는 거라고 겸손하게 말씀하시는 이사님을 뵈며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결혼 후의 이런 모습을 보기도 하고 저런 모습을 보기도 하고. 회식 자리에서 접하게 되는 결혼 후, 상반된 양 모습을 바라 보며 여러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올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 입사 동기와 혹은 직장 동료와 친구들과 송년회 자리를 마련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또 어떤 쇼킹한 이야기를 듣게 될지 혹은 보게 될지! 또 어떤 따뜻한 이야기를 듣게 될지 이거 정말 스릴 넘치는걸요? (응?)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