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얼뚱애기? 그게 뭐야?
남자친구를 만나 데이트를 하던 중, 갑작스레 남자친구가 제게 내뱉은 '얼뚱애기' 라는 말에, '얼뚱' 이라는 말이 '엉뚱'과 비슷하게 들려 나쁜 의미의 말인 줄 알고 씩씩 거렸습니다.
"얼뚱애기 몰라? 크크. 좋은 말이야."
"어? 그런데 왜 웃어? 치. 집에 가면 바로 찾아볼거야."
나중에서야 알고 보니 얼뚱아기는 '둥둥 얼러 주고 싶은 재롱스러운 아기'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더군요. 검색하자 마자 이렇게 예쁜 우리말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이리와 봐. 너 정말 그러다가 감기 걸린다니까! 완전 애야 애!"
나름 남자친구에게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추운 건 둘째 치고 머플러를 멋스럽게 두르고 있는데 제가 애써 멋스럽게 연출한 머플러가 무색해 질 만큼 제 목을 꽁꽁 동여 매는 남자친구. 추운 건 둘째치고 멋스럽게!
연애 초기엔 그래도 멋스러워 보이는게 중요하다며 그런 남자친구의 손길을 거부하기 바빴는데, 어느 순간 부터 '아! 이 남자가 날 지켜주고 있구나-' '날 걱정하고 있구나-' 라는 포근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무척이나 좋아 가만히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보이고 싶어 지는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연애 초기에는 '애(아이) 같애!'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엄연히 20대의 성인이건만 왜 자꾸 애라고 하는거야!' 라는 생각에서 말이죠. 나중에서야 남자친구가 단순히 사전적 의미의 '아이' 를 일컫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오히려 그 말을 즐기게 된 것 같습니다.
남자친구가 약속 시간에 한참을 늦어 쭈뼛쭈뼛 토라져 있으니 회사일로 늦게 출발했다며 늘 그래왔듯 능숙하게 한 마디 내뱉습니다.
"고기 사줄게!"
"고기?"
"응. 고기!"
꺅-
고기 한 마디에 이렇게 무너져 내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연스레 고기라는 한마디에 입이 웃지 않아도 눈이 웃고 있으니 먹는 것 하나에 이렇게 쉽게 넘어와서야 되겠냐며 어린 아이 같다며 감싸 주니 오히려 그렇게 이야기 해 주는 남자친구가 사랑스럽더군요.
언제부터였을까요. 언제부턴가 '해서 되는 일'보다는 '해선 안 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언제부턴가 '더 이상 어린 아이처럼 굴지 말라'는 말을 듣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다 큰 애가!' '어린 애도 아니고!'
어른이 되기도 전에 어른이길 강요 받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늘 어른이길 강요 받던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제가 어른이면서도 어린 아이 마냥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만큼 순수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도 서로를 믿고 그만큼 사랑하기에 예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완전 애야! 애!"
"어이구. 우리 얼뚱아기!"
다른 이에게 들으면 듣기 싫은 말.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친구에게 들을 땐 한없이 듣기 좋은 말. 나이가 들수록 활활 타오르는 불 같은 사랑 보다 편안하면서도 따뜻한 사랑이 좋아지는 건 비단 저뿐만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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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깨소금이..솔솔...결혼 후에는 바뀔 수도 있습니다..ㅋㅋ
ㅎㅎㅎ 너무 두분이 행복해 보이시네요...
낼 영하 10도의 추위도 뭐 그까이꺼..하고 지내실듯 한데요...
다른 솔로분들 제대로 염장 되실듯..ㅋㅋㅋ
서로간의 설레임이 남아있다면..그자체 사랑일거예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추운날 혼나지 않게 잘 여미고 다니세요 ㅎㅎㅎ
좋은 소식 들려오면 알려주시구요 ~!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고 이쁜 사랑 하세요 ^^
저도 얼뚱아기가 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얼뚱아기 넘 귀여운데요?^^
버섯공주님 글 읽으면 정말 귀여움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좋은 별명 딱 어울리는 별명 얻으신것 같아요
아 애칭이라 해야하나요?^^ㅋ
자주 올께요~ 왠지 저랑 비슷한 커플 같아요 헤헤
고기를 정말 좋아하시는 버섯공주님~
왠지 신민아가 생각나는데요?+_+
"이이구 우리 얼뚱아기~~"
이말 이거 자주 써먹어야겠는데요.
덕분에 좋은 말 배워가네요.ㅎㅎ
'얼뚱아기'예쁜 표현이네요.
그리고 남자친구분의 사랑이 듬뿍 담긴 표현이네요.
^^
얼뚱아기!! 너무 이쁜데요?
여친생기면 해주고 싶은 말이네요~!!
귀엽고 예쁜사랑 이네요.
얼뚱아기 처음듣지만 어감도 참 좋습니다. ^^
우와 ++ 진짜 우리말은 너무 이쁜거 같아요, 그죠?
미리내!!!!!!!! 전 미리내란 말 너무 이쁘다고 생각해요
정말 쉬운예로는 나무도 있잖아요!!
울림소리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너무 이쁘구 헤헤헤헿헤
엉뚱아기 진짜 귀여워요 ><><><><><><><><
(오글거리긴하지만 ; 헤헤헤)
얼뚱아기라... 참예쁜 말이네요 ^^
추운 겨울 바람이 사르르 녹는것같습니다 ^^
저...저도 고기 !! 고기가 제일 좋아요 !! ㅋㅋㅋㅋ
하하 귀여운 단어네요^ ^
참 순 우리말을 보면 귀엽고 이쁜 단어가 많지요?ㅋㅋ
모르던 단어 알고갑니다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날씨가 추워 졌습니다.건강에 유의하세요
얼뚱아기,
단어 좋네요.
남자친구 분과 정말 행복한 교제를 하고 계시는군요.
저도 버섯공주님처럼
격식 벗어던지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여자친구 있으면 좋겠네요.
예쁜 단어네요
버섯공주님은 좋으시겠습니다~^^!
옐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어디에서도 보여지지 않는 모습. 그래서 가끔 제 자신을 봐도 악지쓰고 생떼부리는 아이같아서- 한심스러울 때도 있는데..
그런 모습마져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그래서 곁에 있기만 해도 안심이 되는 그런 사랑- 저도 하고 있어요^^ (자랑하는 거 맞죠?) 오늘 정말 춥다던데, 사랑하는 마음 하나 만으로도 덜 추워질 것 같아요~ 감기 조심하세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캬! 네. 읽으며 마음이 훈훈해 지네요. 예쁜 사랑하고 계시는거 맞습니다. 맞고요! ^^ ㅎㅎㅎ
정말 그래요.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덜 추워질 것 같다는 말이.. 와닿네요.
옐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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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잘 치루셨어요? (물으면 실례인가) ㅋㅋㅋ
축하해요! 이제 정말 푹 주무실 수 있겠네요. ^^
안녕 밤샘! ㅎㅎ
그나저나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너무 반갑다구요! +_+ ㅎㅎ
햄톨대장군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앗! 저도 이런 말이 있는지 몰랐어요
아주 귀여운데요!
얼뚱아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