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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의 진심어린 기도에 펑펑 운 사연

· 댓글개 · 버섯공주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힘든 시기를 겪기도 하고 그 힘든 순간을 꾹 참고 이겨내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가장 힘든 순간에 자신이 믿는 어떠한 사람을 찾기도 하고 어떠한 대상을 찾기도 합니다.

전 그런 힘든 시기에 놓여질 때면 혼자 생각하고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컸습니다.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지만 일단 사람 대 사람이다 보니 피붙이 가족이 아닌, 언제든 뒤돌아 서면 남남이 될 수 있는 사이이다 보니 굳이 나의 약점이나 자칫 콤플렉스로 보여질 수 있는 부분까지 이야기 하다 보면 제 스스로 또 다른 자괴감에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아무리 그래도 가족도 아니고. 속마음 다 털어놔서 뭐하겠어. 결국, 내가 해결할 일인걸?"

지금의 남자친구와 한참 연애를 하고 있던 와중, 사회생활을 하며 부딪히는 여러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많이 힘들기도 했고, 집안 문제로 이런 저런 고민이 쏟아지는 시기에 접어 들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표현은 이런 때에 쓰는 건가- 싶을 만큼 말이죠.

마음은 어딘가로 멀리 훌쩍 떠나 속 시원하게 엉엉 울고 싶기만 했는데 또 바쁘게 살아가야 할 내일이 다가 오고 있으니 그러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참고 참다 남자친구에게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힘들다고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남자친구가 해결법을 제시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고, 단순히 위로 하나 받자고 하는 말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내 속이 까맣게 타 들어 가니 이 타 들어 가는 속 좀 시원하게 한번쯤 털어놔 보자- 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에서 입을 열었습니다.

"주위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너무 많은데, 그리고 그 짐을 나 혼자 이겨내야 하는 것도 잘 아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 잠깐 이런저런 짐 좀 다 내려놓고 어디 멀리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야."

꾹꾹 눌러 담고 있던 말을 내뱉으려니 역시나 눈물부터 뚝뚝 떨어졌습니다. 지극히 제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이었고, '이런 말을 해 봤자 서로 급 우울모드가 될 텐데 괜히 말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었습니다.

"음, 기도해줄까?"

조심스레 '기도해줄까?' 라며 묻는 남자친구의 모습이 처음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그저 '어떡해' '힘내' 와 같은 위로의 말을 할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이내 남자친구가 제 손을 꼭 잡고 기도해 주는 모습을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이 싹 날아가더군요.

"…지금 이 시기에 홀로 견뎌내야 할 짐이 많아 많이 힘들겠지만 늘 밝은 모습으로 잘 이겨내 왔듯이 앞으로도 버섯답게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지극히 개인적인 기도라 자세히 소개하긴 힘들지만 남자친구가 절 위해 기도해 주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남자친구가 천주교였건, 불교였건, 종교와 상관없이 제 손을 꼭 잡고 저를 위해 기도해 주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고 고마웠습니다.

나 자신을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진심을 다해 기도한다는 것

남자친구가 절 위해 3분 가까이 기도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그 말 하나하나 귀담아 들으며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자연스레 당시의 말들이 가물가물 잊혀져 가네요.

"걱정하지마. 잘 될 거야."
"고마워. 진짜. 고마워."

그 날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 순간만큼은 힘든 상황 때문에 슬퍼서 운 것이 아닌, 남자친구의 진심 어린 모습이 너무 고마워서, 감동적이어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제 종교가 불교이건, 혹은 천주교, 기독교이건 제 자신이나 가족을 위한 기도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할 용기가 있는지 제 자신에게 되물어 보지만 쉽사리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그것도 기도하고자 하는 상대방이 있는 바로 앞에서 마주보고 기도를 한다고 생각하면 왠지 모를 창피함과 쑥스러움이 물밀듯이 밀려 오며 얼굴부터 화끈거리니 말입니다. (솔직히 지금도 그럴 용기가 있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힘들 것 같아요... -_-;;)

그 날, 그 순간 남자친구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남자친구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어도 남자친구 앞에서는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분명 남자친구도 제 앞에서 그런 기도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용기 내 제 앞에서 기도를 해 주었으니 말이죠.

이기적이기만 했던 제 모습에서 조금씩 남자친구를 통해 상대방을 진심으로 마주하는 마음을 배워가는 듯 합니다.

'아! 이게 사랑이구나! 아! 행복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갖게 되는 이 감정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이제는 긴 말 하지 않아도 그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니 말입니다.

진심을 다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어느 자리에 있더라도 진심을 다하기에, 후회없이 순간 순간 가장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늘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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