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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실타래가 연애를 망칠 수도 있다

· 댓글개 · 버섯공주

남자친구는 하나에 집중하면 깊이 있게 파고드는 성격입니다. '굳이 그렇게 열정적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의 정말 소소한 것이라 느껴지는 것도 자신이 맡게 되면 끝까지 붙들고 풀어 내려는 모습이 '아! 정말 멋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뭐랄까. 한번 뭔가를 해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그 마음 먹은 것을 이루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인해 오히려 남자친구의 사랑을 의심한 적이 있습니다.

"남자친구랑 요즘에도 자주 만나?"
"아니. 이전만큼은 아니지. 남자친구 지금 자격 시험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서."
"그래? 시험 준비? 에이, 그래도 자주 만나고 자주 연락할 수 있는 거잖아."
"음, 그렇긴 하지."
"아, 내가 괜한 소리 했나?"

국가고시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던 남자친구. 당시 직장인-학생 커플이다 보니 남자친구가 취업문제로 고민을 많이 안고 있는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뜬금없이 전공 관련 국가고시 자격증을 준비한는 엄포를 놓더니 '아마 이전 만큼 자주 보기 힘들거야'라는 말에 쿨하게 '응' 이라고 대답하고 잘 지내왔건만.

어느 날, 뜬금없이 '시험 준비 하더라도 자주 만나면서도 할 수 있는 거잖아-' 라는 생각에 자꾸 무게가 기울더군요.

'시험 준비 한다고 자주 못만나?' '피곤해도 정말 사랑하면 자주 만날 수 있는거잖아' '뭐가 힘들어?' '왜 안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잠깐 통화도 못해?' '국가 고시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럼 모두 데이트도 못하겠네?'

분명, 남자친구는 그런 저의 시무룩한 모습에 가끔 만나게 될 때면 늘 챙겨주지 못함에 대해 사과를 하기도 했고, 시험 준비로 인해 남들처럼 여유있는 데이트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 하는 마음을 안고 표현하곤 했었는데도.

그럼에도 당시의 저는 좀처럼 그 서운함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미안해. 내가 시험 준비 하느라 정신이 없나 봐. 잘 챙겨줘야 되는데."
"…응. 괜찮아."

분명, 하나의 목표를 잡고 몰두하는 모습이 그렇게 좋았음에도 반대로 그렇게 몰두하는 모습이 저를 소외시키고 외롭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져 서글퍼 졌습니다. 그렇다고 그 서운함을 표출하기는 더욱 싫었습니다. 시험 준비를 하는 남자친구에게 방해가 될 것만 같았으니 말이죠.

지금은 압니다. 그 때, 남자친구가 저를 외롭게 한 것도 아니었고, 힘들게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 생각이 문제였습니다.

한 번 사랑을 의심하게 되면 끝없이 그 사랑을 의심하게 되고, 한 번 그 사람의 진심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면 끝없이 부정적인 생각의 실타래에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그 때, 만약 그런 모습을 보고 "서운해. 아무리 시험이 중요하다지만, 너무했어." 로 단정지어 생각하고 극단적으로 헤어짐을 결정했더라면 평생 후회할 뻔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그 생각의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않는다면 절대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문득 길을 거닐며 데이트를 하는 와중 뜬금없이 남자친구가 제게 생각이 깊다는 말을, 사려 깊다는 말을 하더군요.

"난 네가 생각이 깊어서 좋아. 신중하기도 하고."
"응. 그래?"
"그런데 때로는 네가 생각이 너무 깊어서 걱정이야.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내가 하는 말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도 돼. 나 믿지?"

저의 생각이 깊은 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음을 언급하며.
자신(남자친구)과의 문제에 대해 혼자 생각하지 말고, 혼자 확신하지 말고, 혼자 판단하여 결정하지 말라던 남자친구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의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지 못하고 4개월 정도가 지나 1차, 2차, 최종관문을 거쳐 합격 소식을 전해주던 남자친구를 마주하고 나서야 그동안 제가 얼마나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더군요.  

때로 비밀댓글로, 비밀 방명록으로 자신의 사랑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된다는 글을 보곤 합니다.

혹시, 한때의 저처럼 자신이 만들어 놓은 어긋난 생각의 실타래를 자꾸 엮어 가고 있진 않나요. 가끔은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자신의 생각의 실타래를 반대로 풀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주 단순하게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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