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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사로 잡은 남자친구의 향기, 그 실체는?

· 댓글개 · 버섯공주

처음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 하얀 후드티를 입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뽀얀 얼굴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봤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인연이 닿아 사랑하는 사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죠.

그저 "까만 머리와 뽀얀 얼굴, 흰 후드티가 참 잘 어울리는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연애 초기,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했던 그 때.

남자친구가 제게 고개를 살짝 내밀면서 냄새를 맡는 것처럼 얼굴에 킁킁거리는 시늉을 해서 당시 얼마나 마음을 조렸는지 모릅니다

'나한테 안 좋은 냄새가 나는 걸까? 어떡하지? 향수라도 뿌리고 올 걸 그랬나?'

순간적으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라 민망해 하고 있던 와중에 "너한테 아기 냄새가 나"라고 이야기 해주던 남자친구를 보며 겉으로는 "정말? 고마워!" 하고 웃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지 모릅니다. (그나저나 아기 냄새는 좋은 의미 맞는 거죠? -_-?)

그러면서 짙은 화장품 냄새나 향수 냄새 보다 은은한 샴푸 냄새나 로션 냄새가 좋다고 이야기 하는 남자친구의 말에 솔깃해져서는 화장품 냄새에 신경을 잘 쓰지 않았는데 그 이후로 화장품이나 샴푸를 구매할 때면 제일 먼저 향을 고려하게 되더군요.

네. 연애 초기에는 그랬었죠. 아련한 추억입니다. 하하. (지금은 그저 제가 좋아하는 화장품 척척 골라 씁니다)

언젠가 명절 특집 프로그램 중에서 부부가 나와 이런 저런 퀴즈쇼를 하면서 아내의 발만 보고 남편이 아내를 맞추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이었던 터라 '아무리 오래 같이 살았어도 발만 보고 어떻게 아내를 맞출 수 있지?'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얼굴이나 손이야 자주 보고 맞잡을 기회가 많이 있지만 발은 서로 볼 일은 별로 없을 텐데 라며 말이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발만 봐도 아내를 맞출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갑자기 알렉스가 신애의 발을 씻겨주던 장면이 지나가네요. (응?) 하하.

연애 초기를 지나 좀 더 서로에게 편해지고, 익숙해 지던 시기. 그 때 봤던 명절 프로그램이 생각나 남자친구에게 봤던 프로그램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난 많은 사람들 속에 뒤섞여 있어도 오빠 발은 힘들어도 손은 찾을 수 있을 것 같애!"
"정말?"
"응! 그리고 난 오빠가 뒤에 서 있어도 오빠인 줄 알 것 같아."
"어떻게?"
"오빠한테 향긋한 냄새가 나거든."

남자친구는 기본적인 화장품인 스킨과 로션 조차도 바르지 않습니다. 뭔가 얼굴에 바르는게 어색하다면서 말이죠. 놀이공원에 가거나 산책을 하게 되면 저의 꼬드김에 어쩔 수 없이 선크림을 바르기 전, 로션을 바르는 게 전부죠. 그런 남자친구이지만 신기하게도 한 걸음 뒤에만 서 있어도 남자친구가 서 있음을 압니다. 남자친구에게선 짙은 향수 냄새가 아닌 시원하면서도 향긋한 냄새가 남자친구에게 납니다. 화장품을 쓰지 않는 남자친구인데, 향긋한 향이 나니 따로 은은한 향의 향수를 쓰는걸까- 싶기도 했습니다.

처음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도, 지금도 한결같이 좋은 향이 마음을 포근하게 해 줍니다. 향긋한 냄새가 나서 좋다는 저의 말에 남자친구가 불쑥 내뱉는 말.

"응. 섬유유연제 냄새 좋지? 나도 이 향이 제일 좋은 것 같아."

순간 제 머릿속에서 환하게 피어나는 로맨스가 되려다 현실 속 세탁기에 섬유유연제를 넣고 있는 장면으로 전환이 되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향긋한 로션 냄새를 좋아하는 남자친구, 은은한 남자친구의 섬유유연제 향을 좋아하는 저.

제 마음을 설레게 했던 그 향의 실체를 알고 나니 뭔가 묘하게 허탈하기도 합니다. 섬유유연제의 위력이 대단한듯 합니다.

내가 그 향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물론, 그 실체를 알고 나서도 좋아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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