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와 결혼하는 내 친구

저와 동갑인 절친한 친구들 중엔 아직 결혼한 친구들이 없습니다. 물론, 같은 학교,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나 해외에 나가 있는 몇몇 친구들은 이미 결혼하기도 했지만 단순 동기 이상의 마음의 벗이라 할 수 있는 가까운 친구들 중엔 아직 결혼한 친구가 없답니다. 친구들 모두 남자친구는 있었던 터라 서로 "네가 먼저 결혼하면 내가 할게." 혹은 "내가 결혼할 땐 비싼 거 필요 없고, 냉장고 하나 해줘." 와 같은 우스갯 소리를 주고 받으며 깔깔 거리곤 했는데 말이죠.


정말 궁금했습니다. 누가 먼저 결혼 할 지… +_+


그런데 어제 15년 지기 친구에게 전화가 왔더군요.


"버섯, 나 다음해에 결혼할지도 몰라."


당시 만나고 있던 남자친구 때문에 많이 힘겨워 했었고,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던 터라 친구가 알려온 결혼 소식이 놀랍기도 하면서 결혼 상대자가 이전 그 남자친구가 맞는지도 궁금하더군요.


"예전에 내가 봤던 그 남자친구?"
"아니. 결국 헤어졌어. 서로 맞춰 나가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구."
"그럼? 결혼은 누구?"
"엄마랑 가까운 친구분 중에 아들이 있는데 우연히 선 자리에 나가게 됐거든."
"아, 그랬구나. 어때? 마음에 들어?"
"응. 좋아. 정말."


당시 공부를 하고 있던 연하 남자친구가 돈 문제를 언급하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친구를 괴롭히기도 했고 원하는 돈을 빌려 주지 않으면 자신이 그것 밖에 되지 않느냐며 자신을 믿지 못하냐며 되려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빨리 그 친구와 빨리 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사람관계가 그리 쉽게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친구가 많이 힘겨워 했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힘겨운 이별의 시간을 이겨내고 친구 어머니의 권유로 선 자리에 나가 만난 남자분과 잘 통했나 봅니다. 비록 거리상으로는 멀지만 마음이 잘 맞는 가까운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기분이 남다르기도 하고 기뻤습니다. 마치 제가 결혼이라도 하는 것 마냥 설레기도 하더군요.

제 친구를 가족 모두가 알고 있었던 터라 이 결혼 소식을 알려주니 동생이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더군요.

"언니 친구는 엄친아랑 결혼하네. 우와."
"…응?"


옆에서 듣고 계시던 어머니 갑자기 배를 잡고 마구 웃으셨습니다.


그 엄친아가 그 엄친아가 아니잖아…
그 엄친아가 그 엄친아가 아니잖아…
그 엄친아가 그 엄친아가 아니잖아…



엄친아 - 엄마 친구 아들 - 외모도 훌륭한데 성격도 흠 잡을 데 없이 좋고, 능력도 좋아 모난 것 없이 완벽한 남자를 두고 흔히들 엄마 친구 아들의 줄임말로 '엄친아'라 표현하곤 합니다.

"엄마 친구 딸은 공부도 얼굴도 예쁜데, 공부도 잘해서 이번에 전교 1등 했다더라..."
"엄마 친구 아들은 잘 생긴데다..."


'엄친딸' 이며 '엄친아' 며 누가 지어낸 용어인지 어떻게 만들어진 말인지 참 절묘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긴, 엄친아가 별 다른 거 있냐? 그냥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면 되지. 왜? 너도 엄친아랑 결혼하고 싶냐? 좀 알아봐 줄까?"


동생의 같은 말, 다른 의미의 '엄친아'에 한참 웃으시던 어머니께서 '좀 알아봐 줄까?' 라며 농담을 하시더군요.


감히 따라 잡을 수 없는 포스!


어머니 말씀대로 결혼해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면 그보다 더한 행복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전 남자친구 때문에 많이 힘들어서 속앓이를 했던 친구라 그 친구가 모쪼록 이번 인연을 잘 이어나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으면 합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참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분명 각자 자신에게 맞는 멋진 인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덧1) 응? 그러고 보니 '아빠 친구 딸'이나 '아빠 친구 아들'은 없네요. +_+
+ 덧2) 저도 누군가에겐 '엄친딸'로 불리겠죠? (그저 저의 작은 소망; 끙;)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