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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 댓글개 · 버섯공주
"네 아버지와 재혼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어. 그런데도 난 네 아버지를 택했고, 재혼했다. 그만큼 사랑하니까. 그런데도 넌 내 사랑이 잘못되었다고 비난 할거냐?"

아버지와 재혼하기 전, 궁합을 보곤 자신이 재혼을 택할 경우,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이 사랑을 택했고, 후회하지 않는다며 그래도 자신의 사랑을 잘못되었다며 손가락질 할거냐고 새어머니가 제게 물으셨습니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제게 있어 새어머니의 존재는 그저 행복한 한 가정을 파괴시킨 파괴범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자신의 사랑을 합리화 하기 위해 애써봤자, 어린 제 눈엔 그저 마녀로만 보였습니다.

당시, 제 나이 열 다섯,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어른이 궁합이니 뭐니 하며 이야기 하는 그녀의 모습이 어리석게만 보였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던 어느 날, 새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대낮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어이없는 사고를 당한 것이었는데,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8차선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많이 놀랬습니다.
솔직히 그 소식을 듣자마자 떠올랐던 것은 새어머니가 그토록 이야기 했던 '궁합' 이었습니다. 전 솔직히 궁합이니 사주니 그런 것을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그 사건으로 인해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친 어머니가 아님에도 법적으로 어머니이기에 상주복을 입고 장례식장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 엄마 살려내!"

새어머니와 그 전 남편 사이의 아들이 장례식장에 찾아와 울고 불며 자신의 어머니를 살려 내라고 울부짖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처음으로 새어머니와 사별한 전 남편 사이의 아들을 보았죠.

정말 궁합이 그러했기에, 사주가 그러했기에 새어머니가 이승을 떠나신 건지 혹은 어른들이 말하는 평온했던 한 가정의 파탄녀로 단순한 죄값을 치른 것인지, 그저 우연인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젊은 나이에 그렇게 세상을 떠난 새어머니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제가 그렇게 미워하고 증오했던 새어머니이건만 막상 그런 분이 세상을 떠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미워하는 마음이 눈 녹듯 사라져 버렸네요.

이미 새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8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주위 친구들도 재미삼아 궁합을 보기도 하고, 사주를 보기도 하지만 가는 사주카페마다 궁합을 보러 가는 곳마다 제각각 다른 이야기를 듣고와 또한 그런 말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친구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궁합이 좋지 않다느니, 죽을 수도 있다느니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서도 자신은 이 사랑을 택했다며 욕하지 말라던 새어머니가 막상 저 세상을 떠나고 나니 그런 말을 하시던 새어머니를 떠올리면 아찔해져 옵니다.

하지만 제가 믿고 싶은 것은 궁합이나 사주보다 다른 이를 슬프게 하고 아프게 한 사랑은 분명 그에 대한 죄값으로 피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이라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이승에 계시지 않은 새어머니. 그렇게 증오하고 미워했던 분이건만, 막상 떠나고 나니 큰 허탈감이 밀려 오더군요. 왜 그렇게 미워했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죠. ^^; 그저 좋은 곳으로 가셨을거라 믿고 싶습니다. 

오늘도 한 친구는 어제 궁합을 보고 다녀왔다며 남자친구와 궁합이 좋지 않은데 어떡하냐며 발을 동동 굴리고 있네요. 궁합을 보고 정말 좋지 않은 말을 들어 헤어질 것이 아니라면 굳이 궁합을 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오히려 헤어지지도 않을 거면서 궁합을 봤다가 서로에게 아픔만 남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니 말이죠.

궁합, 여러분은 어디까지 믿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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