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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남친을 지인에게 소개하지 않은 이유

· 댓글개 · 버섯공주

20대 후반이 되면서 또래 친구들이나 가까운 선배 언니들로부터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하는 듯 합니다. 20대 초반엔 '연애'에 관한 이야기가 주였는데 말이죠. 괜히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네요. +_+

전 남자친구와 연애 한지 5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연애 초반 2년 가까이 사귀면서 한번도 주위 지인에게 소개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남자친구와 연애 하는 것 자체를 숨긴 건 아닙니다. 다만, 제 가족이나 지인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소개의 자리를 갖지 않았습니다.

그럼, 제가 남자친구를 지인에게 2년 가까이 소개하지 않은 이유는 왜일까요?

나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기에

개인적으로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 연애를 하고 이별을 경험하며 느낀 점이 많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다가 그 좋아하는 감정이 시드는 것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가 그 믿음이 깨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믿음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남자친구를 만나고 연애를 시작하면서 주위 지인들에게 연애를 하고 있음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꺼려 했습니다. 남자친구와 소개팅이나 미팅으로 사귄 사이가 아니다 보니 연애를 시작하기 전부터 남자친구에 대한 일반적인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애를 하기 전 제가 알고 있는 모습은 '남자친구'의 모습으로서가 아닌, 그저 '아는 오빠'의 모습이었습니다. 연애를 하면서 보여질 남자친구로서의 모습은 충분히 바뀔 수 있고 서로 연애를 하면서 그 감정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1년 여간은 주위에 소개하는 것을 자제하고 서로를 알아가는데 깊이를 더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서로를 잘 알고 난 뒤에, 가까운 지인에게 소개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말이죠. 어쩌면 그저 좋아하는 감정만으로 열정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닌 결혼까지 생각해야 할 20대 중반이라는 나이 때문에, 연애 뿐만 아니라 이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져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괜찮은 남자라는 확신이 들면 그때 소개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남자친구는 뭐해?" "남자친구 집이 어디야?"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면서 그 연애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남자친구의 다양한 모습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 이런 모습도 있구나.' '의외로 섬세하네.' 라며 말이죠.

당시 상황을 이야기 하자면, 전 직장인이었고 남자친구는 학생이었습니다. 전 직장생활 3년 차인데, 저보다 한 살 위인 남자친구가 졸업을 위한 마지막 학기를 채우고 있었죠.

남자친구와 알콩달콩 연애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남자친구는 뭐해?" "남자친구 집이 어디야?" 라는 질문입니다. "남자친구와 잘 지내?" "남자친구와 어떻게 만났어?" 라는 질문을 더 많이 받고 싶었고, 더 많이 듣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솔직히 남자친구가 상처 받을까 봐 그게 겁이 났습니다. 그리고 실제 처음으로 소개했던 절친한 선배 언니에게 혹독한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머, 아직 학생이세요?"
"전공이 뭐예요?"
"졸업은 언제 하는데요?"
"취직 준비 잘 하고 있으세요? 요즘 취직 힘들다던데"
"여자친구가 직장인이라 부담스럽지 않으세요?"
"어느 쪽으로 준비하고 계세요?"

워낙 친언니와 다름 없는 선배 언니였던 터라 아무래도 남자친구 입장보다는 제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니 남자친구에게 좀 더 분발하라고, 자극을 주기 위해서 그러한 질문을 했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그렇게 막상 그 자리를 갖고 나서 남자친구는 선배언니의 말대로 중압감을 많이 느꼈던 모양입니다. 제게 거듭 미안하다고 말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그럼 지금은?

그럼 2년이 지나, 5년째가 되는 지금은 어떨까요? 2년 전과 달리 전 제 사랑에 보다 뚜렷한 확신을 가지고 있고, 지금 제 남자친구가 평생 함께할 동반자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남자친구도 저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같은 길을 꿈꾸고 있습니다. 2년 전과 바뀐 것이라면, 남자친구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저와 같은 직장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바라보는 우리 둘의 연애 조건에 대한 관심은 끝나지 않은 듯 합니다. 

여전히 주위에서는 우리 둘의 '사랑' 보다는 '조건'에 관심이 많은 듯 합니다. 가까운 가족부터 가까운 지인, 처음 만나는 사람들까지... 학생일 때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직장인이 되고 나니 '직장이 어디냐?' '연봉이 얼마냐?' 와 같은 질문으로 여전히 '사람 됨됨이나 성격'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현실적 조건'을 먼저 묻고 이야기 합니다.

물론, 그 분들은 저를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에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주는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런 질문과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5년간 애틋하게 키워 온 제 사랑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더 당당하고 싶고, 더 분명해지고 싶습니다. 제 사랑에 대해서 말이죠.

+ 덧) 언젠가 제가 그들처럼 결혼 하고 나니 그들의 말이 옳았다며 무릎을 탁 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여전히 현실적 조건(돈)보다 사람이,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건... 음, 그들의 말대로 정말 헛된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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