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의 남자친구를 질투하는 여자친구?

"수근이가 왜 싫어?"
"아니. 싫다기 보다 얄미워."
"하하. 그래?"

남자친구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너무 얄밉다는 저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남자친구.

상황은 이러합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남자친구, 그리고 남자친구의 친구인 수근이(가명) 오빠. 퇴근을 하고 남자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데이트를 하고 있으면 종종 남자친구의 전화벨이 울립니다.

"응. 알겠어."

단답형으로 10초 이내에 통화를 끝내는 것으로 보아 직감적으로 남자친구의 절친한 친구인 '수근이 오빠'임을 인지했습니다.

"난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요"

10초 이내에 통화를 끝내는데 높임말을 쓰면, 부모님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10초 이내에 통화를 끝내는데 단답형으로 빨리 끊으면 가까운 일명 XX친구죠. (말하면서도 묘하네-_-;;)

"안돼!"
"하하. 아니야. 지금 만나는 거 아니야. 뭐 안 좋은 일 있나 봐. 나중에 밤에 만나기로 했어."
"수근이 오빠는 안 좋은 일 있음 여자친구를 만나야지, 왜 자꾸 오빠를 찾아?"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데다 어렸을 때부터 XX 친구라 할 만큼 각별한 사이라는 것도 잘 알지만 그래도 좀처럼 '씩씩' 거리는 제 기분은 숨길 수 없었습니다. 남자친구의 가까운 친구인 수근이 오빠에겐 이제 막 사귄 지 얼마 안 된 마냥 알콩달콩 사랑스럽기만 할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회사에 속상한 일이 있거나 뭔가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남자친구를 습관적으로 부르는 수근이 오빠가 좋게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평일이라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밤 늦게 만나 새벽 2시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니 말입니다. (술도 마시지 않는 남자끼리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아)


남자친구를 만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시간이나 주말에 만나 여유롭게 공원을 거닐며 손을 잡고 한참 화기애애한 데이트를 하고 있을 때면 시시때때로 남자친구를 불러내는 수근이 오빠가 그리 얄미워 보이더군요. 한참 연애 초기인지라 저희 커플보다 더 애틋하고 설레일텐데 말이죠.

"수근이 오빠가 오빠한테 흑심 품고 있는 거 아니야?"
"하하.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하지마. 너무 끔찍해! 보이지? 닭살 돋은 거."
"아무튼 그 오빠는 눈치가 없어요. 으이그."
"왜 그래. 가까운 친구잖아."

"치. 나중에 오빠랑 나랑 결혼해서도 그러는 거 아냐? 밤 늦게 집 앞으로 나오라고 막 그러면서."
"하하. 너 얼마나 질투할 사람이 없으면 남자를 질투하냐?"
"질투 아니야! 미워하는 거야! -_-"

순식간에 남자를 질투하는 여자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친구. 여자 마음도 몰라주고 말입니다.

"아, 수근이 오빠, 오랜만이네?! ^^ 안녕?"
"아, 버섯!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설마, 둘이 데이트하는데 방해한 거 아니지?"
"방해는 무슨... 어서와 ^^"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등장한 수근이 오빠의 모습에 활짝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남자친구 왈.  

"아, 이 여우!"

+ 덧) 남자친구의 남자친구를 질투하는 여자친구. 남자를 질투하는 여자가 어딨냐? 라고 했었는데, 어찌보면 제가 그 모습인 것 같기도 합니다. +_+ 질투 아니야! 라고 대답했지만, 질투가 아니면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맴도네요. '질투'말고 더 좋은 말 있으면 알려주세요. ^^

그리고 언젠가 "설마 둘이 데이트 하는데 방해한 거 아니지?" 라는 물음에, 냉큼 "응. 맞아!" 라고 대답하는 그 날을 벼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