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

퇴근길, 늘 그래왔듯 MP3를 귀에 꼽고서는 흥얼흥얼거리며 어둑한 골목을 지납니다. 회식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 길이 꽤 무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 귓가엔 꽤 빠른 비트의 최신곡이 들리고 있거든요. 귓가에 들리는 이어폰 음악 소리에 맞춰 흥얼거리며 노래를 따라 보르다 보면 눈 앞에 귀신이 나타나도 무섭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퍽'

제 귀와 볼 쪽으로 퍽하는 소리가 나는 듯 하더니 너무 아프고 너무 놀라 주저 앉아 소리를 질렀습니다.

"악!"

제 비명 소리에 동네 사람들이 나올까봐 놀랬는지 갑자기 하려던 행동을 멈추고 뒤돌아 뛰어갑니다. 어두워서 제대로 본 건 그 사람이 검정색 반바지를 입었다는 거네요.

"헐. 진짜? 그래서 어떻게 했어?"
"경찰에 신고하긴 했는데 어두워서, 얼굴을 제대로 못봤어. 하의는 검정색 반바지."
"경찰에서 뭐래?"
"신고하긴 했지만 10분 뒤에나 도착했어. 진술서만 받아서 돌아갔어. 구청에 이야기 해서 이쪽 인근에 CCTV 설치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이미 CCTV가 설치되어 있다고 하더라구. 그럼 뭐해. 작동이 안되는데. -_-"
"너네 언니 진짜 무서웠겠다."

용인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꽤나 아찔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업무 특성상 늦게 야근을 하고 좀처럼 언니가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되어 집 앞으로 나와 언니를 기다리던 중, 갑작스레 들린 언니의 비명 소리에 놀라 달려가 보니 언니가 자리에서 주저 앉은 채 귀를 붙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검정색 반바지를 착의한 한 남성이 이어폰을 꼽고 집으로 향하고 있던 언니를 뒤에서 덮친 것이었는데요. 다행히 귀만 살짝 찢기고, 언니가 마침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남자도 놀라 달아났다고 합니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듣고 있는 바람에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 조차 듣지 못한 거죠. 만약 이어폰을 꼽고 있지 않았더라면 뒤에서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고서 피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너도 늦은 밤, 혼자 걸어갈 땐 절대 이어폰 꼽지마."
"응. 그래야겠네. 무섭다."

저도 늦은 밤, 퇴근길 집으로 돌아올 때면 늘 이어폰을 귀에 꼽고 흥얼거리곤 하는데 친구 언니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니 새삼 무섭더군요.

왜 이리 세상이 흉흉할까요.

왜 이리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 많아지는걸까요? 뭔가 제약이 생기고 무서워서 위험하니 자제해야 하는 것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저만 그런거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