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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능력 밖에 가진 게 없다는 남자

· 댓글개 · 버섯공주
"야, 난 아무래도 가진 게 돈과 능력 뿐인 것 같다. 하하하하."
"그럼. 그럼. 네 실력 내가 잘 알지. 뭐 집안도 짱짱하니까."
"나 중국어 잘 하는 거 알지?"
"그럼. 네가 괜히 중국 사업 맡았겠냐?"
"솔직히 고모가 도와주긴 했지만 내가 능력이 되니까 여기까지 온거야."
"그럼. 그럼."

어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제 옆자리에 앉은 한 남자분과 맞은 편에 서 있던 두 사람의 대화가 잠깐 졸고 있던 저를 화들짝 깨웠습니다.
듣지 않으려 해도 너무나 큰 소리로 주고 받는 두 사람의 대화에 귀 기울이게 되었네요.

그나저나.
와. 드디어 말로만 듣던 가진게 돈 밖에 없다는 사람을 지하철에서 만나게 되는군요. 아니, 이 분은 돈 플러스 알파로 능력까지 보태주시니... 
도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 사람이기에 지하철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큰 소리로 저렇게 이야기 하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모 대기업(구체적 대기업명 언급은 생략하고 저만 기억해 둘게요)에 경영진으로 있는 고모 덕분에 내가 이 자리까지 오긴 했지만 자신의 능력이 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는 말과 함께 굳이 그 상황에 중국어를 샬라샬라 거릴 필요는 없는데 중국어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하더군요.

곧이어 역시, 돈과 능력이 되니 여자가 끊이질 않는다는 말을 듣고 더욱 이 분의 얼굴이 궁금해 졌습니다.

도대체 어떤 면상으로 이렇게 자신있게 이야기를 하는걸까...

그 분의 실체입니다.
어떻게 좀 돈 많아 보이고 능력 있어 보이나요? -_-

지하철에서 다리를 저렇게 꼬고 앉아 자신의 발에서 어떤 향이 나는지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앉아 있는 모양새가 참...
 

지하철에 앉을 때면 보통 옆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행동을 조심하는데 너무나도 편안하게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제 다리를 자꾸 툭툭 건드려 꽤나 불쾌하더군요. 부글부글.

당당하게 폰을 꺼내 사진 촬영을 하는데도 모르는 건지,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건지...

'아, 똥 밟았다' 하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비켜 서려다 괜한 고집이 생겨 끝까지 버티고 앉아 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절 보고 괜히 똥고집이라고 하는게 아닌가 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주고 받는 대화가 너무 기상천외하여 앉아서 다 듣고 있었네요.

내릴 곳이 되자, 내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이 우산을 들고 장난 치는 모습에 기겁했습니다. 적어도 40대는 되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이 패션이 그가 말하는 가진 게 돈과 능력 뿐인 남자의 패션인걸까요?


차라리 술에 잔뜩 취해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러는 것이라면 차라리 나을 듯도 합니다. 

곧이어 40대의 이 남자가 지하철 손잡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장난을 치며 맞은 편 서 있던 남자와 우산을 들고 우산을 칼 삼아 칼싸움을 했습니다. 칼싸움을 하던 중 앉아 있던 다른 손님의 얼굴을 우산으로 찔렀음에도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아무렇지 않게 "아, 예예" 한 마디 하고선 유유히 내리는 이 분을 보고 꽤나 기겁했습니다. 정말 저 분은 자신의 말대로 가진 게 돈과 능력 뿐 일 수도 있겠구나- 싶더군요.

그렇게 능력있고 돈이 있으나 미처 개념까지는 챙기지 못했나 봅니다. 기본 개념이 있으시다면 적어도 공공장소에서 저렇게 독하게 놀진 못할텐데 말이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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