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이런 저런 애틋한 감정으로 연애를 하고 사랑을 키워 나가면서 주위에서 종종 "남자친구와 정말 사이가 좋구나. 그렇게 서로 좋아하는데 다툴 일이 없겠구나." 라는 말입니다.
"네. 그럼요. 마냥 좋아요." 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마냥 서로 러브러브 모드로 늘 사이가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특히, 연애 초기에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자주 다퉈 저희 커플을 가까이에서 보는 지인들은 '정말 아슬아슬해 보인다' 라고 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오죽하면 '흔들바위' 커플이라는 애칭이 생겼을 까요. 흔들흔들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이는데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흔들바위처럼…
주위 친구들이 붙여준 별칭이지만 정말 연애 초기 저희 커플의 관계를 잘 표현한 말이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흔들바위' 커플이라…
"왜 말이 없어?"
"응? 내가 뭐?"
"갑자기 말수가 줄었잖아."
"그런 거 아닌데..."
"음…"
민망, 뻘쭘, 어색…
남자친구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어떠한 이유로 토라지거나 화가 나면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제가 그 이유에 대해 남자친구에게 말하기 전에 남자친구가 먼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만 앞선 채로 혼자 속앓이를 했습니다. 속은 끙- 끙- 앓지만 결코 남자친구에게 그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그저 혼자 다이어리에 소심한 복수를 했습니다.
"흥. 멍게. 해삼. 말미잘. 여자친구 마음도 몰라주고!"
"아니야." (후. 일단, 참자.)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화난 것 같은데?"
"…정말 몰라서 물어?" (아, 정말 모르는 건가?)
"뭔데? 에이, 설마 아까 그깟 일 때문에 그러는 거야?"
"뭐? 그깟 일? 어이없어! 그 때도 똑같이 그러더니!" (뭐? 그깟 일? 그때도 그러더니 또 그러네!)
"엥? 뜬금없이 그 때 이야기가 왜 나와?"
"그때도 나한테 그랬었잖아. 그 때도 그냥 참고 넘어갔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1주일 전에도 그러더니!)
"그때가 언제야?"
"몰라서 물어?" (아니, 그 때 그 일을 기억 못한담 말이야?)
"아, 그래. 알겠어. 미안 미안. 이제 그만 하자."
"뭘 그만해?" (지금 이 상황 빨리 피하고 싶으니까 미안하다고 하는 거봐)
이 시기가 솔직히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서로를 가장 잘 알면서도, 잘 이해하면서도 '나를 먼저 이해해줘!' 라는 생각이 앞섰으니 말입니다.
"응. 삐졌어."
"하하. 삐졌다고 바로 말하는 거 보니 아직 수위가 높진 않네."
"흥. 오빠 미워." (귀여운 척 하며 토라지기 << 이게 포인트!)
"그래도 아직 '오빠 나빠' 라고 말하지 않는 걸 보니 양호하네. 하하. 그래. 말해봐. 뭐가 문제야?"
"진짜 말해도 돼?"
"응. 말해도 돼."
"사실, 아까 말야."
화났어? 라는 질문에 응, 화났어. 라고 대답하기도 하고, 삐졌어? 라는 질문에 응, 삐졌어. 라고 노골적으로 대답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남자친구와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둘 사이에서 통하는 묘한 암호 같은 것이 생긴 듯 합니다. '오빠 미워' (나 조금 서운해) < '오빠 나빠' (나 많이 서운해) 의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수위를 둘만이 통하는 대화로 끌어 나가니 말이죠. 서로 '우리 이렇게 정하자!' 라고 해서 정해진게 아니라 서로 함께 한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무언의 약속이 된 듯 합니다.
물론, 이 보다 수위가 높아져 심하게 다투게 된다 싶을 경우에는 그 상황에 대해 바로 직설적으로 그 자리에서 말하려 하지 않고 최대한 말을 아끼고 집으로 돌아가 둘만이 볼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씁니다. 남자친구와 둘만의 카페(애칭 '러브하우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화가 나거나 서운했던 점을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 있는 둘만의 비밀카페죠. 그렇게 위태로워 보이더니, 어느 덧, 그 카페가 4년 넘게 유지가 되고 있네요.
"어? 어떻게 봤어?"
"왠지 너가 써뒀을 것 같아서. 난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지 몰랐어. 난 그런 의도가 아니었거든. 미안해. 그런데, 난 정말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
"미안해. 나도 조금 오해했던 것 같아. 나도 조심할게. 이해해줘서 고마워. 뽀뽀!"
"응. 뽀뽀!"
연애 초기에는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괜히 자존심 상하는 일인 것 같고 설사 다투게 되더라도 '난 정말 잘못 한 게 없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가 없는걸?' 이라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연인 사이 잘잘못을 가려내고자 싸우는 게 아닌데도 말이죠.
그리고 다툴 때마다, 싸우는 횟수가 잦을수록 사랑하는 마음에도 그만큼 금이 가는 듯 했습니다. 더 정확히는 상대방을 의심하는 거죠. 이렇게 싸웠으니 남자친구의 날 향한 마음이 사그라 들었겠지? 이렇게 다퉜는데 여자친구가 이전처럼 날 사랑하진 않겠지? 라며 말이죠.
하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지금은 다투더라도 서로에게 사과하고 화해하기까지 24시간을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아무리 심하게 다툰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감정에는 금이 가지 않는다는 확신과 믿음이 있기 때문에 다투더라도 더 감싸 안으려고 하고 보듬어 주려는 마음이 큰 듯 합니다.
한 번의 싸움으로 인해 '아, 이 사람 나랑 왜 이렇게 안맞아?' 라고 단정지어 생각하기 이전에 서로를 알아가고 맞춰 나가는 하나의 단계라 생각하고 서로에게만 통하는 현명한 싸움의 기술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예쁜 사랑을 오래도록 지켜 나갈 수 있는 비법이 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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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카페 러브하우스 운영! 아주 기막힌 방법인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확신과 믿음이 중요하겠지요.
오늘도 두분의 사랑이 많이 뿜어져 나오는 글이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감사합니다.
연애의 기술 중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싸움의 기술이 아닌가 합니다.
잘 못 싸우면 영영 빠이 빠이 할 수도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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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맞고요~ ^^
5년차 맞나요? 아무리 봐도 이건 5주차 인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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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힝~ (이러고)
아.. 두분 사귀는 모습이 너무 부러워서 댓글달기 싫어지는데요 ㅎㅎ
너무 보기 좋으세요~! 즐거운 하루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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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감사합니다. 티비님. ^^
'사실 아까말이야' 에서 뻥 터졌습니다.
어찌나, 저와 똑같은지;;
괜히 찔리는 마음에 에횽~~
OTL 오늘은 빌러 가는 길이에요 흑~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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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사실, 아까 말이야"
어떻게 잘 다녀오셨어요? ^^
사진이 넘 예쁘게 생겼습니다.(빨간 입술ㅎㅎ)
부부간에도 마찬가지이죠
조금만 서로 양보한다면야 싸움이 안일어난데
저희는 가끔씩 말다툼 정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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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머리로는 알지만 종종 하게 되는 말다툼. 그래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 믿고 있기 때문에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
정말 연인과의 싸움은 앞 뒤없이 해서는 안되겠죠.
연애 기간에 따른 사움의 기술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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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아내와 연애초기..약속한가지 했었죠
싸우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고..
다행히 지켰고..지금은 두 아이의 부모로 열심히 살아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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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가 배우고 싶은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계시는 함차가족님. 저도 꼭 함차가족님처럼 아이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어요. ^^
뭐.... 이건 다 염장질처럼 느껴지는건 저뿐만인가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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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염장질 맞습니다. 맞고요~ (이실직고하기) ㅎㅎ ^^
갑자기..'화' 라는 어느나라 스님(?!)이 쓰신 책이 생각나네요...^^
오늘도 재미나게 보고 가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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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가요? ^^
얌전한고양이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잘 읽고가요~
오늘도 알콩달콩 버섯님의 포스팅.너무 좋아 꺄오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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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얌전한 고양이님의 댓글 보면 늘 미소가 지어집니다. ^^
와.. 정말 멋지십니다 +_+
비밀카페라니.. 멋진 아이디어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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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괜찮죠? ^^ (실은, 제 아이디어는 아니고 남자친구의 아이디어입니다
얼마전 여자친구와 막 1년이 지났는데..
벌써부터 "오빠미워".. 란 말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진도가 빠른가요?^^; ㅎㅎ
넘 재밌게 잘읽었구요^^ 공감 많이 하고 갑니다~*
편안한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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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진도가 완전 빠르신데요? ^^
행복하시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
하핫. 흐뭇한 글이네요
연애 초반의 미성숙한 모습에서 현재의 성숙된 모습으로의 변화가 참 보기좋네요.
글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것..
말보다 더 큰 위력이 있죠
계속 그렇게 발전해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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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나그네님. ^^
질그릇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쩜 이렇게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만 쓰세요..?ㅎㅎ
자주 들러 버섯공주님 글 보면서 웃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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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와. 감사합니다. 질그릇님. ^^ 자주 찾아 주신다고 하니 괜히 더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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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