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날이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인 듯 합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닌 실력자라 할지라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절대 우위를 점할 수 없는 듯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기본은 경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들어 보면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말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는지 -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합니다)
오늘 문득,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기본은 경청이다- 라는 것을 넘어 경청을 너무 잘해 생긴 한 인턴사원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음, 개인적으로 이 사오정 시리즈를 생각할 때면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탓에 무슨 말이건 자기 말만 하는 사오정 3형제가 찻집에 갔다. "3번 테이블에 녹차 석 잔이요" |
이전에 저는 이런 사오정 시리즈를 들을 때면 웃어 넘기며, 마음 한 쪽 구석에는 내심 "사오정 바보. 그것도 하나 못 알아 듣다니"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헌데, 언제부턴가 문득 그런 사오정을 비웃으며 넘길 것이 아니라 그런 사오정을 이해하고 조언을 해 주고 알려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오정의 약점을 잘 알기 때문에 사오정이 이해를 못할 때면, 그의 동료들(손오공, 삼장법사, 저팔계)이 직접 귓가에 대고 큰 소리로 알려준 것처럼 말이죠.
회사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몇 번씩 새로운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신입사원부터 인턴사원에 이르기까지… 첫 사회경험이자 첫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인지라 처음부터 모든 것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것이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신입사원인 때가 있었듯이 말이죠.
생소한 업무를 처음으로 시작하는 그들에게 한 선임이 업무를 요청 하고 인턴사원이 업무 처리 하는 과정을 옆에서 보다 느낀 바가 있어 끄적여 봅니다.
"경락씨, 이번에 진행하는 행사에 직원들이 참석 가능한지 확인 좀 해줄래요?"
"아, 저희 회사 직원들이요?"
"네. 이번에 행사 진행하잖아요."
"아"
"직원 명단은 파일로 전달해 줄 테니 체크 부탁해요."
인턴사원으로 첫 직장생활을 하게 되는 경락군(가명)은 선임의 요청을 받고 전 직원에게 메일을 발송한 후, 회신이 없는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보기도 하며 열심히 참석 여부를 체크 했습니다.
"경락씨, 몇 명 참석한지 파악 됐나요?"
"네? 아…"
"왜요? 직원 참석 여부 파악하라고 했잖아요. 사오정이에요?"
경락씨의 손에 들린 참석자 명단에는 참석여부가 O, X로 표시 되어 있었지만 선임의 질문에 즉각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모모행사 참석 명단 | |
홍길동 |
O |
김덕래 |
X |
김양파 |
X |
혜순이 |
O |
팔순이 |
O |
칠순이 |
O |
일순이 |
O |
이순이 |
O |
삼순이 |
O |
사순이 |
X |
덕순이 |
X |
오순이 |
X |
구순이 |
X |
그 이유는 바로 총 직원 150명 대비 참석 인원 수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제서야 부랴부랴 X의 개수를 세며 몇 명이 불참하는지 세고 있었지만, 이미 선임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해 있었죠.
"경락씨, 내가 바라는 건 임직원 총 150명 중에 몇 명 참석 가능한 건지를 확인하고 싶어서 부탁한 거잖아요."
"아, 네… 죄송합니다."
옆에서 이 과정을 지켜 보며 괜히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분명, 이 업무에 익숙하고 오래된 직장생활과 사회경험으로 인해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지금 막 입사한 신입이나 인턴사원들에겐 숲을 보는 게 쉽지 않겠죠.
업무를 진행하면서 가끔씩 갑갑해 지는 때가 있는데 그때가 바로 '이걸 왜 하는 거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할 때입니다. 위와 같은 경우도, 행사를 진행하는데 몇 명 참석 가능한지 확인은 하라고 하지만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인턴사원의 경우, 왜 참석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모른 채,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니 말입니다.
이번에 진행되는 ◯◯행사와 관련하여 참석 가능 인원을 파악해야 그 인원수에 따라 호텔을 예약하고 좌석을 확보하며, 석식 제공수도 어느 정도 감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더라면 인턴사원 또한 단순히 O, X를 표시하는데 그치지 않았겠죠. 총 인원수 대비 숙박 가능 인원과 당일 참가 인원, 다음 날 참가 인원 등등 보다 체계적으로 확인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문득, 옆에서 한 선임의 업무를 처음으로 받아 진행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인턴사원을 보니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를 향해 '사오정'이라고 외치기 이전에, 자신이 과연 상대방의 입장을 얼마만큼 배려하여 이야기를 잘 전했는지를 돌아봐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그런 실수를 종종 저지르곤 하는 듯 합니다. +_+ 조심해야겠네요.
사오정, 사오정은 과연 누가 만드는 걸까요?
(+덧붙임. 정말 귀가 어두워 잘 못들으시는 분들은 제외합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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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직장 생활을 못해본 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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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_+ 그래도 부럽...
7:3의 법칙이 가장 이상적인 설득의 방법이라 말들 하더라고요 ^^;
그리고, 무슨을일 진행하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문제발생의 소지를 아주 많이 줄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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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 기억할게요. 7:3 법칙. ^^
맞아요. 무슨 말을 하든 상대방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기!
직장에 다닐 때, 상사가 대충 설명해주고 자기 맘에 안 든다고 타박할 때는 그 놈 넥타이를 꽉 조여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죠.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상사가 좋은 부하직원을 만드는 것이겠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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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다정다감한 상사가 되고 싶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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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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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버대리님 말씀이 맞는듯해요 ㅎㅎ 선임은 그 사람만의 경험이 있으니 평상시 쓰던 용어 그대로 쓰면서 신입들이 알아줬음 하는것 뿐이고 모른다면 첫번째는 봐주지만 두번째는 모르면 않된다는 식의 처사도 없어져야할듯해요~ 히힛 그래도 너무 못알아들으면 않되겠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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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요약해서 써주셨네요. ^^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신입 때 설명도 안 해주고 잔소리만 하는 선임들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서도 막상 그 자리가 되면 사람이 변하는 것 같아요.
한 단어 말하면 알아 들어야 되는데, 알아듣지도 못하고,
몇 번을 설명해 줘도 못 알아 듣고..
답답해 하기만 했던 기억에 글 읽으면서 부끄러워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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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자리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 같아요. ^^
초심 잃지 않기... 참 쉽지 않아요... ㅠㅠ
KEANE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정말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저런류의 상황은 매일 겪고 있습니다.ㅠ 특히 ' 막 입사한 신입이나 인턴에게 숲을 보는건 쉽지 않겠죠' 라는 구절이 확 와닿는 군요... 저도 매일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신입입니다. 다행히 맘좋은 선배님을 만나 싫은 소리 들은적은 없지만 분명 속으론 저를 답답한 신입직원이란 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을 겁니다. 잘하고 싶은데,,,,열심히 하는데,,,, 그 선배처럼 숲을 보기는 힘들군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