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에 사랑 고백을 받은 친구, 알고 보니

오늘이 만우절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전 이른 아침 출근길, 폰으로 메일을 확인하다 만우절 기념으로 할인 행사를 한다는 광고성 메일을 받고 알았네요.


괜히 만우절인데, 하는 생각에 메신저 아이디를 "복권 당첨됐어!" 로 냉큼 바꿔 놓고선 누군가가 낚이길 기대하고 있었죠. +_+

역시, 예상했던 대로 제일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남자친구, 출근 잘 했냐는 인사와 함께 "이왕이면 로또 당첨되었다고 써 놓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도 낚이는 사람은... 있을지 모르겠네." 라고 조언을 해 주더군요.

역시나, 저의 소심한 대화명으로 낚시질 하기는 실패로 끝이 나는 듯 했습니다. (너무 뻔한 거짓말이라 아무도 걸려 들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말이죠)

그러던 중, 알고 지낸 지 18년 된 절친한 친구가 말을 건네더군요. (무려,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모두 같은 친구죠)

"복권 당첨됐어? 와- 좋겠다. 그럼 오늘 저녁 너가 사는거야?"
"으…응?"
"나 우울한 일 있었담 말이야."
"왜? 왜?"

복권 당첨됐다고 한 건 당연히 뻥이지- 라고 말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우울한 일이 있었다며 줄줄 읊어 내려가는 친구.

정말 예상치 못했던 한 남자가 자신에게 사랑고백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너무나도 자신이 꿈꿔왔던 이상형과 딱 맞아 떨어져 관심 있게 봐 왔던 남자였는데 그 남자가 자신에게 사랑고백을 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이 친구가 한번도 연애를 해 본 경험이 없는 친구인지라 더욱 그 이야기가 솔깃하게 들렸습니다. 저와 함께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이 친구에게도 드디어, 드디어, 남자친구가 생기는구나, 이 녀석도 연애를 해 보는구나, 라며 말입니다.

분명 사랑고백을 들었다면 기뻐해야 할 일인데 왜 우울한 일이라고 표현하는지 이해를 못한 저는 되물었습니다.

"근데 그게 왜 우울한 일이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그럼~ 오늘 만우절이잖아."
"그러니까…"
"헉! 그 남자가 만우절이어서 거짓말 한 거래?"
"아니…"
"그럼?"
"…거짓말한거야."
"뭐라고?"
"내가 거짓말한거야."
"내가 거짓말한거야." "내가 거짓말한거야."

덜덜덜…



"너의 소원은 복권 당첨, 나의 소원은 근사한 사랑 고백 받아 보기"

네… 당했습니다. -_-

'이성 친구가 생기면 가장 먼저 서로에게 인사 시켜 주기!' '먼저 결혼하는 사람 부케 받아 주기' '커플 결혼하기' 등등. 지금 다시 생각하면 과연 지킬 수 있는 약속인가? 싶을 만큼의 다소 억지스러운 꿈을 어렸을 때부터 함께 나누어 왔던터라, 순간 그 친구의 말이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판가름할 새도 없이 그 친구의 이야기에 푹 빠져 들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동화 속 연애를 꿈꾸었던 열 살. (전 지금도 그런 동화 같은 연애를 하고 있어요! 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 응?)

언젠간 이 친구와 아주 잘 어울리는 남자친구가 짜잔- 하고 나타나겠죠?

그러고 보니, 만우절에 딱 맞춰 고백하기 = 고백하는 이에게는 하나의 절호의 찬스가 될 수도 있다지만, 고백 받는 이의 입장에서는 '철렁' 하겠군요. 개인적으로는 사랑을 거짓말로 포장을 하든, 거짓말로 사랑을 포장하든 둘 다 썩 내키진 않는데 말입니다.

자신의 사랑 앞에서는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뭐, 결론은… 만우절, 친구에게 제대로 당했다-는 것;;; (이제 당하지 않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