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아일랜드] 반전에 반전을 거듭, 당신이 내린 결론은?

*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조심하세요*

보통 영화를 보기 전, 영화에 대한 정보를 샅샅이 접하거나 이미 영화를 본 관객의 평점에 의존하여 보게 되는 경우가 많으나 이번에는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게 되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등장한다는 사실! 실은, 그 하나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더욱 그 배역에 딱 걸맞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더불어 쉰을 넘기신 어머니가 굉장한 팬이라는 사실)

영화 첫 시작부터 쿵쾅 거리며 요란한 음악과 함께 시작되어 다소 정신이 산만했다. 뭔가 복잡하고 정신 없는. 셔터 아일랜드의 정신병원. 중범죄를 저지른 정신병자를 격리하는 병동으로 탈출 자체가 불가능한 그 곳에서 없어진 한 사람을 찾기 위해 두 수사관이 그 곳을 향했다.

이미 초반부터 나의 초점은 '사라진 그 한사람은 누구일까?''과연 그 병원의 비밀이 뭘까' '정말 잔인하게 사람의 뇌를 가지고 실험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사실인 것일까?'라는 제한된 생각에서 점차적으로 폭을 넓혀 가며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 갔다.
하지만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무엇이 진실일까?" 라는 이 공통된 물음 하나만으로 긴장감 있게 끌고 나가는 영화의 전개가 나를 더욱 애타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사랑하는 자식 셋을 살해 하고 '나를 이해해 달라' 라는 눈빛으로 '사랑해'라는 말을 번복하는. 그런 아내의 모습이 어떻게 다가왔을까. (당사자가 아닌 이상, 겪어보지 않는 이상 그 심정은 실로 상상하기 힘들다 : 상상하기 조차 싫다)

'날 조금이라도 사랑했다면 그 입 좀 다물어' 라는 말과 함께 아내를 살해 하는 테디 다니엘스의 모습이 왜 그리도 오래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자식을 사랑하는 아내의 손에 죽게 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자신의 손으로 살해 하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과연 어느 누가 제 정신으로 아무렇지 않게 세상을 살아 갈 수 있을까.

자식을 품에 안고 소리 지르며 울어대던 테디의 모습, 그리고 아내를 죽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며 눈물 흘리던 테디의 모습이 너무나도 절절하게 표현되었다. (개인적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정말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로 설정하고 있다. 전쟁을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 보았고, 그 후유증으로 인해 술로 나날을 보냈던 테디. 그런 그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또 한번의 상처가 더 생긴 셈이다.

영화를 보는 중간에 "상처가 없는 사람이 어디있느냐?" 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그 말이 왜 그리도 감정이입이 되어 서글펐는지 모르겠다. 나의 잘못이 떠올라서 더욱 그러했는지도...

우울하다고, 한없이 우울하고, 기운이 없다며 불행하다며 한탄하는 한 사람을 향해 상처가 없는 사람이 어디있느냐며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마냥 그러지 말라는 말을 했었다.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마음을 굳게 먹으라며 말이다. (나의 말이 조금이라도 그에게 힘이 되길 기대했었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병원을 방문하여 정신병원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았다.  
정신병은 마음의 병이라고들 하지만, 정작 정신병은 마음으로 인한 병이라기 보다 뇌에서 나오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인한 병이라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을. (영화 내용 중에도 언급되지만 말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러한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는 것인데 오히려 그에 대해 반박하며 화를 내거나 환자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주면 오히려 악영향이라고...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마지막 하나의 반전(테디는 정신병 환자다. 그리고 뇌 실험을 비롯한 모든 것은 하나의 허구였으며 테디를 치료하기 위한 잘 짜여진 각본이었다.)은 이미 예측 가능한 것이었기에, 끄덕이며 넘겼지만 그 추측 가능한 반전 뒤 깊이 있는 의미를 던지는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대사가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물론, 동생은 좀처럼 이 대사를 듣고도 "그게 왜?" 라며 고개를 갸웃거려 다시 생각해 보라며 구구절절 다시 영화 내용을 곱씹어 보며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추측 가능한 반전 뒤, 숨겨진 한 마디 대사는 또 한번의 반전(마지막 순간, 테디는 제 정신으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수술대로 향한다)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Live as a monster, or die as a good man."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지. 당신이라면, 괴물로 평생을 살 것인가? 아니면, 선한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

사랑하는 아내가 사랑하는 자식 셋을 죽였다- 라는 사실에 못 견뎌 하며 그 자리에서 아내를 살해 하고선 그 죄책감에 평생을 괴로워하는 괴물로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정신병 환자로 남아 수술을 받더라도 선한 사람으로 그 죄를 부인하며 살고 싶다는 것으로 나는 이 대사의 의미를 받아 들였다.

동생은 내심 정말 뇌 수술을 시행하는 숨겨진 실험실이 있기를 기대했었나 보다. 동생과 마지막 결말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영화를 보는 재미와 더불어 또 다른 재미를 안겨 주었다. 결국,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해서는 관객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곱씹어 볼 수 있는 영화를 본 듯 하다.
또한 이토록 줄거리를 리뷰로 풀어 담아 내기 힘든 영화 또한 오랜만인 듯 하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