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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랑 일만 하다 뒈지겠네” 어리게만 보았던 동생의 수첩에는

· 댓글개 · 버섯공주

동생과 저는 여섯 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차가 납니다. 제가 중학생이 되던 해, 동생은 초등학생이 되었고, 제가 대학생이 되던 해에 동생은 중학생이 되었네요. 정말 언제 크려나 했던 동생이 어느덧 대학교 4학년이 되었습니다. (전 사회생활 5년 차가 되었네요)

어리게만 보았던 동생인데, 어제 책상 정리를 하다 우연히 동생의 수첩을 보게 되었습니다. 작년이나 재작년 즈음에 써 놓은 것 같더군요. 꽤나 날카로우면서도 신랄한 비판에 많이 놀랬습니다. 제가 쓴 글이 아니기에 모든 것을 공개하긴 껄끄러워 간략하게만 소개하자면,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의료보험도 민영화되면 약을 밥보다 많이 먹는 우리 엄마는 어떡하지' 와 같은 내용이 써 있더군요. (어머니께서 몸이 많이 안좋으셔서 당시 병원을 자주 다니셨던 데다 약을 상당히 많이 드셨습니다)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해서는 당시 한참 이슈가 되었던 사항이기도 하죠.

아무것도 모르고 철없는 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현 정부가 어떠한 상태에 놓여있고 문제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놀랬습니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라고 생각했는데 (실로 TV 드라마만 접하고 게임만 접하는 어린 여동생으로만 봤는데 말이죠) 저의 그러한 편견을 한번에 깨뜨려 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정부의 비판에 대한 내용과 함께 한 글귀가 눈에 띄었습니다.

"공부랑 일만 하다 뒈지겠네"


순간 너무 웃겨 빵 터졌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한 문구더군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코 틀린 말은 아닌 듯 합니다. '공부랑 일만 하다 뒈진다' 라… 동생을 잠시 불러 이거 언제 쓴 거냐고 묻자, 기억이 잘 안 난다며 작년 즈음 일거라고 하더군요.

제가 어렸을 적엔, 기껏 빨라 봐야 여섯 살부터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3~4살부터 유아원이 기본이며 곧이어 유치원이며 영어 학원이며, 학교에 들어가면 곧이어 줄줄이 빡빡한 스케줄이 한 가득 이더군요. 아이를 키우는 직장 동료분들의 오고 가는 이야기 속에 다소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직장 상사분이 이야기 하셨습니다. "너도 아이 낳아봐. 요즘엔 이렇게 안 하면 금방 뒤쳐져."

문득, 동생의 글귀를 보니 직장 상사분의 말씀이 오버랩 되며 떠올랐습니다. 흠.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 지는 현 사회를 예측해 보면, 그야말로 공부랑 일만 하다 뒈지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는데요? -_-;;

어리게만 보았던 동생이 의외로 정치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눈 여겨 보고 있고, 귀 기울여 듣고 있는다는 사실에 놀라고, 공부랑 일만하다 뒈지겠다는 무척이나 단순한 글귀 하나에 왜 이리 가슴이 먹먹한지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대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직장생활을 시작하여 5년 차에 접어 들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공부랑 일만 하다-" 라는 문구에는 상당히 공감이 가네요.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공부와 일을 하며 어떠한 길을 채워 나가느냐가 중요한 거겠죠. 그야말로 말 그대로 공부랑 일만 하다 뒈지는 일생이 될 수도 있고, 공부와 일을 하며 다양한 잊지 못할 좋은 기억을 채워 나갈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동생의 수첩에 쓰여진 글귀 하나로 여러 생각을 하게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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