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선배언니의 결혼식을 다녀와서

남자친구와 지난 주말, 가까운 선배 언니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직장 동료 결혼식에는 많이 참석 했었습니다만, 저와 끈끈한 7년간의 연으로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친언니처럼 함께 했던 사람의 결혼식은 처음인지라 (저와 가까운 친구 중에서도 아직 결혼한 친구가 없네요… 왜?! 끄응-) 저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르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남자친구와 함께 나란히 손을 잡고 식장으로 간 것도 처음이라 상당히 기분이 묘하더군요.

신부대기실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선배 언니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넋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종전 직장 동료의 결혼식 때와는 다르게 제가 마치 드레스를 입고 있는 듯한 착각 마저 들더군요. 붉은 조명아래 순백의 흰 드레스는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인사치레의 "너무 예뻐요!"가 아니라 진심 가득한 "정말 너무 예뻐요!"의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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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신부대기실에서 선배 언니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축하 인사를 나누고 남자친구와 함께 예식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 가더라도 항상 멀찌감치서 앉아 있거나 서 있었던 지라 오른쪽에 앉아야 되는 건지 왼쪽에 앉아야 되는 건지 몰라 헤맸습니다.


그런 낯섦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나 봅니다. 선배언니와 신랑분이 입장을 할 때부터 신부가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몰라 잠시 멈칫하다 이내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입장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결혼식을 보는 내내 남자친구와 손을 꽉 잡고 봤네요.

"부러워?"
"아니"
"그럼?"
"그냥 아름다워"

'부러워?' 라고 묻는 대답에 상당히 무미건조하게 대답했지만 결혼식을 남자친구와 함께 보고 있자니, 새삼 결혼하고 싶어지더군요. (부러워- 라고 대답했다간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식장에 들어서 있을 것만 같아 대답하지 못했지만 말이죠) 작년까지만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소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만약 결혼하면 사회자는 누구로 해야 할까? 주례사로 어느 분을 모셔야 할까? 라는 것들 말이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나눌 때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선배언니의 촉촉한 눈과 입가엔 마주보고 있는 신랑분을 향한 미소가 어우러져 묘하게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저도 모르게 제 눈가도 촉촉해 지더군요. 선배언니를 알고 지낸 지 7년, 그리고 그 7년간의 연애기간 동안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으며 저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더욱 공감이 되어 마음이 찡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식에 간다는 것. 그 전엔 단순히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가는 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갔었는데 나의 일처럼 귀 기울이고 눈 여겨 봐서 인지, 그날따라 주례사의 말씀 또한 무척이나 와 닿았습니다.

"두 사람의 오늘 모습을 보니 정말 세상에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왕비와 너무나도 멋진 왕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략)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오직 한 사람 밖에 없는 왕비와 왕인데 어느 누구와 비교하겠습니까? 서로 함께 살아가며 절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남자친구와 손을 잡고 말씀을 들으며 서로에게 '그치- 감히 폐하를 어느 누구와 비교하겠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오직 한 분인데' 라며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가장 기본적인 예의라며 되 내며 기억하듯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분명 결혼하는 두 사람을 축하하기 위해 간 자리인데 오히려 그 자리를 통해 어떻게 사랑해야 하고, 부부로 어떻게 서로를 위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좋은 덕담과 말씀을 많이 듣고 온 것 같습니다.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 갈 때면 주례사의 말씀은 거의 듣는 둥 마는 둥, 신부나 신랑의 얼굴만 도장 찍고 부랴부랴 식당으로 향해 끼니를 해결하곤 그 자리를 뜨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날, 남자친구와 함께 나란히 앉아 이것저것 눈 도장 찍으며 눈에, 그리고 마음에 많이 담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드는 생각. 결혼하고 나서도 가까운 이웃이나 직장 동료나 누군가가 결혼을 한다고 하면 축의금과 함께 당사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주례사의 말씀을 꼭 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삶을 먼저 산 인생의 선배로서 사랑에 대해 너무나도 좋은 말씀을 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서로 결혼하여 오랜 생활 함께 하다 보면 결혼 할 당시의 서약을 잊게 되고 실수를 하는 때도 생기겠죠. 하지만 이런 결혼식에 함께 발걸음하고 주례사를 듣다 보면 잊고 있었던 결혼할 당시 약속했던 우리의 사랑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더 돈독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단순한 저의 착각인 걸까요? ^^)

좋은 자리를 많이 찾아가고 함께 축하하고 기쁨을 나누다 보면 그 행복도 나에게 올 것 만 같은 그런 기분 좋은 생각-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